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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서천에서 집으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 핸드폰에 깔려 있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 했다.

 

'나는 멀리 못 가니까 sns를 통해 다양한 간접 체험을 하는거야'

매일 밤낮으로 틈틈이 sns를 하며 핑계를 댔다.

하지만 sns속 사람들은 온통 즐겁고 이쁘고 행복한 것들만 보여주고, 그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나는 우울했다.

갖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만 늘어나고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부러워 하면서 우울한 마음만 커졌다. 

어플만 삭제하고 sns를 완전 차단 한건 아니어서, 컴퓨터로 종종 보긴 하는데 어플을 삭제 하니 일상을 지배하던 sns활동(?)은 확실히 줄었다.

사실 sns의 문제라기 보다 나약한 내 멘탈이 문제라 어찌보면 편하게 도피 한 거라고도 할 수 있다.

 

어플을 지운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어간다.

처음엔 좀 헛헛하니 왠지 좀 심심한 느낌도 들고 약간 안절부절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sns어플을 삭제한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꼬박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흘러가는 내 삶은 그대로다.

(오히려 덕질 하는 시간이 늘었다ㅋㅋㅋㅋㅋㅋ)

다만 이 도피성 실천이 누군가와 비교하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걸 조금은 사라지게 해 준 것 같아서,

그리고 맘 먹던 것을 움직여 실천 했다는 뿌듯함에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이 된 거 같다고 생각한다.

 

엊그제는 아주 오랜만에 혼자 영화도 보고, 오늘은 이렇게 오래만에 블로그에 글도 쓴다.

2월에는 아이들 방학을 맞이 하여(이음이도 어린이집을 한 달동안 뺐다) 아이들이랑 소소한 여행들을 계획 하고 있...

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모든 일정이 잠정 중단ㅠㅠ 인생 참 맘먹은 대로 진행하기 쉽지 않다...

 

이 글도 쓰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 거 같은데 계속 마무리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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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인가 날이 몹시 춥다.

사실 이정도가 겨울의 보통 기온인데,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 이정도에도 엄청 추운 것처럼 느껴진다.

춥다 춥다 하면서도 간만에 느끼는 이 차가운 겨울의 느낌이 싫지는 않다.

 

덕분에 어제 아침에는 아주 오랜 만에 눈도 쌓였다.

아주 아주 조금 밖에 쌓이지 않은 눈이지만 날도 춥고 기분도 낼겸 아이들에게도 오랜만에 올인원 패딩을 꺼내 입혔다.

큰 꼬박이들은 우주인이 된 것 같다며 좋아한다.

눈이 얼마 없어 뭐 놀 게 있나, 싶었는데 아이들은 이 얼마 되지 않는 눈에도 신난다.

 

막내 우리도 이제 엄마 없이도 혼자 형들을 졸졸 잘도 따라 다닌다.

가다가 넘어지면 뒹굴고 누워서 하늘도 한번 본다. 사랑스러운 꼬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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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맥락, 뜬금 없지만)작년 가을, 남편의 박사논문이 드디어 마무리 되었다.

 

9월쯤 마무리가 되었으니 아직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몇년 전의 이야기 같다.

'언제 끝날까, 무사히 끝낼 수는 있을까'의 막연함 속에서 드디어 해방 되었으나 그도 잠시 도돌이표 처럼 같은 고민이 계속 된다.

우리는 이 긴 여정을 무사히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몇년 째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다.

다들 이렇게 사는건지, 우리만 이렇게 사는건지. 계속 비교하게 된다.

 

매일 도돌이표 처럼 되돌아 오는 질문 속에서 남편과 나는 늘 비슷하게 싸우고 비슷하게 마무리 짓는다.

가장 최근에 내린 결론은,

인생에 명확한 목표지점을 정한다는 것이 가능 할까?

우리가 가는 길이 뚜렷한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은 같지 않아 불안할 지라도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가고 있는 것 일거라고.

그러니 우리는 그냥 묵묵히 지금 해야 할일들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가진 것이 하나 둘 더 생길 수록 고민 할 것이 많아지고 선택해서 나아가기가 어려워 진다.

더 버리고 더 비우며 살아야 하는데 그것도 갈수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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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내가 하는 일에 의미 부여를 잘 해보고 싶다.

단지 겉치레가 아닌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하고자 하는 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 인지 잘 정리 해 보고싶다.

 

 

올해는 어떤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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