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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잤다. 울림이가 새벽부터 보채면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안 잤기 때문. 젖도 제대로 먹지 않을 뿐더러 자꾸 물어 뜯다 싶이 해서 아프고, 오늘 따라 다리가 저릿 저릿 아픈데다 졸리고 피곤하고. 몸이 힘드니 마음도 엉망진창. 몸과 마음이 지치니 이 모든 것을 보듬을 힘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기띠 마저 강화에 두고왔다. 말귀를 알아듣는데 일부러 때쓰는 거라면 차라리 낫겠다 싶은 마음 들었다. 그러면 울게도 좀 냅두거나 혼을 내줘도 되니까. 하지만 지금 울림이는 그게 아니니 더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으로 울림이가 너무 미워 보였고 점점 화가 났다. "울림아 너 대채 왜 그래?" "엄마 보고 어떻게 하라고."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한테 자꾸 짜증만 내게 된다. 젖도 주고 안아도 주고 하다 결국 못 참고 결국 나는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나온 울음. 참 서럽게도 울었다. 이렇게 금방 무너지는 나 자신을 보면 내가 아직 어린 것 같고 부족한 것 같아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옆에서 끙끙대며 자고 있던 남편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남편이 나와 울림이를 적당히 달래 놓고 나도 다시 정신을 차려 칭얼대는 울림이를 이불로 아기띠 매듯 칭칭 싸맨 후 겨우 재우고 나니 4시가 넘었다. 늘 힘든일은 몰아서 온다고 느껴지는 건 평소에 괜찮다고 느껴 졌던 것들을 몸이나 마음이 지치거나 힘들어 괜찮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새벽의 나 처럼.
폭풍의 새벽을 몰아 오고 곱게도 낮잠에 빠진 황울림
꿈 속에서 손가락 먹을까 말까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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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폭풍 같은 새벽을 보내고 아침에 겨우 일어난 엄마 아빠는 거의 좀비 수준. 남편은 결국 회사 출근이 늦어졌고, 나는 남편 도시락 겨우 싸서 보낸 후 지금까지 집안일은 거의 손대지 못 하고 있다. 아, 모르겠다 오늘은 좀 쉬엄쉬엄 해야겠다 하면서 울림이랑만 아둥바둥 하고 있다. 그래도 평소 하던 일들 잠시 제쳐 두니 조금 낫다. 그런데 이러고 있으니 아침에 좀비가 되어 집을 나서던 남편의 뒷모습이 생각나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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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울림이가 이렇게 젖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안 자는 이런 현상들을 보아 또 한 번의 도약의 시기가 찾아 온 것이 아닌가 싶다. 후... 도약의 시기... 몇 번이나 남은 거지... 울림이가 점점 커지고(현재 6.2kg) 몸을 많이 쓸 수 있게 되니(너무 파닥파닥 거려서) 울림이의 도약의 시기도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 진다ㅜ,ㅠ
엄마 아빠를 좀비로 만든 황울림을 향한 엄마의 소심한 복수
젖을 제대로 먹지 않아 혼내는 중.
젖 좀
잘 좀
먹으라고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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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은, 하루라도 빨리 아기띠가 필요하다는 것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