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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셋이서 보내는 주말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처음 이네. 토요일에는 술병이 나 골골대는 남편 덕에 하루를 날리고 오늘에야 주말다운 주말을 보냈다. 집 청소도 조금 하고 아가 목욕도 시키고 아침 점심 저녁 밥다운 밥을 챙겨 먹었다. 언제나 처럼 꼬박이의 아침 식사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우리가족. 오늘도 꼬박이 낑낑대는 소리에 깨어나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꼬박이가 우리 곁으로 나오기 전엔 8시 전 기상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이제 주말에도 8시 전 기상이다. 꼬박이 젖을 먹이고 모처럼 만에 같이 먹는 아침을 유로피언 브런치로 기분을 내 봤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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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착한 스텐 후라이팬으로 처음 요리를 해 봤는데 처음 치고는 성공인듯ㅋ 젤 처음 스텐 요리로는 가장 어렵다는 계란 후라이를 했는데 계란도 후라이팬도 거의 안 태우고 성공했다. 어찌나 뿌듯 하던지. 오히려 그 다음 부친 햄을 좀 태웠지만ㅋ 점심 때 생선도 나름 성공이었다. 집에서 조리 할 때 엄마한테 배운 대로 생선에 밀가루를 발른 후 구우니 그 맛이 더 일품! 쩄든 스텐 후라이 팬을 처음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스사모(스텐 후라이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본 것 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충분히 예열을 하고 요리를 시작 하는게 중요 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근데 내가 생각 했던 사이즈 중에 제일 작은 20cm 후라이팬을 주문 했는데도 엄청 무겁다. 이것 보다 더 큰 사이즈가 필요 하긴 할 것 같은데 그건 대채 얼마나 무겁다는 거지... 근데 어떻게 닦아야 할지 모르겠다ㅠㅠ 다시 스사모 서핑을 해야 할듯.
이것 말고도 또 서핑 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자잘한 주방 용품들 부터 전자 재품, 그외 생활에 자잘하게 필요 한 것들이 많아진다. 따지는 것도 많고 우유부단 하여 결정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살림 살이 장만 하는 일들이 쉽지 않은 일다. 저 후라이팬을 사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이 스텐 후라이팬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부터 브랜드, 사이즈, 가격 등등. 일주일도 더 고민 한 것 같다. 이제 정말 우리 집 우리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물건들을 고르려니 더 고민되고 또 욕심도 생겨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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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집안 물건들이 쌓여가니 내 마음도 하나씩 차 가는 느낌. '아, 이제 정말 내가 가정이란 것을 꾸리고 살게 되는 거구나' 싶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결혼, 출산, 졸업, 귀촌, 이사 등등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들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다. 그래서 인지 문득 '지금 내가 내 길을 잘 가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러다 누구의 엄마로, 혹은 누구의 아내로만 지내다 내가 가고팠던 길을 잃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나와 같은 곳을 보며 내 삶을 존중해 주는 남편과 매일 다른 행복을 안겨 주는 꼬박이를 보며 앞으로의 행복한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를 보낸다. 얼른 꼬박이도 크고 날도 풀려서 꼬박이 안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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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진 몇 장.
어젠 술병이 나 아기도 재대로 못 안아주더니 미안했는지 아침부터 열심히 안아주는 까치머리 아빠와 그런 아빠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간만에 아빠 품에 안겨 울지 않고 아이컨택하는 꼬박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