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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님들이 계주 하듯 릴레이로 왔었다. 지난 주는 일주일을 다 채워서 한 팀이 가면 다음 팀이 오고 심지어는 하루에 세 팀의 손님이 오기도 했었다. 손님들의 대부분이 와서 맛난 것을 해주거나, 아기 돌보는 것을 돕거나, 집안일을 도와 주거나, 잠깐 와서 선물이나 맛난거 사다 준사람들도 있고. 아무튼 찾아 오기 힘든 이곳까지 와서 이래저래 챙겨 주는 것이 참 고마웠던 사람들. 지원이는 이렇게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보고 나한테 한마디로 '인복 터져'라고 말했다. 그 말에 끄덕끄덕.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편하게 올 수도 없는 이곳 까지 이렇게 마음 내어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가랑만 있다보면 자칫 쓸쓸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시간들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손님들이 너무 릴레이로 와서 남길 틈도 없었네. 그냥 지나가긴 아쉬우니 날짜랑 사진이라도 옮겨 놔야겠다.
(1.23-25 시 어머님)
아버님이 라오스에 가셔서 2박 3일동안 시 어머님과 함께 지냈다. 덕분에 맛난 것도 많이 먹고 드라마도 함께보고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날들을 지냈다. 심지어 설거지에 화장실 청소까지 해 주시고 가신 어머님. 울림이도 이제 할머니를 알아 보는지 할머니 보고 웃음을 연타로 날린다. 게다가 낮에 어머님이랑 울림이 목욕을 시켰는데 울지도 않았다.
첫 날 저녁, 낙지와 굴전!
맛나게 밥먹고 울림이랑! 쇼파에 걸터 앉은 인형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결혼식날 전시 했던 사진 구경:)
다음 날 저녁, 돼지 등뼈 찜과 닭다리 훈제!
울림이 기저귀 갈아주시는 할머니:)
(1.25 해솔 / 현상 구미)
이날이 손님 방문이 세탕이 연이어 있었던 그날. 어머님이 가시고 그날 저녁 해솔이가 왔다 간 후 구미와 현상오빠가 왔다. 해솔이는 이날 처음 우리집에 왔는데 우리집 까지 오는 대중교통의 어려움으로 한시간 이상 밖에서 벌벌 떨다 왔다ㅜ,ㅠ 이 날 또 마침 오빠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데리러 가지도 못하고. 쨌든 다솜이랑 세트로 보자보자 하고는 이제야 보게 된 해토리. 내가 넘 조아라 하는 생협 과자를 사들고 와주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음ㅋ 저녁때 삼례까지 데려다 주면서 막간 외출도 하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더랬지.
같이 살때도 해토리가 설거지 많이 했었는데
자드 치즈케이크와 차 한잔의 여유!
울림아 이모좀 봐줘~
해솔이를 데려다 주고 와서 얼마 안 있어 현상오빠와 구미언니가 왔다. 졸업 후 앞서 전주에 와 일하고 있는 두 사람.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현상오빠가 이런저런 재료를 사와 후다닥 맛난 음식을 해줬다. 메뉴는 해물 파전과 두부 셀러드! 집에 오기 전에 나한테 전화해 "삐삐! 먹고 싶은게 뭐야!"라고 물어서 "음- 건강한 간식?ㅋㅋ"이라고 했더니 정말 건강한 메뉴들로 준비해준 고마운 친구들. 거기에 느린마을 막걸리를 사와 참기 좀 힘들었지만ㅜ,ㅠ 각자 일하는 얘기 지내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 하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늦은 밤 갓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따라 나도 넘 졸리고 피곤해서 많은 얘기를 하지 못 한것 같아 아쉽네. 그래도 우린 같은 전북 주민이니까. 흐흐. 봄에 날 풀리면 남부시장에 함 놀러가야지:)
짜잔! 집에서 마른 안주도 챙겨온 알뜰한 김쉪
든든한 전주 청년들!
(1.26 공동육아모임)
남편이 일하는 CB센터 사람들과 공동육아 모임을 꾸릴 준비를 하게 되었다. 우리 울림이를 비롯해 뱃속에 있는 아이 둘과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부, 혹은 곧 부부가 될 사람들이 꽤 여럿 나오기 시작하면서 소근소근 꾸물대던 이야기가 실천적인 이야기로 번진 것. 거기에 (나는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센터장님, 군수님도 지지를 해주면서 더욱 급 전개가 된 것 같다. 모쪼록 그렇게 첫 모임을 우리 집에서 했다. 우리집 부부 까지 총 네 명의 부모, 혹은 예비 부모들이 모였다. 처음엔 영미 팀장님이 준비해 주신 자료를 토대로 직장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등의 방법들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가 들여야 할 품이 많고 그로 인해 원치 않은 일들의 뒤치닥거리(?)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선 우리끼리의 교육관이나 육아에 대한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맞춰 가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 얼른 친해 지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봄에 소풍도 가고 같이 모여 맛있는 것도 해먹고 하자는 이야기로 모임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을 수 있게 된 것이 참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두근두근 앞으로가 기대되는 육아 모임:-)
(1.29 시부모님 양다)
전날 아버님이 라오스에서 돌아 오셔서 울림이도 보고싶으시고 라오스에서 산 울림이 선물도 전해 주시고 싶은 맘에 급히 집에 오셨다. 이와 동시에 부산에서 양다가 올라 오고 있었는데, 다행이 서로 아는 사이여서(풀무 인연+부모님끼리의 대학 인연) 큰 불편 없이 함께 만났다. 시부모님이 먼저 도착해서 너모나도 귀여운 울림이 선물을 선사받고 있던 중 다솜이가 도착했다. 다솜이도 이번에 발도르프 교육 받던대서 샀다면서 우주의 기운이 담긴 로션을 선물해 주었다. 울림이 젖 먹이고 마루에 둘러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해산. 시부모님도 이런저런 일들과 약속이 있어 금방 가시고 다솜이도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 시부모님 가시는 길에 함께 나섰다. 짧고 굵은 만남으로 인해 사진 찍을 새도 없었네.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또 한편으론 짧은 시간 이렇게 짬내어 와 준 시부모님과 다솜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30-31 다솜 해솔)
드디어 모였다! 찌질한 대학 생활을 함께 지냈던 나의 룸메이트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지난 여름 결혼식 이후 이렇게 셋이 다시 만난건 처음. 둘 다 도착한 시간이 제각각. 각자의 도착시간에 맞춰 각자 밥을 먹고 '우리 뭐 먹을까?'만 열 번 이상 말하다 야식거리 사러갔다. 와인에 마켓오 크래커에 치즈만 얹은 까나페에 나뜨루 아이스크림, 그리고 해솔이가 공수해 온 강남 케잌까지. 학교나 홈플러스 화장실에 나와있는 휴지를 훔쳐오고, 홀플러스에서 물을 떠먹으며, 아침 점심 저녁을 똑같은 반찬으로 도시락까지 싸가며 먹고, 학교 행사만 있다 하면 비닐 봉지나 반찬통에 담아 집에가서 파티를 하며 살았던 우리가 몇 년 만에 이런 호화를 누려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누가 알았으랴. 우쨌든 요 녀석들이랑 있음 뭐든 좋다. 소박하게나, 찌질하게나, 호화스럽게나 뭐든 함께 있으면 맛나고 즐겁고 재미날 수 있으니.
싹싹 긁어먹기 담당 김다솜
다음 날 아침
점심. 매일 아침 청소하면서 냄새만 맡았던 집앞 순대국밥을 드디어 먹어봤다. 순대가 하나도 없었던 멍청이(상호명)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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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사진만 기록용으로 쓰려다 아쉬운 맘에 몇 자 더 적다 보니 길어졌네. 그리고 이 글을 쓰던 도중 또 손님들이 몇 차례 왔다 갔다. 그것 마저 이어 쓰다가는 이 글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사실 내가 더 쓰기 힘들어서ㅜ,ㅠ) 다음으로 패쓰!
오늘부터 울림이 밤중 수유를 끊어 보려 하는데 잘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