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 둘쨋날. 여전히 우리집엔 주말 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 주었다. 고맙게도 여기까지 찾아와 주어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 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들을 그냥 또 흘려 보내고 있었다. 전에 쓴 손님 일기를 슬쩍 돌아 보니 4월에 쓰고 안 쓰고 있었구나. 으아으- 더 쌓이기만 하기 전에 남겨 두어야지 하고 다시 지난 사진 들추어 보며 그때의 기억을 남긴다:)



(한 달도 더 지난) 호지와 빌궁의 방문 / 6.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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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기념일 하루 전 날 우연의 일치로 우리 결혼식에 사회를 봐줬던 빌궁과 꼬박일기의 열혈 팬임과 동시에 그의 짝꿍인 호지가 우리집에 방문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보자보자 하고는 시간이 안 맞거나, 만나기로 한 날에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해서 만나지 못했더랬다. 그러곤 결혼 한지 딱 일년 만에 이렇게 만났네. 빌궁 왈, 자기는 이렇게 특별한 날 아니면 안 온다나 뭐라나. 크크. 암튼,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라도 만났으니 참말 좋았다. 손꼽아 기다렸던 손님들 중 한 무리(?). 





비록 마침 그날 남편 회사에 행사가 있어 좀 늦게 만나게 되어 오래오래오래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이 커플이랑 있으면 언제나 참 편하고 재미지다:) 갈수록 닮아 가는 유쾌한 호빌 커플. 둘이 개그 코드가 어쩜 그리 쿵떡쿵떡, 찰떡찰떡 잘 맞는지.ㅎㅎ 둘이 얘기 하는거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아주 빵빵 터진다. 


결혼식날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받은 이 커플에게 그동안 뭐 해준 것이 없어 미안했던 차에 이번 기회로 잘 대접해야 겠다 싶었다.(빌궁이 아주 직접적으로 대접해 달라는 청이 있었기도 했고ㅋㅋ) 그리하야 야심차게 안동찜닭을 준비. 내가 알고 있던 빌궁의 먹성을 상상하며 닭을 두 마리를 해야 하는가를 한참을 고민하다 그건 좀 오바다 싶어 한마리에 야체와 당면을 많이 넣어 나름 푸짐한 저녁 상을 차려 주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은 두 마리도 아닌 이 안동 찖닭을 다음날 아침까지 먹고다 남았다는 사실! 사실 처음 빌궁의 얼굴을 보고도 깜짝 놀랐었다. 다년간 내가 만나온 빌궁은 후덕한 얼굴과 임신 5개월을 능가하는 볼록한 뱃살의 소유자였는데... (위 사진을 올리며 다시 한 놀랐다. 뭔가 홀쭉해 보이는 것을 노리고 찍은 사진 같기도 하지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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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이 커플 아기도 얼마나 잘 보는지.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대신해 울림이랑 신나게 놀아 줬다. 호지야 옛날부터 아가들 이뻐 하는 거 알았지만 빌궁은 꼬맹이들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너무 귀여워 하고 신나게 놀아 주었다. 울림이 조금만 더 커서 젖 때고 나면 이 커플 한테 울림이 맞기고 놀러가도 될 듯ㅋㅋㅋ 

뭐지 이 신기하게 생긴 생명체... 만져도 될까...






삼촌~ 나 아주 쉑시하게 찍어줘염~



오, 맛있는 수박








대학 풍물패에서 만난 요 두사람. 같이 땀흘리며 전수가고, 티격태격 하며 집행부 하고(난 주로 도망다녔고ㅋㅋ), 빌궁이 상쇠하고 나는 상장구 하고(은근 자랑), 그 인연으로 결혼식까지 함께 했던. 소중하고 재밌는 추억들이 많은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었을 때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마시고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앞으로 결혼하고 아기 낳고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렇게 종종 만나 놀면 참 좋겠다. 사실 간밤에 이야기 나누며 빌궁이 빌궁이 대학원 떨어지고, 호지도 시험 떨어져서 완주로 오는 것을 은근 기대했더랬는데. 안타깝게도(?) 빌궁이 대학원에 붙는 바람에 무산됐다...ㅠㅠㅋㅋㅋ 이왕 이렇게 된거(?) 호지도 시험에 꼭 합격해서 둘이도 얼름 결혼해버렸으면 좋겠다ㅋㅋㅋ


암튼 울림이도, 우리 부부도 요 커플 덕에 알차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답니다. 호호. 그리고 선물로 준 아로마 향기가 솔솔 나는 그것과, 아직은 더워 못 쓰고 있지만 울림이 무릎보호대와 소곡주 까지. 아주 잘 쓰고 잘 먹었다고 전하고 싶다요. 히히. (참, 이 자리를 빌어 혜정언니 분유 보내 준 것도 고마와요!>,<)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또 만나요! 그때는 우리가 진짜 소곡주를 맛보게 해주지.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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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 낍, 승민 방문(2.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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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의 끝 무렵, 체중계를 사다주기 위해 전주로 돌아돌아 오느라 하루의 반 나절 걸려 도착한 탈 것들. 거기에 저녁 식단과 재료까지 착착 싸와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해 준다ㅠ,ㅠ 메뉴는 김밥! 호주에서 초밥집 일을 해본 수민이가 김발 없이도 후륵후륵 싸줬다. 그리하야 아주 두툼한 왕김밥 탄생! 넉넉한 모양 만큼이나 맛도 넉넉했던 김밥을 먹고, 당일(27일) 생일이었던 낍과 며칠 후 있는 내 생일 공동 축하 케잌을 불었다.


와우 이것이 바로 세상의 맛!



맛난 것들을 폭풍 흡입 하고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도 나누고. 이날 와 준 세 친구 모두 일년 이상 외국에 다녀왔더랬다. 수민이는 호주, 토끼풀은 캐나다, 승민이는 프랑스. 이제는 외국 여행을 넘어 한 번씩 살다 오는 세상이 왔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만큼 우리가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넓어졌구나 싶었다. 어쨌든 이렇게 각각 세로운 세상을 접한 친구들과 모여 있으니 나 역시도 더 넓은 세상과 접하게 된 기분이었다. 나도 언젠가 고 나라들 갈 날이 생기겠지 기대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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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승민이는 일이 있어 먼저 가고 토끼풀과 수민이는 남아 오후에 울림이 목욕도 같이 시키고, 처음으로 집앞 공원도 같이 갔다. 그리고 원래 전주로 갈 일정이었던 두사람은 오늘 뭐하지, 어떻게 하지, 언제 나가지를 말로만 열심히 고민 하다 결국 하루 더 자고 가게 되었다ㅎㅎ 물론 나도 옆에서 조금씩 부추긴 것도 있지만, 이 두사람 정말 대책 없이 느긋하다ㅋㅋㅋ 



그리하야 하루 더 있게 된 낍과 수미니는 또다시 나 대신 장을 바주고 저녁으로 완전 푸짐하고 맛난 크림파스타를 해주었다. 심지어 평소보다 좀 늦게 도착한 바람오빠 파스타까지 따로 만들어주었다. 그동안 내가 먹어 본 크림파스타 중 가장 많은 재료가 들어간 푸짐 파스타였다. 평소 크림 파스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바람 오빠도 자기가 먹어 본 것 중 가장 맛 있다며 감탄 감탄. 그러고보니 김밥도 파스타도 참 푸짐했던 것 같다. 아마도 푸짐한 것을 선호하는 수민이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ㅎㅎ 쨌든 이 두 여자가 부엌에 붙어 밥도 해주고 가스렌지도 반짝반짝 닦아 주고 하니 우리집에 부억 요정(????), 아니면 우렁각시 같은 것이 생긴 기분이었다. 흐흐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울림이를 재운 후 운동 겸 아이스크림도 먹고싶어 동네 한 바퀴 돌러 나갔다. 아이스크림 집 불이 켜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가는 길에 사가려 했는데 왠걸, 동내 한 바퀴 도는 사이 아이스크림 집이 문을 닫아 버렸다...ㅜ,ㅠ 알바생이 피곤 했는지 원래 시간 보다 일찍 닫아버린 아이스크림 집... 그때부터 우린 패닉 상태.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인가 어디서 먹을 것인 가를 한참 고민 하다 결국 귤을 사서 들어갔다. 아, 이 느긋하고 고민없는 여인들ㅋㅋㅋ 


수민이와 토끼풀은 어찌보면 대책없고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밑바탕엔 꼭 이것을 해야만 한다 보다 뭘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있어 참 편한 친구들이다. 남편은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며 있다간 손님은 처음 이라고 할 정도로ㅋㅋㅋ 나중엔 시험기간에 오면 참 좋겠다는 엉뚱이 두여자. 언제든 환영이라오! 담엔 내가 맛난거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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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졸업을 했다. 특히 임신, 결혼, 출산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마지막 학기를 겨우 마치고 마침내 이룬 졸업식. 연이은 장거리 외출로 신이난 엄마, 피곤한 아빠,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다니는 황울림. 세식구가 아침 11시 좀 넘어 겨우 집을 나섯다. 며칠 전 설에 서천에 갈 때도 짐 싸느라 거의 반나절을 고생하면서 다음부터는 반드시 그 전날 짐을 싸리라 다짐했던 것을 잊고는 당일 아침에 짐싸느라 늦을 뻔 했다. 다음엔 꼭 전날 짐 싸야지. 아니면 리스트를 좀 적어 두거나. 아무튼 아침으로 먹을 거 겨우 싸들고 늦지 않게 출발. 아기낳고 처음하는 상경이네:)


카시트 속에서 곤히 잠든 오리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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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해서 올라 갈 때 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슬슬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니 조금 떨리는 마음. 그래도 역시 결혼 전 아가씨 때(?) 학생으로 학교를 오는 것과 아줌마가 되어 졸업생으로 학교를 오는 것은 느낌이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뭔가 이젠 제 3자가 된 느낌. 거기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인사 하랴 졸업식 옷 빌리랴 사진 찍으랴 울림이 보랴 정신이 없어 학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흥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ㅜ,ㅠ


학교에 도착해 오며가며 친구들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진 몇 장 찍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로 감동 쓰나미. 너무나 귀여운 아기 신발(나 조차도 한 번 신어 보지 못한 뉴발란스로!), 내가 넘 좋아라 하는 롤 케잌, 방글라대시 아기 옷, 터키 가방, 수제 초콜릿, 액자, 슈, 가나 초콜릿, 심지어 학사복 대여까지... 오며가며 나를 잊지않고(?) 챙겨준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웠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그 고마운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해 미안하다. 대학 4년동안 울림이 다음으로 잘 건진(?) 내 소중한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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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먼길 와 준 소중한 우리 가족들과도 돌아가며 한 컷씩. 내후년 남편 졸업식에도 이렇게 다같이 모여 사진을 찍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울림이가 걱고 뛰고 말하겠다. 으- 생각만 해도 귀여워>,< (꽃은 지나가는 미란이에게 빌린 것을 강탈 빌려 와서 찍고 돌려주었음)


아, 누군가 내 삐침머리 좀 정리 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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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 진행 중에는 밖에서 사진찍으며 놀다가 본 행사가 끝나고 각 과 모임을 가질 때 즈음 강의실로 이동. 중간에 시어머니는 기차 타러 가시고 친정 식구들과 남편, 그리고 울림이를 안고 들어갔다. 울림이 덕분에 많은 친구들의 관심과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졸업장을 받고 소감을 나누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졸업식. 하지만 이번 졸업식에는 안식련, 학술대회, 개인사정 등등으로 오지 못한 교수님들이 너무 많아 무척이나 아쉬웠다다행인건 업사마의 얼굴은 잠시나마(인사만 하고 가셨기 때문에ㅜ,ㅠ)를 볼 수 있었던 것. 진업쌤이 강의실에 들어 오시자 마자 앞자리에 있던 나와 울림이를 보시고는 '요놈이 그 놈이야? 어디 얼굴 좀 한 번 보자' 하시며 환한 얼굴로 오시는데, 마음이 뭉클 했다. 


보고싶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선생님들과 동기들을 많이 보고 오지 못한 것이,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말들이 많았음에도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온 것이 너무 아쉽다. 거기에 생각보다 식이 오래 진행 돼 일찍 나오느라 와 있는 친구들 하고도 사진을 몇 장 못 찍어 더 아쉽고ㅜ,ㅠ 나중에 울림이가 좀 더 크면 학교에 꼭 다시 놀러가야지. 



4년간 쉬지 않고 달려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졸업을 했다. 이제 정말 아줌마가 되었네. 더 놀고 더 막나가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지만(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졸업 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난 어쩔 수 없는 모범생 체질인가 봄ㅜ,ㅠ) 앞으로 밀린 레포트 쓸 일은 없으니 홀가분하다.(특히 마지막 학기 레포트 폭탄 처리는 정말 힘들었다지...) 


내가 이 학교에 다니며 얻은 가장 큰 앎은 '이상은 꽤나 현실적이라는 것' 그리고 '함께 할수록 더욱 현실적이여 진다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준 것이 성공회대학교가 4년동안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앞으로도 그 소중한 인연의 끈과 내가 꿈꾸는 이상의 끈을 놓지 않으며 살아야지. 


조금 찌질했지만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나의 대학생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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