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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서천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어제 조치원에서 하룻밤 자고, 지금은 강화에 와있다. 그동안 서천에서 너모너모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왔는데, 흘려 보내기 아쉬워 간단한 사진 스케치라도 남겨야지 하는 맘에 급 포스팅ㅋ 그동안 찍어 둔 사진들을 보며 서천에서의 기억을 더듬더듬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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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님이 푸욱 빠지신 일 중 하나, 장작패기! 장작으로 쓰일 나무가 도착한 이래 도끼질 중독증(?)에 빠지신 시어버지는 출근하시기 전에 새벽같이 일어나 쿵쿵쿵, 저녁에 퇴근 하신 직후에도 쿵쿵쿵. 심지어 학교에 게실때도, 잠자기 전에도 자꾸 도끼질이 아른 거리신다던,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장작을 패시던 시아버지.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시며 무지무지 커다란 나무들을 열 번 안에 찍어내신다. 덕분에 시아버지 팔뚝에 울끈불끈 알통도 생기셨다능ㅎ
네 이놈. 첫 번째는 너로 정했다!
흐라얏~!
이 정도는 껌이쥐
진짜는 요놈이닷!
산산조각 내주겠드앗!
이 도끼가 짱이여유
아버님 기합소리에 윗집 사람들이 구경왔다ㅎㅎ
하지만 아직도 이만큼 남았다는게 함정...
요렇게 잘 뽀개진 장작들은 다시 잘 모아 차곡차곡 쌓아 오래오래 말려야 해요:) 나도 (아주 조금 이지만)울림이 들쳐업고 함께 쌓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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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너울에서의 저녁 시간. TV가 없는 산너울에서의 저녁은 TV가 있는 집 보다 서로를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
무엇보다 산너울에서의 저녁 시간 중 가장 꿀 같은 시간은 바로 요 과자까먹는 시간! 어머님 아버님이랑 요래 엎드려서 도란도란. 과자는 역시 배깔고 누워 먹는게 재맛! 어머님이랑 드라마 보면서도 까먹고 아버님 수업시간에 보셨던 다큐 보면서도 까먹고, 어머니 인형극 대사연습 함께 하면서도 까먹고, 그냥 이런저런 수다 떨면서도 까먹고. 티비가 없는 산너울에 과자는 티비와도 같은 존재였달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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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들과의 만남도 좋았지. 한번은 정말 생각지도 못 했던 반가운 손님이 아주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 손님은 바로 흥섭이! 아, 이제는 준호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내가 블로그에 서천에 있다고 올라 온 것을 보고는 아직 울림이는 못 먹지만 내가 조아라 하는 딸기와 자신이 만든 그릇들을 들 냅다 달려와주었다. 선재수련 이후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결혼식날은 내가 정신이 없었으므로...) 어색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하기도 했지만 전혀 그럴 기미도 없이 폭풍 수다를 떨었다ㅋ 생각 해 보니 완주와도 그리 멀지 않아서 날 풀리면 흥섭이네 학교도 놀러가야지:) 흥섭이가 울림이 손이랑 발 찍어서 구워 준댔음>,<
윗집 꼬마 아가씨 미루와의 만남. 며칠 전 미루가 유치원에서 오다가 울림이를 잠깐 보고 올라가면서 "울림아 누나가 또 올게!" 하더니 우리가 서천에서 떠나려 막 준비를 하는 차에 미루가 놀러왔다. 미루 엄마가 직접 구운 맛난 감자 쿠키빵과 함께. 아가들은 아가들만의 언어가 있는지 별 말 하지 않고도 서로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울림아 너도 얼른 커서 미루누나랑 손잡고 뛰어놀아~:)
참외를 참 좋아하던 미루:)
요즘 부쩍 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울림이. '누나 맛있으면 나도 한 입만'하는 눈빛의 울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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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데이트! 서천에 지내면서 시부모님과 아기자기한 데이트를 참 많이 했다. 그 중 단연 최고는 시부모님, 그리고 이제 나 역시도 사랑하게 된 그 곳, 심동마을! 아담하고 소소하며 여유로운 이 마을에 반했다능♥ 날 따뜻해 지면 가족들 모두 모여 한가로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심동마을 외에도 이름모를 마을길, 보령호 뒷길등 일반인(?)이라면 알기 힘든 시골 구석구석 길을 시속 20km로 주행 해 주시는 시아버지:)
"시골에서 살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딜가나 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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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서천에서 지내면서 시부모님과 놀러도 많이가고 맛난 것도 많이 먹고, 무엇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참말로 좋았다. 어쩌면 남편보다 내가 시부모님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지도 모른다는 자신감도 좀 붙었달까ㅋㅋㅋ 요번 기회에 조금은 어색했던 산너울도 이제는 많이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기는 기분:) 모쪼록 열흘 남짓 저와 울림이를 정성껏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