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2013. 1. 5. 00:21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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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꼬박이 태어난 지 딱 50일 되는 날이었다. 벌써 절반 왔구나, 꼬박이랑 신나게 나가 놀 수 있는 날이. 안 갈 것 같은 날들이 이렇게 흘러 가는구나 싶다. 큰 일 없이 밤에는 여전히 잘 자주며 지내준 꼬박이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꼬박이 50일도 채 되기 전에 2살 됐음. 와우!ㅋㅋㅋ


그래도 50일인데 뭔가 기념하고 싶은데. 난다씨 처럼 인형이라도 만들어 줄까,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지금 내 상황에서 그나마 좀 할만 한게 적당히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해먹기였다. 또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찬밥피자를 해먹기로 했다. 마침 전날 한 밥이 점점 딱딱해 지고 있던 차에 잘됐다. 밥과 계란을 섞은 도우를 만들어 굽고 그 위에 지난번 가족들이 왔다 간 후 남은 재료로 토핑을해서 올린 후 오는길에 남편에게 사오라고 한 피자치즈를 올려서 대우면 끝! 여기에 피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포도주스와 샐러드를 더해 분위기 좀더 내봤다. 비록 피자 도우는 딱딱했고, 토핑에 넣은 고구마가 좀 덜익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깐 기분 낸 것으로 만족! (나만 그런가ㅋ)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남편은 오늘따라 일찍 잠들어 일어나질 못하고 꼬박이도 오늘 따라 잠투정. 자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중간에 한 번 깨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꼬박이가 아주 심하게 보채지는 않아 참았다.(꼬박이 한테 고마운 줄 알아랐 황바람!) 그래도 오빠가 자기도 좀 미안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꼬박이를 몇 번 안아준다. 항상 이렇게 미워할라 치면 요래 착한 척을 하니 미워할 수 없어 더 얄밉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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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가지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아기띠의 사용이다. 요즘 아기를 안아주는 일이 많아져 빨리 아기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문경이가 준 아기띠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찾아서 써보니 아 역시 이래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아기를 안고서도 양 팔을 다 쓸 수 있는 데다 꼬박이도 좋아한다. 아기랑 있으면서 양 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명 이었다. 아기를 안고 밥을 먹고 간단한 주방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금방 잠을 잔다는 것! 낮잠은 많이 자야 한 두번 자는게 다였던 꼬박이가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또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하면서 세 내번은 잔 것 같다. 




근데 이 아기띠의 함정이 있다. 하나는 낮에 많이 자서 밤에 늦게 자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아기띠를 사용했던 그날 밤 고생을 좀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 엄마 품에서만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내려 놓으면 금방 깨고 내려 놓으면 금방 깨서 밤에도 잠 재우는 게 좀 힘들어 진는 것. 그래서 오늘은 계속 아기띠로만 안아 주는 것이 아니라 눕혀 놓고 같이 놀기도 하고, 기분이 좀 좋아 보이면 혼자도 좀 놀게 하기도 하고, 아기띠로 안아 주다가도 잠들라 치면 바닥에 눕혀 재우려 해봤다. 그랬더니 오늘은 밤에 보채지 않고 일찍 자서 만족. 이렇게 하루하루 꼬박이와의 생활 습관을 맞춰 가는구나. 우짜든동 아기띠는 참 편하고 좋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아기띠는 좀 작은 애들만 사용 할 수 있는 것 같아 더크기 전에 이쁜걸로 하나 장만 해야징!


나도 이렇게 엄마로서의 스킬이 늘어간다. 이제 아기를 한 손으로도 안을 수 있고 아기가 어떤 기분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조금은)구분이 간다. '으갹'과 '으앵'의 차이랄까. 


덜 우울 하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 귀찮아서 집안 일도 별로 안하고 걍 빈둥빙둥 있었더니 조금 우울 해 지는 것 같았다. 그 전날 북적북적 가족들이랑 있다가 아기랑 둘이 남게 되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어제는 빨래도 좀 하고 저녁에 요리도 좀 하고 그랬더니 기분이 한 결 나았다.


요즘은 저녁에 꼬박이를 오빠한테 잠깐 맞기고 부엌 정리를 하는 시간이 좋다.(왠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이 더 안심하고 부엌 일에 손을 땔 것 같지만) 뭔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기분. 오빠도 자기가 부엌일 하긴 싫으니까 아기가 많이 찡찡대도 더 봐주려 애쓰니까 그런가ㅋ 아무튼 부엌을 깨끗하게 싹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이제 여기에 그릇, 냄비, 후라이팬 등등 부족한 주방 용품들을 이쁜 것들로 하나 둘 채워가면 참말로 기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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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이가 점점 변화하고 커간다는 걸 느끼는 요즘. 오늘은 꼬박이가 평소보다 많이 웃었다. 모빌을 보면서도 웃고 책을 보면서도 웃고 엄마를 보고도 웃었다! 심지어 나를 보고 막 웃으면서 옹알옹알 거렸다. 평소에는 끙끙대고 꺅꺅 대는거여서 옹알이 같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옹알이 같은 옹알이를 했었다. 막 웃으면서 옹알 거리는 것이 정말 나한테 뭐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이고 우리 아기 기분 좋아?" 하고 묻기도 하고 "어유~ 그랬어?" 하고 괜히 알아 들은 척 하면서 얼굴도 만져주고 하니 더 좋아서 웃고 옹알거린다. 아, 이렇게 감격 스러울수가! 엄마 보고도 웃어달라고 글을 썼던게 며칠 전인데 말이지. 


웃고


또 웃고



심지어 또 웃고!



오? 하고 모빌 한 번 쳐다 보다가



또 웃네! 꼬박이 오늘 기분 좋구나? :) 



수유 간격도 점점 늘어간다. 저번주만 해도 한 시간 간격으로만 줘도 좋겠다 생각 했는데 이제 한시간에서 길면 두 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이런 꼬박이를 보면서 아, 내가 내 욕심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했구나 싶었다. 아기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기다렸구나. 이제 내 마음이 아닌 아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겠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아기가 원하는대로 내가 움직이려 노력하자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무튼 하루하루 쑥쑥 커간다. 오늘도 책 보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꼬박이.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꼬박이의 움직임. 곧 뒤집기를 할 기세다. 앞으로 꼬박이의 무긍무진한 성장이 더욱더 기대된다. 꼬박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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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가족모임 때 아버님이 빌려 가신다던 케리어를 두고 가셨더랬다. 그래서 그 가방을 가지러 오늘 시부모님이 깜짝 방문 하셨다. 꼬박이를 안고 자다가 거의 다 도착 하셨을 때쯤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설거지 하고 있는사이 두분이 도착 하셨다. 오늘도 맛난 음식이랑 한짐 들고오셨다. 우왕 갑자기 찾아온 행복 만찬!



내일은 토요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든든하구나. 내일은 뭘 하고 뭘 먹을까. 흐흐. 에공 얼른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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