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돼~!!!"
울림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딘가를 향해 소리친다.
"아카시아가 벌써 시들고 있어!!!!"
그러고는 곧장 며칠 전에 따 두었던 아카시아 꽃들을 다른 통에 옮겨두고 다시 새로운 아카시아 꽃들을 따러 달려간다.
울림이 등쌀에 못 이겨 또 이렇게 얼렁뚱땅 아카시아 효소를 담그고 있다.
옆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이음이를 단칼에 거절하며 자기는 혼자서 해내고 싶기 때문에 같이 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황울림(결국 따로 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웃기는 짬뽕이다.
2
오랜만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곧 출산을 앞둔 만삭의 오똥이 엄마 호지와 오똥이 아빠 빌궁. 만나자 만나자 하다 못 본지가 벌써 몇 개월...
이러다 애 나오겠다며 급 번개로 만났다. 배불뚝이 호지 직관을 손꼽아 기다려 온 나는 만나기 전부터 두근두근. 애기 낳기 전에 맛난 밥 한번 꼭 해주고 싶었는데 작은 목표 하나 달성한 것 같아 뿌듯했다.
오랜만에 집에 손님들이 와서 그랬는지 꼬박이들은 너무 신난 나머지 이상행동들을 마구 해댔다(울림이는 계속 이상한 연기를 했고 이음이는 이상한 몸짓을, 우리는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며 다녔다). 어린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해원이 같네 바람이 같네 하며 웃던 정신없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호지는 여전히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고, 빌궁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금세 삐졌다ㅋㅋㅋ 약 5년간 아직 대화 한 번 못해 본 '우리'와 빌궁이 언제쯤 첫 대화의 장을 열 것인지가 앞으로 우리 만남의 최대 관심사.
나이가 들어 갈수록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참 좋다.
지난 날의 어리숙하고 어설프고 모났던 모습을 지나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고, 이미 볼꼴 못볼꼴 다 본 것에대한 안도감도 있는 것 같다. 서로 만나서 많은 것을 하지 않았더라도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 함께하는 이 관계들이 참 따뜻하다.
3
어제는 가인이가 일하는 에코샵 홀씨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재밌는 물건들을 잔뜩 보내주었다.
루페, 나무피리, 새 피리, 스크레치, 손수건, 나무모형 맞추기 등등 엄청 여러 가지가 왔는데, 삼형제 답게 상자를 열어보자마자 분배부터 똑부러지게 하는 꼬박이들. 큰 형아 울림이가 나서서 세 개씩 들어 있는 것은 하나씩 나눠주고 개수가 맞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할지 논의할 수 있도록 의견을 묻는다. 다행히 그동안의 노하우가 쌓여서 그런지 큰 다툼 없이 알아서 척척 잘 나눴다.
가인이는 어린이들이 다 커버려서 재미 없어 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11살 울림이 포함 모두 취향 저격 당해 자기 전까지 신나게 놀았다. 오늘 아침에도 자기들끼리 일어나 책상 앞에서 스크레치 하고 만들기 하고 노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가인이모에게 감사를...
사랑으로 가득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