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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부터 이음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있다.

원래는 3월부터 4세반 입학인데, 마침 3세반 자리가 나서 운 좋게 조금 빨리 다니게 됐다.

안 그래도 꼬박이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가게 되는 이음이가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잘 된 일인데 그럼에도 나는 이음이가 막상 어린이집에 바로 다니게 된다니, 주책맞게 또 마음이 몽글몽글 했다.

울림이 갈때도 가기 며칠 전 까지 울림이랑 생 이별하는 이상한 꿈까지 꾸고 훌쩍이더라니-

이럴때면 아이들 보다도 내가 더 아이들에게 의존적이지 않나, 회의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이음이는 

원래는 한 며칠은 엄마가 같이 있다 같이 있다오고 하는 하는 적응기간을 갖다가 조금씩 이음이가 혼자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수순이다.

그런데 이녀석, 첫날부터 집에 일찍 안 가겠다고 하여 밥까지 먹고 오고(선생님 당황ㅋ), 이틀 만에 이음이 혼자 오전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처음엔 낯 가린다고 문 앞에서 잘 들어가지도 못 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30분 만에 말문이 트이고 1시간 만에 교실 곳곳을 뛰어 다닌다.

어린이집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무래도 처음이라 이것저것 신기한게 많겠지.


내친김에 그 바로 다음주(이틀 뒤 한주가 넘어갔음) 버스를 태워 보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엄마 찾으며 훌쩍 거린다 하여 오전에 내가 출동 하기도 했다.

이음이는 나를 보자마자 으앙- 울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묻지도 않았는데 "내일은 엄마 생각 나도 안 울거야" 하고 씩씩하게 말한다.

다 커서 간 울림이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니기 시작하는 어린 이음이가 더 잘 적응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을 빠지지 않고 잘 다녔다.




재밌는건 덩달아 결석을 밥먹듯이 하던 울림이까지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는 것ㅋ

그런 울림이를 보면서 어쩌면 울림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았던 날보다 내가 울림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던 날이 더 많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 걱정과 염려와는 다르게, 이렇게 갑자기, 잘 적응해 버리는 큰 꼬박이들을 보면서 역시 문제는 아이들 보다 나에게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마음 잡기.

이렇게 아이들이 다 나가고 나만의 시간이 생기니 그동안 미뤄 왔던 일들이 생각난다.

블로그, 계좌정리, 새탁기 청소, 오븐 청소, 묵은 때 닦기 등등-

내가 게을러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미뤄 두고 있는 일들이

이렇게 조금의 시간이 생기자마자 그런 일들이 먼저 떠오르고 실천하는 손이 나가 걸 보면서 내가 그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것을 알게됐다.

늘 이렇게 지나고 나서야 내 상태를 알게 되는 나. 예전엔 늘 동동 거렸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그런 나도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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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을 보름 남짓 남기고서야 꼬박이 맞을 준비를 한다.

일단 이곳 저곳에서 잔뜩 받아 놓은 꼬박이 옷, 출산 용품 등을 꺼내 버릴 것과 쓸 것을 분리하고 빨고 삶으며 때를 지운다.

그래도 셋째라고 나한테도 약간의 노하우가 생겨서 예전엔 아깝다고 잔뜩 쟁여 두던 것들을 다 버렸다.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 놓고 묵은 때를 깔끔히 지우는 스킬이 늘어난 내 모습에 뿌듯해 하면서 이제사 꼬박이가 곧 우리 곁에 올 것을 실감하고 있다.






셋째 꼬박이는 가정출산을 준비중이다.

조산원에서는 아이들(울림 이음이)과 함께 지낼 수 없는 것이 큰 이유였고, 

둘째까지 나름 무난히 낳은 자신감으로 좀 더 편한 공간에서 온가족이 함께 낳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가정출산을 처음 결정 하면서 가장 놀란건 남편의 반응 이었다. 

울림이 때는 조산원에서 낳는 것도 걱정 하던 남편이 꼬박이의 가정출산은 고민 없이 냅다 그러자 하고,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처음에는 가정출산이나 조산원 출산이나 아이가 나오는 과정은 비슷하겠거니- 하고 쉽게 생각 했었는데,

막상 막바지가 되어 꼬박이를 집에서 맞을 준비를 하다보니 내가 꼬박이를 낳은 이후 책임지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음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꼬박이를 낳은 직후 상황을 계속 생각 한다.

조산원에서 자연스럽게 해 주던 것들을 떠올린다.

출산 할 방의 밝기, 온도, 가족들이 꼬박이와 함께 자고 생활할 공간에 대한 것들, 출산 후 내 몸 상태에 대한 대비(오로, 빈혈 등), 식단 관리 등등-

물론 조산사 선생님이 가장 초반의 관리는 도와주시겠지만, 출산 이후의 것들을 내가 더 생각하고 책임져아 한다는 생각에 

집안 곳곳을 다니며 머리 속에서 이런저런 상황을 떠올리며 스스로 이미지 트레이닝 하게 된다.

출산의 과정과 출산 이후의 상황에 더 큰 책임감이 생긴 기분.


무엇보다 지금 가장 걱정은 꼬박이가 나오기 전 까지 조산사 선생님이 오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정출산을 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다보니 대구에 계신 선생님과 연이 닿았는데,

대구와 홍성의 거리가 꽤 멀고, 나는 출산 속도가 빠른데다 셋째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나와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가장 크다.

우리도 선생님도 꼬박이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결코 알 수 없으니,

그저 꼬박이가 조금만 더 일찍 신호를 주기를, 선생님이 도착 하실 때 까지 조금만 천천히 나와 주기를, 무엇보다 건강히 잘 나와주길 기도할 뿐-




꼬박이 가족 모두 화이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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