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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100일 잔치 다음날 아침. 언제나 처럼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 외할머니와 황울림. 외할머니는 아직 걷지 못하는 울림이의 다리가 되어 이사람 저사람에게 울림이를 옮겨 준다ㅎㅎ 덕분에 울림이의 상콤한 미소와 함께 온 가족 기상:)



그리고 식구들이 나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달콤한 낮잠에 빠진 울림이에게 요런 귀여운 장난을 치는 아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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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0일도 지났겠다 처음으로 울림이와 나를 포함한 온 가족 다같이 나들이를 했다. 나들이 코스는 전주에 전동성당을 시작으로 한옥마을, 남부시장 청년몰, 창포마을 대보름 행사까지. 신이나서 피곤한 줄 모르고 많이도 다녔다. 우리 효자 울림이는 고맙게도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엄마 아빠 오붓하게 데이트 하라고 전주 한옥마을을 다 둘러 보는 동안 곤히 잘도 자 주었다.(이모와 함께)


이모가 선물해준 새 옷 입고 차에서 곤히 잘도 자 준 기특한 우리 황울림:)

울림이가 이모와 함께 차에서 자는 사이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엄마 아빠는 한옥마을을 거닐며 간만에 데이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추억 돋는 제기차기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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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한바퀴 둘러 보고 점심도 먹을겸 남부시장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부모님들은 줄서서 먹는 조점례 피순대집으로, 우리는 청년몰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던 중 울림이 엉덩이에서 푸앙~! 시원하게 한탕 하신 황울림. 다행히 다른 손님들도 없고, 친절한 사장님들 덕분에 눈치보지 않고 편히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었다. 가방에서 천기저귀를 꺼내어 갈아주는데 사장님한테 '보통 외출 할 때는 일회용 쓰기도 하던데. 아가야 너는 좋은 엄마 만났구나~'하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히히. 그리고 똥기저귀를 담을 봉지는 가져 왔는데 똥 닦은 휴지를 담아갈 봉지는 미처 생각 하지 못했다. 특히 음식점 같은 곳에 갈 때는 꼭 챙겨야 할 듯.


각자 맛난 음식을 먹고 아기자기 이쁘게 꾸며 놓은 청년몰을 구경 한 후 다시 완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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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옆 동네 창포마을에서 대보름 행사가 있다하여 구경갔다.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 좀 고생했지만 임경수 선생님이 쏘신 소고기도 맛나게 먹고, 아무도 자리에 앉아 보지 않던 다드미 공연, 소고기 먹고 소리지르기 공연, 소리가 하나도 맞지 않는 풍물공연 등을 보면서 기대이상의 즐거움들을 얻고 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정겨운 시골 느낌에 기분이 좋아 졌다. 그동안 이곳에서도 불친절을 넘어 기분을 상하게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종종 만났기에 그 따뜻함이 나를 더 편안하게 해 준 것 같다.


아쉽게도 달집 태우기는 다음날 행사라 보지 못 했다ㅜ,ㅠ

할머니들의 정겨운 다듬이 소리:)

초 밀접 관람이 가능한 이곳. 아무도 의자에 앉아서 보지 않는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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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오래 있다 집으로 들어오니 노곤노곤. 마지막 술상을 펴고 둘러 앉아 술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졸려하는 울림이에게 할아버지가 노래를 불러 주셨다. 그랬더니 호오- 요놈봐라? 졸린눈을 비벼가며 울지 않고 할아버지의 노랫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고 또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온 가족이 그런 울림이를 보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ㅎㅎ




졸린눈 비비며 열심히 할아버지의 노래를 듣던 울림이가 잠들고, 그 다음 어머니들이 주무시고 언제나 처럼 아버지들은 부엌에서 2차를. 나와 남편이 만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부터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까지. 그때 그때 서로 다른 각자의 상황, 두 분이 처음 만나게 된 날 등등의 이야기를 하다 아버지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 할 때쯤 술상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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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언제나 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외할머니가 울림이의 발이 되어 울림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전날 늦게 잠든 터라 나는 다시 잠이 막 들고 있었다. 잠결에 울림이가 막 으깩 으객 하고 소리를 지르는 걸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그렇게 울림이 소리가 몇 번이고 나더니 갑자기 온 식구가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뒤집었다 뒤집었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놀라 뛰쳐 나가니 정말 울림이가 뒤집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울림이를 뒤집어 두니 다시 또 으객 으깩 꺅꺅 소리를 지르더니 홀라당~! 마지막 날 가족들에게 뒤집는 모습을 멋지게 선물한 기특한 우리 황울림XD 


요로코롬 낑낑 대다가


홀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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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의 2박 3일간의 만남이 또 이렇게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2월에는 설, 졸업식, 울림이 100일 잔치까지 몰려 있어 참 많이 만났다. 그러다 당분간 이렇게 자주 볼 일이 없어서 그런가, 이번엔 가족들이 떠나간 빈 자리가 더 휑하고 쓸쓸했다. 울적해 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삼례 터미널 옆에 있는 풍년제과에 데리고 가 줬다. 조각케익 두 조각과 초코파이 녹차 카스테라를 사와서 무한도전을 보면서 폭풍 흡입.



모쪼록, 즐겁고 행복했던 주말 보고 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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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울림이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우리 울림이 곁을 지켜주던 삼신할매가 떠나가는 날. 100일은 조촐히 가족들끼리만 모이기로 하고, 마침 금요일이라 온 가족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모일 수 있었다:) 그래도 평일 인지라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우리도 준비를 일찍 하지 못 했음에도(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 하기엔 무리가 있어) 하고싶은 것이 많아 늦게나마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잔치가 늦어졌다. 


먼저 도착한 시댁 식구들. 이런저런 작전 회의중!

열심히 100일기념 뒤집기를 시도하는 황울림!

100일상을 준비하는 동안 할아버지들의 이쁨을 듬뿍 받고 있는 우리 울림이:)


남편은 오자마자 해뜨리 오빠랑 지원이랑 뒷 배경으로 쓸 나무를 만들기 시작하고 어머니들과 나는 100일상을 준비했다. 어머니들이 준비 해 오신 나물 몇 가지들과 잡채, 떡, 한과에 보름맞이 부럼, 내가 만든 불고기와 과일 몇 가지. 그리고 낮에 사 둔 꽃 화분 몇 개와 아버님이 써주신 글씨를 함께 두니 너무너무 멋진 100일 상이 차려졌다. 작은 상에 오밀조밀 아담 하면서도 꽉찬, 내 맘에 쏙 드는 100일 상이었다:)


다 같이 나뭇잎 하나씩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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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100일 잔치에 들어가기 전에 남편과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 황울림 얼굴 그리기+롤링페이퍼 쓰기를 했다. 부모님들은 뭐 이런 것 까지 하느냐 하시면서도 열심히 편지와 그림을 그리신다. 내가 그림도 꼭 그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니 그래도 다들 그림 하나씩 그려 넣으셨다. 어떻게 그릴 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그린 부모님의 그림을 보고 다들 신나게 웃었다.


리허설 중이신 시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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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림이 취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겨우 시작한(준비만 하다 101일이 될 뻔 했음) 울림이의 100일 잔치가 시작됐다. 울림이가 잠들거나 기분이 안 좋아 지기 전에 재빨리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몇 시간만의 준비 끝에 드디어 사진을 찍었다!


울림이의 예쁜 표정을 찍기 위한 온 가족의 몸부림ㅎㅎㅎ

거의 처음 찍는 가족사진!:)

이건 정말 처음 찍는 온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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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 찍은 후에 시 아버님의 기타 소리에 맞춰 아버님이 직접 개사 해 오신 노래를 울림이를 위해 다 함께 불렀다.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울림이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울림이 뿐만 아니라 울림이를 안고 있던 나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뭉클 했다. 아주아주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 


100일 동안 나의 울림이 되어준 우리 황울림.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너무너 고맙다. 앞으로 삼신할매 없이도 건강 튼튼하게 잘 자라주길. 사랑해 울림아!:)


(배터리가 없어 요것 밖에 못 찍었지만 아쉬운 맘에 요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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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이박 삼일간 우리 집에서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무슨 인연인지 엄마랑 아버님이랑 생일이 양력 11월 20일로 똑같고 아버지랑 어머님이랑 양력으로 2월 12일 11일로 하루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어머님 아버님이 바람오빠를 낳으셨을 때의 나이와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낳았을 때의 나이가 같다. 이건 나와 바람오빠 뿐만이 아니라 양가 사돈 끼리도 이어 질 수 밖에 없던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엄마와 아버님 생신을 따져보니 딱 1월 1일이다. 엄마와 아버님 생신+망년회+신년회+집들이까지 이건 도대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인 것이다! 게다가 오빠와 내가 결혼하고, 또 이곳에 이사 와서 맞는 첫 생일이 새해라니. 아, 정말 우리는 엄청나게 두껍고 튼튼한 끈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당연한 마음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두 분의 생일을 전 후로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만나고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주말동안 우리집은 비상. 이것 저것 정리하고 고치느라 분주했다.(거기에 요리 대장정까지 했으니...ㅋ) 그래도 오랜만에 또 다들 한 자리에 모여 맛난 것도 먹고 서로 얼굴 마주고 있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꼬박이도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온다는 걸 알았는지 잘 때만 가끔 볼 수 있는 웃음을 연타로 날려준다ㅜ.ㅠ(감동) 꼬박아 이제 엄마 보고도 웃어줘! 




방과 부엌 마루가 모두 붙어 있던 조그만 자취방 신혼집을 떠나 방과 마루와 거실이 있는 새로운 집, 거기에 아기까지 있으니 이제 부모님께 '우리 이제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살거예요'하고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였다. 특히 우리집에서 요리 할 때마다 이것도 좀 사고 저것도 좀 사라며 안타까워 하던 엄마한테 이제 이런거 저런거 다 있다!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족한 냄비, 후라이팬, 주방 도구나 그릇 등등 얼른 다 장만해 놓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만 보다보니 어떤걸 사야 할 지 잘 모르겠고 집 정리하고 아가 보느라 대부분 사지 못했다. 엄마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바리바리 싸온 짱아찌 고구마 매실 쌀 등등을 풀어 놓으면서 그릇도 그대로, 주방용품도 그대로, 게다가 하나 있던 냄비는 뚜껑에 손잡이 까지 없어진걸 보고는 기가찬 듯 웃는다. 그러면서 하는말. "너는 무슨 블로그에 후라이팬 사진 올리고 해서 다 사놓은 줄 알았더니 그 후라이팬 하나만 산거였어?" 나도 왠지 멋적어 예쁜거 사려고 고르는 중이라고 둘러 댔다. 그러고는 엄마도 이제 포기 했다는 표정으론 있는 그릇 없는 그릇 꺼내어 음식을 담아준다. 냉장고 부엌 배란다까지 꽉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은 시부모님 등장. 싱싱한 해산물들과 냄비 후라이팬까지 한 짐 가져오셨다. 주방엔 음식으로 가득차고 마루엔 사람들로 가득차고. 아, 신난다.


모두 모이자 마자 아버지들은 술을 어머니들은 술상을




모두 모여 이야기를




2차는 부엌에서



아버지들의 훈훈한 미소와 주름^_^




마무리는 울 꼬박이! (초점은 안 맞았지만 사진이 이거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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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은 계란 입힌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와 아기는 집에 있고 오빠가 부모님을 모시고 CB센터 옆에 있는 채식식당 아하라에 다녀왔다. 그 사이 나는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꼬박이 관찰. 아직 누군가를 보고 웃어주고 하진 않지만 표정이 날로 좋아지는 것 같다. 눈도 똘망 똘망 해지고. 맨날 인상만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표정이 좀 밝아 진 느낌?(물론 아직도 인상을 많이 쓰지만ㅋ) 아, 뉘집 자식인지 똘망똘망 잘도 생겼다!






가족들이 다시 돌아와서 꼬박이가 잠깐 잠들랑 말랑 하는 사이 여자들끼리 로컬푸드 매장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오실 때만 누릴 수 있는 용진농협 쇼핑! 지난번 대선 날 어머님 아버님이랑 나온 이후 처음이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오빠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꼬박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울고 있으니 얼른 오라고. 아이고 이녀석이 깨버렸구나. 눈이 많이 와 빨리 가지도 못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내리자 마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는데 계단에서 부터 아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들어가자 마자 아기가 새빨간 얼굴로 울고 오빠는 기진맥진. 보자마자 꼬박아 엄마 왔어, 엄마 왔어, 엄마 없어서 울었어? 배고파? 미안해 꼬박아. 하고 꼬옥 몇 번 안아주고는 젖을 물렸다. 아가도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먹는다. 이제야 다시 평화를 찾은 집. 꼬박이 할아버지께서 우리가 오기 전 30가량 동안 숨 쉴 때 빼고는 울었다고, 간만에 아기 있는 집 같았다 하신다. 이렇게 한바탕 엄마랑 떨어져 호되게 울고 나서 인지 엄마 말고 다른 사람 한테는 잘 안 안겨 있으려 했다. 





꼬박이 너무해. 힝. 이모 삐짐-3-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한테 안길 땐 울다가도 엄마한테 안기면 울음을 뚝 그친다. 그동안은 내가 안아줘도 젖을 물려야 그치곤 했는데 이렇게 나한테 오자마자 뚝 그치니 내가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뿌듯하면서도 벌써 팔이 아픈 느낌과 빨리 아기띠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ㅋㅋ)


저녁을 먹기 전 다시 어머니들은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아버지들은 스크린과 빔을 달기위해 마루로 모였다. 이렇게 모여 서로 일 하는 건 처음 인데도 다들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지 척하면 척이다. 







어때요? 너무 단가? 간장을 더 넣을까요?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간장을 좀 넣을까요? 그래요 넣읍시다 넣읍시다.





자, 어제는 예비 모임이였고 오늘이 진짜다! 생일+새해+가족모임! 짝짝짝~ 저녁 즈음 도착한 도련님까지 합세해 이제 정말 양 가가 모두 모였구나. 어머니들이 한 상 푸지게 차려 준 밥을 먹고 케잌도 꺼내 촛불도 불고 새해 기념 참교육 윳놀이도 했다.(참교육 윳놀이는 일반 윳놀이와 달리 '참'과 '교총'이 있는데 '참'이 나오면 하나가 무조건 나는거고 '교총'이 나오면 제일 앞에 가던 녀석을 빼는 거다. 그리고 이 두녀석이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부부 대항, 형제대항, 부자 부녀 대항 되는대로 붙었다. 설거지 내기도 하고 아기방 청소 내기도 했는데 다음날 다들 그냥 가버렸다능...T^T 



일 년만 더 차이 났으면 같은 운명을 하셨을 두분! 생신 축하드려용~!






자, 이제 그럼 윷놀이 한 번 해볼까? 요렇게도 던져보고 조렇게도 던져보고~!






이박 삼일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눈 폭탄이 쏟아져서 다같이 밥도 못 먹고 헤어졌다. 부랴부랴 짐싸고 두고 간 것 없나 확인하고(그럼에도 불구 두고갔지만.-엄마 옷이랑 지원이 칫솔. 아마 두사람은 이 글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꼬박이 주변에 모여 인사도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시끌벅적 했던 집안이 금세 조용해졌다. 다시 세 식구 남아서 청소하고 밥먹고 꼬박이 재우고 고구마에 차 한잔 하고 이렇게 글 쓰고 나니 벌써 하루가 지난다.


부모님들이 집으로 돌아가시니 괜시리 또 후회스러운 일들이 생각난다. 아, 그때 왜그랬지, 왜 이런말을 했을까, 그땐 이렇게 할껄, 저땐 저렇게 할껄 하고. 특히 엄마한테는 왜 작은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건지. 고마운 마음을 더 표현 하지는 못할 망정 되려 내가 엄마한테 잔소리하고 눈치 준건 아닌지 미안하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엄마를 걱정 하기 보다 그 감기가 꼬박이에게 옮길 것을 더 걱정 하는 나를 보면서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엄마 미안ㅜ,ㅜ 그래도 감기는 안돼ㅋ) 왜 엄마한테는 맨날 똑같이 후회 할 만한 일들을 반복하게 되는걸까. 법륜스님이 '내가 잘났다'하는 심성이 내면 깊이 깔려 있어 가족들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했는데. 나도 그런가보다. 다음엔 정말 고마운 마음을 더 많이 보여줘야지! 


이박 삼일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가족이란 뭘까, 자식이란 뭘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우리는 나중에 꼬박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꼬박이는 나중에 어떤 우리에게 자식이 되어 있을까. 우리도 아들의 아들을 보러 4시간 넘게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와서 30분 보고 다시 가는, 딸의 산후 조리를 위해 새벽일 하면서 밥 해먹이고 아기 똥기저귀 빨아주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다시금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이런 부모님을 만난 우리도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난 꼬박이도 참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알차고 즐거운 마음으로 신년을 시작한다. 올 한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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