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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꼬박이의 변화!


- 꼬박이의 놀이감이 생겼다. 흑백 모빌과 외할머니가 가져온 '초점'이라는 흑백 그림책. 이제 사물을 따라 눈을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랫 동안은 아니어도 꼬박이가 이것들을 보면서 혼자 노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 엄마가 저 책을 가져 왔을 때는 이제 좀 보이려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꺅꺅 거리면서 좋아해서 놀랐다. 그래서 냉큼 흑백 모빌도 달아 줬다. 근데 이건 하늘에 있어 익숙치 않아 그런지 오래 잘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여기서 나는 싸구려 오르골 소리에 흥미를 가지는 듯.




뭐야 너넨



오, 괜찮은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밖에 없는 책을 누구보다 심각하고 재미나게 본다.




- 오전엔 좀 얌전한 편이다. 저렇게 혼자 놀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는 같이 낮잠도 조금씩 잤다. 저녁때는 점점 잠이 와서 그런지 오전 오후 보다 좀 더 보채고 젖도 많이 먹는다. 그래도 시간되면 자니 괜찮다!


- 이제 안아 줄 때 거의 세워서 어깨에 기대게 안아준다. 가로로 눕혀서 안아주면 젖 주는 줄 알고 입을 쩍쩍 벌리고 보채기 때문. 그리고 세워서 안아주면 아기가 못했던 트림을 해서 좋다. 내 팔은 점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T,T






- 꼬박이가 종종 일시정지하고 있을 때가 있다. 재채기 후 / 졸려서 잠들기 전 / 이야기를 들을 때 / 젖 먹은 직후 / 그냥 등등.


- 침이 많아 지다 못해 이제 넘친다. 안아주면 어깨가 흥건히 젖을 때도 있고 혼자 누워 있다 침이 옆으로 지익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가끔은 꼴깍 꼴깍 꼴깍 하고 입맛을 다시는 듯 좀 버거워 보이게 침을 삼킬때가 있는데, 내 추측으로는 아기가 침은 많아졌는데 아직 삼키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그런거 아닌가 싶다.  


- 하품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하암-하고 하품을 한뒤 커어-하고 마무리.


- 이제 울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 져서 왠지 더 슬퍼 보임T,T




엄마, 이제 나 울리지마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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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어긋난 냉장고 문을 고치러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처음에 나랑 아기만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오신다니 조금 겁이 났다. 오늘 온 아저씨는 밝고 선해 보이는 시골 아저씨였다. 위로 솟은 뻗침머리에 얼굴도 길쭉 몸도 길쭉 춥다시며 몸을 더 길쭉하게 옹크리며 들어오셨다. 이리저리 보시고는 아주 사소하고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시더랬다. 예컨대 수평은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하이킹 할 때 이야기까지 꺼내며 하시던.

추워 보이셔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타 드리는 사이 꼬박이가 방에서 응애-하니 아저씨가 바로 "갓난 애기 있나 보네요?" 하신다. 어떻게 아시냐 하니 자기도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고. 그리고 위에 셋이나 더 있다신다. 그러면서 시작된 사는 이야기. 기계 고치러 오셔서 기계 이야기는 10분도 안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나 우리집에 있는 카메라, 기타, 스크린 등등에 관심을 보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만 30분 정도 하시다 간 것 같다.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 몇 가지. 아저씨랑 한 얘기의 대부분이 육아 관련 이야기였다. 자기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많은 건 좋은데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말을 연신 하셨다. 학원비만 70에서 80정도 드는 게 현실이라고.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것 없다시면서 유치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초등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중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얼마 전 한 친구가 아기 낳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을 받고도 든 생각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도 아이를 어떻게 낳을 거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았다. 처음엔 병원에 갔는데 여기선 오라고 하는 날도 너무 많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것들을 꼭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사람들을 기계 대하듯 하는 임산부를 환자 취급하는 병원 시스템이 싫어 조산원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검사들만 받았고 일반 병원을 다녔을 때 보다 돈은 적게 들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이도 건강하며, 나는 지금껏 내가 택했던 수많은 선택 중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 한 것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아이를 위해 우리아이 주변에 많은 인적자원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 예컨대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거나 수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십 만원 내며 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기타를 잘치는 이모나 수학을 잘하는 삼촌에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넓은 네트워킹은 현실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도 느낀 건데, 주변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들 주셔서 사지 않아도 된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킹이 미리 준비 되어 서로 돌려가며 쓰게 된다면 여러모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끝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요즘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예방접종에 대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하나도 안 맞히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다. 그런데 오늘 아저씨가 스치듯 결정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가셨다. 자기 아이는 수두 예방접종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두에 걸렸다는 것! 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


오늘 만난 냉장고 아저씨는 뭔가 말 하는 걸 무지 좋아 하는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 날씨도 춥고 나도 집에 흥미로운 것들도 많아 보이고 나도 아저씨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오빠의 전화 이미지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저씨가 이 일을 하면서 전화로도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전화 목소리만 듣고 '아, 이집은 가기 싫다'하는 곳이 있다셨는데 오빠 전화는 좋았나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아무튼 마침 꼬박이도 내 품에서 자고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재밌는 경험이었다. 아저씨가 얘기하는 내내 꼬박이를 안고 있어서(아저씨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팔은 아팠지만. 결국 냉장고 문 틀어짐은 완벽히 고쳐지지 않았지만ㅎㅎㅎ 문득 아기랑 둘이 있다 외롭고 쓸쓸한 맘에 이상한 종교 집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엄마와, 이상한 주방 세재를 파는 사람에게 홀려 주방세재만 30만원어치를 샀다던 토란이 어머니(조산원에서 만난)가 생각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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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박이 목욕 시키고 처음으로 내복을 입혀봤다. 아기가 크면서 배넷 저고리를 입히면 다리가 다 나오고, 또 한 두번 안아주고 나면 옷이 배 위로 마구 올라간다. 속싸개로 대충 싸줘도 하도 발차기를 해서 다 거더차고. 때문에 빨리 바지를 입히고 싶어서 딱봐도 커보이지만 입혀봤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작은 사이즈(75)를 입혔는데도 마치 아빠 옷 입은 어린아이 같았다. 입히고나서 빵터져서 엄청 웃었다는ㅋㅋㅋ 근데 막상 입혀놓고 보니 목있는데나 팔이 은근 맞는다. 꼬박아 많이 먹고 얼른 커서 이쁜 내복 많이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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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이박 삼일간 우리 집에서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무슨 인연인지 엄마랑 아버님이랑 생일이 양력 11월 20일로 똑같고 아버지랑 어머님이랑 양력으로 2월 12일 11일로 하루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어머님 아버님이 바람오빠를 낳으셨을 때의 나이와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낳았을 때의 나이가 같다. 이건 나와 바람오빠 뿐만이 아니라 양가 사돈 끼리도 이어 질 수 밖에 없던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엄마와 아버님 생신을 따져보니 딱 1월 1일이다. 엄마와 아버님 생신+망년회+신년회+집들이까지 이건 도대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인 것이다! 게다가 오빠와 내가 결혼하고, 또 이곳에 이사 와서 맞는 첫 생일이 새해라니. 아, 정말 우리는 엄청나게 두껍고 튼튼한 끈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당연한 마음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두 분의 생일을 전 후로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만나고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주말동안 우리집은 비상. 이것 저것 정리하고 고치느라 분주했다.(거기에 요리 대장정까지 했으니...ㅋ) 그래도 오랜만에 또 다들 한 자리에 모여 맛난 것도 먹고 서로 얼굴 마주고 있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꼬박이도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온다는 걸 알았는지 잘 때만 가끔 볼 수 있는 웃음을 연타로 날려준다ㅜ.ㅠ(감동) 꼬박아 이제 엄마 보고도 웃어줘! 




방과 부엌 마루가 모두 붙어 있던 조그만 자취방 신혼집을 떠나 방과 마루와 거실이 있는 새로운 집, 거기에 아기까지 있으니 이제 부모님께 '우리 이제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살거예요'하고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였다. 특히 우리집에서 요리 할 때마다 이것도 좀 사고 저것도 좀 사라며 안타까워 하던 엄마한테 이제 이런거 저런거 다 있다!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족한 냄비, 후라이팬, 주방 도구나 그릇 등등 얼른 다 장만해 놓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만 보다보니 어떤걸 사야 할 지 잘 모르겠고 집 정리하고 아가 보느라 대부분 사지 못했다. 엄마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바리바리 싸온 짱아찌 고구마 매실 쌀 등등을 풀어 놓으면서 그릇도 그대로, 주방용품도 그대로, 게다가 하나 있던 냄비는 뚜껑에 손잡이 까지 없어진걸 보고는 기가찬 듯 웃는다. 그러면서 하는말. "너는 무슨 블로그에 후라이팬 사진 올리고 해서 다 사놓은 줄 알았더니 그 후라이팬 하나만 산거였어?" 나도 왠지 멋적어 예쁜거 사려고 고르는 중이라고 둘러 댔다. 그러고는 엄마도 이제 포기 했다는 표정으론 있는 그릇 없는 그릇 꺼내어 음식을 담아준다. 냉장고 부엌 배란다까지 꽉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은 시부모님 등장. 싱싱한 해산물들과 냄비 후라이팬까지 한 짐 가져오셨다. 주방엔 음식으로 가득차고 마루엔 사람들로 가득차고. 아, 신난다.


모두 모이자 마자 아버지들은 술을 어머니들은 술상을




모두 모여 이야기를




2차는 부엌에서



아버지들의 훈훈한 미소와 주름^_^




마무리는 울 꼬박이! (초점은 안 맞았지만 사진이 이거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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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은 계란 입힌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와 아기는 집에 있고 오빠가 부모님을 모시고 CB센터 옆에 있는 채식식당 아하라에 다녀왔다. 그 사이 나는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꼬박이 관찰. 아직 누군가를 보고 웃어주고 하진 않지만 표정이 날로 좋아지는 것 같다. 눈도 똘망 똘망 해지고. 맨날 인상만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표정이 좀 밝아 진 느낌?(물론 아직도 인상을 많이 쓰지만ㅋ) 아, 뉘집 자식인지 똘망똘망 잘도 생겼다!






가족들이 다시 돌아와서 꼬박이가 잠깐 잠들랑 말랑 하는 사이 여자들끼리 로컬푸드 매장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오실 때만 누릴 수 있는 용진농협 쇼핑! 지난번 대선 날 어머님 아버님이랑 나온 이후 처음이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오빠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꼬박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울고 있으니 얼른 오라고. 아이고 이녀석이 깨버렸구나. 눈이 많이 와 빨리 가지도 못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내리자 마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는데 계단에서 부터 아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들어가자 마자 아기가 새빨간 얼굴로 울고 오빠는 기진맥진. 보자마자 꼬박아 엄마 왔어, 엄마 왔어, 엄마 없어서 울었어? 배고파? 미안해 꼬박아. 하고 꼬옥 몇 번 안아주고는 젖을 물렸다. 아가도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먹는다. 이제야 다시 평화를 찾은 집. 꼬박이 할아버지께서 우리가 오기 전 30가량 동안 숨 쉴 때 빼고는 울었다고, 간만에 아기 있는 집 같았다 하신다. 이렇게 한바탕 엄마랑 떨어져 호되게 울고 나서 인지 엄마 말고 다른 사람 한테는 잘 안 안겨 있으려 했다. 





꼬박이 너무해. 힝. 이모 삐짐-3-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한테 안길 땐 울다가도 엄마한테 안기면 울음을 뚝 그친다. 그동안은 내가 안아줘도 젖을 물려야 그치곤 했는데 이렇게 나한테 오자마자 뚝 그치니 내가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뿌듯하면서도 벌써 팔이 아픈 느낌과 빨리 아기띠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ㅋㅋ)


저녁을 먹기 전 다시 어머니들은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아버지들은 스크린과 빔을 달기위해 마루로 모였다. 이렇게 모여 서로 일 하는 건 처음 인데도 다들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지 척하면 척이다. 







어때요? 너무 단가? 간장을 더 넣을까요?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간장을 좀 넣을까요? 그래요 넣읍시다 넣읍시다.





자, 어제는 예비 모임이였고 오늘이 진짜다! 생일+새해+가족모임! 짝짝짝~ 저녁 즈음 도착한 도련님까지 합세해 이제 정말 양 가가 모두 모였구나. 어머니들이 한 상 푸지게 차려 준 밥을 먹고 케잌도 꺼내 촛불도 불고 새해 기념 참교육 윳놀이도 했다.(참교육 윳놀이는 일반 윳놀이와 달리 '참'과 '교총'이 있는데 '참'이 나오면 하나가 무조건 나는거고 '교총'이 나오면 제일 앞에 가던 녀석을 빼는 거다. 그리고 이 두녀석이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부부 대항, 형제대항, 부자 부녀 대항 되는대로 붙었다. 설거지 내기도 하고 아기방 청소 내기도 했는데 다음날 다들 그냥 가버렸다능...T^T 



일 년만 더 차이 났으면 같은 운명을 하셨을 두분! 생신 축하드려용~!






자, 이제 그럼 윷놀이 한 번 해볼까? 요렇게도 던져보고 조렇게도 던져보고~!






이박 삼일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눈 폭탄이 쏟아져서 다같이 밥도 못 먹고 헤어졌다. 부랴부랴 짐싸고 두고 간 것 없나 확인하고(그럼에도 불구 두고갔지만.-엄마 옷이랑 지원이 칫솔. 아마 두사람은 이 글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꼬박이 주변에 모여 인사도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시끌벅적 했던 집안이 금세 조용해졌다. 다시 세 식구 남아서 청소하고 밥먹고 꼬박이 재우고 고구마에 차 한잔 하고 이렇게 글 쓰고 나니 벌써 하루가 지난다.


부모님들이 집으로 돌아가시니 괜시리 또 후회스러운 일들이 생각난다. 아, 그때 왜그랬지, 왜 이런말을 했을까, 그땐 이렇게 할껄, 저땐 저렇게 할껄 하고. 특히 엄마한테는 왜 작은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건지. 고마운 마음을 더 표현 하지는 못할 망정 되려 내가 엄마한테 잔소리하고 눈치 준건 아닌지 미안하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엄마를 걱정 하기 보다 그 감기가 꼬박이에게 옮길 것을 더 걱정 하는 나를 보면서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엄마 미안ㅜ,ㅜ 그래도 감기는 안돼ㅋ) 왜 엄마한테는 맨날 똑같이 후회 할 만한 일들을 반복하게 되는걸까. 법륜스님이 '내가 잘났다'하는 심성이 내면 깊이 깔려 있어 가족들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했는데. 나도 그런가보다. 다음엔 정말 고마운 마음을 더 많이 보여줘야지! 


이박 삼일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가족이란 뭘까, 자식이란 뭘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우리는 나중에 꼬박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꼬박이는 나중에 어떤 우리에게 자식이 되어 있을까. 우리도 아들의 아들을 보러 4시간 넘게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와서 30분 보고 다시 가는, 딸의 산후 조리를 위해 새벽일 하면서 밥 해먹이고 아기 똥기저귀 빨아주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다시금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이런 부모님을 만난 우리도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난 꼬박이도 참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알차고 즐거운 마음으로 신년을 시작한다. 올 한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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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일로 새벽에 잠깐 깨있었다. 원래 밤에는 먹고 자고를 반복 했는데. 이제 수유 하고 바로 눕히지 말고 좀 안아줬다 눕혀야겠다. 지금도 다 먹고도 안 자서 오빠랑 교대 했음. 근데도 계속 안자네... 흠. 어쩌면 요즘 엄마 아빠가 늦게 자서 그런 걸수도 있겠다. 꼬박이 낮잠 재울 때 느낀건데 밤에 푹 잘 때 말고는 엄마나 아빠가 같이 자고 있거나 곁에 있어야 더 잘 잠드는 것 같다.


그래도 새벽에 좀 깨있다 자서 그런지 기상시간이 늦었다. 10시 반쯤? 그러고는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하는 우리 꼬박이. 어쩜 저리도 이불을 재빠르게 다 걷어 차는지...ㅋ 팔 다리를 위아래로 아주 열심히 움직이는게 아기 참새 같다. 그리고 이제 팔을 하늘 위로도 들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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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꼬박이랑 점점 가까워 지고있다. 처음 완주에 와서는 아빠한테 안기면 울고 그랬는데, 이제 아빠 품에도 잘 안겨 있고 아빠가 이것저것 이야기 해 주면 조용히 듣기도 한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이제 꼬박이도 아빠의 목소리나 냄새가 익숙해 지나보다. 아빠도 이제 꼬박이를 안는 폼새가 제법 나온다. 아빠가 꼬박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꼬박아 그거 먹는거 아니야~"(자꾸 젖달라고 아빠 팔을 먹으려고 해서) 오늘 아빠랑 목가누기 연습도 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제 재법 목을 잘 든다. 장하다 우리 꼬박이! (근데 목을 휘청휘청 자꾸 움직여서 재우기가 힘들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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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꼬박이:)


Yo! 내가 바로 아기 랩허 꼬 to the 박 Yhea~






나는 이표정이 제일 좋아요. 오?



하품도 잘 하고요



소리도 잘 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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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밤에는 늘 잘 자는 효자이지만 낮에는 10분도 누워 있지 않으려는 우리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꼬박이가 푹 잘 때는 꼭 저렇게 팔을 높이 들고 잔다. 언젠가 꼬박이 이름을 지어 주려고 우리말 사전을 보면서 아가들이 저렇게 양손 높이 들고 자는 걸 우리말로 '나비잠'이라고 하더라. 잠을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깨는 것을 '노루잠'이라고 하고. 잠에도 이름을 붙여 준 말들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더랬지.

 

오늘은 어제에 비해 정말 무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깐이지만 혼자 놀기도 하고 이렇게 잠까지 자주니! 아기가 이렇게 안 자던 시간에 자주는 시간은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아기가 잠깐이라도 잘 때면 뭘 해야 할 지 마음만 분주하다. 부족한 잠도 보충 해야 할 것 같고, 못 다한 집안 일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못 다한 인터넷 서핑도 해야 할 것 같고 등등. 지금은 이 꿀 같은 시간을 만끽 하기 위해 시끄러운 집안일은 잠시 쉬고 밥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라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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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꼬박이.

 
 
 
 

우는거 아님 소리 지는거임 으갹!   

 

엄마, 나 이렇게 가만히만 있으면 좋겠죠?

 
 

꼬박이가 요즘 목을 가누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내 가슴팍에 폭 안겨주면 흐느적 거리면서 가누기 힘든 머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겠다고 머리를 위로 획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 가슴으로 폭 떨어지고 또 획 들었다가 흐느적 흐느적 좌우로 흔들어 보기도 하다가 다시 쓰러지고를 반복한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눈을 높이 올려다 보기도 한다.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얼마나 보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눈 앞에서 사물을 이리저리 옮기면 조금씩 따라 움직인다. 얼른 모빌을 달아 줘야 할 텐데...

딸꾹질을 이제 제법 사람(?)처럼 한다. 아주아주 신생아 였을 때는 지금보다 딸꾹질을 더 자주 했는데(지금은 하루 이틀에 한 번, 신생아 때는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 씩은 한 것 같다) 그때는 아이들이 신는 뾱뾱이 신발에서 나는 듯한 소리가 났었다. 삐꼭! 삐꼭! 하고. 그리고 딸꾹질이 잘 멈추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몇 번 그러면 멈추기도 한다. 정 안 멈출 때는 젖을 주면 멈춘다. 처음에는 아기가 딸꾹질 할 때마다 당황해서 젖을 주곤 했는데 그러면 딸꾹질을 멈출 때 까지만 먹는게 아니라 계속 먹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멈출 때 까지 기다리다 주는게 좋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뱃속에서도 딸꾹질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 오빠가 뱃속에 있는 꼬박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뭔가 정기적으로 느껴지는 태동이 이상해서 얘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혹시 발작은 하는건 아닌지 걱정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게 딸꾹질 하는 거라는 걸 알고는 얼마나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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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못 시킨 목욕을 시켜줬다. 겨울에는 건조해 매일 목욕 시키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삐뽀삐뽀 119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씻기고 있다. 오늘 생각 보다 일찍 잠들어 내일 씻겨야 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일어나 찡찡대길래 바로 씻겨줬다. 배를 좀 채워 주고 씻겨서인지 오늘은 별로 울지 않고 잘 씻어 주었다. 오빠랑 둘이 처음으로 아가를 씻겨 줄 때는 오빠도 나도 우왕좌왕 어찌 할 줄 몰라 구석구석 재대로 씻겨 주지도 못하고 꼬박이도 엄청 울어 재꼈더랬다. 게다가 목욕->젖->잠 의 코스를 밟게 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배고파서 우는 아기를 갑자기 씻기고 했으니 아기가 울만도 했지. 그러니 목욕하는 아가도 목욕시켜 주는 엄마 아빠도 기진맥진 할 수 밖에. 그래서 앞으로는 아기가 기분 좋을 때 해서 목욕이 즐거운 일 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오늘도 목욕을 시키기 전에 젖도 주고 둥기둥기 안아도 주고 기분 좋게 마주보고 이야기도 해준 후에 씻겼더니 그동안 씻겼던 날 중 가장 안 울고 잘 해줬다. 아직 익숙치 않은 일이기에 종종 울기도 하지만 확실히 덜 운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머리를 감기는데 꼬박이를 안고 있던 내 몸과 다리에 고맙게도 따땃한 오줌을 싸주었다ㅋ 처음 똥귀저기를 갈아 줄 땐 내 가슴에 똥 폭탄을 투척 해 주더니. 여러모로 엄마에게 다양항 것들을 선사 해 주는 우리 아들>,< 

아무쪼록 아가 목욕 시키는 순서는 이러하다! 

1. 옷을 벗기기 전 얼굴과 머리를 씻겨준다. (곤히 잠들어 잠시 하눈 판 사이 얼굴에 스크레치를ㅜㅠ)

 
 

2. 머리를 수건으로 잘 닦아준 후 옷 벗고 물 속으로 풍덩~

 
 
 
 
    
 
   

3. 물에서 나온 후 재빨리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옷 입히기. (아가 몸이 금세 차가워지기 때문에 재빠르게 움직여야함)

 
 

목욕을 하면서 꼬박이가 덜 울게 된 걸 보면 오빠도 나도 초짜 엄마 아빠에서 한결 여유로워 진 엄마 아빠로 한 단
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꼬박아 다음엔 더 즐겁고 신나게 목욕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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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니 하루종일 꼬박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더 집중하여 관찰하고 기억하려 애쓰게 된다. 이렇게 오늘 하루 꼬박이랑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꼬박이가 이렇게 또 커가는구나 하고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느라 요 며칠 맨날 늦게 자고 있지만 그덕에 또 오빠랑 단둘이 시시 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해 먹으면서 그동안 못 가졌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에 눈 뜨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이 행복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라는 법륜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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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요 몇일 아기가 많이 보챘다.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젖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젖 주는 간격을 좀 늘려 보려고 얼르고 달래고도 해봤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일정한 주기로 젖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 나야겠다 생각했다. 아기가 운다고 바로 젖을 주지는 않되 너무 시간을 맞추려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럼에도 다행히 밤에는 늘 잘 잔다. 9시에서 11시 사이에는 꼭 잠들어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시간 반 정도 까지는 자는 것 같다. 중간에 한 두번 깨기는 하는데 젖 먹고 바로 다시 잔다.


- 아기가 보채서 조금 원망스러워 지려 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한달 도 안 된 아기가 뭘 안다고, 나를 골탕 먹이려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기를 탓하나 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힘들어 하는 걸 알아봐주지 못하는 나를 탓해야 한다고. 


- 침이 많아졌다. 꼬박이를 안아 줄 때 주로 세워서 안아주는데 요즘 내 어깨나 목덜미쪽에 침이 막 묻는다.


- 잠 잘 때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소리를 낸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기도 하고, 인상을 팍 쓰기도 하고, 어쩔 땐 흐느끼기도 하고, 얼굴이 시뻘개 지도록 울다가 다시 잠들기도 한다. 


- 목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엎드려 있을 때 흔들흔들 하며 고개를 들기도 하고, 누워 있을 때 자기 혼자 고개를 좌 우로 돌리기도 한다.


- 발차기를 엄청나게 한다. 발이 차서 양말을 신겨주면 늘 벗겨진다. 그래서 어제는 긴 양말을 신겨 줬는데도 계속 벗겨졌다. 누워 있을 때 발차기를 하면서 위로 위로 자리 이동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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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뇌


- 밥달라고 찡얼대기(울기+입벌리기)


- 빨강양말로 멋내기


- 자는 척


- 표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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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덤으루

- 꼬박이 특기, 손가락 먹기와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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