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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옹알이가 늘어난 울림이. 며칠 전 부터 정말 아주 갑자기 옹알이가 늘었다. 마치 엄마, 아빠를 이야기 하듯 음-마, 읍-빠라 하기도 하고(알고 하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겟지만ㅋㅋㅋ), 뭔가 짜증이 났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웅아우아웅아, 우째우째우찌우찌, 이런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쉴새 없이 내곤 한다.
약간씩 낯도 가리기 시작했다.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경계를 하거나, 놀래서 울어 버리기도 한다(특히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면). 그래도 그 사람과 익숙해 지기 위해 한참을 쳐다본다. 그러다 익숙해 지면 금세 친해져 웃기도 한다. 그러니 낯을 그리 심하게 가리는 것 같진 않다.
요즘 울림이는 바쁘다. 기고 서고 앉고를 자유로이 하게 되면서 볼 것도 많아지고, 할 것도 많아지고, 맛 볼것도 많아진 울림이. 아침에 일어나 엄마 아빠에게 기어와 올라타고, 그래도 안 일어나면 소리도 몇 번 지르다 엄마 책상 밑 전기선을 향해 돌진 하기도 하고, 선풍기 선을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내가 방바닥을 닦을 때도 졸졸 따라오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따라와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때로는 내 다리를 붙잡고 칭얼거리기도 한다.
엄마, 내가 청소 도와 줄게요!
이렇게 하는 건가?
이~렇~게~?
엄마, 밥 맛 있어요?
요 작은 집 안에서 매일매일 뭐 그리 볼 것들이 많은지. 이리저리 꼼꼼하게도 돌아다닌다. 온 집안의 먼지를 온 몸에 붙여 가면서... 땀이 많이나 그런지 정말 온 집안의 먼지를 모두 자신의 몸에 붙이고 다니는 듯. 아무쪼록 그렇게 활동량이 많아 지면서 더 위태롭고 위험한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혼자 놀 수 있는 시간도 늘었다. 비록 울림이에게서 더욱 눈을 때기 힘들어 지기는 했지만 나는 울림이 혼자 이것저것 보고 만지고 놀 도록 보는 듯 안 보는 듯 힐끔 힐끔 하며 몰래 지켜 본다. 가끔은 찡찡 대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가만히 모른척 하고 있으면 얼마 안 있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다시 혼자 놀기도 한다.
오늘은 빗자루를 하나 샀다. 울림이가 열심히 기어다니기 때문에 방바닥을 더 열심히 청소 해 주어야 하는데, 울림이가 내 주변을 열심히 쫓아 다니니 청소기를 돌리기도 힘들고(특히 우리집 청소기는 소리가 너무너무너무 크기 때문에 울림이 옆에서 돌렸다간 경기 일으킬 지 모르기 때문인 것과, 울림이를 방 안에 혼자 두고 문을 닫으면 문 앞까지 기어와 문을 열기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걸래질을 하자니 부담스러웠다. 해서 집앞 다이소에서 앉아서 쓸어 담을 수 있는 작은 빗자루 하나를 샀다. 이 빗자루로 집안 먼지를 쓸어 담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아기들 기어 다니는 집에 이 빗자루 완전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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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주 동안은 장마로, 요번주는 무더위로 거의 집에만 있는 것 같다. 아직 울림이가 뛰놀진 못 해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재미난 것도 많아 보이는데 매일 집에만 있으니 좀 미안하다. 주변에 너른 들에 가서 놀기도 하고, 밭에서 놀기도 하고, 산이나 냇가에서도 놀면 참 좋을 텐데. 이렇게 더워 지기 전에 자주 놀러 다닐껄. 전주 시내만 놀러 다닐 게 아니라 주변에 좋은 공기 마시러도 많이 다녀야 겠다.
올해는 배란다 텃밭이 거의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흙 부족, 비료 부족, 물 부족, 볕 부족, 관심 부족(...) 등이 이유 인 것 같은데, 이번 실패를 밑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잘 해보리라. 이번 경험으로 배란다보다는 옥상이 더 나을 것 같다는 결론과, 이제 곧 울림이도 걸을 수 있게 될 테니 내년에는 꼭 작은 텃밭 하나 빌리리라 마음 먹었다.
배란다 텃밭은 거의 실패로 돌아갔지만 요즘 뿌듯 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매실 효소와 짱아찌! 산청 지리산 자락 밑에서 부환이삼촌, 수미이모가 무농약으로 열심히 키운 매실을 10키로나 얻었다. 받자마자 바로 담궜어야 됐는데(하루만 지나도 색이 변하고 맛이 변하기 때문에), 그걸 모르고 하루 이틀 지나서 부랴부랴 유리 병 사고 설탕 사고 해서 씻고 말리고 해서 겨우 담궜다. 여기서 1-2 키로 정도만 빼서 매실 짱아찌도 담궈 봤다. 여기에 엄마가 보내준 산딸기로도 효소 담궈 놨다.
말 나온 김에 매실효소, 매실 짱아찌 담그는 법 기록.
<매실효소 담그는 법>
1. 물에 씻으면서 꼭찌를 따고(안 따도 된다고도 하는데, 나는 내가 담을 매실을 하나하나 만지는 것이 좋아 그냥 따 봤다. 근데 막상 다 따자니 좀 힘들었음.)
2. 담날 아침 까지 말렸다가
3. 매실설탕과 매실을 1:1로 켜켜히 쌓는다
<매실 짱아찌 담그는 법>
1-2는 위와 동일
3. 소금에 3-40분 정도 저려 놓았다가
4. 밀대 같은 걸로 빻아 씨를 발른다(이쁘게 잘라 내고 싶으면 칼집을 낸다)
5. 씨를 발라 놓은 매실과 설탕을 1:1로 켜켜히 쌓는다
나의 고질적 게으름으로 자주 매일 뒤적거리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이 삼일에 한 번씩 뒤집어 가며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 그래도 이녀석들 보고 있으면 어찌나 뿌듯하고 든든한지. 얼른 익어서 얼음 동동 시원한 매실 효소를 맛 보고 싶다. 우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