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2013. 8. 21. 23:44 일기/해원 일기

아기 손, 그리고 아기 손을 닮은 꽃











그리고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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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울림이의 새로운 기술들이 늘어가고 있다. 요즘 즐겨 하는 신기술은 꺼내기. 이 기술로 인해 집을 삽시간에 어지럽힌다. 최근 아빠가 남긴 말 한 마디. 마루에 손잡이 없는 서랍 사길 정말 잘했군!


첫번째 꺼내기, 책. 꼼지락 꼼지락 엄지와 검지 만으로도 책을 꺼낸다:)







두번째, 또 꺼내기. 이번엔 차곡 차곡 쌓아 둔 기저귀와 손수건들을 열심히 도로 다 꺼내어 자기가 쏙 들어가 버린다ㅋㅋ










탈출도 가능 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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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밥먹이는 것이 힘들어졌다. 밥을 거부해서가 아닌 의자에 앉기를 거부하기 때문. 울림이 식탁의자에 앉히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식탁에 기대어 서있다가 식탁위를 마구 기어 오른다. 울림아 이러면 위험해! 하고 혼내도 보고 바닥에도 내려 놓아보고 해도 소용없다. 벨트 하나가 고장나서 더 그런건지. 내리면 울고 앉히면 일어나 기어 오르고 밥은 먹여야겠고. 아, 어째야 할지 정말 고민이다ㅠㅠ


엄마 난 이렇게 먹는게 더 좋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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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네에 어린이 영어도서관이 생겼다. 첨에 이 도서관이 생긴다고 했을 때, 우리말 도서관도 없는데 뭔 영어 도서관이야. 뷁 했는데 막상 생기니 참 좋다. 이렇게 더운 날 들어가 쉬기도 좋고, 더구나 어린이 도서관이다 보니 아이들과 책 읽을 곳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층엔 우리말로 된 어린이 책과 어른들이 읽을 책들도 있기 때문에 가서 읽을 책도 많고. 더구나 이른 오후 시간 즈음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 아이들을이기 때문에 울림이 또래도 많고. 그래서 막상 도서관에 가면 울림이도 나도 책 보다 그 아이들 구경하는데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요녀석 어찌 아는지 여자애들을 특히 잘 따른다.(심지어 쫓아 간다)



저 누나 뒷모습이 참 매력적이군.


저기 누나, 나랑 보리차 한 잔 하지 않을래?




도서관에 왔으니 책도 한 번 읽어 볼까?



엄마.. 이제 집에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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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도 뭔가를 해달라는 욕구도 더 강해지는 울림이. 그에 맞서는(?) 엄마. 서로 아웅다웅 서로의 타협점을 찾아가며 나름 사이 좋게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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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휴가를 즐기는 중에 간간히 반가운 손님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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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반가운 손님은 연두네:) 



지난번에 만나고 번호 교환도 못하고 헤어져 연락도 하고 있다가 토요일에 띠리리- 전화가 왔다. 지금 코아루(우리 동네) 최근에 새로 생긴 영어 도서관에 있는데 만날 있냐고.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남편은 여러모로 일이 많아 같이 가고 울림이랑 둘이 후다닥 나갔다 왔다




저번에 보고 만인가? 사이 쑥쑥 자란 아이들. 연두는 이제 엄마 아빠 잡지 않고도 걸을 있게 되었고, 울림이는 무언가를 잡고 스스로 벌떡벌떡 일어나게 되었다고 서로 놀랐다. 역시 아이들은 쑥쑥 크는구나. 그래도 변하지 않은 한가지가 있었으니,  아직도 키는 울림이가 작은데 머리는 크다는거... 울림이가 큰건지, 연두가 작은건지. 아마 다인듯ㅠ, 모쪼록 오랜만에 만난 아가들도 서로 친근해 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울림이는 아직 누군가를 구별하거나 표현하는게 서툴어서 '친근하게 대한다'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연두는 확실히 울림이를 끌어 안기도 하고(!) 머리를 쓰담쓰담 하기도 하는 정말 '친구 대하 ' 하는 것이 신기했다. 심지어 연두는 이제 "연두야아빠 수염 어딨어?" 하면 수염을 만지고 "아빠 어딨어?"하면 코를 만진다. 우어어- 역시 10개월의 차이는 대단 하구먼!




어린이 영어도서관에서 보다가 근처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다이소에도 들렀다. 연두 엄마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비하면 이곳은 완전 도시라면서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아주 신나했다. 덩달아 나도 같이 신나게 장좀 보고, 울림이 목욕할 가지고 있는 오리가족도 선물로 받았다:) 간만에 같은 지역에 또라 아기를 키우는 집이랑 만나니까 이야기도 통하고 서로 아기 보기도 좋고 여러모로 즐거웠다. 다음엔 같이 자연 휴양림도 가고 맛난 음식도 먹기로 했다능!


돌아 오는 길에 울림이랑 쎌카!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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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반가운 손님은  엄마와 아부지, 그리고 정숙이모:)



일요일.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글과그림 연수 마치고 이제 점심 먹고 돌아가려는데 찾아보니 여기서 너네집까지 1시간 밖에 안걸리더라? 그래서 들렸다 갈까 하는데. 괜찮니?"라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그리하야 3시쯤 엄마, 아버지, 정숙이 이모가 방문 했다



이박 삼일 밤샘 연수로 하다가도 꿈뻑꿈뻑 조는 정숙이 이모와 저녁에 출발하면 늦게까지 운전하셔야 하는 아버지는 한잠 주무시고, 엄마는 울림이랑 신나게 놀고. 그렇게 쉬다가 엄마가 "저녁은 엄마가 쏜다!"라는 선언을 뙇! 으하하 신난다. 나가 사먹을까, 시켜 먹을까 이래저래 고민하다 집에서 해 먹는 대신 과일 사주기로 타협을 보고 엄마랑 나가서 후다닥 장보고 들어와 맛나게 저녁 먹고 속성 수다 떨다가 헤어졌다. 짧지만 반가운 만남 이었다. 덕분이 과일 부자도 되고.


장보러 가면서 엄마랑 나랑 울림이랑 셋이 한 컷!




과일 부자 인증 샷. 으히히- 사랑해요 오미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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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휴가

2013. 8. 14. 00:23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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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금 남편이 휴가를 냈다. 원래는 목금, 월 이렇게 휴가를 받았는데, 휴가 하루 전날 까지 어디로 갈 지 정하지도 못 하고 있다 월요일 휴가를 금요일로 옮겨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가고, 이번주는 집에서 쉬자! 고 마음 먹고 집에서 세 식구함께 재대로 된 방콕 생활을 즐겼다. 휴가 첫날 오후에 앞으로 먹을 식량 비축을 위해 전주에 나갔다 온 이후로 집에서 에어컨 키고 먹고 자고 치우고(치워도 치워도 더러워 지는 집이지만)를 무한 반복. 이 더운 여름(특히나 전북은!), 나가면 고생이다라는 생각에 집에서 아주 푹 쉬었다. 3박 4일 동안 뒹굴뒹굴만 해온 터라 뭐 휴가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할 것이 없고, 역시 남는건 역시 우리 울림이뿐.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도 매번 새로운 사건 사고를 만들어 주는 우리 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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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9개월차에 들어선 황울림. 이제 삼시세끼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급하게 시작하면 울림이의 내장(?)들이 놀랄 수 있으니 중간에 배를 채울 만한 간식을 주기로 했다. 요즘 주로 먹는건 단호박과 감자. 오물오물 잘 으깨지니 먹기도 좋고 맛도 좋고 하니 좋은 간식 인 것 같다. 자그마한 손으로 꼬물꼬물 집어 온 얼굴을 이용해 으깨 먹는 모습이 너모너모 귀엽다. 심지어 손바닥으로 팡팡팡 으깨서 먹는 조리 기술(?)까지 연마 한 듯 싶다ㅋㅋ






처음부터 눈 앞에 많이 놓아줘서 그런지 한개 집어 조금 먹고는 냅다 버리고 다시 또 하나 집어먹고 냅다 버리고를 무한 반복. 다리 사이에도 떨어 뜨리고, 바닥에도 떨어 뜨리고. 저 혼자 먹어 보라고 준건데 옆에서 밥먹던 엄마는 그거 주워 주느라 밥 먹일 때 보다 더 바쁘다ㅠ,ㅠ







먹고 던지고 으깨기를 반복하다 더이상 집을 것이 없어지면 그릇을 던져 버린다능... 저걸로 벌써 두번쨰. 게대가 내가 아끼는 그릇들만 깨버렸다ㅠ,ㅠ(준호야 미안, 저거 니가 준 그릇이야...) 여러모로 유리 혹은 도자기 그릇은 위험해 며칠전 다이소에서 플라스틱 그릇을 구입했다!



아이참, 엄마! 나도 먹고 살라고 그러는 거니까 너무 뭐라 그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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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사진 몇 장!




강재 취침 전 엄마와 한 컷. (이라고 하면서 최근에 산 힙시트 자랑)






황울림 베스트 포-즈! 이정도면 모자 모델 해도 되겠죠?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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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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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가 책을 읽다(관찰하다). 


결국 주욱- 찢었다. 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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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방문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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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정현오빠가 왔었다. 여자친구인 연주씨를 보러 가는길에 살짜꿍 들러서ㅎㅎ 울림이 낮기전, 완주에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낙성대 집에서 정현오빠와 연주씨를 만났었는데. 그때가 벌써 6개월도 더 전이었다. 연주씨는 그때 처음 봤는데, 남편에게도 받아보지 못 했었던 꽃다발을 받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더랬지. 그 후에도 꼬박일기 팬이라며 울림이를 위해 직접 뜨개질 해 만든 모자도 선물로 보내 주었다. 정현오빠도 완주로 이사하기 전날 낙성대집에서 하룻 밤 묵어가며 짐싸는걸 열심히 도와주었고. 모쪼록 이래저래 고마운 커플이다:)


오후 느지막히 완도 미역을 한 아름 들고 도착한 정현오빠랑 삼례 예술촌도 들렀다가 집에 저녁 먹고 밤 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주로 정현 오빠의 지금의 마음과 앞으로 길에 대한... 그런 여러가지의 이야기들를 했는데,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무튼 간만에 진지한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나누었더랬다. 


사실, 이날의 꼬박 일기는 한 달 간 묵혀 두었던 또하나의 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현오빠가 써준 그날의 꼬박 일기! 우리가 이번 꼬박 일기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해서 흔쾌히 승락한 정현오빠가 다음날 바로 써 주었는데 게을러 빠진 내가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미안해요 정현오빠ㅠ,ㅠ) 그 날 사진을 꽤나 많이 찍은 걸로 기억하는데, 카메라도 여러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지금 나에게 있는 사진은 이것 뿐. 급한맘에 요 사진 몇 장이라도 올리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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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정현의 꼬박일기

"참 좋은 인연입니다"



바람, 해원, 울림 세 식구가 사는 삼례에서 기차를 타고 세 시간 남짓 달려 목포에 도착,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해남에 도착했다. 터미널 앞 빠바에 앉아 울림이네 집에서 받아온 <글과 그림> 잡지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전날 서울에서 출발해 삼례 울림이네 집에서 하루를 묵고, 땅끝 미황사에서 일주일 동안 입산수도를 마치고 나오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참이었다.

 

울림이가 태어난 때부터 (더 정확히는 ‘생겨난’ 일부터 ㅋㅋ) 쑥쑥 자라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식을 부부한테서, 또 인편으로 블로그로 들어오다가 한 번 와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한참이 지나 들른 게 어제였다. 사실 전에도 한 번 오려고 했는데 어떻게 시간이 어긋나 들르질 못했다. 그러기를 몇 달, 드디어 완주까지 내려온 것이다. 바람이 형과는 이사하던 날 서울에서 짐 빼는 걸 도와준 뒤로 7개월만이었고 해원 씨와도 거의 1년 만에 보는 것 같았다. 바람 형은 삼례터미널에 도착한 나를 차에 태우자마자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어디론가 향했다. 내가 온 김에 가족나들이를 겸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린 곳은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라는, 특이한 이름의 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는 곳으로 여전히 노란색 농협 마크가 커다랗게 찍힌 쌀창고며 옛건물들을 갤러리와 박물관, 작업실로 개조해 놓은 곳이었다. 세 시가 다 되었는데도 어쩌다보니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다는 새살림 내외는 구경에 앞서 요기를 하자며 널따란 예술촌 한쪽의 벤치에 앉았다. 그러고는 포실포실 잘 익은 감자를 꺼낸다. 소금을 솔솔 뿌려 맛이 그저그만이었다.


나도 그제서야 울림이와 첫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 보아왔던, 눈을 꼼박꼼박 목을 휘청휘청 하던 갓난쟁이의 티를 얼추 벗고, 이제는 꼬박이라는 태명 대신 울림이라는 또렷한 자기 이름에 걸맞게 똘망똘망한 자태가 제법이다. 녀석은 그 커다랗고 깊고 맑은 눈으로 처음 보는 삼촌을 바라본다. 옆에서 애기 아빠는 “울림아, 삼촌한테 인사해야지” 하고 연신 재촉을 해 보지만 울림이는 입까지 살짝 벌리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요것은 또 어떤 물건인고, 하고 나를 향해 묻는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서, 녀석의 눈빛을 요리조리 옮겨 살피며 귀여운 아기 모습을 실컷 구경했다. 사진도 좋았지만 처음으로 보는 아기의 모습은 더욱 좋았다.




부부에게는 첫 식사였을 감자를 해치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예술촌을 둘러보았다. 책 박물관, 목공 작업실, 예술 갤러리, 옛 인쇄 기구들, 디자인 상품 전시관까지 무척 다양했다. 좀 종잡을 수 없었다는 걸 빼면 볼만 했다. 부부는 아기를 번갈아 안아가면서 나와 함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곳을 빠져 나와 간단하게 장을 본 후 신혼댁에 도착하니 다섯시 무렵이었다. 집을 보면 주인을 안다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넉넉한 느낌이 묻어났다. 어떻게 얻다보니 산업단지 부근의 빌라가 돼서 주변 모습은 수도권 주택지에 있는 느낌 비슷했지만 공기는 좋았다. 부부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나는 울림이와 놀았다. 안아도 보고, 얼러도 보고, 눈싸움도 했다가 사진기를 꺼내 모습도 담았다. 이렇게 보면 엄마를 닮았고, 저렇게 보면 아빠를 닮았다. 바람이 형 말로는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이 형과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다니던 이우학교 교육연구소 연수 프로그램에서 나와 바람이 형, 그리고 다른 대안학교 재학생 졸업생 두 명까지 해서 자신의 생활과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는 그 자리가 첫 만남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후 영 잊고 살다가 내가 대학에 입학한 2007년에 학교에서 만났다. 형은 대학원을 알아보러 온 참이었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들이 글쓰기 모임을 통해 진작부터 알던 사이라는 걸 확인했다. 집에 돌아가서 확인해 보니 15년도 더 된 사진 속에 나와 바람이 형을 비롯해 당시 글쓰기 모임 소속 교사 자녀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그 가을에 바람이 형은 환경대학원에 입학했고 나는 이듬해 군대를 다녀왔다. 몇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나한테는 다섯 해나 선배인 바람 형한테 많은 도움을 얻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여자친구가 생겼대서 만나보았더니 눈을 씻고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 전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바람 형의 응큼한 속을 알았지만 결혼 전부터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닐 수 없었다. 이래저래 소중한 인연이다.


저녁을 맛있게 얻어 먹고 나서 설거지는 내가 맡아서 했다. 별 뜻 없이 먼저 나서서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두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굳이 안 말린댄다. 그 얘길 듣고 나니 오히려 약간 약이 올라서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그러나 애 딸린 신혼부부 살림이 만만치 않아서, 내가 설거지 하는 동안 바람 형은 화장실에 불려 놓은 아기 똥귀저기를 빨고 해원 씨는 방으로 가서 울림이 젖을 물렸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나서 내친 김에 씽크대며 주병 벽과 가스렌지까지 싹 씻어버렸다. 나중에 부엌을 돌아본 해원 씨가 나를 자주 불러야겠다며 씨익 웃는다.

 


울림이는 의외로 금방 잠이 들었다. 우리는 아까 사 온 맥주와 주전부리를 꺼내놓고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잠깐 아기가 잠에서 깨 소리가 날 때가 있었지만 거의 네 시간 가까이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람이 형은 다음 날이 출근인데도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뽄새가 회사에서 나이롱 직원이거나 사는 게 행복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했다. 아님 둘 다 일 수도 있고.




우리가 나눈 대화는 주로 지금 사는 모습과 진로에 관한 것들이었다. 부부는 행복해보였고 실제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너도 나처럼 사고 쳐서 결혼해"라는 말이 어쩔지 거칠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잘 꾸려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사고를 친 것은 사실이지만 ㅎㅎ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기지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주변 상황 역시 그 선택을 지지하고 있었으니 참 복이 많은 부부다. 둘이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서로 "나랑 결혼하기 잘 했지?", "당연하지" 뭐 이런 식으로 수작을 하는데, 꼭 영감 꼬락서니다. 그런데도 눈이 시리지 않았다. 깨소금이 쏟아진달까. 보는 사람(나밖에 없었지만)도 선뜻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학생신분 안에서 안주하고 있는 나는 이 두 '생활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선택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희망이랄까 가능성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대, 또 학생 대부분이 갖고 있는 불안 같은 것은 허상이라는 것, 사랑하는 이와 벗들과 함께 할 때 삶은 명확한 길을 보여준다는 걸 느꼈다. 밤이 깊었고 울림이도 쌔근쌔근 잠이 든 가운데 술자리는 끝이 났다.

 

다음날 아침 손님인 내가 늑장을 부리다가 바람이 형이 지각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 삼례에서 익산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익산에서 다시 고속철로 목포로 가는 환승 열차표를 끊었는데 그만 삼례에서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스마트폰으로 구입한 거라 환불도 안 된다. 버스를 타야 하나 어쩌나 하면서 삼례역을 빠져나오는데 택시 한대가 눈에 띈다. 20분 안에 익산역까지 가능할까요, 물으니 일단 타 보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탔는데 총알택시가 아니라 거의 총알 수준으로 달려서 15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좀 나왔지만 열차표를 그대로 날린 것보다는 나았다. 차칸에서 아직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창밖으로 달려가는 호남평야를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랄까, 아쉬움도 밀려오면서 울림이 눈 한 번 더 맞추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남 시내를 싸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이다가 드디어 여자친구를 만났다. 일주일 만이다. 맑은 낯으로 인사를 하는 게, 어쩐지 쑥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왜 혼자 완주에 갔다왔냐며 아쉬워하기도 했다(여자친구는 울림이 팬이다). 담에 꼭 같이 가자고 했다. 나도 꼭 그러자고 대꾸했다. 참 좋은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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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월 둘쨋날. 여전히 우리집엔 주말 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 주었다. 고맙게도 여기까지 찾아와 주어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 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들을 그냥 또 흘려 보내고 있었다. 전에 쓴 손님 일기를 슬쩍 돌아 보니 4월에 쓰고 안 쓰고 있었구나. 으아으- 더 쌓이기만 하기 전에 남겨 두어야지 하고 다시 지난 사진 들추어 보며 그때의 기억을 남긴다:)



(한 달도 더 지난) 호지와 빌궁의 방문 / 6.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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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기념일 하루 전 날 우연의 일치로 우리 결혼식에 사회를 봐줬던 빌궁과 꼬박일기의 열혈 팬임과 동시에 그의 짝꿍인 호지가 우리집에 방문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보자보자 하고는 시간이 안 맞거나, 만나기로 한 날에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해서 만나지 못했더랬다. 그러곤 결혼 한지 딱 일년 만에 이렇게 만났네. 빌궁 왈, 자기는 이렇게 특별한 날 아니면 안 온다나 뭐라나. 크크. 암튼,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라도 만났으니 참말 좋았다. 손꼽아 기다렸던 손님들 중 한 무리(?). 





비록 마침 그날 남편 회사에 행사가 있어 좀 늦게 만나게 되어 오래오래오래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이 커플이랑 있으면 언제나 참 편하고 재미지다:) 갈수록 닮아 가는 유쾌한 호빌 커플. 둘이 개그 코드가 어쩜 그리 쿵떡쿵떡, 찰떡찰떡 잘 맞는지.ㅎㅎ 둘이 얘기 하는거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아주 빵빵 터진다. 


결혼식날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받은 이 커플에게 그동안 뭐 해준 것이 없어 미안했던 차에 이번 기회로 잘 대접해야 겠다 싶었다.(빌궁이 아주 직접적으로 대접해 달라는 청이 있었기도 했고ㅋㅋ) 그리하야 야심차게 안동찜닭을 준비. 내가 알고 있던 빌궁의 먹성을 상상하며 닭을 두 마리를 해야 하는가를 한참을 고민하다 그건 좀 오바다 싶어 한마리에 야체와 당면을 많이 넣어 나름 푸짐한 저녁 상을 차려 주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건은 두 마리도 아닌 이 안동 찖닭을 다음날 아침까지 먹고다 남았다는 사실! 사실 처음 빌궁의 얼굴을 보고도 깜짝 놀랐었다. 다년간 내가 만나온 빌궁은 후덕한 얼굴과 임신 5개월을 능가하는 볼록한 뱃살의 소유자였는데... (위 사진을 올리며 다시 한 놀랐다. 뭔가 홀쭉해 보이는 것을 노리고 찍은 사진 같기도 하지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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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이 커플 아기도 얼마나 잘 보는지.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대신해 울림이랑 신나게 놀아 줬다. 호지야 옛날부터 아가들 이뻐 하는 거 알았지만 빌궁은 꼬맹이들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너무 귀여워 하고 신나게 놀아 주었다. 울림이 조금만 더 커서 젖 때고 나면 이 커플 한테 울림이 맞기고 놀러가도 될 듯ㅋㅋㅋ 

뭐지 이 신기하게 생긴 생명체... 만져도 될까...






삼촌~ 나 아주 쉑시하게 찍어줘염~



오, 맛있는 수박








대학 풍물패에서 만난 요 두사람. 같이 땀흘리며 전수가고, 티격태격 하며 집행부 하고(난 주로 도망다녔고ㅋㅋ), 빌궁이 상쇠하고 나는 상장구 하고(은근 자랑), 그 인연으로 결혼식까지 함께 했던. 소중하고 재밌는 추억들이 많은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었을 때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마시고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앞으로 결혼하고 아기 낳고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렇게 종종 만나 놀면 참 좋겠다. 사실 간밤에 이야기 나누며 빌궁이 빌궁이 대학원 떨어지고, 호지도 시험 떨어져서 완주로 오는 것을 은근 기대했더랬는데. 안타깝게도(?) 빌궁이 대학원에 붙는 바람에 무산됐다...ㅠㅠㅋㅋㅋ 이왕 이렇게 된거(?) 호지도 시험에 꼭 합격해서 둘이도 얼름 결혼해버렸으면 좋겠다ㅋㅋㅋ


암튼 울림이도, 우리 부부도 요 커플 덕에 알차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답니다. 호호. 그리고 선물로 준 아로마 향기가 솔솔 나는 그것과, 아직은 더워 못 쓰고 있지만 울림이 무릎보호대와 소곡주 까지. 아주 잘 쓰고 잘 먹었다고 전하고 싶다요. 히히. (참, 이 자리를 빌어 혜정언니 분유 보내 준 것도 고마와요!>,<)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또 만나요! 그때는 우리가 진짜 소곡주를 맛보게 해주지.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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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내기엔 아까운 울림이 귀요미 컬렉션!



1. 선글라스 멋쟁이




2. 함박 웃음




3. :P



4. 아픈 날, 열 내리기- 






5. 아이돌 뺨 치는 멋쟁이 머리 B)







6. 밥풀 이모와의 꿀잠





7. 아빠랑 책 읽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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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터 글만 깨짝깨짝 써 놓고 완성되지 못해 못 올리다 이제야 올린다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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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은 아니어도 매일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있는 하루를 보낸다. 허나 마저 기록해 두지 않으니 하루 하루가 그냥 저냥 흘러가 버리는 것 같다. 점점 더워 지는 날씨에 누우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렇게 내일 내일 하면서 미루다 보니 끝이 없다. 게다가 남편이 매일 꼬박일기가 올라 오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데다 이렇게 블로그 리뉴얼 까지 해주었는데 계속 미루기만 미안해 하면 다시 서 써보려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시작을 돕는 순간의 그 용기가 중요한데, 요즘 그 순간의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자꾸만 게으름과 나태함에 기대고 만다. 하지만 이 게으름과 나태함을 자책하진 말아야지. '그래, 니가 지금 좀 힘들구나. 피곤하구나' 하고 지켜 봐 줘야지. 하지만 나에게 무던한 나는 늘 한참 지나고야 알아 채는 것이 문제다. 늘 깨어 있는힘. 그것은 어디서 오는 걸까? 수행? 흠... 


어쨌든, 지금 가장큰 문제 중에 문제는 더위다. 서울은 며칠 내내 장맛비로 난리라더니 이쪽은 비는 커녕 해만 쨍쨍 더워 죽겠다. 아마 지난 주말부터 폭염이 찾아 왔다지.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수유하랴, 재우랴, 달래주랴 울림이랑 계속 붙어 있다보니 더위가 보통의 배가 된다ㅜ,ㅠ 더욱 문제는 내가 이 더위를 잘 못 견디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울림이 한테 짜증을 내고 사과 하는 횟수가 조금 늘었다. 참는다고 참지만 서도... 흑. 엄마 말마따나 이 더위를 잘 견디는 법을 배워야지. 


(요즘은 비도 오고, 에어컨도 키고 그리 덥지 않게 지내기 때문에 울림이랑 사이 좋게 지내고 있다능... 블로그는 여전히 게으르게 하고 있지만. 크크)

, 모쪼록 이러저러한 변명은 여기까지 하고 그동안의 황울림 사건사고들을 정리 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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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

손가락을 꼬물꼬물, 이제 혼자서 음식을 집어 먹을 수도 있는 우리 울림이:) 그 주변과 온 몸에 주륵주륵 영역표시를 하는 것이 좀 문제지만, 그래도 꼬물꼬물 스스로 해내는 모습이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하다. 화이팅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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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자

드디어 울림이 의자가 생겼다! 이 동네 가장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공간인 인터넷 카페 '봉동읍 사람들'에서 가장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중고거래다. 그것을 알아 낸 후 중고나라를 들락거리 던 중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요 아가용 탁상 의자를 발견! 바로 구매 했다. 그것도 만원에!(벨트 고장을 발해서 5천원 깎았음. 음하하)


첫번째 시도,




두번째 시도,









.. '먹은후에 남겨진 것들' ...


자꾸만 흘리는 울림의를 위한 특단의 조치, 가랑이 사이에 접시 두기ㅋ


힝... 엄마는 내가 어떻게 먹는다고 그래요?


혼자서 이렇게나 잘먹고 있는데!



그리고 아빠와 밥을 먹던 문제의 어느날...








이건뭐ㅋ 받아 먹는사람의 문제인지, 먹여주는 사람의 문제인지ㅋㅋㅋ 덕분에 우리 울림이 이유식 팩 실컷 했네요^,^



아무쪼록 울림이의 요 식탁의자로 드디어 울림이도 엄마, 아빠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얐답니다. 흐히히. 거기에 울림이 밥 맥이는 엄마도 훨씬 편하게 되얐다는!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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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

며칠 전 알게 된 사실인데, 울린이 손바닥 한 귀퉁이에 굳은살이 생겼다. 울림이를 안아주다 손에 뭐가 붙었나?하고 떼주려 하는데 안 떼진다. 다시 잘 보니 그것은 울림이 손에 붙어 있는 굳은 살이 아닌가! 울림아, 너 손 바닥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온 힘을 다해 기고 있었구나. 아구구, 울림아 니가 엄마보다 낫다야. 나는 그동안 살아 오면서 저렇게 온 힘을 다하며 살아 온 날이 얼마나 되었던가. 오늘도 울림이를 보며 반성하고 또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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