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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 현선 부부


드!디!어! 그들이 왔다. 애타게 기다렸던 기범삼촌과 현선언니가 토요일부터 이박 삼일간 묵고 어제 아침 떠났다.  기범이삼촌의 오랜 공부가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현선언니랑 여행중에 우리집에 오게된 것. 강화에서 2박, 서천에서 2박을 하고 완주로 온 것이다. 두사람은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씻지도 못하고 다녔다며 아기 보기 전에 얼른 씻는다고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그리고선 울림이 주변에 둘러 앉아 울림이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삼촌은 갓난아기는 원래무지 못생겨야(괴물같이 생겨야 라고 했나?) 하는거 아니냐면서 얘는 왜이렇게 이쁘냐고, 그동안 본 아기 중에 가장 이쁘다고 하하 호호.



그렇게 울림이를 요리보고 조리보고 한 후 마루에 나와 조금 이른 술상을 폈다. 집에 있던 밑반찬이랑 김치랑 간단히 꺼내어 안주로 먹으면서 이거 내가 했다고 자랑도 하고 모유수유 하면 술 못 먹는다는 얘기에 아쉬워 하기도 하면서. 술 좀 먹다 저녁 시간엔 된장찌개 끓인거랑 고기 구운거랑 또 간단히 먹었다. 삼촌은 그동안 공부 하면서 술을 거의 안 먹어서 술을 잘 못 먹는(?)지경 까지 가게 되었었는데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좋은 사람들이랑 먹으니 다시 술이 잘 먹힌다나. 바람오빠도 오늘 술이 너무 맛 있다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둘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나는 울림이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방으로 갔다 다시 마루로 왔다. 삼촌이 울림이를 안고 있는 나를 보고는 '해원이는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마치 성모 마리아 상을 보는 것 같아. 멋있다. 가까이 못가겠어' 그런다. 그러다 바람오빠가 안고 있는 걸 보고는 '해원이는 진짜 엄마 같은데, 바람이는 자원봉사같네.'라면서 계속 바람오빠보고 자봉이라고 놀린다ㅎㅎㅎ


삼촌은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꼭 딸을 낳을 건데 그럼 이름을 시엘로 한단다. 투에니원에 씨엘이 너무 멋있다면서.  씨엘은 발음이 너무 세니까 시엘로 하겠다고, 꼭 눈이 찢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면서ㅎㅎ 그리곤 우리랑 사돈 맺기로 했다. 기범이삼촌이랑 현선언니랑 2010년도 쯤 나랑 바람오빠랑 여행하다 영월에서 모인 이후 이렇게 넷이 만난건 처음이다. 그 땐 양쪽 다 연인 사이였는데 어느새 부부가 되어 만나 이런 얘기도 하고 있네.




지원이한테 비밀문자 읽어 주는 중인 삼촌ㅎㅎ



삼촌이 기억하는 처음 만난 나는 내가 무너미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새까맣게 탄 시골 소녀가 가방 메고 뛰어오면서 삼촌!! 하고 두르면서 뛰어 왔던 기억이 생생하단다. 


삼촌이랑 나랑 이렇게 가끔 만나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는 직접적인 친분 관계를 갖게 된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한창 수시 준비로 강원도 고모네로 유학(?) 가서 공부 할 때 삼촌이랑 도서관을 같이 다니면서 였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각자 공부 하다가 점심 때 서로 싸온 도시락 나눠 먹고 오후에 다시 공부 좀 하다 저녁 즈음엔 같이 주변에 밥(+술)을 먹으러 가거나 삼촌네 가서 놀기도 하고, 정동진에 영화 보러도 갔다. 그 후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된 후에도 삼촌이 서울에 올라오면 종종 만나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삼촌이랑 만나는건 늘 즐겁고 좋았다. 그래서 삼촌은 나에게 만나자는 문자가 왔을때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오케이 콜! 하고 외칠 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 현선언니도 언젠가 나타날 시엘이도 오래오래 많이많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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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엔 상근이가 왔다. 그냥 깡마른 길쭉이였던 꼬마 상근이가 어느새 190 키다리에 스무살 청년이 되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 열살 스무살 차이 나는 형(?)들이랑 술잔을 기울이면서. 기범이 삼촌이랑 현선언니랑 일이 생겨 나갔다 오면서 또 음식을 한거 사왔다. 여기로 이사와서 한 번 먹어보지도 못한 해물 파전을 이제야 먹어보네. 으음~ 맛나.







속에 있는 런닝 좀 넣으라는 현선언니 말에 '근데 이 부분이 무슨 예술 작품 같지 않아?'라는 삼촌. 제목은 행복, 평화 이런 거 어떠냐면서ㅎㅎㅎ


다음 날 아침 돌아가기 전 기분좋은 울림이와 그런 울림이를 보며 기분 좋은 이모 삼촌들. 덕분에 엄마는 샤워도 하고  모두모두 기분 좋은 아침:-) 




무진장 후다닥 즐겁게 지나간 이박 삼일 이었다. 간만에 만난 부쩍 큰 상근이도 반가웠고. 마지막날 막걸리를 참는 것이 힘들었지만... 맛난 것들도 많이 먹고 예쁜 울림이 옷도 선물 받고. 다들 돌아가는 날엔 나도 울림이랑 따라가고 싶더라. 다음엔 울림이랑 다 같이 영월로 놀러가야지. 그땐 시엘이랑 울림이랑 친구 맺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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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이 삼촌과 현선언니가 돌아가고 그날 오후 또 한 명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나의 영원한 룸메이트 김다솜! 이곳에 이사와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를 한 달을 훌쩍 넘기고서야 만났다. 사실 별 고민 없이 완주로 귀촌하겠다 맘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다솜이가 완주에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 환경, 활발한 지역의 움직임, 일자리... 이런것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편한 관계. 그런데 여기 나보다도 나를 더 그렇게 바라봐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완주로 내려오는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웠다. 그래서 완주 오면 누구보다 먼저 만날 줄 알았던 녀석들을 서로 바빠 이제야 보게 됐다. 울림이도 오늘에야 처음 보는 다솜이. 다솜이는 맨날 아이들이랑 있고 늦둥이 민주를 키워봐서 그런지 아기를 대하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다. 




귤 한 박스, 주전부리, 통닭, 아이스크림(심지어 나뜨루!) 등등 사주고 사줘도 계속 사주려는 다솜이. 네평짜리 원룸에서 소주에 과자까먹고 마트에서 파는 통아이스크림 사먹을래도 큰 맘 먹었어야 했던게 불과 1, 2년 전이라니. 아, 그 때네평짜리 집에서 살 때 나중에 아기 낳으면 '예야 엄마는 네평짜리 집에서도 살았었단다'하고 자랑(?)하자고도 했었는데. 나중에 울림이가 말귀 좀 알아 들을 때 자랑해줘야지ㅎㅎㅎ


다솜이는 요즘 사랑에 빠져 있다. 몇 년 만에 시작된 연애에 아주 신났다. 그런 다솜이를 보면서 사랑에 빠진 여인은 참말로 사랑스럽구나 하고 느꼈다.





다솜이는 2월까지 일하고 우리 동네로 이사 오기로 했다. 이사오면 같이 장도 보러가고 효소도 담그고 술도 담그고 봄나물도 따러 가고 봐도 봐도 이쁘다는 만경강에도 놀러가고 자전거 타면서 운동도 하고 함께 할게 참 많다. 함께하면 즐거울 일들이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다음주엔 해솔이도 함께 오기로 했다. 또 간만에 셋이 모여 서로의 찌질함을 논하며 별 일 아닌 것에도 웃어재끼겠지. 이녀석들이 오면 엄마로, 주부로 무개잡고(?) 지내던 내가 다시 팔랑이는 이팔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다음주엔 어떤 찌질한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 되는구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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