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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님들이 계주 하듯 릴레이로 왔었다. 지난 주는 일주일을 다 채워서 한 팀이 가면 다음 팀이 오고 심지어는 하루에 세 팀의 손님이 오기도 했었다. 손님들의 대부분이 와서 맛난 것을 해주거나, 아기 돌보는 것을 돕거나, 집안일을 도와 주거나, 잠깐 와서 선물이나 맛난거 사다 준사람들도 있고. 아무튼 찾아 오기 힘든 이곳까지 와서 이래저래 챙겨 주는 것이 참 고마웠던 사람들. 지원이는 이렇게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보고 나한테 한마디로 '인복 터져'라고 말했다. 그 말에 끄덕끄덕.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편하게 올 수도 없는 이곳 까지 이렇게 마음 내어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가랑만 있다보면 자칫 쓸쓸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시간들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손님들이 너무 릴레이로 와서 남길 틈도 없었네. 그냥 지나가긴 아쉬우니 날짜랑 사진이라도 옮겨 놔야겠다.


(1.23-25  시 어머님)

아버님이 라오스에 가셔서 2박 3일동안 시 어머님과 함께 지냈다. 덕분에 맛난 것도 많이 먹고 드라마도 함께보고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날들을 지냈다. 심지어 설거지에 화장실 청소까지 해 주시고 가신 어머님. 울림이도 이제 할머니를 알아 보는지 할머니 보고 웃음을 연타로 날린다. 게다가 낮에 어머님이랑 울림이 목욕을 시켰는데 울지도 않았다.


첫 날 저녁, 낙지와 굴전!



맛나게 밥먹고 울림이랑! 쇼파에 걸터 앉은 인형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결혼식날 전시 했던 사진 구경:)



다음 날 저녁, 돼지 등뼈 찜과 닭다리 훈제!


울림이 기저귀 갈아주시는 할머니:)




(1.25  해솔 / 현상 구미)

이날이 손님 방문이 세탕이 연이어 있었던 그날. 어머님이 가시고 그날 저녁 해솔이가 왔다 간 후 구미와 현상오빠가 왔다. 해솔이는 이날 처음 우리집에 왔는데 우리집 까지 오는 대중교통의 어려움으로 한시간 이상 밖에서 벌벌 떨다 왔다ㅜ,ㅠ 이 날 또 마침 오빠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데리러 가지도 못하고. 쨌든 다솜이랑 세트로 보자보자 하고는 이제야 보게 된 해토리. 내가 넘 조아라 하는 생협 과자를 사들고 와주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음ㅋ 저녁때 삼례까지 데려다 주면서 막간 외출도 하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더랬지. 


같이 살때도 해토리가 설거지 많이 했었는데


자드 치즈케이크와 차 한잔의 여유!



울림아 이모좀 봐줘~


해솔이를 데려다 주고 와서 얼마 안 있어 현상오빠와 구미언니가 왔다. 졸업 후 앞서 전주에 와 일하고 있는 두 사람.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현상오빠가 이런저런 재료를 사와 후다닥 맛난 음식을 해줬다. 메뉴는 해물 파전과 두부 셀러드! 집에 오기 전에 나한테 전화해 "삐삐! 먹고 싶은게 뭐야!"라고 물어서 "음- 건강한 간식?ㅋㅋ"이라고 했더니 정말 건강한 메뉴들로 준비해준 고마운 친구들. 거기에 느린마을 막걸리를 사와 참기 좀 힘들었지만ㅜ,ㅠ 각자 일하는 얘기 지내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 하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늦은 밤 갓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따라 나도 넘 졸리고 피곤해서 많은 얘기를 하지 못 한것 같아 아쉽네. 그래도 우린 같은 전북 주민이니까. 흐흐. 봄에 날 풀리면 남부시장에 함 놀러가야지:)

 





짜잔! 집에서 마른 안주도 챙겨온 알뜰한 김쉪


든든한 전주 청년들!



(1.26  공동육아모임)

남편이 일하는 CB센터 사람들과 공동육아 모임을 꾸릴 준비를 하게 되었다. 우리 울림이를 비롯해 뱃속에 있는 아이 둘과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부, 혹은 곧 부부가 될 사람들이 꽤 여럿 나오기 시작하면서 소근소근 꾸물대던 이야기가 실천적인 이야기로 번진 것. 거기에 (나는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센터장님, 군수님도 지지를 해주면서 더욱 급 전개가 된 것 같다. 모쪼록 그렇게 첫 모임을 우리 집에서 했다. 우리집 부부 까지 총 네 명의 부모, 혹은 예비 부모들이 모였다. 처음엔 영미 팀장님이 준비해 주신 자료를 토대로 직장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등의 방법들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가 들여야 할 품이 많고 그로 인해 원치 않은 일들의 뒤치닥거리(?)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선 우리끼리의 교육관이나 육아에 대한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맞춰 가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 얼른 친해 지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봄에 소풍도 가고 같이 모여 맛있는 것도 해먹고 하자는 이야기로 모임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을 수 있게 된 것이 참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두근두근 앞으로가 기대되는 육아 모임:-)




(1.29  시부모님 양다)

전날 아버님이 라오스에서 돌아 오셔서 울림이도 보고싶으시고 라오스에서 산 울림이 선물도 전해 주시고 싶은 맘에 급히 집에 오셨다. 이와 동시에 부산에서 양다가 올라 오고 있었는데, 다행이 서로 아는 사이여서(풀무 인연+부모님끼리의 대학 인연) 큰 불편 없이 함께 만났다. 시부모님이 먼저 도착해서 너모나도 귀여운 울림이 선물을 선사받고 있던 중 다솜이가 도착했다. 다솜이도 이번에 발도르프 교육 받던대서 샀다면서 우주의 기운이 담긴 로션을 선물해 주었다. 울림이 젖 먹이고 마루에 둘러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해산. 시부모님도 이런저런 일들과 약속이 있어 금방 가시고 다솜이도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 시부모님 가시는 길에 함께 나섰다. 짧고 굵은 만남으로 인해 사진 찍을 새도 없었네.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또 한편으론 짧은 시간 이렇게 짬내어 와 준 시부모님과 다솜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30-31 다솜 해솔)

드디어 모였다! 찌질한 대학 생활을 함께 지냈던 나의 룸메이트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지난 여름 결혼식 이후 이렇게 셋이 다시 만난건 처음. 둘 다 도착한 시간이 제각각. 각자의 도착시간에 맞춰 각자 밥을 먹고 '우리 뭐 먹을까?'만 열 번 이상 말하다 야식거리 사러갔다. 와인에 마켓오 크래커에 치즈만 얹은 까나페에 나뜨루 아이스크림, 그리고 해솔이가 공수해 온 강남 케잌까지. 학교나 홈플러스 화장실에 나와있는 휴지를 훔쳐오고, 홀플러스에서 물을 떠먹으며, 아침 점심 저녁을 똑같은 반찬으로 도시락까지 싸가며 먹고, 학교 행사만 있다 하면 비닐 봉지나 반찬통에 담아 집에가서 파티를 하며 살았던 우리가 몇 년 만에 이런 호화를 누려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누가 알았으랴. 우쨌든 요 녀석들이랑 있음 뭐든 좋다. 소박하게나, 찌질하게나, 호화스럽게나 뭐든 함께 있으면 맛나고 즐겁고 재미날 수 있으니.



싹싹 긁어먹기 담당 김다솜




다음 날 아침






점심. 매일 아침 청소하면서 냄새만 맡았던 집앞 순대국밥을 드디어 먹어봤다. 순대가 하나도 없었던 멍청이(상호명)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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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사진만 기록용으로 쓰려다 아쉬운 맘에 몇 자 더 적다 보니 길어졌네. 그리고 이 글을 쓰던 도중 또 손님들이 몇 차례 왔다 갔다. 그것 마저 이어 쓰다가는 이 글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사실 내가 더 쓰기 힘들어서ㅜ,ㅠ) 다음으로 패쓰! 


오늘부터 울림이 밤중 수유를 끊어 보려 하는데 잘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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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 현선 부부


드!디!어! 그들이 왔다. 애타게 기다렸던 기범삼촌과 현선언니가 토요일부터 이박 삼일간 묵고 어제 아침 떠났다.  기범이삼촌의 오랜 공부가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현선언니랑 여행중에 우리집에 오게된 것. 강화에서 2박, 서천에서 2박을 하고 완주로 온 것이다. 두사람은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씻지도 못하고 다녔다며 아기 보기 전에 얼른 씻는다고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그리고선 울림이 주변에 둘러 앉아 울림이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삼촌은 갓난아기는 원래무지 못생겨야(괴물같이 생겨야 라고 했나?) 하는거 아니냐면서 얘는 왜이렇게 이쁘냐고, 그동안 본 아기 중에 가장 이쁘다고 하하 호호.



그렇게 울림이를 요리보고 조리보고 한 후 마루에 나와 조금 이른 술상을 폈다. 집에 있던 밑반찬이랑 김치랑 간단히 꺼내어 안주로 먹으면서 이거 내가 했다고 자랑도 하고 모유수유 하면 술 못 먹는다는 얘기에 아쉬워 하기도 하면서. 술 좀 먹다 저녁 시간엔 된장찌개 끓인거랑 고기 구운거랑 또 간단히 먹었다. 삼촌은 그동안 공부 하면서 술을 거의 안 먹어서 술을 잘 못 먹는(?)지경 까지 가게 되었었는데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좋은 사람들이랑 먹으니 다시 술이 잘 먹힌다나. 바람오빠도 오늘 술이 너무 맛 있다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둘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나는 울림이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방으로 갔다 다시 마루로 왔다. 삼촌이 울림이를 안고 있는 나를 보고는 '해원이는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마치 성모 마리아 상을 보는 것 같아. 멋있다. 가까이 못가겠어' 그런다. 그러다 바람오빠가 안고 있는 걸 보고는 '해원이는 진짜 엄마 같은데, 바람이는 자원봉사같네.'라면서 계속 바람오빠보고 자봉이라고 놀린다ㅎㅎㅎ


삼촌은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꼭 딸을 낳을 건데 그럼 이름을 시엘로 한단다. 투에니원에 씨엘이 너무 멋있다면서.  씨엘은 발음이 너무 세니까 시엘로 하겠다고, 꼭 눈이 찢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면서ㅎㅎ 그리곤 우리랑 사돈 맺기로 했다. 기범이삼촌이랑 현선언니랑 2010년도 쯤 나랑 바람오빠랑 여행하다 영월에서 모인 이후 이렇게 넷이 만난건 처음이다. 그 땐 양쪽 다 연인 사이였는데 어느새 부부가 되어 만나 이런 얘기도 하고 있네.




지원이한테 비밀문자 읽어 주는 중인 삼촌ㅎㅎ



삼촌이 기억하는 처음 만난 나는 내가 무너미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새까맣게 탄 시골 소녀가 가방 메고 뛰어오면서 삼촌!! 하고 두르면서 뛰어 왔던 기억이 생생하단다. 


삼촌이랑 나랑 이렇게 가끔 만나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는 직접적인 친분 관계를 갖게 된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한창 수시 준비로 강원도 고모네로 유학(?) 가서 공부 할 때 삼촌이랑 도서관을 같이 다니면서 였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각자 공부 하다가 점심 때 서로 싸온 도시락 나눠 먹고 오후에 다시 공부 좀 하다 저녁 즈음엔 같이 주변에 밥(+술)을 먹으러 가거나 삼촌네 가서 놀기도 하고, 정동진에 영화 보러도 갔다. 그 후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된 후에도 삼촌이 서울에 올라오면 종종 만나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삼촌이랑 만나는건 늘 즐겁고 좋았다. 그래서 삼촌은 나에게 만나자는 문자가 왔을때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오케이 콜! 하고 외칠 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 현선언니도 언젠가 나타날 시엘이도 오래오래 많이많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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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엔 상근이가 왔다. 그냥 깡마른 길쭉이였던 꼬마 상근이가 어느새 190 키다리에 스무살 청년이 되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 열살 스무살 차이 나는 형(?)들이랑 술잔을 기울이면서. 기범이 삼촌이랑 현선언니랑 일이 생겨 나갔다 오면서 또 음식을 한거 사왔다. 여기로 이사와서 한 번 먹어보지도 못한 해물 파전을 이제야 먹어보네. 으음~ 맛나.







속에 있는 런닝 좀 넣으라는 현선언니 말에 '근데 이 부분이 무슨 예술 작품 같지 않아?'라는 삼촌. 제목은 행복, 평화 이런 거 어떠냐면서ㅎㅎㅎ


다음 날 아침 돌아가기 전 기분좋은 울림이와 그런 울림이를 보며 기분 좋은 이모 삼촌들. 덕분에 엄마는 샤워도 하고  모두모두 기분 좋은 아침:-) 




무진장 후다닥 즐겁게 지나간 이박 삼일 이었다. 간만에 만난 부쩍 큰 상근이도 반가웠고. 마지막날 막걸리를 참는 것이 힘들었지만... 맛난 것들도 많이 먹고 예쁜 울림이 옷도 선물 받고. 다들 돌아가는 날엔 나도 울림이랑 따라가고 싶더라. 다음엔 울림이랑 다 같이 영월로 놀러가야지. 그땐 시엘이랑 울림이랑 친구 맺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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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이 삼촌과 현선언니가 돌아가고 그날 오후 또 한 명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나의 영원한 룸메이트 김다솜! 이곳에 이사와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를 한 달을 훌쩍 넘기고서야 만났다. 사실 별 고민 없이 완주로 귀촌하겠다 맘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다솜이가 완주에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 환경, 활발한 지역의 움직임, 일자리... 이런것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편한 관계. 그런데 여기 나보다도 나를 더 그렇게 바라봐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완주로 내려오는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웠다. 그래서 완주 오면 누구보다 먼저 만날 줄 알았던 녀석들을 서로 바빠 이제야 보게 됐다. 울림이도 오늘에야 처음 보는 다솜이. 다솜이는 맨날 아이들이랑 있고 늦둥이 민주를 키워봐서 그런지 아기를 대하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다. 




귤 한 박스, 주전부리, 통닭, 아이스크림(심지어 나뜨루!) 등등 사주고 사줘도 계속 사주려는 다솜이. 네평짜리 원룸에서 소주에 과자까먹고 마트에서 파는 통아이스크림 사먹을래도 큰 맘 먹었어야 했던게 불과 1, 2년 전이라니. 아, 그 때네평짜리 집에서 살 때 나중에 아기 낳으면 '예야 엄마는 네평짜리 집에서도 살았었단다'하고 자랑(?)하자고도 했었는데. 나중에 울림이가 말귀 좀 알아 들을 때 자랑해줘야지ㅎㅎㅎ


다솜이는 요즘 사랑에 빠져 있다. 몇 년 만에 시작된 연애에 아주 신났다. 그런 다솜이를 보면서 사랑에 빠진 여인은 참말로 사랑스럽구나 하고 느꼈다.





다솜이는 2월까지 일하고 우리 동네로 이사 오기로 했다. 이사오면 같이 장도 보러가고 효소도 담그고 술도 담그고 봄나물도 따러 가고 봐도 봐도 이쁘다는 만경강에도 놀러가고 자전거 타면서 운동도 하고 함께 할게 참 많다. 함께하면 즐거울 일들이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다음주엔 해솔이도 함께 오기로 했다. 또 간만에 셋이 모여 서로의 찌질함을 논하며 별 일 아닌 것에도 웃어재끼겠지. 이녀석들이 오면 엄마로, 주부로 무개잡고(?) 지내던 내가 다시 팔랑이는 이팔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다음주엔 어떤 찌질한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 되는구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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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혜인이와 나리가 왔다. 나리랑 혜인이 그리고 이번에 못 왔지만 새별이까지 우리 넷은 초등학교 때 부터 사총사라 불리우며 오랫동안 질긴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친구들이다. 주소만 알려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 가겠다더니 정말 알아서 찾아왔다.(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지도보고 찾아 왔다고. 햐, 세상 참말로 좋아졌구나 싶었다. 다음날 바로 돌아간다는 녀석들을 먼 길 와 주었는데 바로 다음 날 또 먼길 보내기 아쉬워 하루 더 자고 가라고 했다. 처음엔 신혼인데 어떻게 이틀이나 자나, 나중에 오빠랑 사이가 안 좋아지면 이틀 자고 가겠다나 뭐라나 하다가 자기들도 못내 아쉬웠는지 하루 더 있다 가기로 했다.



나리 혜인이가 하루 더 있어 준 덕분에 어제 밀린 일들을 많이 해치웠다. 울림이 목욕, 내 목욕, 우리 빨래, 울림이 빨래, 설거지, 쓰레기 처리 등등. 


울림이 기저귀 빨아 주는 이모들(울림이 안고 찍느라 초점이...)


만화 덕후 이모들의 즐거운 빨래 시간ㅋ



깨장에 다녀 온 후 아침마다 108배를 한다는 나리와 다이어트 겸 같이 하는 혜인이. 전날 저녁에도 하더니 열심히네. 우리집 마루가 두 사람 108배 하기 딱 좋은 싸이즈 같다. 늘 쓰던 공간 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새롭네. 오빠, 우리도 앞으로 108배 해볼까?




1월 2일은 혜인이 생일이고 21일은 나리 생일이다. 겸사겸사 동네 빵집에서 산 꿀빵으로 초 하나 꽂아두고 조촐하게 생일 상을 폈다. 자기들이 노래 부르고 자기들이 끄는 생일상. 때 마침 도착한 나리가 선물 해 준 예쁜 접시가 도착해서 함께 꺼내 먹었다.







같이 강화 살때엔 그냥 동내 친구들 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니 손님들 같다. 그래서 이래저래 밥 차려 주는데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여전히 대화의 부족을 느끼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번엔 만화책도 티비도 없이 보낸 것에 큰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자ㅎㅎ 무튼 황울림만큼 찡찡대는 이나리 땜시 좀 힘들었지만ㅋ 그래도 추억 돋는 만남 이었다. 언젠가 너네도 신혼집을 차리고 각자 품에 아이들을 안고 있는 날이 있겠지. 이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또 시간이 쌓여가는 구나 느낀다. 앞으로 전처럼 자주는 보기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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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지원이랑 옥원언니가 왔다. 지원이는 일주일만에 보고 옥원언니는 아기 낳고 처음 본다. 우짜든동 둘다 넘넘 반갑당!(하트) 언니는 꼬박이 보자마자 작다고 여원이도 이렇게 작았나 싶다고 한다. 만나자 마자 밥 먹고 꼬박이도 안아보고~



이 두사람이 오니까 확실히 일거리가 줄고 개인 시간이 는다. 이렇게 낮에 블로그 하는 것이 얼마 만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꼬박이 잠깐 잠들면 집안일 하고 밥먹고 아주 가끔 그래도 시간이 나서 몇 자 적다 보면 으앵- 꼬박이를 밤에 재우고 나서야 개인 시간을 갖곤 했는데. 오늘은 언니가 밥 해주고 설거지 해주고, 지원이가 아가까지 봐주니 완전 내 세상!


지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옥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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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제는 평일 낮에(!) 꼬박이를 씻겨줬다. 깨끗하게 방 치우고 따땃하고 밝은 오후에 꼬박이를 씻기니 참 좋았다. 방청소를 하고 세수하러 가려는 비몽사몽 이모들을 붙잡고 꼬박이 목욕을 시~작!















이모들이랑 씻은 기념으로 이쁜 옷도 입혀봤다. 이모들이 꼬박이 옷장을 막 뒤져 보더니 요 빨간색 우주복을 꺼냈다. 꼬박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이옷이 갑이라면서 나중에 자기들도 아기 나으면 꼭 빌려달란다. 이외에도 꼬박이 옷장에 이쁜 옷들을 보면서 자기들은 옷이나 아가 용품 같은거 안사도 되겠단다. 내가 나중에 둘째 때 써야 된다니까 쓰고 돌려 줄테니까 계속 같이 돌려쓰자고. 근데 언니나 지원이의 첫째가 먼저 태어날지 우리 둘째가 먼저 태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능거. 아기보다 남자를 먼저 찾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모들~ㅎㅎ 아무튼 요렇게 이쁜 빨간옷을 입고 있다 저녁에 또 똥을 뿌려 빨래통으로ㅜ,ㅠ




그 김에 씻은 엄마랑도 한컷!(하트)



히피 엄마랑 아방가르드 하게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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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만에 셋이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해먹고 하니 참말로 좋다. 옥원언니랑은 어렸을 때 부터 친 형제와 다름없이 함께 커왔다.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나기도 했고 6개월? 1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지원이랑 나랑 4살차이 나랑 언니랑 4살차이로 뭔가 죽이 맞는다. 옥원언니는 지원이와 나의 어린시절 우상이자 스타였다.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 올때면 나와 동생은 늘 언니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잠 잘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서로 언니 옆에 있겠다고 다퉈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언니는 늘 가운데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 특히 난 중간에서 지원이랑도 많이 싸우고 언니랑도 꽤나 싸웠던 것 같다. 언니랑 싸우면 서로 줬던거 다 뺐고 화해 하면 다시 주고 그랬는데ㅎㅎㅎ 아무튼 앞으로도 자주 만나서 하하 호호 놀자. 그리고 언젠가 꼭 같은 마을에서 살자아~(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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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 여자와 키다리 윤복씨가 떠나간 후 꼬박이의 성탄 선물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바라와 파랑이었다. 지난 주말 만나기로 했다가 못 만났던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반가운 소식이었다.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하던 중 두사람이 도착했다. 꼬박이를 위한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과 향기 나는 카드를 안고서. 선물은 꼬박이가 어린이가 될 때까지 앉을 수 있는 어린이용 흔들의자였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아는 사람 홈페이지에서 요거랑 비슷한 의자를 보고는 '와 요런거 있음 좋겠다!' 했는데 바로 그 의자였다T^T 이건 엄마를 위한 의자라며 감동감동.



집에 맛있는거 해 먹으려고 재료를 사뒀다는 바라와 파랑을 붙잡아 조촐하지만 있는 반찬 없는 반찬 꺼내어 같이 저녁을 먹었다. 같은 반찬에 같은 밥이라도 역시 여럿이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거기에 손님들이 설거지 까지 다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저녁 먹고 삼삼한 입을 채우기 위한 티타임. 이렇게 밥 차려 먹고 차까지 대접하니 또다시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물씬.





모쪼록 덕분에 요 몇일 우리집은 손님 부자였다. 거창한 음식을 준비 하지 않아도 불이나케 집정리를 해 놓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는 그런 소중한 손님들. 이런 손님들이 왔다가면 내가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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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오늘 꼬박이의 첫 흔들의자 탑승 인증 샷. 오늘 하도 찡찡대서 앉혀 봤는데 아직은 요런게 어색 한가보다. 울지는 않는데 표정이 넘 진지ㅋ 아 인상쓴 것도 귀여운 내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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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꼬박이가 엄청나게 잔다. 먹고 자고의 반복. 덕분에 블로그도 만들고 글도 쓰고 사진도 올렸다. 아, 이것이 얼마 만에 만끽하는 여유인가. 꼬박이에게 성탄 선물로 오늘 하루를 받은 기분이다. 고마워 꼬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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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민 수연 정은 삼총사가 우리집에 왔다. 내가 완주로 온 후 가족들 외엔 첫 손님이다. 예상대로 원래 타려고 했던 버스를 노치고 다음 차를 탄 그녀들이지만(아니, 그녀라고만 해야 하나?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자마자 꼬박이 주위로 오손도손 둘러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꼬박이도 안아보고. 갑자기 못보던 녀성들에게 둘러쌓여 깝놀한 꼬바기!



어둑어둑 해 질때 쯤 이 세 녀자들은 꼬박이 보느라 나가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장도 보고 요리까지 해줬다. 이렇게 먼길 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치 내가 손님인 것 마냥 척척척 다 해준다. 오늘의 파티 메뉴는 월남쌈! 밖에서는 비싼 돈 주고 먹는 고급 요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리 할 것이 없어 여럿이 간단히 해먹기 좋은 요리였다. 지난번 서울 집에서 바라 파랑과 해먹었던 샤브샤브 이후로 좋은 단체요리 메뉴가 생겼다.





만들어 두고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했는데 다들 배가 고팠던 지라 허겁지겁 곰새 다 먹어 치워 버렸다. 이 사진을 찍은 후에 나온 된장찌개와 밥까지 모두... 1차로 배를 가득 채운 후 꼬박이를 재우는 사이 생협 과자를 한박스나 사온 윤복오빠 도착!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파티겸 수연이 생일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짝짝짝! 



자, 그럼 수연이 생일축하 부터 할까? 촛불 키고 불끄고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수연이~ 생일축하합니다! 수연아 소원 빌어. 빌었어? 두손 모아서 빌어~ 옆에서 언니들이 더 난리다ㅎㅎ 원래는 재빵왕 김수연님께서 케잌을 준비 하려다 실패하여 삼례읍 터미널 앞에서 사온 우리밀 케잌. 수연이의 케잌 맛이 궁금 했지만 이 케잌도 부들부들 달콤달콤 너모너모 맛있었다. 이것도 다 먹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 했지만 결국 1인 1조각씩 다 먹어 치웠다능ㅋ




수다쟁이 울 남편 열심히 수다중ㅋ 마치 황바람 학교에 황바람 선생님과 수강중인 학생들 같아.




주변에 소개 시켜 줄 살마을 찾기 위해 이상형 얘기를 하다가 외로워진 두 여자. 수연아 우리도 내녀엔 하나씩 대려 오자앙~(정은)



우리는 커플 이지롱. 해원아 우리도 내년에 하나 더 대리고 올게~(지민) .....(윤복)



우리도 간만에 찍어 볼까? 찍고 보니 우린 별로 안 친한듯ㅋ



어쨌든 저쨌든 신난다 짠짠짠~



이 사진은 아마도 지민언니가 1시차를 끊어 놓고 늦지 말라며 수연이와 정은언니에게 12시까지 오라 하고는 정작 지민언니는 1시간 늦게와 정작 일찍 온 두사람은 두시간동안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듯.ㅋㅋㅋ



나도 내년에 대려 올거야....(정은)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파티였다. 다사 다난했던 나와 바람오빠의 일년을 이야기 하면서도 웃고, 지민언니와 윤복오빠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웃고, 정은언니와 수연이의 인도 여행준비를 이야기 하며 웃고, 오늘 세 여자들의 완주 여행기를 이야기 하며 웃고, 꼬박이 선물로 사온 옷 살때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웃고 먹고 먹고 먹고... 마지막에 치킨이나 족발고추장 무침 심지어 된장찌개까지 먹으려 하는걸 가까스로 참았다.ㅋㅋㅋ


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12시가 지나고 눈이 내렸다. 소복소복 이쁘게도 내리는 눈. 날도 추운데 이렇게 먼 곳 까지 와준 이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밤이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일이 이렇게 고맙다 생각 했던 적이 있었던가. 


다음날엔 그래도 주인 행세 좀 하려고 일찍 일어나 예수와 수연이의 탄신 축하 미역국과 계란말이, 그리고 집에 있던 밑반찬들로 소박한 아침상을 차렸다. 다행히 밥 먹는 동안 얌전히 있어준 꼬박이 덕에 다같이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차 마실 때 쯤 꼬박이를 대리고 나왔다. 또 다시 네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사랑받는 우리 꼬박이ㅋ 넌 참 복받았다! 자기도 관심 받는걸 아는지 가만 가만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새 삶터 새 집에서 맞이한 첫 성탄 첫 손님들과 함께한 행복 성탄 이었다. 먼길 마다 않고 와준 친구들이 참 고맙고 또 꼬박이에게 이렇게 멋진 이모들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나중에 다들 같은 동내 살게 되면 참 좋겠다. 내년 여름엔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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