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야흐로 금당리 산골짜기에도 코로나 시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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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있을 일이다 생각 했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우리집에서 접촉자가 가장 없는 우리가 제일 먼저 걸리고, 바로 다음 날 우리를 보살피던 내가 아닌 난데없이 바람씨가 걸린 것이 미스테리.
다행히 나와 두 어린이들은 전염 되지 않아 나름의 일상을 유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울림이까지 확진.
결국 이음이를 지원이네 보내고 격리가 끝나가는 '우리'는 나와 1층, 울림이와 아빠는 2층을 쓰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서도 뿔뿔이 흩어 져 있는 가족들이 짠 하면서도 우습다.
어제는 이모네 간 이음이가 돌아오고, 약 일주일 동안 수염을 기르며 박열 코스프레를 하던 남편도 멀끔히 정돈하여 일터로 나갔다.
다시 만나서 반가운 마음도 잠시. 곧바로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모습도 마냥 귀엽고 웃기다. (이음이는 집에 들어온 지 30분 만에 이모가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딱 이틀 열나고 아픈 것도 거의 없었는데 바람이와 울림이는 꽤나 앓았다. 병명은 같아도 다들 아픈 것 마저 제각각이다. 아팠던 울림이와 '우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이음이도 지난 몇 주간 훌쩍 큰 것 같다.
2.
나는 겁쟁이 쫄보 엄마여서 나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분리 되는 날이 오면 생각만으로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어쩔수 없이 들이닥친 이 분리의 시간이 생각만큼 서운하진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이 시간들이 더 궁금해 지고 흥미로워 지는걸 느낀다. 각자의 세계에 충분히 집중하고 그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것에도 즐거움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3월에 어린이들 방학이 끝나고 부랴부랴 2층에 작은 작업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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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라고 하기엔 작은 책상 하나 있게 다 인 공간이지만 요즘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은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에게 빼앗겨 있지만... 올해는 여기서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려 계획중이다. 어떤 것은 시작 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준비중 이기도 한데 올해는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가 목표이기 때문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려 한다.
바로 뒷자리에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있는 '우리'의 작업실도 조그맣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여기를 '공부실'이라고 하면서 잘 따라 온다. 나름의 자기 공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물론 요구 20개 질문 10개를 하고 겨우 10분 앉아 있는 정도지만)
우리집 코로나의 마지막 타자(이길 바라는) 울림이 격리가 끝나면 배송중 코로나가 터져 아직 포장을 뜯지도 못한 울림,이음 책상도 설치 하려고 한다. 이제 각자가 갖게 되는 이 책상 위에서 생겨날 서로의 무수한 세계들이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