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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날! 울림이와의 공식적인 첫 외출인데다 가족들을 만나고 맛있는 명절 음식 실컷 먹을 생각을 하니 몇일 전부터 기다려 졌다. 결혼하고 첫 명절 이었던 추석은 임신 말기였던 나를 배려해 주신 시부모님 덕에 서울에서 보냈고, 시댁에서 지내는 명절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밥을 먹고 청소 싹 하고 짐을 싸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렸다. 특히 짐 싸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 작은 아기 하나 생겼다고 남편이랑 나랑 둘이 여행 갈 때 싸는 짐에 두 세배 이상의 짐이 생기다니 놀라웠다. 가까운 곳에 가기에 이런저런 짐을 더 챙기기도 했지만 기저귀, 옷, 손수건, 물티슈, 빨래 통 등 이런 저런 짐을 챙기다 보니 챙겨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부랴부랴 짐싸고 청소하고 한참만에 드디어 출발!



우리 시부모님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시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하시기 때문에 겨울에도 몹시 춥게 지내시 기로 소문이 자자 하다. 그런데 울림이 온다고 이틀 전 부터 난로에 불을 때고 처음으로 보일러까지 돌리셨단다. 남편은 이 집에 이사 온 이후로 겨울에 양말 벋고 지낸 게 처음이라며 연신 감탄하고, 중간에 놀러 온 환영삼촌도 이 집에 들어 오면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하신다. 아무쪼록 우리는 울림이 덕에 따뜻한 명절을 보냈다ㅎㅎ


오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신기술 발표하는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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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숯불구이를 저녁으로 냠냠 맛나게 먹고 울림이가 잠든 저녁 타임. 이런저런 과일들과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어머니가 써 놓으신 육아 일기와 남편의 어린이시절 흔적들도 함께 봤다. 어릴적 남편이 썼던 편지와 일기들, 상장, 그림 등등 차곡차곡 꼼꼼히 보관하신 어머니. 지난 번에는 남편의 신생아시절 옹알이 하는 것 부터 어린이가 되어 터를 부르는 것 까지 녹음 해 두신것을 듣기도 했더랬지.


거의 첫 장에 두 돌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통잠을 잤다는 글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육아 일기는 주로 바람오빠, 해뜨리오빠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기록 해 둔 것이 많았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언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자니 우리 울림이도 얼른 커서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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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설 연휴의 시작. 아침 부터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며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는 우리의 황울림:)


할아버지랑도 잘 있고요

엄마랑 아침부터 쭈쭈쭈도 해요:)


그리고 본격적인 설 음식 준비 시작. 설 당일 우리집 식구들도 오기로 되어 음식도 두배로. 미리 주문해 두신 음식들을 꼼꼼히 펼치시는 시 어머니. 


그리고 정성을 다해 떡을 써시는 시아버지. 

아빠는 일광욕 하는 울림이 촬영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옆 동네 사는 환영삼촌과 선경이모가 왔다. 두 분도 일정이 있어 오래 있다 가지는 못 했지만 얼굴보니 참 좋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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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작은 삼촌과 도련님 도착. 너무나 맛있는 서천 우럭회를 먹으며 하하호호.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언제나 처럼 마을 취미실로 가 당구치고 탁구치고 으쌰으쌰


탁구치는 부부

첫째대 둘째 탁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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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 아침. 정성스레 준비한 제사 음식을 꺼나 제삿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낸 후 떡국을 후루룩 챱챱. 명절엔 역시 먹는 재미. 하지만 난 이번 설에 먹어도 너~무 먹었다능ㅜ,ㅠ



처음으로 해뜨리 삼촌 품에 안겨 본 울림이. 아직은 해뜨리 삼촌도 울림이도 어색한 사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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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마치고 삼촌이 집으로 돌아 가신 후 얼마 안되어 우리집 식구들이 도착했다. 마침 생일이 하루 차이나는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생신이 설날과 딱 겹쳐 또 다시 양가 총집합! 오자마자 울림이 한 번씩들 안아보고 서로를 반긴다. 점심 상 겸 만남의 술 상을 간단히 간단히 가지고 다같이 모여 앉아 새배와 덕담을 주고 받았다. 우리들만 새배 하는 것이 아쉬워 양가 부모님들 끼리도 맞절을 하신다. 그리고 그걸로 또 아쉬워 포옹까지. 아, 이렇게 서로를 좋아하고 위하는 사돈이 어디있나. 이거슨 우리나라 결혼풍습계에 혁명과 같은 일. 이렇게 모든 식구들이 모여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내 평생 이보다 큰 자랑거리가 어디 있겠나 싶다.


울림이도 한 잔 할 텨?

맞절!

절만 하기 아쉬우니 다같이 포옹까지. (어? 엄마가 어디갔지?)

(울 엄마 요기잉네~?ㅋㅋㅋ)

'할아버지 울림이 한테 뽀뽀좀 해죠요' '면도를 안 했는데 괜찮나 모르겠네..'

아이고 우리 손주 우쮸쮸쮸~

할머니 배애 걸터 앉아 편하신 황울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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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본격적인 파뤼타임! 시 어머니는 양력 1월 11일, 아버지는 양력 11월 12일이 생신이시다. 아, 정말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이 인연을 어찌할꼬.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는 수 밖에;-) 설 맞이겸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케잌, 그리고 기타와 잼배를 꺼냈다. 두 분다 오십대시니까 초는 다섯개만 꼿고 아버님의 감미롭고 흥겨운 축하 공연과 남편의 통쾌한 잼배소리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선물도 주고 받고. 하하호호다같이 모이면 늘 즐거운 우리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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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외 할아버지 품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황울림. 아, 이렇게 사진으로 오래 보고 있으니 울 아버지 참말로 멋지다. (이런말 하면 분명히 엄마가 질투 하겠지만) 역시 나의 오랜 이상형 아버지. 이젠 2등으로 밀리셨지만 너무 슬퍼 하지 말아요. 아버지에겐 저보다 이쁜 엄마가 있으니:-)



그리고 아침부터 시어머니 돋보기 안경 빌려 바느질 하는 엄마. 엄마도 시어머니도 이제 돋보기 안경 쓰실 나이가 되셨다.


저리가~ 뭐 이런걸 찍노~


아침으로는 부페식 비빔밥. 아침엔 비빔밥을 먹어야 겠다시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럼 각자 먹을 자기가 먹을 만큼 떠먹을 수 있도록 부페식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재안하니 흔쾌히 승락 해 주셨다. 먹을만큼 덜어 가니 남길 우려가 없어 좋고,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취향 껏 먹을 수 있으니 좋고, 밥프고 국프고 반찬 나를 일 없으니 좋고. 일석 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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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짧고 굵은 명절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마지막날 집에 오기 직전에 갑자기, 아주 불현듯 찾아온 치통만 빼고는 아주 즐거웠던 설 이었다. 어머니의 육아일기를 함께 보며 옛 추억을 되새기고,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고, 생일 파티를 하고, 틈틈히 어머니 살림을 틈틈이 훔쳐(?)보고, 화로에서 군고구마를 계속해서 구워먹고 먹고.. 먹고... 먹으면서.(이제 시댁 식구들을 비롯한 시댁 친척 분들에게 까지 나는 '잘 먹는 애' '먹는거 좋아하는 애'로 완전히 소문났다. 앞으로 인사도 '오, 잘먹는 해원이 잘 있었어?'로 받게 될 것만 같다. 웃프다^_ㅠ)


이렇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인 후 늘 드는 생각은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친가, 시댁 식구들이 모두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는 가족들이 우리나라에 몇 이나 될까. 이렇게 손꼽아 명절이 오기를 기다리는 며느리는 우리나라에 몇 이나 될까. 어렵고 힘든 일은 본인이 더 많이 하시려는 시어머니는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분명 어마어마하게 큰 덕을 쌓았을 전생에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년 설에는 울림이가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것이다.  말도 엄마 아빠 정도는 하려나? 울림이 덕분에 매년 색다른 명절을 보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앞으로 울림이의 동생들, 도련님의 아이들, 언젠가 지원이의 아이들도(...?) 다 같이 모이면 더욱 즐겁고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겠지. 이렇게 매년이 명절이 기다려 지니 참말로 조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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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013. 2. 17. 23:44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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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블로그를 하려니 뭐 부터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열흘이나 넘게 못 했네. 그 사이 또 여럿 손님들이 우리집을 방분 하기도 했고, 설, 졸업 등등 울림이랑 공식적인 외출도 꽤나 했다. 무엇보다 우리 울림이의 부단한 성장을 빼먹을 수 없고. 이 많은 이야기들 중 무엇을 먼저 써야 하나 고민하다 이 블로그의 이름이 '꼬박일기'인 만큼 울림이의 이야기를 먼저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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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1.     엎드려 목들기

요즘 울림이의 신기술은 엎드려 목들기다. 지난주 쯤이었나. 누워 있던 울림이가 끙끙 힘을 써가며 발을 높이 높이드는 모습 포착. 



이만치 다리를 들어올리는 울림이를 가만 보고 있으니 요녀석 자알 하면 뒤집기를 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뒤집기를 해 보라고 엎어 놔 봤더니 글쎄, 목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아, 그 모습이 어찌나 늠름하고 대견스럽던지. 뒤집기 한 번 시켜보려다 발견한 울림이의 목들기 기술을 발견한 엄마는 하루종일 감동스럽고 신났더랬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오래 더 높이 목을 들고 있는 울림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도 멋지게 목들기를 하고 있는 황울림. 아이고 기특해!


히히, 할머니 나 잘하죠?



성장2.     앉기

울림이가 처음 엎드려 목들기를 하던 날, 이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 혼자 앉을 수도 있겠다 싶어 벽에 앉혀보니 왠걸, 진짜로 앉네!

  

아빠 손 잡고 앉기


아직 혼자 오래 앉아 있진 못 하지만 이렇게 기대어 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엄마 허벅지, 다리 사이 등등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게 되었다.(가끔 밥 먹을 때 찡찡 대면 그렇게 앉혀 놓고 밥을 먹기도 한다) 



성장3.    목욕 즐기기

근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목욕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일주일 전 까지만 해도 목욕을 할 때 세수하고 머리감을 때 까지만 해도 잘 있다가 몸만 담그면 울어 재껴버렸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목욕은 즐거운 것이라는 아빠의 세뇌 교육의 효과인지 물에 들어 가도 울지 않는다! 처음 물에 몸을 담궜을 때 코를 벌렁벌렁 숨을 헐떡헐떡 하며 울락말락 하다가 금세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가만히 있는다.


콧구멍이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결국 으앙-

엄마 꼭 붙들고 으앙-

다시 콧구멍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어? 생각 보단 괜찮은데?

오호...

하음- 할만 하네. (하품 하는 여유)

엄마 나 오늘 잘 하죠?

엄마, 오늘 목욕 괜찮았음요. 다음에도 잘 부탁 해요. 데헷

기분도 좋은데, 알몸 샷


어제 목욕 할 때는 정말 한 번 울지도 않고 잘 했다. 이젠 정말 물 속에 있는 걸 즐기는 듯. 이제 몸에 힘이 좀 더 생기면 첨벙첨벙 놀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울림이가 얼른 자라서 목욕물 받아 놓고 같이 씻고 싶다:-)



성장4.    길어 진 옹알이-엄마랑 대화

옹알이 인지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쪼록 울림이가 웅얼웅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붕어이 같이 흐엉- 흐엉- 하는 소리를 자주 한다. 그럴 때 내가 마주보고 같이 소리를 내 주면 진짜 대화 하듯 꽤 오랜 시간 소리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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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눈 앞에 있는 물체를 보면서 그 물체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졸릴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할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잠투정 현상 = 젖을 거부 한다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줘도 울 때. 울면서 눈이 감길 때. / 대처 = 아기띠를 매고 둥기둥기 엉덩이 팡팡을 좀 하다 보면 잠든다.), 침이 더더더 많이 나와 턱받이를 해 줘야 할 것 같고(심지어 푸- 푸- 하면서 침을 뿜기도 한다), 똥이 더 질척해지고 냄새가 나는 등의 변화들도 있었다.


되돌아 보니 열흘이라는 요 짧은 시간 동안 울림이는 정말 많이도 성장 했구나. 아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더니. 그 말을 정말로 실감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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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폭풍 집안일을 했다. 빨래 두탕에 마루 방청소 쌓인 설거지 점심 저녁까지. 아, 한살림 장도 봤구나. 여기에 울림이 젖주고 안아주고. 오늘 하루 많은 일을 해결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기특하다고 상주고 싶은 날. 쌓아 두었던 것들을 좀 해결하니 맘이 가벼워 저녁에 울림이 재우고 남편이랑 광해를 봤다. 여기 와서 스크린 달고 둘이만 같이 영화 본 건 처음 인듯. 광해를 봤는데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웃긴 해피앤딩이라 좋았다. 오늘 같은 날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 였음. 지난 주말 엄마가 공수해 준 고구마랑 먹었는데 정말이지 강화 고구마의 그 달콤함은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엄마가 옆집 할머니네서 사 왔댔는데. 옆집 할머니네는 고구마가 계속계속 나오는 신기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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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오늘 새벽이구나. 암튼 큰 맘 먹고 밤중 수유를 끊어보려 시도해 봤다. '황금똥을누는아기' 책에서 밤중수유는 100일 전에 끊어야 끊을 수 있다, 밤중 수유를 계속 할 경우 나중에 충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기도 푹 자는게 좋다 등등 밤중수유에  관심을 조금 가지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아 시도해 보게 된 것. 미리 보리차도 끓여 놓고 울림이가 잠들기 전에도 밤에는 계속 자는 거라고, 먹는거 아니라고 주입시키고 재웠다. 나도 남편도 잘 해보자 다짐하고 큰 일이라도 치루듯 잠들었다. 3시반. 울림이가 깼다. 칭얼대는 울림이에게 기저귀를 갈아 준 후 바로 젖을 주지 않고 안아주고 밤에는 먹는거 아니라고 얘기 해 주고 보리차도 한 두 스푼 먹여 주고 했는데 소용 없다. 어찌나 울어 대던지. 책이나 인터넷이나 밤중수유를 끊으려 마음 먹었으면 모질게 마음 먹고 아기가 울더라도 절대 주지 말라고 했는데 삼십분 쯤 지나니 역시 마음이 흔들린다. '허전하거나 목말라서가 아니라 진짜 배고파서 울면 줘야 되는거 아닌가?' 부터 '이거 꼭 해야 하나?'까지. 결국 30분 넘기지 못하고 젖을 물리고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 또 주변 선배 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고민 한 결과 우선 지금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밤중수유의 강제 중단을 당분간 중지 하는 걸로. 울림이가 밤에 잘 안자는 것도 아니고 우선 4시간 간격으로는 자고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씩 더 늘리는 노력을 하되 너무 강제적으로 중단하지는 말자는 결론이다. 100일 이후로는 끊기가 어렵다니 고민이 됬었지만 문경이는 2돌까지 먹이고도 아무 이상 없었다니까. 흠.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따를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문경이 말마따나 결국엔 엄마가 줏대를 가지고 키워야 하는건데. 난 참 줏대 없는 엄마다ㅜ.ㅠ 사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다 괜찮아 질 일인데 내가 괜히 겁먹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지난번 공동육아 모임을 할 때 숙희 쌤이 '나는 아이를 발로 키울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이런거 저런거 불안해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스로 자랄 수 있게 돕는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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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니 울림이가 이 상태로 꾸물거리면서 일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정말 좀만 있음 뒤집기를 할 기세다!



헐렁 헐렁 커 보이기만 했던 옷들이 이제 하나 둘 맞아 간다. 아, 많이 컸구나 우리 울림이:)





아빠 처럼 눈 뜨고 자는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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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갖고 싶고 필요한데...


칼라 초점 책(아가용), 온습도계, 체중계, 심플하고 깔끔한 혹은 귀여운 밥 국그릇 기타등등 그릇, 수저들(나무면 좋음), 채칼세트, 심플하고 이쁜 아기띠, 포대기, 무지(MUJI) 좌식의자, 어쿠스틱라이프1-4권, 오븐, 믹서기, 미싱기, 조용하고 잘 빨아 들이는 청소기, 신혼 분위기 나는 심플한 이불 ... (생협과자, 맛있는 차, 좋은 노래 CD혹은 파일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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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터였나, 울림이가 젖 먹을 때 마다 찡찡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먹더니 급기야 막 울면서 젖을 재대로 먹지 못하기 까지 했다. 주말 까지만 해도 저녁 때 한 두번 그랬던 거라 졸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젖 먹을 때마다 낑낑댔다. 젖이 모자라나? 자세가 불편한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마음만 조급하고 불안하다. 무엇 보다도 젖이 모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쓸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쳐박아 뒀던 유축기도 꺼내고 선배 엄마들 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조산원에도 두어번 전화를 걸었다. 역시 모를 땐 물어야 한다고 이사람 저사람 묻고나니 조금씩 길이 보인다. 무엇 보다도 젖 양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과 울림이의 성장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아니 마음이 편하다. 이번일을 계기로 알게된 좋은 정보 몇가지.


1. 아이가 급 성장기 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이 경우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진다.

2. 젖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의심 될 때 기저귀를 체크 할 것. 하루 7-8개 이상이면 적당 하다.

3. 유축기나 손으로 짜는 것은 아기가 먹는 것 보다 잘 안나온다.

4. 젖이 남아 있을 때 더 짜줘서 젖을 비워야 한다.

5. 아기가 젖을 먹으며 낑낑 댈 때 다음의 것 들을 살펴 볼거나 시도 해 볼것.

  -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편중된 식사를 하고 있지 않은지

  - 아기가 더워 하진 않는지

  - 집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낯선 사람이 있진 않은지

  - 너무 배고플 때 먹여 허겁지겁 먹고 있진 않은지

  - 자세를 바꾸어 볼 것

  - 미리 젖을 좀 짜주어 젖의 흐름을 먼저 만들어 준 후 먹여 볼 것


다행이 정말 하루 이틀 지나니 다시 잘 먹는다. 기저귀가 하루 10개 정도는 나왔으니 젖이 부족했던 것 같지도 않고, 이런저런 시도나 주변 상황을 살펴 보았을 때도 별 다를 바가 없던 걸로 보아 급 성장기로 인한 땡깡(?)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가끔 그러긴 하지만 지금은 그리 심하진 않다. 쨌든 큰 문제 없이 짧게 지나가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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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저주(?) 비스무래 한 것이 한 번 왔다 갔더랬다. 울림이가 새벽에 깨서 젖을 먹고 나서도 자지 않고 찡찡 댄 것. 아마 젖 땡깡을 하루종일 부렸던 다음날 새벽 이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피곤한 상태에서 새벽에 아기가 잠도 안자고 찡찡 대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밤에는 잘 자던 울림이에게 처음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울림이랑 지내면서 처음으로 좀 짜증이 났다.(후에 남편은 내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는 조마조마 했다고...) 처음 새벽에 아기띠를 매고 울림이를 재웠다. 당시엔 잠도 오고 힘들었지만 새삼 그동안 울림이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 애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알게 됐다. 밤에 안 자는 아기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도 조금 예상이 되기도 하고. 밤 낮이 바뀌었다던 나와 하루종일 울었다던 바람오빠를 키워주신 어머니들... 정말 대단 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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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도졌다. 아기를 낳고 일주일 정도 변을 못 보다 겨우 변을 본 후부터 치질로 근 한 달 이상을 고생했었다. 낫겠지 낫겠지 하면서 약도 마다하고 지내다 보니 한달 이상을 고생만 했다. 생전 처음 피똥도 싸보고ㅜ,ㅠ 그러다 결국 좌약 넣으면서 겨우 나았는데 다시 발병. 다시 변기에 앉는게 두렵다. 아 슬프다. 식단 조절을 좀 해야하나. 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 식.단.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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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나 혼자 울림이 목욕을 시켰다. 둘이 했을 때 보다야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걱정 했던 것 보다는 무난히 한 것 같다. 처음으로 혼자 씻기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씻기면서도 내가 씻기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뭔가 유체이탈 해서 씻기고 있는 느낌이었다...ㅋㅋㅋ 그리고 왠지 쓸쓸한 기분. 엄마는 지원이 때 매일 혼자 씼겼다던데. 여러모로 아기를 키우다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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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울림이가 큰 탈 없이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어 다행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젖달라 하지도 않고 혼자 놀면서 엄마 아빠 보고 막 웃는다. 아,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시끼!>,< 



동글동글 예쁜 머리 만들려고 구멍이 폭 파인 양 베개도 비지요~




분홍색도 잘 어울리죵?


자, 울림아 하나 둘 셋 하면 다리 들어~ 하나 둘 셋!


아빠 요렇게?


옳지 옳지 잘한다~


아빠 말 잘 듣는 울림이!


요즘 아빠랑 잘 노는 울림이. 이젠 제법 자봉 티를 벗고 있는 황울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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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그동안 내가 지내왔던 생활 패턴과 조금씩 달라질 때 마다 쪼매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낸 것 같다. 아기의 리듬에 내가 맞추어 가야 하는 건데 자꾸 나의 리듬을 고집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여유와 기다림.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 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생초보 엄마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ㅜ,ㅠ 에고, 울림이 얼굴 한 번 더 보고 기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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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13. 1. 27. 00:48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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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울림이 이야기를 쓸 새가 없었네. 간만에 우리 울림이 관찰 일기를 써볼까나


웃음이 후해진 울림이. 특히 젖을 먹고 난 울림이는 기분이 좋다. 트름을 한 번 그억 하고 시킨 후 눕혀서 엄마랑 마주보고 있으면 막 웃는다. 요상한 소리나 표정을 지으면 더 좋아하고. 웃으면서 으어으어으어으어 하고 말하는 시늉을 내기도 한다. 너모너모 사랑스럽다.




확실히 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저만치 멀리 있는 모빌을 보면서 반응하기도 하고 모빌이 갑자기 내려 올 때 깜짝 놀라기도 하는걸 보면.  그리고 평면적인 것 보다 입체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전엔 모빌은 본채 만채 하고 초점 책을 보여주면 꺅꺅 거리면서 좋아했는데 요즘은 모빌에 더 눈이 많이 간다. 모빌도 가만히 있을 때보다 뱅글뱅글 돌아 갈때를 더 좋아하고. 그래서 울림이 장난감 모아 둔 박스에서 작은 인형이나 딸랑이 같은 것들을 꺼냈다. 아직 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진 못하지만 종종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장난감 소리를 낸다. 




이제 얇은 기저귀는 잘 못 쓰겠다. 신생아 때 쓰던 얇은 천 기저귀를 쓰고 있었는데, 이제 거기엔 아기가 한 번만 쉬를 해도 금세 흠뻑 젖어버린다. 그래서 원래 한 개만 쓰던 얇은 기저귀를 두개 겹쳐서 하니까 좀 낫다. 그래도 역시 일회용 기저귀 보다 천기저귀가 더 잘 젖어서 빨리 갈아주지 않으면 불긋 불긋 해지고 발진 같은게 조금씩 생긴다. 그래서 가끔씩 기저귀를 갈아줄 때 바로 갈아주기 보다 좀 열어두고 바람을 쐬어 주니 좀 나은 것 같다. 너무 오래 열어두면 오줌 발사를 해버리긴 하지만 열어놓고 있으면 아가도 좋아한다.







머리카락이 무쟈게 빠진다. 평소엔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울림이 목욕을 시키는데 목욕물에 털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녀서 이게 뭐지? 했는데 잘 보니 울림이 머리카락들이었다. 100일 전에 아가들 배냇 머리가 빠진다더니. 그래서 100일 전에 아가 머리를 빡빡 밀어주기도 하는데 난 왠지 좀 무서워서(?) 못 밀고 있다. 언제 밀어야 하는지, 꼭 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흠


침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이제는 자기가 막 뱉는다. 퉤 하고 뱉는 건 아니고 푸우 푸우 하고 뿜는다. 그리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쪽쪽 빤다. 특히 엄마 아빠의 옷, 목 수건, 자기 손을 가장 많이 빤다. 쪽쪽 쭉쭉 빨아서 침 범벅이 되어버린다. 며칠 전 엎드려 놨을 때는 아주 자기 손을 먹으려고 했다ㅋ





2


울림이 의료보험이 나왔다. 나는 아직 주소 이전을 못해 함께 쓰여져 있진 않지만 기분 참 묘했다. 맨날 부르기만 했던 울림이의 이름이 이렇게 공식적(?)인 곳에 쓰여져 있는 것도 신기하고. 엄마 아빠의 울타리 안에만 있던 울림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분 이랄까. 의료보험 하나 나온 것 만으로도 이래 기분이 요상 야릇 한데 이제 울림이가 커서 학교를 다니고 여자친구 데려 오고 하면 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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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림이 예쁜 옷 입히기에 신난 엄마



얼쑤~!






오리로 변신!




입히고 보니 온통 노랭이 옷만 입혔네ㅎㅎ 내일은 어떤 색 옷을 입혀 볼까나


3


덤으로 아빠랑 울림이 사진도. 자는 모습도 닮아가는 부자지간ㅎㅎㅎ





아빠가 쳐주는 기타소리에 귀기울이는 예쁜 우리 울림이:)





4


요 며칠 새 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시어머니, 해소리, 현상 구미, 오늘은 공동육아 모임을 고민하는 CB식구들까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사진도 찍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것 까지 다 못 쓰겠당..@,@ 낼 써야짓!


울림이가 오늘따라 푹 잘도 자는구나. 아고 기특해!


:

1. 


첫 외출


결국 참지 못하고 외출을 해버렸다. 대신 울림이는 차 안에만 있기로 한다는 전제로. 큰 이동 할 때 나온 것 외엔 울림이랑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마침 귀한 손님들도 오기로 되어 있고 해서 근처 로컬푸드 마켓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왕복 30분. 그나마 나와 울림이가 갈만한 유일한 먼 곳이다. 가족들이 와서 아가를 맞겨 놓고 나갈 때도 늘 용진 농협에 갔다왔지. 울림이가 차에서 울지 않게 하기 위해 수유를 충분히 한 후 출발! 그래도 첨으로 맘먹고 나가는 외출인데 차에만 있더라도 기분좀 내 보려고 울림이 이쁜 옷 입고 겉 싸개에 꽁꽁 싸매 나갔다. 근데 빨리 다녀 오려는 맘에 급하게 준비 하느라 울림이 기저귀를 못 갈고 간 것이 에러ㅜ,ㅠ 우짜든동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울림아 날 풀리면 엄마랑 아빠랑 많이많이 다니자~!:)



엄마, 오늘 무슨 날이예요?



와- 울림아 나오니까 좋지? 우리 날 풀리면 아빠랑 자주자주 나가자~


엄마, 우리 어디가는 거예요?


엄마가 마트에 들어간 사이 아빠랑 노는 울림이:)








다시 집으로 오는길(엄마, 빨리 안가고 뭐하는 거예요ㅜ,ㅜ-울림)



2.


요즘 울림이


다시 순둥이 아가로 돌아 온 울림이. 지난주는 잠도 잘 안자고 보채고 하더니 어제 오늘 잠도 잘 자고 보채지도 않는다. 지금도 열심히 낮잠을 자는 울림이. 하하 이러 날도 있구나. 전엔 아가가 낮잠을 자면 밤에 잘 안 잘까봐 불안하고 그랬는데 요 몇일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울림이가 자는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특히 아기띠를 하고 이리저리 흔들흔들 돌아 다니면서 궁둥이를 퐁퐁퐁 다독여주다 보면 품 안에 쏙 안겨 금세 잠든다. 그럴 때면 엄마는 아가를 품에 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지. 그래서 엄마한테는 우리 울림이 만큼 아기띠도 아주 효자다.


아빠가 도와주면 아기띠 매는 것도 쉽지용~







으헝. 아기 천사가 따로 없구나ㅜ,ㅠ






울림이가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목수건을 해주고 있다. 침도 워낙 많이 흘리지만 하도 손과 엄마 아빠의 팔 어깨 등등을 쪽쪽 빨아 침 범벅이 되기 일쑤다. 


요즘은 다리 보다 팔을 더 많이 움직인다. 무지무지 많이 움직인다. 그리고 이제 몸에 힘이 많이 생긴 울림이. 젖 먹으면서 손을 휘휘 젖다 자기 머리를 칠 때 아주 약하지만 퍽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마치 아기 고양이들이 젖 먹을 때 처럼 내 가슴을 꾹 누르면서 먹기도 한다. 어후, 근데 정말 젖먹을 때 왜이리도 파닥파닥 움직이는 건지. 쪼꼬만 것이 힘도 으찌나 센지 모른다. 그래도 힘이 생기니 이제 목을 꽤나 안정적으로 들고 있는다. 전엔 목을 들라 치면 마치 차 안에서 목만 흔들흔들 하는 인형 마냥 머리를 마구 흔들흔들 하면서 아슬아슬 하게 겨우 들고는 이내 푹 쓰러졌는데. 이제는 꽤나 힘있게 휙 들어서 오래 버티고 서 있는다. 고개를 높이 올려서 엄마랑 마주보기도 하면서!









요즘 수유를 할 때 울림이 몸이 내 몸 밖으로 나가는걸 보면서 아, 우리 아가 쑥쑥 크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이제 아빠 옷 입은 것 같았던 내복도 조금씩 맞아가고. 맨날 윗도리만 있는 배넷저고리만 입히다가 아랫도리도 있는 옷들을 입히는 재미도 쏠쏠하다ㅎㅎ 벌써 한 달 후엔 기다리고 기다리던(나가기 위해ㅋ울림이랑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철 없는 엄마...ㅜ,ㅠ) 100일네. 조금 있음 뒤집고 또 조금 있음 기고 걷고 말하고... 울림이와 함께하는 앞으로는 더 즐겁고 신기한 일들이 많겠지.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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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수유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깨버렸다. 계속 뒤척이다 에잇 블로그나 하자 하고 일어나 버렸다. 오늘 하루 좀 피곤하겠군. 요 몇일 꼬박이의 잠자는 시간이 늦어졌다.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잘 자던 녀석이 12시가 넘어야 잠들었다. 저녁이 되면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아기띠도 안 하려고 하고 잠도 안 자니 좀 힘들었다. 음, 이것이 책에서 본 그 도약의 시기인가. 책에서 말하길 도약의 시기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자라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아이들도 자신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어서 힘들어 하는 시기다. 때문에 엄마한테 더 집착하고 잠도 자 못 자고 보채고 잘 울고 등등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 50여명의 아기들과 엄마들을 조사한 결과 20개월 동안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10번의 도약의 시기가 찾아 왔단다. 모르면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던 일들을 미리 알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한 느낌. 물론 신체적으론 좀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요즘 울림이의 늦은 취침으로 유일하게 여유로웠던 저녁시간이 사라져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었다ㅜ.ㅠ


요건 어제 울림이 씻기고 예쁜 옷 입은 사진


헤헹, 엄마 이쁘게 입혀줘영


엄마, 제대로 입혀주고 있는 거 맞죠?


정말로요?


오~ 괜춘 한데~?


어때요? 저 괜찮아요?


다 입혔으면 젖을 달라~! 으앙~!


하지만 예쁜 옷 입혀 놓은 것도 잠시. 저녁에 또 (빨아 놓은지 얼마 안 된)전용 의자 위에서 대량으로 끙아를 방출 하여 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 입혔다는 슬픈 사실...ㅜ,ㅠ


그래도 어제 저녁엔 간만에 목욕을 좀 시켰더니 일찍 잠들었다. 오랜만에 울림이가 잠든 저녁 시간이 생기니 참 좋구나 싶었다. 그동안 울림이가 잘 잘때는 이 시간 귀한 줄 몰랐는데 참 귀한 시간이였구나. 


오늘은 혼자 꽤 노네. 모빌 보면서 이런저런 소리도 내고 돌아가는 모빌 따라 눈동자도 돌려가면서. 요즘 울림이 시야가 더 넓어 진 것 같다. 꽤 멀리 있는 것도 보이는 것 같고. 아고, 잘 논다 했더니 고새 다 놀았나 보내. 다시 옆에서 낑낑낑. 에구 얼른 가서 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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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생이랑 남편, 그리고 어제 밤 남편을 모시고 와 준 현상오빠까지 각자 일터로 보내고 다시 꼬박이랑 둘이 집에 남았다. 간만에 갖는 꼬박이와의 오붓한 시간. 방에 아가 혼자 자는 걸 보니 어느 섬나라에 있는 요정 같다. 



꼬박이가 잠이 늘었나? 하고 기대 해 본다. 어제 오늘 잠을 꽤나 자네. 어제도 목욕하고 오후에 두어시간 자더니 지금도 아침에 잠깐 놀다 다시 두어시간 자는중. 쑥쑥 크려나보다. 아고 기특해. 덕분에 오전을 여유롭게 보낸다. 꼬박이랑 지내면 지낼수록 우리아가 참 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자고. 가족들이 올 때마다 아기 있는 집 같지 않다고 했는데. 그러게 나도 지금 이러고 있으니 아가 있는집 같지가 않네ㅎㅎ


집안일도 해야만 된다는 각박에 치이지 않고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쌓아만둬도 안 되겠지만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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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드디어 멋진 커튼이 달렸다! 엊그제 지원이랑 옥원언니랑 후다닥 만들었다. 천이 얇아 볕이 가려질까 걱정 했는데 나름 기능을 잘 하고 있다. 분위기도 은은하니 아주 굿이다. 옥원언니의 굿 아이디어로 털실과 나무 집개를 연결해 걸었더니 훨씬 멋난다. 지원이가 처음엔 아주 귀찮아 했는데 막상 만들고는 무지 뿌듯해하고 좋아했다. 아침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아기 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다. 고마워요 이모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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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도 서울 출장가고 간만에 지원이랑(물론 꼬박이도!)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지원이를 부려가며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오후에는 열심히 점심을 차려 먹고 꼬박이 목욕도 시키고. 낮에도 잘 자준 꼬박이 덕에 둘이 드라마 보면서 낄낄 대기도 하면서. 저녁에는 파스타도 해먹었다. 엄마가 담궈준 포도효소로 와인 흉내도 내 가면서. 재료부족과 요리의 급한 마무리로 2% 부족하긴 했지만(ㅋㅋ) 오랜만에 먹으니 참말로 맛났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 시집을 가게 되고 엄마 다음으로 서운해 했던 내동생. 이제 둘이 여행도 못하겠네 하면서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 한 것을 아쉬워 했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전처럼 나 홀로 자유롭진 못 할테지만 이제는 꼬박이랑 같이 재밌는 추억 좋은 추억 만들면 된다. 보고싶을 때 마다 만나고, 일년에 한 두번 여행도 가고, 언젠가 유럽여행도 꼭 가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 오직 육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오직 자기만 보고 지내는 것도 아기한테는 부담이지 않을까? 물론 아가와 떨어져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피해야 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꼬박이 하고 함께 하면서 지내고 싶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을 즐겁게 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육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꼬박이가 좀  더 크고 날 따뜻해 지면 많이 나갈거다. 집에서 둘이만 아웅다웅 하기 보다 나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어디든 많이 다니고 무엇이든 많이 해야지. 그러니 꼬박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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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이번 주말은 뭐 한 것도 없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시간에도 우리 꼬박이는 쑥쑥 자라고 있겠지. 꼬박이 덕분이 아무 일 안한 것 같은 시간에도 의미가 생기는구나. 아무튼 주말엔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 버리고 어제는 옥원언니랑 지원이랑 와서 놀다보니 블로그에 올 시간이 없었네.


주말 사진1, 아빠랑 친해지기







주말 사진2, 꼬박이 따라하는 엄마 




주말에 씨비센터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는 석진씨 부부가 왔었다. 커텐을 만든다고 석진씨네 미싱기를 빌려 놓고는 아직 손도 못 대 반납도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석진씨 부인도 취미나 상황이 비슷해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대하게 됐다. 손님이 온다는 말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남편은 총알 집 청소를 시작했다. 마루도 치우고 화장실도 치우고 갑자기 순식간에 집이 깨끗해 지니 뭔가 횡한 기분(?). 그래도 이렇게 집이 깨끗해 지니 참 좋네. 손님들이 오니 여러 모로 참 좋구나. 




꼬박이는 이날 따라 기분이 좋았다. 마루에 의자 놓고 앉았는데도 기분이 좋아 꽤 오래 잘 있었다. 자기도 한 마디 해보겠다고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면서. 원래가 착하고 순한 꼬박이지만 '햐-, 요녀석 벌써부터 인기관리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올 때마다 착해지는 건지, 꼬박이가 착해 질 때마다 사람들이 오는건지.ㅎㅎㅎ


기분 좋을 땐 꼬박이 전용 의자에도 혼자 잘 있는다



기분도 좋은데 침으로 풍선도 불어 봐야지~




**

요즘 꼬박이와 엄마 아빠의 하루 생활 패턴은 대충 이렇다.

- 아침 7-8시에 기상 꼬박이는 젖 한 번 먹고 엄마는 간단한 아침 준비 아빠 아침 먹고 출근

- 오전에는 책도 보고 모빌도 보고 혼자 꾸물거리기도 하면서 혼자 잘 노는. 요럴 때 엄마는 방청소도 하고 못 다한 집안 일이나 컴퓨터 등을 좀 하고 간단한 점식 식사.

- 오후에는 이제 놀 게 없는지 놀아달라고 찡찡대는 꼬박이랑 놀다가 가끔 엄마 배 위에서 낮잠을 자기도 함. 아빠가 올 때쯤 저녁 준비. 아빠가 오면 저녁을 먹고 이제 슬슬 졸려서 찡찡대는 꼬박이를 엄마랑 아빠랑 교대로 안아주다가 9-10시쯤 꼬박이 취침.(요즘은 좀 늦게 자서 11시 넘어 자기도 함ㅜ,ㅠ) 엄마 아빠는 꼬박이가 자는 사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있다가 11-1시쯤 취침. 중간에 한 두번 일어나 젖달라는 꼬박이는 젖을 자고(4시간 간격) 다시 7-8시 기상.


물론 이 외에도 꼬박이는 다양한 일을 한다.


- 똥

오늘은 간만에 아침부터 꼬박이의 똥폭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반사적으로 가슴으로 날아오는 똥을 손으로 막아냈다. 아기가 똥을 싼 소리를 듣고 신나서 곧장 기저귀를 갈아 주다 이런 똥 폭탄을 두어번 맞았더랬다. 그때는 미처 손 쓸 새 없이 내 가슴팍으로 고스란히 받았었다지. 어떤 때는 오줌을 뿌리기도 하고. 그때 알았다. 아가들의 똥은 이렇게 분수처럼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한번에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 공격을 하면서 눈다는 것을, 또 똥을 눈 후에 오줌을 눈다는 것을. 그래서 그때 이후로 아기가 똥을 푸앙 하고 싼 후에 바로 갈아주지 않고 아가에게 '똥은 다 눈건지, 오줌도 다 싸는지' 물어 보면서 3-5분 정도 기다렸다 갈아준다. 



오늘 따라 엄마 아빠가 왜 그러지?



왜 그래요 엄마, 뭐가 문제죠? 나는 평소처럼 했을 뿐인데...


꼬박이가 똥을 눌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하나는 맨 처음 꼬박이가 태변(아기가 세상 밖에 나와 가장 처음 누는 똥)을 눌 때.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때 엄마랑 아버지랑 지원이랑 막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난 아기 태변 소리에 무진장 웃었더랬다. 우리 가족은 방구쟁이 가족들이라 방구 소리에 익숙하지만 갓 태어난 이 작은 아가가 그렇게 큰 방구 소리를 내다니 하면서. 그리고 또 한 장면은 그 후 일주일간 똥을 누지 않다가 강화에서 처음 똥을 눴을 때다. 처음 태면을 누고 일주일 정도 똥을 누지 않아 걱정 하던 차에 어느 날 꼬박이의 외할머니, 이모, 엄마, 아빠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푸앙 하고 똥을 눴다. 그때 다들 너무너무 기뻐서 박수치고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러고는 기쁜 마음에 마루로 나갔는데 연기가 자욱 한 것이다. 아기가 똥 눈 것에 기뻐하다 부엌에 올려 둔 국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집에 연기가 자욱해 나랑 아기랑 갑자기 사랑방으로 대피. 아기도 아기지만 나도 산후조리를 막 하고 있던 때라 이불 두 세개 싸고 피난 가듯이 사랑방으로 피신 갔다 왔다는. 아무쪼록 그랬던 우리 꼬박이가 이제는 황금빛 묽은 똥을 부웅 푸웅 잘도 싼다.(모유를 먹기 때문에 설사 같은 묽은 똥을 눔)


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하자면 똥 누는 소리. 꼬박이한테 똥 누는 소리와 아주 비슷한 소리가 나는게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방구소리고 하나는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다. 처음에는 이 세 소리가 헷갈려서 기저귀를 자주 열어보곤 했는데  이제는 대충 구분이 간다. 쉽게 구분 하자면 '똥 소리 > 방구 소리 > 꼬르륵 소리' 라 할 수 있겠네. 근데 이것도 자주 들어봐야 안다.


- 잠.

요 며칠 꼬박이가 젖 먹는 간격이 확실히 늘었다. 그만큼 혼자 노는 시간도 늘고 그렇게 안 자던 낮잠도 종종 잠깐씩 잔다.(근데 낮잠을 많이 자면 취침 시간이 늦어 지는 것 같음ㅜ,ㅠ) 그리고 뱃고래가 늘어서 그런지 지난 번엔 7시간을 연이어 잔 적도 있다! 딱 한 번이지만... 요 며칠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는 혼자서 잠들기도 한다는 것! 밤에 잘 때 즈음 해서 안아주다 내려 놓으면 혼자서 꼬물거리다 잠든다. 그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엽고 대견스러운지...!


나비잠 자는 꼬박이



자다가 갑자기 달리기 자세!







다시 자다가



윙크 한방 날리고~



- 꼬박이는 요즘 매우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다. 하우-, 으헝, 푸-, 으애으, 아윽, 으아으, 우에우아, 크에엥 등등. 하지만 여전히 으갹, 낑낑, 끙끙, 응애- 를 제일 많이 한다ㅎㅎㅎ


- 다양한 표정을 하면서 말 걸어 주는 걸 좋아한다. 요즘 아침마다 마주보고 놀기 하는데 다양한 표정과 소리를 내면서 놀기를 좋아한다.(오늘은 꺄르르 하고 웃었다!) 모빌도 그냥 혼자 보는 것 보다 내가 인형인 척 하고 말 걸어주니 더 흥미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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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bs.daum.net/docuprime/episode/6553/inner


끝으로 얼마전 이것저것 검색 하다가 얻은 득탬 영상. 우리나라 전통 육아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우리가 옛날부터 해왔던 도리도리 잼잼 같은 것들이 단동십훈 중 하나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외에 여러 동작들도 흥미로웠음. 나중에 우리 꼬박이도 크면 단계별로 같이 해야지. 꼬박아 앞으로 엄마랑 할게 많으니 언능 커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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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2013. 1. 5. 00:21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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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꼬박이 태어난 지 딱 50일 되는 날이었다. 벌써 절반 왔구나, 꼬박이랑 신나게 나가 놀 수 있는 날이. 안 갈 것 같은 날들이 이렇게 흘러 가는구나 싶다. 큰 일 없이 밤에는 여전히 잘 자주며 지내준 꼬박이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꼬박이 50일도 채 되기 전에 2살 됐음. 와우!ㅋㅋㅋ


그래도 50일인데 뭔가 기념하고 싶은데. 난다씨 처럼 인형이라도 만들어 줄까,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지금 내 상황에서 그나마 좀 할만 한게 적당히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해먹기였다. 또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찬밥피자를 해먹기로 했다. 마침 전날 한 밥이 점점 딱딱해 지고 있던 차에 잘됐다. 밥과 계란을 섞은 도우를 만들어 굽고 그 위에 지난번 가족들이 왔다 간 후 남은 재료로 토핑을해서 올린 후 오는길에 남편에게 사오라고 한 피자치즈를 올려서 대우면 끝! 여기에 피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포도주스와 샐러드를 더해 분위기 좀더 내봤다. 비록 피자 도우는 딱딱했고, 토핑에 넣은 고구마가 좀 덜익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깐 기분 낸 것으로 만족! (나만 그런가ㅋ)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남편은 오늘따라 일찍 잠들어 일어나질 못하고 꼬박이도 오늘 따라 잠투정. 자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중간에 한 번 깨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꼬박이가 아주 심하게 보채지는 않아 참았다.(꼬박이 한테 고마운 줄 알아랐 황바람!) 그래도 오빠가 자기도 좀 미안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꼬박이를 몇 번 안아준다. 항상 이렇게 미워할라 치면 요래 착한 척을 하니 미워할 수 없어 더 얄밉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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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가지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아기띠의 사용이다. 요즘 아기를 안아주는 일이 많아져 빨리 아기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문경이가 준 아기띠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찾아서 써보니 아 역시 이래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아기를 안고서도 양 팔을 다 쓸 수 있는 데다 꼬박이도 좋아한다. 아기랑 있으면서 양 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명 이었다. 아기를 안고 밥을 먹고 간단한 주방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금방 잠을 잔다는 것! 낮잠은 많이 자야 한 두번 자는게 다였던 꼬박이가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또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하면서 세 내번은 잔 것 같다. 




근데 이 아기띠의 함정이 있다. 하나는 낮에 많이 자서 밤에 늦게 자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아기띠를 사용했던 그날 밤 고생을 좀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 엄마 품에서만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내려 놓으면 금방 깨고 내려 놓으면 금방 깨서 밤에도 잠 재우는 게 좀 힘들어 진는 것. 그래서 오늘은 계속 아기띠로만 안아 주는 것이 아니라 눕혀 놓고 같이 놀기도 하고, 기분이 좀 좋아 보이면 혼자도 좀 놀게 하기도 하고, 아기띠로 안아 주다가도 잠들라 치면 바닥에 눕혀 재우려 해봤다. 그랬더니 오늘은 밤에 보채지 않고 일찍 자서 만족. 이렇게 하루하루 꼬박이와의 생활 습관을 맞춰 가는구나. 우짜든동 아기띠는 참 편하고 좋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아기띠는 좀 작은 애들만 사용 할 수 있는 것 같아 더크기 전에 이쁜걸로 하나 장만 해야징!


나도 이렇게 엄마로서의 스킬이 늘어간다. 이제 아기를 한 손으로도 안을 수 있고 아기가 어떤 기분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조금은)구분이 간다. '으갹'과 '으앵'의 차이랄까. 


덜 우울 하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 귀찮아서 집안 일도 별로 안하고 걍 빈둥빙둥 있었더니 조금 우울 해 지는 것 같았다. 그 전날 북적북적 가족들이랑 있다가 아기랑 둘이 남게 되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어제는 빨래도 좀 하고 저녁에 요리도 좀 하고 그랬더니 기분이 한 결 나았다.


요즘은 저녁에 꼬박이를 오빠한테 잠깐 맞기고 부엌 정리를 하는 시간이 좋다.(왠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이 더 안심하고 부엌 일에 손을 땔 것 같지만) 뭔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기분. 오빠도 자기가 부엌일 하긴 싫으니까 아기가 많이 찡찡대도 더 봐주려 애쓰니까 그런가ㅋ 아무튼 부엌을 깨끗하게 싹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이제 여기에 그릇, 냄비, 후라이팬 등등 부족한 주방 용품들을 이쁜 것들로 하나 둘 채워가면 참말로 기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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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이가 점점 변화하고 커간다는 걸 느끼는 요즘. 오늘은 꼬박이가 평소보다 많이 웃었다. 모빌을 보면서도 웃고 책을 보면서도 웃고 엄마를 보고도 웃었다! 심지어 나를 보고 막 웃으면서 옹알옹알 거렸다. 평소에는 끙끙대고 꺅꺅 대는거여서 옹알이 같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옹알이 같은 옹알이를 했었다. 막 웃으면서 옹알 거리는 것이 정말 나한테 뭐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이고 우리 아기 기분 좋아?" 하고 묻기도 하고 "어유~ 그랬어?" 하고 괜히 알아 들은 척 하면서 얼굴도 만져주고 하니 더 좋아서 웃고 옹알거린다. 아, 이렇게 감격 스러울수가! 엄마 보고도 웃어달라고 글을 썼던게 며칠 전인데 말이지. 


웃고


또 웃고



심지어 또 웃고!



오? 하고 모빌 한 번 쳐다 보다가



또 웃네! 꼬박이 오늘 기분 좋구나? :) 



수유 간격도 점점 늘어간다. 저번주만 해도 한 시간 간격으로만 줘도 좋겠다 생각 했는데 이제 한시간에서 길면 두 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이런 꼬박이를 보면서 아, 내가 내 욕심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했구나 싶었다. 아기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기다렸구나. 이제 내 마음이 아닌 아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겠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아기가 원하는대로 내가 움직이려 노력하자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무튼 하루하루 쑥쑥 커간다. 오늘도 책 보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꼬박이.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꼬박이의 움직임. 곧 뒤집기를 할 기세다. 앞으로 꼬박이의 무긍무진한 성장이 더욱더 기대된다. 꼬박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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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가족모임 때 아버님이 빌려 가신다던 케리어를 두고 가셨더랬다. 그래서 그 가방을 가지러 오늘 시부모님이 깜짝 방문 하셨다. 꼬박이를 안고 자다가 거의 다 도착 하셨을 때쯤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설거지 하고 있는사이 두분이 도착 하셨다. 오늘도 맛난 음식이랑 한짐 들고오셨다. 우왕 갑자기 찾아온 행복 만찬!



내일은 토요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든든하구나. 내일은 뭘 하고 뭘 먹을까. 흐흐. 에공 얼른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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