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부터 울림이가 한 두시간씩 낮잠을 자준다. 오늘 아침에도 열심히 찡찡 대길래 아기띠에 안아 주니 끙끙끙 낑낑낑 대다가 잠들어 눕혔다. 아고, 누워서 자는 버릇을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안아 재워 버릇 한 것은 아닌가 요즘 조금 후회가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아주 오래 안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가 걱정되서 인가.
순간의 편리함을 쫓다 보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중 수유도, 잠자는 습관도 내가 순간의 편리함을 쫓기 보다는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와 내가 서로 좋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도 우리 울림이는 크게 힘들게 하거나 힘들어 하는 것 없으니 더 욕심내지 말아야지.
울림아 손가락 맛있니?
2
울림이는 이제 스스로 온 몸을 다 움직인다. 그래서 인지 몸도 더 유연해 지는 것 같고. 요건 요즘 울림이가 즐겨 하는 아크로바틱 활 자세.
어때요, 나 유연하죠?
손가락은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쥐yo!
황울림, 결투를 신청한다!
엄마 ko! 땡땡땡땡~
3
요즘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일은 머리카락을 줍는 일이다. 울림이도 울림이지만 요 며칠 내 머리카락도 엄청나게 빠지고 있다. 처음 울림이를 낳고 나서는 안빠지다가 4개월 쯤 지나니 빠지네. 나는 그동안 안 빠지는 내 머리카락을 보며 '역시 젊은게 좋다. 아기는 젊을때 낳아야 하는구나' 등등 나의 젊음을 운운하며 의기양양 했는데 요즘 머리 감으면 머리카락이 한 봉다리는 빠지는 것 같다. 시어머니도 애 낳고 몇 개월 후부터 빠졌던 것 같다시면서 6개월 정도 까지는 그랬다 하신다. 털갈이 한다고 생각해야지 뭐. 아무튼 그래서 요즘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머리카락을 줍는다. 더구나 울림이가 이불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니면서 이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들을 흡입하여 주시니 더욱 부지런하고 재빠르게 발굴(?)해야 한다.
4
울림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눈앞에 있는 것을 집는 것. 이제 무의식 중에 팔을 휘두르다 실수로(?) 잡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시선이 가는데로 팔을 뻗고 눈 앞에 있는 물건을 잡는다! 엎드려 인형도 잡아 당기고 엄마 머리카락, 아빠 멱살... 등등 열심히 잡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ㅎㅎㅎ
아빠, 그러니까 나한테 잘하라고
5
옹알이가 길어졌다. 옹알이 하는 것도 이전엔 꺅꺅 소리지르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옹알옹알 뭐라고 말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쩔 땐 흥얼흥얼 노래를 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특히 아침에 어찌나 떠드는지, 요즘은 엄마도 아빠도 알람소리 대신 울림이 소리에 깬다. 쫑알쫑알 흥얼흥얼 어찌나 큰 소리로 떠드는지. 며칠 전에는 옆에 널려있는 빨래들과 심오한 대화를 나누더랬다. 아침엔 기분이 좋아 그런지 엄마 아빠가 모른척 자고 있어도 혼자서 삼십분? 한시간? 씩이나 혼자 떠들며 논다. 그러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서 말시키고 웃어주면 따라 웃고. 이제 엄마 아빠 얼굴을 아는지 잘 보고 잘 웃고 그런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아직 심하지는 않지만)조금씩 낯을 가리는 울림이를 발견했다. 갑자기 못 보던 사람들이 많아지거나, 엄마 아빠 없이 낯선 사람들과 같이 있거나 하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럴 때 일수록 엄마나 아빠가 곁에 없는 것을 더 무서워 하는 듯. 갑자기 나는 큰 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이제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고 하니 주변에 있는 것들이 더 새롭고 놀랍고, 또 무섭기도 하겠지.
6
남편이 우려하던 일이 생겨 버렸다. 그것은 바로 울림이가 아빠 하고도 꽤 오랜 시간 잘 있게 된 것. 아빠랑 마주보며 웃고 떠들면서 놀기도 잘 하고, 울림이가 졸리거나 누워 있기 싫어 찡찡 댈 때도 아빠가 안아 주거나 그걸로도 안되면 안되면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주면 잠잠해 진다. 심지어 웃는다! 이제 아빠 품에 잠들기도 하니 아빠가 도망 갈 곳이 없어 진거다. 하지만 울림이랑 친해진 아빠도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울림이 밥 먹이기. 그래서 요즘 우리 남편이 울림이랑 있으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울림이 배고픈가봐'이다. 젖 먹은거 방금 봐 놓고도 울림이가 배고픈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양심적인 우리남편^*^
아빠, 나 잠들어도 내려놓지 않기로 약속해요. 알았죠?
멱살잡힌 아빠의 소심한 복수
아빠 뭐임? 병주고 약주는 거임?
요건 오늘 저녁 남편이 울림이 기저귀 갈아주다 찡찡 대서 다급한 맘에 기저귀도 다 채우지 않고 안아줘 버린 아빠와 아들의 모습ㅋㅋㅋ 이럴 때 보면 아직 초보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