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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꼬박이의 변화!


- 꼬박이의 놀이감이 생겼다. 흑백 모빌과 외할머니가 가져온 '초점'이라는 흑백 그림책. 이제 사물을 따라 눈을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랫 동안은 아니어도 꼬박이가 이것들을 보면서 혼자 노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 엄마가 저 책을 가져 왔을 때는 이제 좀 보이려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꺅꺅 거리면서 좋아해서 놀랐다. 그래서 냉큼 흑백 모빌도 달아 줬다. 근데 이건 하늘에 있어 익숙치 않아 그런지 오래 잘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여기서 나는 싸구려 오르골 소리에 흥미를 가지는 듯.




뭐야 너넨



오, 괜찮은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밖에 없는 책을 누구보다 심각하고 재미나게 본다.




- 오전엔 좀 얌전한 편이다. 저렇게 혼자 놀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는 같이 낮잠도 조금씩 잤다. 저녁때는 점점 잠이 와서 그런지 오전 오후 보다 좀 더 보채고 젖도 많이 먹는다. 그래도 시간되면 자니 괜찮다!


- 이제 안아 줄 때 거의 세워서 어깨에 기대게 안아준다. 가로로 눕혀서 안아주면 젖 주는 줄 알고 입을 쩍쩍 벌리고 보채기 때문. 그리고 세워서 안아주면 아기가 못했던 트림을 해서 좋다. 내 팔은 점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T,T






- 꼬박이가 종종 일시정지하고 있을 때가 있다. 재채기 후 / 졸려서 잠들기 전 / 이야기를 들을 때 / 젖 먹은 직후 / 그냥 등등.


- 침이 많아 지다 못해 이제 넘친다. 안아주면 어깨가 흥건히 젖을 때도 있고 혼자 누워 있다 침이 옆으로 지익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가끔은 꼴깍 꼴깍 꼴깍 하고 입맛을 다시는 듯 좀 버거워 보이게 침을 삼킬때가 있는데, 내 추측으로는 아기가 침은 많아졌는데 아직 삼키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그런거 아닌가 싶다.  


- 하품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하암-하고 하품을 한뒤 커어-하고 마무리.


- 이제 울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 져서 왠지 더 슬퍼 보임T,T




엄마, 이제 나 울리지마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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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어긋난 냉장고 문을 고치러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처음에 나랑 아기만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오신다니 조금 겁이 났다. 오늘 온 아저씨는 밝고 선해 보이는 시골 아저씨였다. 위로 솟은 뻗침머리에 얼굴도 길쭉 몸도 길쭉 춥다시며 몸을 더 길쭉하게 옹크리며 들어오셨다. 이리저리 보시고는 아주 사소하고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시더랬다. 예컨대 수평은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하이킹 할 때 이야기까지 꺼내며 하시던.

추워 보이셔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타 드리는 사이 꼬박이가 방에서 응애-하니 아저씨가 바로 "갓난 애기 있나 보네요?" 하신다. 어떻게 아시냐 하니 자기도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고. 그리고 위에 셋이나 더 있다신다. 그러면서 시작된 사는 이야기. 기계 고치러 오셔서 기계 이야기는 10분도 안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나 우리집에 있는 카메라, 기타, 스크린 등등에 관심을 보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만 30분 정도 하시다 간 것 같다.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 몇 가지. 아저씨랑 한 얘기의 대부분이 육아 관련 이야기였다. 자기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많은 건 좋은데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말을 연신 하셨다. 학원비만 70에서 80정도 드는 게 현실이라고.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것 없다시면서 유치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초등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중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얼마 전 한 친구가 아기 낳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을 받고도 든 생각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도 아이를 어떻게 낳을 거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았다. 처음엔 병원에 갔는데 여기선 오라고 하는 날도 너무 많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것들을 꼭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사람들을 기계 대하듯 하는 임산부를 환자 취급하는 병원 시스템이 싫어 조산원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검사들만 받았고 일반 병원을 다녔을 때 보다 돈은 적게 들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이도 건강하며, 나는 지금껏 내가 택했던 수많은 선택 중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 한 것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아이를 위해 우리아이 주변에 많은 인적자원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 예컨대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거나 수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십 만원 내며 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기타를 잘치는 이모나 수학을 잘하는 삼촌에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넓은 네트워킹은 현실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도 느낀 건데, 주변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들 주셔서 사지 않아도 된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킹이 미리 준비 되어 서로 돌려가며 쓰게 된다면 여러모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끝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요즘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예방접종에 대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하나도 안 맞히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다. 그런데 오늘 아저씨가 스치듯 결정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가셨다. 자기 아이는 수두 예방접종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두에 걸렸다는 것! 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


오늘 만난 냉장고 아저씨는 뭔가 말 하는 걸 무지 좋아 하는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 날씨도 춥고 나도 집에 흥미로운 것들도 많아 보이고 나도 아저씨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오빠의 전화 이미지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저씨가 이 일을 하면서 전화로도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전화 목소리만 듣고 '아, 이집은 가기 싫다'하는 곳이 있다셨는데 오빠 전화는 좋았나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아무튼 마침 꼬박이도 내 품에서 자고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재밌는 경험이었다. 아저씨가 얘기하는 내내 꼬박이를 안고 있어서(아저씨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팔은 아팠지만. 결국 냉장고 문 틀어짐은 완벽히 고쳐지지 않았지만ㅎㅎㅎ 문득 아기랑 둘이 있다 외롭고 쓸쓸한 맘에 이상한 종교 집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엄마와, 이상한 주방 세재를 파는 사람에게 홀려 주방세재만 30만원어치를 샀다던 토란이 어머니(조산원에서 만난)가 생각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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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박이 목욕 시키고 처음으로 내복을 입혀봤다. 아기가 크면서 배넷 저고리를 입히면 다리가 다 나오고, 또 한 두번 안아주고 나면 옷이 배 위로 마구 올라간다. 속싸개로 대충 싸줘도 하도 발차기를 해서 다 거더차고. 때문에 빨리 바지를 입히고 싶어서 딱봐도 커보이지만 입혀봤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작은 사이즈(75)를 입혔는데도 마치 아빠 옷 입은 어린아이 같았다. 입히고나서 빵터져서 엄청 웃었다는ㅋㅋㅋ 근데 막상 입혀놓고 보니 목있는데나 팔이 은근 맞는다. 꼬박아 많이 먹고 얼른 커서 이쁜 내복 많이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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