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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울림이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우리 울림이 곁을 지켜주던 삼신할매가 떠나가는 날. 100일은 조촐히 가족들끼리만 모이기로 하고, 마침 금요일이라 온 가족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모일 수 있었다:) 그래도 평일 인지라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우리도 준비를 일찍 하지 못 했음에도(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 하기엔 무리가 있어) 하고싶은 것이 많아 늦게나마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잔치가 늦어졌다. 


먼저 도착한 시댁 식구들. 이런저런 작전 회의중!

열심히 100일기념 뒤집기를 시도하는 황울림!

100일상을 준비하는 동안 할아버지들의 이쁨을 듬뿍 받고 있는 우리 울림이:)


남편은 오자마자 해뜨리 오빠랑 지원이랑 뒷 배경으로 쓸 나무를 만들기 시작하고 어머니들과 나는 100일상을 준비했다. 어머니들이 준비 해 오신 나물 몇 가지들과 잡채, 떡, 한과에 보름맞이 부럼, 내가 만든 불고기와 과일 몇 가지. 그리고 낮에 사 둔 꽃 화분 몇 개와 아버님이 써주신 글씨를 함께 두니 너무너무 멋진 100일 상이 차려졌다. 작은 상에 오밀조밀 아담 하면서도 꽉찬, 내 맘에 쏙 드는 100일 상이었다:)


다 같이 나뭇잎 하나씩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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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100일 잔치에 들어가기 전에 남편과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 황울림 얼굴 그리기+롤링페이퍼 쓰기를 했다. 부모님들은 뭐 이런 것 까지 하느냐 하시면서도 열심히 편지와 그림을 그리신다. 내가 그림도 꼭 그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니 그래도 다들 그림 하나씩 그려 넣으셨다. 어떻게 그릴 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그린 부모님의 그림을 보고 다들 신나게 웃었다.


리허설 중이신 시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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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림이 취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겨우 시작한(준비만 하다 101일이 될 뻔 했음) 울림이의 100일 잔치가 시작됐다. 울림이가 잠들거나 기분이 안 좋아 지기 전에 재빨리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몇 시간만의 준비 끝에 드디어 사진을 찍었다!


울림이의 예쁜 표정을 찍기 위한 온 가족의 몸부림ㅎㅎㅎ

거의 처음 찍는 가족사진!:)

이건 정말 처음 찍는 온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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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 찍은 후에 시 아버님의 기타 소리에 맞춰 아버님이 직접 개사 해 오신 노래를 울림이를 위해 다 함께 불렀다.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울림이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울림이 뿐만 아니라 울림이를 안고 있던 나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뭉클 했다. 아주아주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 


100일 동안 나의 울림이 되어준 우리 황울림.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너무너 고맙다. 앞으로 삼신할매 없이도 건강 튼튼하게 잘 자라주길. 사랑해 울림아!:)


(배터리가 없어 요것 밖에 못 찍었지만 아쉬운 맘에 요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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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생이랑 남편, 그리고 어제 밤 남편을 모시고 와 준 현상오빠까지 각자 일터로 보내고 다시 꼬박이랑 둘이 집에 남았다. 간만에 갖는 꼬박이와의 오붓한 시간. 방에 아가 혼자 자는 걸 보니 어느 섬나라에 있는 요정 같다. 



꼬박이가 잠이 늘었나? 하고 기대 해 본다. 어제 오늘 잠을 꽤나 자네. 어제도 목욕하고 오후에 두어시간 자더니 지금도 아침에 잠깐 놀다 다시 두어시간 자는중. 쑥쑥 크려나보다. 아고 기특해. 덕분에 오전을 여유롭게 보낸다. 꼬박이랑 지내면 지낼수록 우리아가 참 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자고. 가족들이 올 때마다 아기 있는 집 같지 않다고 했는데. 그러게 나도 지금 이러고 있으니 아가 있는집 같지가 않네ㅎㅎ


집안일도 해야만 된다는 각박에 치이지 않고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쌓아만둬도 안 되겠지만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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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드디어 멋진 커튼이 달렸다! 엊그제 지원이랑 옥원언니랑 후다닥 만들었다. 천이 얇아 볕이 가려질까 걱정 했는데 나름 기능을 잘 하고 있다. 분위기도 은은하니 아주 굿이다. 옥원언니의 굿 아이디어로 털실과 나무 집개를 연결해 걸었더니 훨씬 멋난다. 지원이가 처음엔 아주 귀찮아 했는데 막상 만들고는 무지 뿌듯해하고 좋아했다. 아침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아기 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다. 고마워요 이모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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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도 서울 출장가고 간만에 지원이랑(물론 꼬박이도!)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지원이를 부려가며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오후에는 열심히 점심을 차려 먹고 꼬박이 목욕도 시키고. 낮에도 잘 자준 꼬박이 덕에 둘이 드라마 보면서 낄낄 대기도 하면서. 저녁에는 파스타도 해먹었다. 엄마가 담궈준 포도효소로 와인 흉내도 내 가면서. 재료부족과 요리의 급한 마무리로 2% 부족하긴 했지만(ㅋㅋ) 오랜만에 먹으니 참말로 맛났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 시집을 가게 되고 엄마 다음으로 서운해 했던 내동생. 이제 둘이 여행도 못하겠네 하면서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 한 것을 아쉬워 했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전처럼 나 홀로 자유롭진 못 할테지만 이제는 꼬박이랑 같이 재밌는 추억 좋은 추억 만들면 된다. 보고싶을 때 마다 만나고, 일년에 한 두번 여행도 가고, 언젠가 유럽여행도 꼭 가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 오직 육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오직 자기만 보고 지내는 것도 아기한테는 부담이지 않을까? 물론 아가와 떨어져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피해야 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꼬박이 하고 함께 하면서 지내고 싶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을 즐겁게 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육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꼬박이가 좀  더 크고 날 따뜻해 지면 많이 나갈거다. 집에서 둘이만 아웅다웅 하기 보다 나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어디든 많이 다니고 무엇이든 많이 해야지. 그러니 꼬박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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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지원이랑 옥원언니가 왔다. 지원이는 일주일만에 보고 옥원언니는 아기 낳고 처음 본다. 우짜든동 둘다 넘넘 반갑당!(하트) 언니는 꼬박이 보자마자 작다고 여원이도 이렇게 작았나 싶다고 한다. 만나자 마자 밥 먹고 꼬박이도 안아보고~



이 두사람이 오니까 확실히 일거리가 줄고 개인 시간이 는다. 이렇게 낮에 블로그 하는 것이 얼마 만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꼬박이 잠깐 잠들면 집안일 하고 밥먹고 아주 가끔 그래도 시간이 나서 몇 자 적다 보면 으앵- 꼬박이를 밤에 재우고 나서야 개인 시간을 갖곤 했는데. 오늘은 언니가 밥 해주고 설거지 해주고, 지원이가 아가까지 봐주니 완전 내 세상!


지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옥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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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제는 평일 낮에(!) 꼬박이를 씻겨줬다. 깨끗하게 방 치우고 따땃하고 밝은 오후에 꼬박이를 씻기니 참 좋았다. 방청소를 하고 세수하러 가려는 비몽사몽 이모들을 붙잡고 꼬박이 목욕을 시~작!















이모들이랑 씻은 기념으로 이쁜 옷도 입혀봤다. 이모들이 꼬박이 옷장을 막 뒤져 보더니 요 빨간색 우주복을 꺼냈다. 꼬박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이옷이 갑이라면서 나중에 자기들도 아기 나으면 꼭 빌려달란다. 이외에도 꼬박이 옷장에 이쁜 옷들을 보면서 자기들은 옷이나 아가 용품 같은거 안사도 되겠단다. 내가 나중에 둘째 때 써야 된다니까 쓰고 돌려 줄테니까 계속 같이 돌려쓰자고. 근데 언니나 지원이의 첫째가 먼저 태어날지 우리 둘째가 먼저 태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능거. 아기보다 남자를 먼저 찾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모들~ㅎㅎ 아무튼 요렇게 이쁜 빨간옷을 입고 있다 저녁에 또 똥을 뿌려 빨래통으로ㅜ,ㅠ




그 김에 씻은 엄마랑도 한컷!(하트)



히피 엄마랑 아방가르드 하게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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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만에 셋이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해먹고 하니 참말로 좋다. 옥원언니랑은 어렸을 때 부터 친 형제와 다름없이 함께 커왔다.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나기도 했고 6개월? 1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지원이랑 나랑 4살차이 나랑 언니랑 4살차이로 뭔가 죽이 맞는다. 옥원언니는 지원이와 나의 어린시절 우상이자 스타였다.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 올때면 나와 동생은 늘 언니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잠 잘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서로 언니 옆에 있겠다고 다퉈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언니는 늘 가운데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 특히 난 중간에서 지원이랑도 많이 싸우고 언니랑도 꽤나 싸웠던 것 같다. 언니랑 싸우면 서로 줬던거 다 뺐고 화해 하면 다시 주고 그랬는데ㅎㅎㅎ 아무튼 앞으로도 자주 만나서 하하 호호 놀자. 그리고 언젠가 꼭 같은 마을에서 살자아~(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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