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2017. 10. 28. 11:02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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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한 약 6개월의 시간동안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는 나름의 큰 변화가 있었다.


시작은 지금 내 뱃속에 자리 잡은지 이제 막 6개월 차 되시는 셋째 꼬박이가 찾아오고부터였다.

(그러고 보니 정확히 그때쯤 부터 글을 쓰지 못했네)

셋째 꼬박이가 우리에게 온 것을 알게 된 직후 많은 고만과 감정들이 순식간에 오고 갔다.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 이라는 놀라움이 컸던 것 같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잘 되지 않았었다고 할까. 

하지만 우리는 곧 앞으로 시작될 어려움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가 어영부영 버티고 있던 것들을 과김히 헤쳐(?) 나가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가장 첫번째로 선택 한 것은 남편의 퇴사였다.

홍성에 오면서 좋은 의미의 일을,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지내왔지만

남편의 일은 잦은 야근이 필수였고, 지난하게 진행하고 있던 논문작업을 병행하며 남편도 나도 많이 지쳐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육아는 내가 거의 전담 해 왔기 때문에

셋째 꼬박이가 생긴 걸 안 직후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남편과 함께 하는 육아였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의 퇴사와 더불어 셋째 꼬박이가 나오기 전 논문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퇴사를 진행했다.

 

그 다음 선택은 집. 

울림이를 낳지마자 시작된 귀촌 생활이 올해로 5년이 꽉 차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현실적인 핑계로 빌라와 아파트를 전전해 왔다.

이제 자유롭게 놀기를 좋아하는 울림이 이음이를 위해서라도(더불어 그런 아이들을 맘껏 풀어 놓고 육아에 반발짝이라도 떨어지기 위해서)

시골집으로의 이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 상황에 아주 적절한(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ㅋ) 집이 나타났다.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어느 마을의 가장 끝에 자리 잡은 통나무집.

우리는 내년 가을 즈음 그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이 두 가지 선택 만으로 우리는 금세, 꼬박이가 우리에게 와 준 것이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부단한 엄마아빠에게 이제는 미루지 말고 정말로 원하는 삶을 향해 나가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하고.


지금에야 이 일들을 담담히 적어가지만, 

내가 블로그에 아무 것도 쓰지 못하던 그 6개월 동안 그만큼의 고난과 역경들이 많았다.

(애를 둘씩이나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겪어 본 입덧의 지옥,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퇴사 과정,

선택의 기로에서 겪었던 이해와 갈등의 과정들.

그리고 막상 과감히 선택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주변 환경들로 인해 많이 지치기도 했다.

아직 불확실한 미래가 아직도 불안하고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요즘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자라주는 울림이와 이음이의 모습에 감격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보내고 있다. 





2


오랜만에 (옛)꼬박이 형제들의 근황을 전하자면...


이제 곧 생일을 앞둔 여섯살 울림이는 아직 어린이집을 밥먹듯 빠지지만,

이제는 제법 동생도 챙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갈 줄 아는 어린이로 씩씩하게 크고 있다.

혼자 밥먹고 세수하고 몸에 비누칠도 하는, 심지어 동생 세수까지 시켜주는...! 든든한 큰 엉아.

같이 시소 타자는 울림이에게 힘들다고 하니 '엄마는 왜 즐기지 못하냐'고 하는ㅋㅋㅋ


그래도 최근엔 어린이집에 슬슬(다니기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재미를 붙여가는지

최근에 배운 장구가 재미있었는지, 어쨌든 요 몇 주는 빠지지 않고 참 잘 갔다.

오히려 어떤 날은 그런 울림이가 왠지 모르게 서운하게 느껴져 어떤 날은 같이 집에 있자고 꼬시는 이상한 엄마를 둔...ㅋㅋㅋ

나의 베스트 프랜드 황울림.










넘나 사랑스러운 하트 콧쿠멍



혼자 하는걸 좋아하는 이음이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임미가!"이다.

말도 부쩍 늘어 느리지만 꾸역꾸역 자기 할 말 다하는 이음이.

자기 와꾸(ㅋㅋ)가 강한 이음이는 자기가 입고 싶은 옷, 신발 먹고 싶은 것 등을 스스로 선택하려하고

입에 뭐 묻는걸 싫어해 카레와 짜장을 싫어하며 팔이랑 다리에 옷이 걷어지는걸 못 참는 아이. 

최근 엄마에게 "엄마는 쪈샤(천사)야"라는 말을 자주 하고 온 가족에게 "쨔랑해"라는 말을 전파하는 아기천사.

이해와 사과가 빨라 며칠이 지난 일도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고ㅋㅋㅋ 

매일 밤 자기 전 엄마 볼을 쓰담쓰담 하며 자는 우리집 애교 담당 쩨쨜 임미.

응아도 쉬야도 잘 가리고 얼마 남지 않은 어린이집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이제는)작은 엉아 황이음.














녀석들이 이렇게 자라면서 (드디어)두 녀석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형제다운 면모를 발휘 하고 있다.

이제는 싸우는걸 말리기 보다는 너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말리는 상황에 처하는 상황까지 온 거시다...!(그것을 말려야 하는 아파트의 비애ㅠ)

형제가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참 좋은 것이구나,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구나 배우며 느끼는 요즘.

'둘 이어도 이렇게 즐거운데 셋이면 더 즐겁겠지, 몇 년만 더 힘내자...ㅠ 화이팅' 뭐 이런 위로를 하기도 하며...ㅋㅋ




동네 인터넷 카페에서 득탬한 5천원짜리 식기 세척기 설치 기사님 옆에 붙어있는 녀석들ㅋㅋ





셋째 꼬박이가 생긴 후 한창 유행하던 아기 놀이ㅎㅎㅎ





꿈뜰에서 허브데이가 있던날 얻어온 허브와 집으로 돌아 오는길, 동네 곳곳에서 찾아온 꽃들로 목욕 하던날:-)



둘만의 아지트에서 과자 먹는 중




사진도 찾다 보니 이제 각자 있는 사진보다 함께 있는 사진이 더 많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은 추억을 쌓아 가야지. 모두 함께:-)




3


허우적 대던 날들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지는 꽤 되었는데,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요즘 아빠와의 시간이 전보다는 좀 늘어서 인지 아빠 껌딱지가 되어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걱정은 잠시 뒤로 해도 될 만큼 중요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의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중하기에 애써야지 생각한다. 






꼬박이들아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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