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여행 와 3일 째 되던 날 한 번 쓰고
이제 완주로 떠나기 3일 전 날 한 번 쓰게 되었네.
이 글도 오늘 쓸 수 있을런지...
내 자식이지만 내 맘대로 되는 거 하나도 없다고(나만 봐도 알 수 있음)
(우리 계획에 의하면)자야 할 때 안 자고 자지 말아야 할 때 자고 하는 바람에 조용히 앉아 글 쓸 기회가 좀처럼 생길 수 없었네.
예컨대, (우리가 제주 와서 최악의 날이라 뽑은)어제는 애들 딱 자는 나이스 타이밍에 카페를 찾아 왔건만 가는 곳 마다 만석.
결국 카페만 찾으며 좀비처럼 떠돌아 다니다 컴백ㅋ
오늘은 밥 먹으러 갈 때는 무지 졸려 하는걸 겨우겨우 안 재우고 다녀 왔더니 되려 카페 갈 때는 말똥말똥 해 져서 결국 재우기 실패.
카페에서 애들 자는 동안 글이나 쓰면서 작업 좀 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지고
카페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 되려 감자네 놀러 가는 길에 모두 꿀잠 모드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감자네가 잠시 집을 비우게 되어 우리가 그 집을 점령(?)하였고, 두 형제는 감자 방에 눕히고 우리는 마루에 나와 여유로이 작업 중.
이게 갑자기 왠 평화냐. 역시 평화는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우리 바로 옆에 있는 것이구나.
무슨 일이건 지금 이 순간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길 바라기 보다
주어진 이 순간을 내가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평화와 행복이 함께 한다는 깨닳음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다시금 느낀다.
우리는 지금 제주의 서쪽, 한림읍에 (선자이모 덕분에 아주 좋은 숙소를 얻어)둥지를 틀어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다.
우리의 처음 계획에 의하면 원래 오늘 우리는 완주에 있어야 한다.
마음 따라 배도 떠났는지 오늘 우리가 타고 가려고 했던 배가 모두 매진되어 토요일에 가게 되었다.
바로 떠나기 아쉽기도 했고, 이제 언제 또 이렇게 시간 많은 백수로 살아 갈 날이 있겠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토요일에 가기로.
결국 어제 글 마무리를 못하고 아이들이 깨어났고, 숙소로 돌아가서 다시 뻗었다.
지금은 다시 오후, 숙소를 한번 싹 정리하고 나오니 1시. 애들이 잘 시간이라 협재 해변 근처 카페 '그 곶'에 왔다.
이제 곧 바다로 가 한바탕 뛰어 논 뒤, 감자네와의 만찬을 끝으로 우리의 길었던 제주 여행을 마무리 하려 한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우리가 사는 완주, 우리의 현실로 돌아간다.
조금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다시 기대가 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