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개학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늘어지게 쉬고 싶을 줄 알았는데 왜인지 아이들 만큼이나 나도 들떠서 하루 종일 묵혀둔 청소들을 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팔다리가 후들후들 한걸 보고는 힘이 너무 들어갔나, 했다.
언제부턴가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날 아침이면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하러 나와 계신다.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는 곧장 달려가 인사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이제 못 놀아서 어떻게 하지?"라고 하시니
이음이는 "괜찮아, 전에도 갔다 와서 많이 놀고 그랬잖아. 그치?"라며 되려 할아버지를 달래듯 말한다.
부엌일을 하다 뒤늦게 보시고는 할머니도 달려 나와 잘 다녀오라 환하게 인사해 주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는 (학교를)2학년 때까지만 다닐 거야"라고 했던 울림이도,
오늘 어린이집 앞에서 '쑥스러울 것 같은데...' 하며 망설이던 이음이도, 다행히 씩씩하게 잘 갔다.
오히려 나만 괜히 삐쭉 나온 이음이의 난닝구에 찡해져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몇 번이고 뒤돌아 보다 나왔다.
나오는 길에 선생님들이 함께 온 우리를 보고 혹시 모르니 우리 교실(이 될 뻔한 곳)도 같이 한번 둘러보고 가라고 하셔서 슬쩍 들어갔는데
조금 흥미로워하는 듯하다가는 나가고 싶다며 곧장 놀이터(큰 자동차들이 많은 곳)로 간다.
놀이터에 있는 큰 자동차 들을 보며 우리는 "안에는 실코 바께가 조아"라고 말한다.
나는 곧장 "우리야~ 어린이집 다니면 밖에서도 많이 놀 수 있어~"라고 했지만 엄마가 없어서 싫다는 우리.
자기 의견에 있어서는 야무진 녀석이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작년 가을에 심어 둔 튤립이랑 마늘 싹이 쑥쑥 올라와 있다.
두꺼운 볏짚 이불도 덮어 주지 못했는데 잘도 자라 주었구나.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자기 몫을 다 하는 모습이 꼬박이들을 보는 것 같아 튤립과 마늘에게도,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도 참 고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