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8. 02:23 일기/꼬박일기



1


많은 날들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들은 또 훌쩍 컸고,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으뜸 변화는 운전이다.


면허를 아주 극적으로, 감격 스럽게 따낸지는 한 달이 넘었지만

작년과 올해를 넘나들며 허술하게 변화한 면허제도를 이용하여 가라로 땄기 때문에ㅋㅋㅋ

남편과 한 달 동안 매주 주말마다 특훈을 거쳐 이번주 드디어 혼자서도 운전을 할 수있게 되었다!


아직 초짜 운전에 쫄보 운전자 이지만 그래도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거리는 별로 멀지 않더라도 나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가깝지만 버스를 두번 갈아 타야 한다던지, 그 곳 까지 도달하기 위해 체력과 결단이 필요한) 먼- 곳에 살던 이웃이 가깝게 느껴 지기 시작 했다는 것.

이제 아파트 읍 민으로서 외로움이 좀 덜해 졌달까.


암튼이번 주는 운전하며 다닌 일이 많았어서- 행복했다는 후기:-)





2

꼬박이들 데리고 나 홀로 첫 운전 외출로 지난 주말, 대충 도시락 간식 싸들고 이응로 생가에 다녀왔다.


운전 할 수 있게 되서 좋은 점 또 하나는

오전을 타이트 하게 보내고 오후를 여유롭게 보내는 아이들과 나의 리듬과 달리,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고 오후을 타이트하게 보내는 남편과의 마찰을 해소 할 수 있다는 것. 


뭔가 더 자립, 자조 적인 녀성이 된 느낌이 들기도. 크크














꼬박이들이 말이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


이음이는

사용하는 단어 수가 많아 짐은 물론이고,


"걸뜌 이뗘(걸을 수 있어)"

"하쭈 이따!"(할 수 있다)

"엄마, 인넌나(일어나)~"


등- 두개 이상의 단어를 연결해서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원하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요구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명확한 요구로 인한 잦은 떼쓰기는 덤...^^;)










처음 혼자 바지 입은 날. (요즘은 뭐든 혼자 하려고 한다)








울림이는 워낙 말을 잘 하는 편이어서 이음이에 비해 특별히 말이 늘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확실히 최근에 어휘력과 논리력이 많이 늘었다.

(논리로는 이미 엄마를 넘어 선듯...^^;)


울림    엄마 이 노래 들어봤어?

나       응! 예전에~

울림    그래? 울림이는 처음 들어봐. 아직 세상을 많이 못 봐서 그런가봐


울림    엄마 이거 주머니에 좀 넣어줘

나       니 주머니?

울림    응. 근데 니가 아니구 울림이


나       와~ 울림이 정말 많은 걸 알고 있네!

울림    응! 엄마 울림이는 똑똑 박사야!


울림    나중엔 그걸 잊어버릴껄? 나중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서 지금 이야기를 잊어 버리는 것 처럼


울림    (우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엄마! 우주는 보통의 것 인줄 알았는데 무서운 것 이었어!






너무 뛰어 다녀서 사진찍기 어려운 큰 꼬박이






이건 작년 적어 놓은 대화 찾다가 발견한 건데 썩히기 아까워서 기록.


울림    엄마! 우주 안에 많은 야광 별들이 있는데, 그 야광별 중 하나가 지구고 우리가 거기 살고 있어!


이음    (소방차를 가르키며) 찌찌뽀!
울림    찌찌뽀가 아니고 소방차란 말이야 이음아. 이음이는 커서 알게 될 거야.


가인    울림아 넌 꼭 성공해야해

울림    성공이 뭐야?

가인    글쎄... 뭐라고 설명 해야 되지?

나       울림이가 행복한게 성공한거야

가인    울림이 행복한거는 뭔지 알아?

울림    응! 너무너무 좋은 거!



그런데 적어 놓고 보니 기록 해두는 대화의 대부분은 아름답고 이쁜 것들 뿐이라

자칫하면 우리의 대화는 늘 이렇게 아름다울 것만 같지만

사실 일상에서 저런 대화는 극히 일부분 일 뿐이고...

요즘 울림이는 사람들이 왜 미운 네살(지금 울림=만4살) 미운 네살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일 뿐이고...













쉴 새 없이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 가끔 사이좋은 꼬박이 형제 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





3


봄이다!






오늘도 오전에 녀석들을 태우고 간단히 도시락 싸들고 보리 밟기 축구 대회에 다녀왔다.

(올해 농사 지을 논에 보리가 심겨져 있는데, 그 보리를 많이 밟아 주어야 잘 자란다고 함)

아침엔 날씨가 좀 흐리길래 옷 단단히 입고 가야겠다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겉옷은 훌러덩훌러덩 다 벗어도 땀이 날 정도의 따뜻한 봄이었다:-)



누나한테 사탕 얻어 먹고 신난 꼬박이들ㅋㅋㅋ










올해는 차도 몰 수 있고 야심차게 농사 모임을 두가지 하게 되었다.

하나는 오늘 다녀왔던 자연농 논농사 모임.

또 하나는 목화를 심고 키워 누빔 옷을 만들 계획인 목화 모임.


농사는 나에게 뭐랄까... 사명감을 갖게 해 준달까.

그래서 매년 작게작게 농사 모임 하는 곳을 기웃 거리곤 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 해도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동이 어려운 나에게

포기하게 되고 마는 모임 중 하나였다.


그래도 올해는 운전 능력을 장착 하였으니

다시 사명감을 가지고 야심차게 시작! 끝까지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 

어쨌든 올해는 잘 짓고 못 짓고를 떠나 끝까지 하는 것이 목표.


무엇보다 농사 모임은 나와 아이들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즐거운 일 이 될거라는 안심에서 시작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진짜- 봄이 왔다.

오늘 나가서 날씨가 이렇게나 따땃해 진 걸 보면서

또 금방 여름이 오고 또 한해가 금방 지나 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봄이 오니까 오히려 한 해가 진짜로 시작 되는 느낌. 으랏차!



(엄마 생일 간만에 외식으로 신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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