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호 사건으로 제주 여행이 취소되고, 티비 프로그램들도 다 결방,

거기에 그제 밤 부터 울림이가 열이 오르면서 열+콧물+기침을 동반한 감기가 걸리면서 목공수업도 못 가게 되고

책 모임도 못 가게 되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니 아주 오랜만에 잉여 시간이 좀 생기네.

물론 이것도 잠시 울림이가 낮잠에서 깨어나면

아픈 울림이 보필(아프니 엄마 껌딱지가 되어 다른 일을 잘 못하겠다ㅠ)해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하니 다시 분주 해 지겠지만.

할 거 없는 시간이 생기니 블로그가 생각나네:)ㅋㅋㅋ


그동안 울림이 사진을 너무 안 올려서 어디서 부터 올려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간 생기는 틈틈이 올려야지.


어느 날 그냥, 모자 써 본날.









에구 요요요 개구진 표정!




2


여전히 자기 하기 편한대로 발음 하지만 할 수 있는 말도 부쩍 늘고,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것도 늘었다.

기억나는 거 몇 가지만 써 보자면...


물고기-물꼬-따

상어,악어,고래-악어

사과-아-과

딸기-따이~?

새-째째째째

나무-나우

꽃-코옷


등등...

그리고 이제 요구 하는 것도 명확히 표현한다.

예를 들어 책을 같이 보고 싶으면 자기가 가져온 책에 엄마나 아빠 손을 잡아 댕겨 책 위에 놓고,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바지를 잡아 당기거나 손을 잡아당겨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간다.











이 날도 CB 센터에 놀러갔다가 일 하고 계신 할머니를 만나 함께 바둑알 집기 놀이를 하는데

할머니가 슬-쩍 일어나 가시려 하니 계속 같이 하자며 손을 막 끌어 당겨 별 수 없이 계속 같이 놀아 주셨다.


어릴 때 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를 많이 만나 그런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참 좋아한다. 

얼마 전에도 식당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 옆에 붙어 할먼니~? 할먼니~? 하면서 어찌나 애교를 부리던지.



 


3


외출이 많아 울림이도 나도 즐거운 요즘.

울림는 점점 같이 놀고 싶어 하는 시간이 많아 지는데 나랑만 노는데엔 한계가 있기도 하고

(최근에 드는 생각은 내가 어떻게 놀아 줘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 하다는 것ㅠ_ㅠ)

나는 집에 있으면 집안일을 자꾸 하게 되니 아예 밖에 있는 것이 나에게나 울림이에게나 좋은 것 같다.

울림이도 나가면 볼 것이 많아지니 좋고, 또 피곤해서 일찍 잠들기도 하고ㅎㅎ

























요 이틀 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게 이렇게 갑갑한 걸 보면 

어쩌면 울림이보다 내가 더 나가는게 좋아 나돌아 다니는 걸지도. 크크




4


최근에는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 그런지 울림이도 이제 친구들과 좀 더 부드러운 관계 맺기가 가능해 지고 있다.

그동안은 친구들을 너무 과격하게 대하는 울림이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많았는데, 참 다행이다.

오히려 울림이에게 맞거나 뺏기는 아이들의 엄마들은 나를 위로하며(고맙게도)

'그 시기 아이들을 원래 다 그래요,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했는데,

되려 해치는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자꾸 속상하기 만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울림이가 맞았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어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막상 맞고 오면 그것도 무지 속상해~'라고 했지만)


그런데 최근 울림이가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것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울림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어른들을 더 많이 만나 왔으니 

친구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몰랐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 다섯이나 먹은 나도 아직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참 쉽지 않은데(제일 가까운 남편부터...)

아직 1년 하고 7개월 정도 더 산 아기가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연두랑 손뽀뽀-3-


연두랑 예준이네 놀러간날





반듯이 처음 놀러 온날:)





아무쪼록 그동안 울림이에 맞고 뺏기고 하면서도 괜찮다고 해 준 울림이 친구 엄마들, 고마와요ㅠ_ㅠ

이런 일을 겪으며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아이들의 관계 만큼이나 그 아이들의 부모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 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요즘 이런 저런 많은 일들과 모임들을 하면서 참말 즐겁고 행복하지만

다시 불쑥불쑥 올라오는 마주 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사로잡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무거운 생각과 마음을 내려 두고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면 괴롭지 않을텐데 

나중에 돌아 보면 다 별 일 아닌 일들이 되는 건데

또 그 순간에 사로 잡힐 때가 많은 요즘.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