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쓰던 메모장의 메모들을 모두 날리고 뒤늦게 이곳 저곳에 있는 글들을 모으다 발견한 이음이의 말들. 

(뒷따라 오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여기 민들레 많아요!”
(옆에 있는 우리에게)
“우리야, 이 민들래 해처럼 별처럼 이쁘다. 그치?”
/21.4.8

'오늘은 이음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마당에 놓인 긴 탁자 밑을 보더니, 호수 같다고 합니다. 무리진 토끼풀이 호수 물 같고, 띄엄띄엄 피어 있는 봄까치꽃이 연꽃 같아 참 예쁘다고 합니다’ 
/같은 날 아랫집 할아버지 일기

이음, 울림이랑 ‘더블 미얀코’(아이스크림)를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울림이가 “엄마, 내가 왜 이 아이스크림을 고른지 알아?”라고 묻는다. 
나는 짐짓 기억나는 것이 있어 “아~ 알거 같아”라고 했더니
“이 아이스크림에 추억이 있기 때문이지”라며 울림이가 1학년 때 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가 빠진 이야기를 해 준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이음이는 집에 돌아와 아랫집 할아버지를 만나지마자 소리쳤다.
“할아버지~ 나 지금 형의 추억을 먹고 있어요!”
/21.4.10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시를 뱉는 이음이.

 

 

2.

"짧게라도 올려"

남편에게 인스타에 올릴 글을 정리하며(위의 글) 보여주었더니 블로그에도 올리라며 한마디 한다.

"블로그에 올리긴 너무 짧지 않아?"

"뭐어때"

 

순간 오늘 읽은 장기하의 책에서 '아무 것도 안 하기'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버릇을 갖게 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든지 아무것도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점점 불리해 진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상관 없고, 또 뭔가를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

-장기하, '상관 없는 거 아닌가?', 문학동네, p60

 

그렇게 뭐 어때, 상관 없지. 하며 올리는 오늘의 꼬박일기.

 

(아래 사진은 지난달, 울림이 숙제 하러 간만에 나들이 간 날.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과 이응노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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