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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리가 양양으로 온 첫날 새벽에.

사실 이번에 양양행을 과감히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점점 쇠약해 지시는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서 인 것도 컸다.
올해로 아흔 셋이신 할아버지. 오랫동안 정정하실 것 같았던 할아버지 였는데.
아흔살이 넘으니 약해 지시는 구나 싶었다.

할아버지 뵙고 고모네서 좀 놀다 가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장례까지 치르고 가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세상사 마찬가지 겠지만, 죽음 역시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 오는 구나 느낀다.
이런 저런 일들로 정신이 없으니 양양에 온 지 아직 2-3일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일주일은 다 보낸 것 같은 기분. 




처음 할아버지 소식을 듣고 다들 분주 할 때 울림이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 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아
“울림아 울림이 증조 할아버지 기억나? 잘 안 나지? 그런데… 증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울림이 돌아가셨다는게 뭔지 알아?"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 알아"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오잉?’하는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그래? 돌아가신다는게 뭔대?"
라고 물으니 하는 말.
“어두워 지는거"
깜짝 놀랐다. 아주 추상적인 대답 이긴 했지만 이 작은 아이가 죽음에 대해 느끼는 것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그래도 이번 장례는 지난번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보다 다들 한결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 때는 모든게 아쉽고 슬프고 하루하루 보내기가 싫었는데, 할아버지는 잘 보내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크고… 이제 책임을 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라고 말하는 막내 고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병원에서의 장례식은 뭔가 불편함이 있다. 
거대한 화한, 난무하는 일회용품들과 어디나 똑같은 음식, 불편한 맞춤 옷 등등...
그래도 이번엔 엄마가 예전에 가입 했던 ‘한겨례두레공제조합’을 통해 치루는 거라 
보통 장례식 만큼의 뻥튀기 없이 정직하게 진행 되고 있어 다행이다.
(사실 엄마가 여기 처음 가입 했을 때는 “엄마 또 이상한거 가입했지!!”하고 뭐라 그랬는데… 미안 엄마ㅠㅠㅋ)

그리고 개인 적으로... 장례식이 꼭 슬프기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에서 처럼(아마 외국의 장례 문화 인 것 같은데) 그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각자에게 그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를 함께 공유하며 애도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그 분을 애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만약 내가 나이가 들어 죽는 날이 오면 좀 더 자연스럽게, 기쁘게, 활기차게 장례를 치루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래도 다들 시집 장가 가서 보기 힘들었던 친척 언니 오빠들도 오랜만에 만나 좋았다.
또 "애기들이 있어서 웃네"하시며 우리 꼬맹이들 뛰고 기고 노는 것도 이뻐 해 주시는 어른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한편, 지금은 이렇게 형제들이 많아 북적북적 한데 
점점 형제들이 줄어드는 우리 세대에는 장례식이 무지 썰렁해 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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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에 생을 마감한 할아버지와 9개월 아기가 공존하는 장례식에서 여러가지 생각과 마음이 들락날락 했던 며칠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음이 낳기 전 작년 여름에 울림이랑 여름에 뵜었던게 이렇게 마지막이 되었네...
여기서 ‘마지막’이라는 대목이 뭔가 무겁게 느껴진다. 삶의 마지막이라는 대목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난 여름, 할아버지와 울림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만남)







모쪼록 할아버지,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두 손 모아 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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