나는 재미있지 않으면 잘 못 하는 성격이다. 억지로 하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하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 인생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육아를 하면서도 그랬다. 놀이도, 배움도 이왕 하는 거 나와 아이들이 '서로 재밌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좋은 방법을 잘 찾아서 한다기보다는 꼼수를 많이 쓰는 쪽이랄까. (물론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 없었으며 나의 놀이 취향도 굉장히 유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동화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 하나, 내가 보고 싶은 것 하나를 고른다던가,
장난감 놀이를 하자고 하면 만들기를 하자고 딴소리를 하거나 숨겨 놨던 내 장난감을 꺼내며 '몰래 빌려 주는 거니까 너만 갖고 놀아' 하며 주는 식이다. 그러니 '우리'를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들 나보고 "대단하시네요"라고 하는데 실상은 자기가 재미있지 않으면 어찌해도 놀아주지 않는 엄마와 함께 심심함을 버티고 있는 '우리'가 대단한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처음 같이 본 영화가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다.
웬만한 애니메이션 재밌는 건 거의다 봤고, 이제 슬슬 영화 한 편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학 때 사회학도라면 누구나 보고 듣고 감상평 한번 써 보았을 이 영화가 생각이 난 것이다. 작품성은 이미 100년 넘도록 검증되어 왔고 무엇보다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자막을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만화만 보던 아이들이 보기에 꽤 긴 흐름에 영화, 게다가 흑백 영화라는 장르가 꽤나 낯설었을 텐데도 끝까지 재밌게 봤다.
울림이도 처음엔 재미없을 거 같다고 투덜대더니 제일 집중해서 봤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책 나눔 행사를 했는데 어떻게 찾아냈는지 찰리 채플린 책을 가져왔다.(참고로 엄마를 위한 책으로는 공포의 축구단이라는 희한한 소설책을 찾아왔다)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하던 장면은 역시 공장 씬과 감옥 씬. 나 역시 찰리 채플린의 연출과 연기에 감탄하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유머뿐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 감상평-
울림 ★★★☆
처음에 안 보고 싶었던 이유
1. 흑백이어서
2.(주인공이) 할아버지여서
3. 잘 몰라서
4. 만화를 더 보고 싶어서
그런데 보고 나니까 재밌었다. 흑백이어서 진짜 사람 느낌이 아니라 만화랑 영화랑 중간쯤 느낌이 나서 좋았다. 공장에서 쪼이는 일 하다가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었던 장면이랑 공장 주인이랑 다투던 장면-주인은 계속 키고 주인공은 계속 끄고-이 기억에 남는다.
이음 ★★★★★
나는 처음부터 재밌을 것 같았다. 엄마가 골랐던 거는 다 재미있었어서 지금도(이것도) 재밌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단추 따는 거 코 따는 거랑 빨리빨리 하다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 그리고 감옥에서 나오라고 할 때 계속 있겠다고 했던 게 웃겼다.
감옥에 갔다 와서 찰리 채플린이 좋아하던 어떤 여자애를 만나서 기뻐서 손을 흔들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
웃겼어.(더 물어보자 엄마 뒤에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