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아이들은 학교 재량 휴일로 집에 있고, 남편은 여느 평일 아침처럼 출근을 했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고기를 구워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지, 아니면 선물 받은 책들을 보느라 엄마 깨우는 것을 까먹었는지, 아니면 자기들끼리만 있는 아침 시간이 좋아서 였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푹 자는 엄마를 재우고 싶었는지(가능성은 가장 희박하지만 사심 가득 엄마 마음 1순위) 어쨌든 10시가 되도록 아이들이 나를 깨우지 않았다. 간혹 우리가 내가 덮고 있는 이불속으로 들락날락하고, 뜨문뜨문 아이들이 묻는 소리에 답을 한 것 같긴 한데 비몽사몽 꿈을 꾸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오후에는 여지없이 졸음이 왔고 또 꾸벅꾸벅 졸았다. 잠은 많이 잘 수록 졸려 지는 경향이 있다. 나도 졸고 어린이들도 옆에서 같이 졸다가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밖으로 나갔다.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남편이 머리 자르러 간다길래 백년만에 외식하고 들어왔다.
2.
생각해 보니 어제도 조금 늦게 일어났다. 오늘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는 늦게 일어났었지, 이 글을 쓰며 문득 생각했다.
언제나처럼 먼저 일어나 있던 아이들은 강화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신나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 아침도 먹기 전에 잠옷 바람으로 방방을 뛰었다.
아침을 거의 다 먹었을때 쯤 강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모가 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랫집 할아버지 할머니랑도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은 들뜨고 신났다가 싸우고 울다가 이내 다시 깔깔댔다.
어린이날 선물로는 더이상 장난감을 들이기 싫어 만화책을 잔뜩 사서 줬다.
엉아들 용 마블 만화책들과 동생들 용으로 '에밀과 마고', 그리고 '꼬마 마녀 주크'라는 책들을 샀다.
울림이는 워낙 만화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제 좀 컸는지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우리'는 어린이 날 선물은 원래 이런 건가 하며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린이 날에 선물 꽤나 받아 본 이음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이모가 자기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 했다고 같이 문구점 가서 선물을 골라오자는 말에 안심하며 웃었다.
식구들끼리만 있어도 북적이고 즐거웠던 어린이날, 그리고 어쩐지 어린이날의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 보이던 어린이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