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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드디어 두 달여 만에 블로그를 쓸 용기가 생겼다!
이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래 된 잠복기었다. 그냥.. 슬럼프 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 삶을 내가 나답게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이곳도 어느새 보여주기 식이 되고 있는건 아닌지, '육아'라는 한정 된 주제로 갇히고 있는건 아닌지.
사실 그런 것 보다 그냥 고단한 현실을 견디며 지내기만도 버거웠던 걸지도.
(남편도 요즘 마음이 좀 허 했는지 오늘 갑자기 회사에서 그릇 세일 한다며 그릇을 사왔다ㅋㅋㅋㅋ)
그럼에도, 나와 우리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들이 있어 고맙고,
몇 달이 지나 도록 기억 해주고 기대 해 주는 이들이 있음에 행복하고,
뭐 그럼 이 블로그도 내 삶도 나름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겠나 하고 다시 용기를 냈다. 얏!
무엇보다 최근엔 동내 언니들과 책 읽기 모임을 하고
나으 소울 메이트가 되어버린 우리가족의 베프 가인이가 자주 오고
얼마전 짧지만 강렬했던 재은언니와의 통화가 큰 힘이 되었다.
사랑스런 사람들!
오늘은 다솜이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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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간만에 전하는 꼬박이들의 소식!
요즘 꼬박이들과의 생활은... 말 그대로 체력전!!!!!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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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욕구가 더욱 확실해 지는 이음이는 이제 말 만 못 할 뿐 대부분의 말을 알아 듣는다.
자기가 원하는게 명확해 지니, 그것이 이루어 지지 않을 때 더 서럽고 더 짜증나는, 그래도 아직 그 짜증마저 귀여운 17개월의 이음이:-)
-꼭꼭 숨어라-
-울락말락-
-나 있는 치아 여덟개, 나고 있는 치아 두개!-
-위험한 물건들을 좋아함-
-뭐든 만지는 걸 좋아함-
-콩가루 밥 애호가-
-특기는 엉덩이 들고 쭈쭈 먹기-
희안하게 아빠를 넘나 좋아하고(아빠 출근 할때 마다 대성통곡)
여전히 엄마의 찌찌를 가장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잘 안겨 어딜가나 사랑받는 치명적이 매력의 소유자!
얼마 전 가인이모랑 놀이터 놀러갔다 어떤 할머니 품에 안겨 잠들 뻔 했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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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는 에너지가 흘러 넘치다 못 해 마구 터지고 있다ㅋㅋㅋ ㅠㅠ
불파워, 물파워, 발사, 공격, 이상한 주문(빠워렠클릭! 이런거...)을 외우는 것이 요즘 울림이의 즐거움.
-쓰레기봉투 망토(자기가 들고와서 해달라고 함ㅋ)-
-벨런스 바이크 선수 될 기세-
-어느 날 등원 길(엘리베이터에서 좀 창피 해ㅆ...)-
누굴 닮아 그런지(...) 말 하는걸 너무 좋아하는 울림이는 "엄마! 어거 봐봐"를 하루에 몇 십번(진짜로) 외친다...
누군가의 말에 귀기울여 주고 반응해 주는 일은 하루종일 뛰어 노는 일 만큼이나 기력이 빠진다는 것을 느끼는 엄마.
그래도 오늘 울림이랑 이야기 나누며 걷다 문득, '울림이가 나만큼 커도 지금처럼 나에게 많은 말들을 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림아, 나중에 울림이가 엄마만큼 커도 지금처럼 말 많~이 해줘야 되. 알겠지?"
했더니 "응! 지구만큼 많이 해 줄까? 우주만큼 많이 해 줄까?" 한다.
그래서 "우주 만큼!"
했더니 "헤에~ 그렇게 많이? 알겠어~ 재밌겠다!"라고:-)
아, 얼마전에는
"엄마 울림이 이쁜 이모랑 나중에 결혼 할거야"라고 말해서 충격 받고
"울림아... 그래도 나중에 그 이모 보다 엄마 더 이쁘다고 해줘야해... 알겠지?ㅠㅠ"라고 했더니
"알겠어!" 라고 했다. 하...(그래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함)
무튼 종종 이런 약속?아닌 약속들을 하면서 다음 부턴 녹음 해뒀다 나중에 울림이 커서 들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ㅎㅎㅎ
-인중에 강아지 풀 올리기!-
-몸으로 '이것 봐 손 안 대고도 할 수 있어'를 표현하고 있음-
울림이는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말이 많아 그런가;)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위험해 보이는 건 되도록 하지 않고 겁도 많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보이는 것을 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간섭하는...
한번은 울림이 또래 친구 두명이랑 울림이 까지 셋이 엄마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놀다가
친구 두명이 모르는 사람 뒤를 따라 가는 것 같아 보이니까(사실 각자 갈 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을 쫓아 가면서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모르는 사람 쫓아 가면 안돼!!!!!"라고 한적도 있다ㅋㅋㅋ
그래서 그런 울림이가 겁이 너무 많은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자꾸 잔소리 해서 좀 귀찮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울림이의 섬세함(?)이 작고 약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이런것.
오늘 저녘에는 가인이랑 나랑 울림이 이음이랑 밖에서 놀다 나랑 이음이는 먼저 들어오고
가인이랑 울림이랑 조금 더 놀다 들어왔는데, 두 사람 발 밑에 조금 큰 아기 고양이가 그 둘을 따라 집 현관 문 앞 까지 온 것이 아닌가.
문을 열자마자 그 고양이를 보고 "어머 이게 뭐야??" 했는데 그 옆에 있던 울림이가 갑자기 울면서
"엄마... 아기 고양이 엄마를 찾아주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무 것도 없어어어엉ㅇ유ㅠ" 라는 거다.
그 순간 '이 고양이를 키워야 하나??'하는 생각이(아주 잠깐)들 정도로 가슴이 뭉클해 지는 순간이었다(지금 생각해도 눈물 핑).
가인이도 옆에서 나라도 데려가야 하는거 아니냐며ㅠㅠㅋㅋㅋ
-이렇게 이모랑 울림이랑 잠깐 놀아준 고양이가 집까지 쫓아 옴-
-다시 데리고 나와서 밥 주는 중-
-요리보고 조리 봐도 이쁜 고양이 + 고양이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 걱정하는 울림이-
하지만 둘 다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 줄 밥이랑 물을 들고 나가 줬더니 울림이도 고양이도 쿨하게 헤어졌다ㅎㅎ
내가 울림이한테 "고양이 이름 지어 줄까?" 했더니
좋다고 해서 뭐로 "뭐로 지어 줄까?"
했더니 "예쁜 이름"이라며 이름을 "꽃"이라고 지어줬다.
거기에 내가 "그럼 꽃 고양이 니까 꽃꼬, 꼬꼬 라고 부를까?" 했더니 좋아했다.
꼬꼬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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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음 쓰기 시작 할때는 간만에 쓰는건데 처음부터 힘빼지 말고 오늘은 가볍게 하자, 하고 생각했었는데.
울림이랑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다 보니 또 이렇게나 길어졌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끄적끄적 뒤적뒤적 거리다 보니 또 담아두지 못 한 지난 시간이 좀 아쉽다.
다시 열심히 써야지! 이젠 내 이야기도 잘 담아 두고 싶다.
모쪼록 이렇게 다시 시작하니 기분이 조으네:-)
무엇보다 나를 끝까지 열심히 닥달해준 지원이랑 남편에게 드디어 자랑할 수 있겠다. 크크
'앞으로 좋아 질거야'가 아니라 '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는 말에 큰 힘이 되는 요즘.
다시 뽜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