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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요리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번 남편 회사에서 행사 후 나눠준 두부와 콩나물 그리고 한살림에서 주문한 어묵의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주부로서 변명을 좀 하자면 지난주 내내 오빠는 늦게 오고 주말엔 손님들이 해준 음식을 먹느라 이 아이들을 해 먹어 줄 시간이 없었다. 그리하야 두부 두모와 콩나물 두봉지 그리고 어묵 한 봉지의 유통기한이 하루 걸러 하나씩 있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루빨리 해치워야 하는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이틀 동안의 요리 대장정 코스는 이렇다.
- 어제 점심 : 콩나물 김치찌개, 콩나물 무침, 콩나물 잡채
- 어제 저녁 : 어묵탕 어묵 조림 (+계란말이, 양송이 구이)
먹고 뻗으신 남편ㅋ
- 어제 밤 : 두부 과자
- 오늘 점심 : 두부 스테이크
- 오늘 저녁 : 두부 콩나물 돼지고기 두루치기(이건 열심히 만들고 난 수유 땜시매워서 몇 점 먹지도 못했음ㅠ,ㅠ)
(아침은 빵이나 고구마로 간단히 먹음. 굶은거 아님)
다행히 남편 말로는 두부과자 빼고는 모두 성공이란다. 적당히 네이버 레시피 보고 적당히 내 맘대로 했는데도 실패란걸 안하니... 훗 그런데 매끼 이렇게 매인 요리를 해 먹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냥 차려 먹기도 힘든데 아기까지 보려 힘도 두배로 들고 시간도 두배로 걸렸다. 이틀 동안 이 요리들을 하는 과정을 이랬던 것이다. 수유 하는동안 레시피를 열심히 찾고 아기가 젖 때자마자 오빠한테 맞기고 요리를 막 하다가 중간 쯤 애기가 울어 다시 가서 젖물리고 다시와서 요리하고 다 해서 이제 먹을라 치면 또 울어서 젖먹이고. 그나마 오빠가 같이 있으니 교대로 움직이면서 할 수있었지, 아마 나 혼자 있었으면 저 음식들 다 버리게 됐을 거다. 어찌됐든 그 과정이야 쉽지 않았지만 식자재도 알뜰히 쓰고 매끼 푸짐하게 먹어 무지무지 뿌듯하다. 덕분에 다양한 음식 레시피와 요리 경험도 쌓고. 그리고 이렇게 요리 하면서 지난번에 산 스댕이하고도 많이 친해졌다. 그래서 오늘 친해진 기념으로 소다목욕을 시켜줬더니 완죠니 깔끄미 됐음! 울 스댕이 깔끄미 된 기념으로 기념사진 한 컷!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울 스댕이 1호! 우리 스댕이 둥개~둥개~
(※ 오늘의 교훈1. 음식은 재때재때 해 먹을것, 교훈2. 후라이팬은 태우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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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로 이사 온지 벌써 2주가 조금 넘었다. 아직은 아기가 너무 어린 관계로 집에만 있다보니 내가 정말 전라도에 와서 살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대학을 다니는 4년 남짓 동안 늘 시골살이를 꿈꾸왔고 특히 나중에 나의 아이가 생긴다면 꼭 시골에 키우겠노라 다짐해 왔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나는 지금 나의 남편과 우리의 아이와 함께 전라도로 내려와 있다. 비록 내가 꿈꿔왔던 아담한 시골 집에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 쌓인 그런 생활 환경은 아니지만 조금만 길을 나서면 그런 드넓은 자연과 마주 할 수있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밭을 가꿀 수도 있는 곳에 와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내가 귀촌을 하고자 한 이유와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 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의문은 내가 이곳에서 지내면서, 그리고 앞으로 시골 살이를 꿈꾸면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귀촌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곳에 온 만큼 촌스럽게 사는것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조금 느리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직 아기와의 생활이 덜 익숙하고 집 정리가 덜 끝나 당장 그것들을 실생활에 적용 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조금씩 계획은 세워 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