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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밤에는 늘 잘 자는 효자이지만 낮에는 10분도 누워 있지 않으려는 우리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꼬박이가 푹 잘 때는 꼭 저렇게 팔을 높이 들고 잔다. 언젠가 꼬박이 이름을 지어 주려고 우리말 사전을 보면서 아가들이 저렇게 양손 높이 들고 자는 걸 우리말로 '나비잠'이라고 하더라. 잠을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깨는 것을 '노루잠'이라고 하고. 잠에도 이름을 붙여 준 말들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더랬지.
오늘은 어제에 비해 정말 무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깐이지만 혼자 놀기도 하고 이렇게 잠까지 자주니! 아기가 이렇게 안 자던 시간에 자주는 시간은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아기가 잠깐이라도 잘 때면 뭘 해야 할 지 마음만 분주하다. 부족한 잠도 보충 해야 할 것 같고, 못 다한 집안 일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못 다한 인터넷 서핑도 해야 할 것 같고 등등. 지금은 이 꿀 같은 시간을 만끽 하기 위해 시끄러운 집안일은 잠시 쉬고 밥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라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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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꼬박이.
우는거 아님 소리 지는거임 으갹!
엄마, 나 이렇게 가만히만 있으면 좋겠죠?
꼬박이가 요즘 목을 가누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내 가슴팍에 폭 안겨주면 흐느적 거리면서 가누기 힘든 머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겠다고 머리를 위로 획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 가슴으로 폭 떨어지고 또 획 들었다가 흐느적 흐느적 좌우로 흔들어 보기도 하다가 다시 쓰러지고를 반복한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눈을 높이 올려다 보기도 한다.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얼마나 보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눈 앞에서 사물을 이리저리 옮기면 조금씩 따라 움직인다. 얼른 모빌을 달아 줘야 할 텐데...
딸꾹질을 이제 제법 사람(?)처럼 한다. 아주아주 신생아 였을 때는 지금보다 딸꾹질을 더 자주 했는데(지금은 하루 이틀에 한 번, 신생아 때는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 씩은 한 것 같다) 그때는 아이들이 신는 뾱뾱이 신발에서 나는 듯한 소리가 났었다. 삐꼭! 삐꼭! 하고. 그리고 딸꾹질이 잘 멈추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몇 번 그러면 멈추기도 한다. 정 안 멈출 때는 젖을 주면 멈춘다. 처음에는 아기가 딸꾹질 할 때마다 당황해서 젖을 주곤 했는데 그러면 딸꾹질을 멈출 때 까지만 먹는게 아니라 계속 먹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멈출 때 까지 기다리다 주는게 좋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뱃속에서도 딸꾹질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 오빠가 뱃속에 있는 꼬박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뭔가 정기적으로 느껴지는 태동이 이상해서 얘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혹시 발작은 하는건 아닌지 걱정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게 딸꾹질 하는 거라는 걸 알고는 얼마나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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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못 시킨 목욕을 시켜줬다. 겨울에는 건조해 매일 목욕 시키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삐뽀삐뽀 119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씻기고 있다. 오늘 생각 보다 일찍 잠들어 내일 씻겨야 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일어나 찡찡대길래 바로 씻겨줬다. 배를 좀 채워 주고 씻겨서인지 오늘은 별로 울지 않고 잘 씻어 주었다. 오빠랑 둘이 처음으로 아가를 씻겨 줄 때는 오빠도 나도 우왕좌왕 어찌 할 줄 몰라 구석구석 재대로 씻겨 주지도 못하고 꼬박이도 엄청 울어 재꼈더랬다. 게다가 목욕->젖->잠 의 코스를 밟게 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배고파서 우는 아기를 갑자기 씻기고 했으니 아기가 울만도 했지. 그러니 목욕하는 아가도 목욕시켜 주는 엄마 아빠도 기진맥진 할 수 밖에. 그래서 앞으로는 아기가 기분 좋을 때 해서 목욕이 즐거운 일 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오늘도 목욕을 시키기 전에 젖도 주고 둥기둥기 안아도 주고 기분 좋게 마주보고 이야기도 해준 후에 씻겼더니 그동안 씻겼던 날 중 가장 안 울고 잘 해줬다. 아직 익숙치 않은 일이기에 종종 울기도 하지만 확실히 덜 운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머리를 감기는데 꼬박이를 안고 있던 내 몸과 다리에 고맙게도 따땃한 오줌을 싸주었다ㅋ 처음 똥귀저기를 갈아 줄 땐 내 가슴에 똥 폭탄을 투척 해 주더니. 여러모로 엄마에게 다양항 것들을 선사 해 주는 우리 아들>,<
아무쪼록 아가 목욕 시키는 순서는 이러하다!
1. 옷을 벗기기 전 얼굴과 머리를 씻겨준다. (곤히 잠들어 잠시 하눈 판 사이 얼굴에 스크레치를ㅜㅠ)
2. 머리를 수건으로 잘 닦아준 후 옷 벗고 물 속으로 풍덩~
3. 물에서 나온 후 재빨리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옷 입히기. (아가 몸이 금세 차가워지기 때문에 재빠르게 움직여야함)
목욕을 하면서 꼬박이가 덜 울게 된 걸 보면 오빠도 나도 초짜 엄마 아빠에서 한결 여유로워 진 엄마 아빠로 한 단
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꼬박아 다음엔 더 즐겁고 신나게 목욕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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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니 하루종일 꼬박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더 집중하여 관찰하고 기억하려 애쓰게 된다. 이렇게 오늘 하루 꼬박이랑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꼬박이가 이렇게 또 커가는구나 하고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느라 요 며칠 맨날 늦게 자고 있지만 그덕에 또 오빠랑 단둘이 시시 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해 먹으면서 그동안 못 가졌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에 눈 뜨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이 행복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라는 법륜스님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