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전주에서 열린 한우 요리 대회에 참여 했다! 내인 생 첫 요리 대회ㅋㅋㅋ
시작의 발단은 수요일 오후 숲놀이가 끝나고 한살림에서 장보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차에 영미 언니의 전화 한통
"해원, 내일 전주에서 한우 요리 대회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대. 연두 엄마랑 우리 셋이 나가 볼래?"
들어보니 총 다섯 팀이 필요한데 이조차도 채워지지 않아 하루 전에 섭외가 들어 온 것.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솔깃 했던 것은 묻지마(영수증 첨부없음) 재료비 20만원! 두둥.
언니가 빨리 결정해야 하니 10분만 고민해 보고 연락 하라고 했는데 평소 엄청난 결정장애가 있는 내가 20만원에 홀려 홀라당 하겠다고 한 것.
게다가 요리 시간도 30분 밖에 없으니 미리 준비만 좀 해가면 가서 오래 있지 않아도 되니 괜찮을 것 같았다.
바로 다시 전화 걸어
"언니.. 저는 하고 싶은데... 애기들 때문에 괜찮을까여?ㅠㅠ"
결국 셋다 콜! 셋 중에 한 사람은 애보면 되지 않겠냐며ㅋㅋㅋㅋ
그렇게 부랴부랴 오후에 우리집에서 집합.
모이고 보니 어른 셋 나가는데 애가 넷^_ㅠ
메뉴를 뭘로 할까 이야기 나누다 지난번 다솜이랑 로제소스 함박스테이크 해 먹었던게 생각나서 하자고 제안했다.
차돌박이를 넣은 셀러드 파스타와 잠깐 고민 했지만 결국 함박스테이크로 결정.
영미언니랑 나랑 장보러 가고 정은언니가 잠깐 아가들 보고 돌아와서 아가들은 결국 뽀로로 틀어주고(미안해 아가들ㅠㅠ)
허둥지둥 뚝딱뚝딱 뭔가 우여곡절 끝에 패티랑 로제소스, 셀러드 소스를 만들어 놓고 해산.
드디어 결전의 날!
대회(?) 장으로 도착하기 직전부터 대회가 시작하고 난 이후까지 우리는 허둥 지둥의 연속 이었다.
물이 없다는 걸 헤어지고 그날 밤 알게 되어 어둥 지둥 당일날 출발 직전 까지 후라이팬을 못 챙겨 허둥 지둥, 버너를 챙겨야 한다는 말에 허둥 지둥
도착 해서는 그곳에 준비 된 것은 조리를 할 수 있는 상 밖에 없었고
우리 역시 칼, 도마, 가위, 휴지 아무것도 준비 하지 못해 이리 빌리고 저리 빌리며 다녔다.
나랑 정은언니가 음식 만들 준비를 하는 동안 영미언니는 이음이 안고 이곳 저곳 뛰어 다니는 아가들을 잡으러 다녔다.
뛰어 다니는 아가들을 잡아 두기 위해 책상 밑에 먹을걸로 아이들을 유인 하여 감금 아지트를 만들어 주고(얼마 못 갔지만)
이런거 저런거 준비하고 셋팅 하니 얼떨결에 시작!
게다가 시작 직전에 제하가 똥눠서 영미언니 없이 둘이서 시작했다ㅠㅠㅋㅋ
이 대회가 성사 되기 전날 까지 다섯 팀이 모이지 않아 우리 처럼 급조 된 팀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다 우리가 1등 하는거 아냐?" 하고 김칫국 드링킹을 하며 갔는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다들 화려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특히 우리 바로 옆 팀은 전주 아이쿱에서 결성 된 팀이었는데
처음 셋팅부터 예쁜 들꼿들로 어마무시하게 멋진 데코로 엄청 화려 했다.
다른 팀 들도 보니 소고기 양배추 롤을 산처런 쌓아두는 등
먹어 보지 않아 맛은 모르지만 여튼 겉으로 봤을 땐 우리 팀 외에 다른 팀들은 데코가 아주 화려하거나 양이 아주 많거나...
어쨌든 다들 우리보다 좋아 보였다ㅋㅋㅋ
심지어 우리는 소스 데우고 고기 굽는 일 밖에 없어서
옆에서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우린 왤케 할게 없지?"하면서 요로케 사진찍고 놀았다는ㅋㅋㅋ
다시봐도 우리 음식은 단촐하기 그지 없었다
셀러드도 죠그미 지금 보니 밥도 엄청 작아ㅋㅋㅋㅋㅋ
여튼 우리는 옆에 화려한 음식들을 보며 마음을 내려 놓았고,
빨리 테스트 끝내고 애들을 먹여야 겠다. 얼른 끝나고 이 더운 공간에서 벗어나야 겠다. 이런 생각들 뿐이었다.
완성 품 앞에서 아가들도 옹기종기 귀엽게 기념 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떨리는 심사위원의 심사를 끝내고
우리는 발표를 두근대며 가만히 기다릴 세도 없이 나는 이음이 쭈쭈 먹이러, 영미 언니는 제하 밥먹이느라 뒤에서 분주하기만 했다.
나는 행사장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음이 쭈쭈를 먹이는데
발표하는데 그것을 사람들 뒤에서 발표에 관심 없어 보이는(ㅋㅋㅋ) 제하 밥먹이느라 분주한 영미 언니밖에 보이지 않아
'역시 우린 아니 구나' 하는 찰라 갑자기 언니들이 나 있는 곳으로 달려 왔다.
"우리 1등 했어!!!"
OMG!!
우리는 상을 받고 나서도 모두들 '이게 뭐지?' 하는 기분이었다ㅋㅋㅋ
남편한테도 전화 해서 알렸더니 남편 왈 "ㅋㅋㅋㅋㅋㅋ 왴ㅋㅋㅋㅋㅋㅋ 대채 왜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모두가 놀란 반전의 팀이 일등을 해버린 것이다. 세상일 참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무튼 우여곡절 끝에 일등을 해버렸고 덕분에 한우 치즈 등등 양손 가득 얻어서 집으로 돌아 왔다:-)
정말이지... 지금도 생각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ㅎㅎ
돌아 오는 길 뻗어버린 아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