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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훈련소에 갔다. 남편은 작년부터 '전문연구요원'으로 거창한 이름의 병역특례중으로 현재 신분 군인이다. 현역들 처럼 2년 남짓 군대에 뻉이치며 있지 않는 대신 대학에서 3년동안 박사과정 생으로 공부를 하며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 전문 연구 요원들에게도 머리까지 빡빡 밀며 군인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훈련소 4주 훈련. 원래 작년부터 훈련소 날짜가 나왔지만 결혼, 출산, 귀촌 등의 많은 일들을 겪느라 미루고 미루다 오늘 부터 다음달 16일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한 달 전인가? 훈련소 날짜가 새로 나온 것을 받고 '아, 올 것이 왔구나' 생각만 들고 별 생각 없이 지내다 막상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할 일이 많았다. 남편이 없는 동안 나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닐 준비를 해야 하고, 몇 주간 집을 비워 둘 준비도 해야하고, 다녀 와야 할 곳과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들어가기)바로 전날에는 훈련소 준비물들을 챙기느라 이마트를 두 시간동안 돌아다니고, 머리도 빡빡 밀어야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 둬야 하고 등등. 가기 직전 까지 이것 저것 챙기다 정신없이 보냈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미리 좀 알아보고 챙겨 둘 걸 괜시리 미안해진다.


군산 이마트 처음으로 유모차 탑승하신 황울림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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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을 뿐더러 나는 남편이 없는 몇 주 동안 집 떠나 이곳 저곳에서 지낼 생각에 조금 설레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제 이마트에서 이런저런 준비물을 사고, 머리까지 밀고나니 마음이 정말 이상했다. 왠지 떨리(?)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알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 싱숭생숭하게 남아 있는 기분 이랄까. 


모쪼록 그리하야 까까머리가 된 울림아빠 인증샷.(울림이의 표정이 절묘하군ㅋㅋㅋ)


요건 과정샷.(블루클럽 찾다 못 찾아서 아무 미용실에 들어감)


빡빡이가 되니 정말 군인이 된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 와있던 공익근무요원 오빠도 생각나고. 미용실 아줌마가 남편보고 잘생겼다는 말을 어찌나 하시던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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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런저런 준비 과정을 겪고 오늘 오후 시부모님과 함께 남편을 훈련소로 보내고 돌아 왔다. 남들 2년 갔다 오는거 4주 갔다오는 거니 너무 맘졸이지 말자 생각했지만 막상 헤어지려니 쓸쓸하고 애틋하고 슬퍼지는 맘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외소한 몸으로 커다란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걸 꾹 참았다. 그래도 부대(?) 쪽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지나가는 길에 바로 앞에서 얼굴 한 번 더 보니 맘이 좀 편해졌다. 마지막 지나는 길에 시아버님이 깜빡 하고 챙겨주지 못한 현금까지 재빠르게 챙겨줘서 맘이 더욱 놓이기도 했고ㅎㅎ


남들 2년 가는거 4주 보내면서 뭘 그러나 생각 할 지라도 다들 각자의 상황과 처지, 그리고 서로다른 마음들이 있으니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애틋해 하고 그리워 하며 기다려야지. 얼른 나와 어떤 일들이 있었나 신나게 수다떠는 남편의 모습을 빨리 보고싶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길. 울림아빠 화이팅!


빨리 와요, 아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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