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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잠들기 전 간식 타임. 일요일 병(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에 급격히 피곤하고 우울해 지는 증상)에 걸린 우리 부부는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 여유가 없는 삶,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 등등의 우울한 이야기를 하며 아주 우울하게 잠들었더랬다.
그렇게 우울하게 잠들고 새벽에 울림이 수유를 하면서 문득 남편에게 힐링 도시락을 싸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3주 전 부터 남편의 도시락을 싸주고 있는데 매번 변변한 도시락 통도 없이 반찬도 아침에 후딱 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만 해준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마침 언제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만 하던 (게다가 일요일에 해 먹을 뻔 했기에 해동까지 되어 있던)한살림 우리보리살림돼지가 냉장고에 뙇! 하고 있어주시니 이것으로 힐링 도시락에 메인 메뉴 '힐링 동파육'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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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상태인가 아닌가에 따라 메뉴 선택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지만 또 어떻게 알았는지 울림이가 새벽 댓바람 부터 일어나 쫑알거려 주시는 덕분에 과감히 기상! 힐링 동파육 만들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짝짝짝!:)
1) 우선 돼지고기의 핏물을 빼주고
2) 그 사이 양념장 만들기. 간장과 물엿과 꿀은 적당히 섞어서(꿀로만 해주면 더 좋겠지만 그러기엔 감당하기 힘든 고가 음식이 되기에) 1:2의 비율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매실 한 스푼 정도, 물 1/3 그릇 정도 섞으면 소스 완성!
3) 적당히 핏물을 제거한 돼지고기와 마늘, 생강, 후추, 거기에 마침 냉장고에 들어 있던 대추를 적당히 내맘대로 넣고
4) 중약불 정도에 끓인다.
5) 고기가 양념에 바글바글 끓고 있을 때 생양파를 양팟양팟 썰고
6) 청경채 대신 현제 우리집에 풍년인 시금치를 아주 살짝(30초 정도) 대쳐 놓는다.
7) 열심히 끓고 있는 돼지고기 한 번 뒤집어 주고 고기에 간이 잘 배이고 소스도 적당히 졸았다 싶으면
8) 물과 전분을 1:1로 섞은 전분 물 투척
9) 좀 더 바글바글 끓여 주다 거내어 자른 후
10) 미리 준비 해 둔 양파와 시금치를 셋팅하만 하면!! 힐링 동파육 완!성!
오, 생각보다 먹음직 먹음직 달콤 짭쪼롬한 냄새가 좋아 한 입 먹어보니 오마이 갓! 이것이야 말로 신세계! 워낙 간장 단맛을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와우 정말 맛난다. 짭쪼롬한 돼지고기에 아무 간도 안한 시금치를 함께 먹으니 더 맛난다. 오오오. 앞으로도 종종 해먹어야 겠군! (근데 양념을 좀 적게 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엔 간이 넘 짜거나 하진 않는데 고기에 비해 양념이 좀 많았음)
한살림 우리보리살림돼지도 처음 먹어 봤는데 삶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생협 고기치고는 부드러운 축에 속하는 것 같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생협 고기는 절대 사지 말라고 맛도 없고 질겨서 못 먹겠다 그랬는데 이번엔 그런말 없이 잘 먹은 것을 보면 정말 괜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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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이 냄비 속에서 완성되어가고 있는 사이 심지어 국 까지 끓였다. 쉽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기에 가장 많이 끓여 먹는 우리의 된장찌개! 나는 된장국 만큼은 단백한 것이 좋아 이것저것 넣지 않고 간단히 끓이는 편이다.
1) 쌀뜬물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낸다.
2) 된장과 마늘을 넣고
3) 두부 두척
4) (된장찌개의 꽃)청량고추 반개
5) 버섯이나 시금치 등등 그날 냉장고 상황에 따라 넣으면 깔끔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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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편이 아침마다 먹는 (우리는 계란 촵촵빵이라 부르는)프렌치토스트 까지! 그래도 매일 아침 밥이 아닌 빵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같은 대장정이 있는 날은 더욱 실감했다.
1) 계란 1개와 약간의 우유를 쉐킷쉐킷
2) 미리 달궈둔 스뎅이 위에 기름을 두른 후 굽는다. (두 개 반 해달라는 까다로운 우리 남편님)
3) 지역에서 만든 상구아저씨 딸기 쨈을 바른 후
4) 먹기 좋게 잘라
5) 통에 넣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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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야 완성된 힐링 도시락 셋트! 이 도시락의 제목은 우리 존재 파이팅 이라고나 할까ㅋㅋㅋ
역시 무슨 일이든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고나. 완성된 요녀석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뿌듯:) 남편도 오늘 도시락 완전 최고라고 칭찬 해줬다. 흐흐. 이제야 비로소 신혼집 새댁이 된 느낌. 그러나 신혼집 새댁 코스프레는 중노동을 요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하는 걸로. 내일부턴 다시 간단, 간편 도시락으로 돌입. 그보다 여보, 우리 이제 제대로 된 도시락통 좀 사자 쫌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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