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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꼬박이가 엄청나게 잔다. 먹고 자고의 반복. 덕분에 블로그도 만들고 글도 쓰고 사진도 올렸다. 아, 이것이 얼마 만에 만끽하는 여유인가. 꼬박이에게 성탄 선물로 오늘 하루를 받은 기분이다. 고마워 꼬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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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민 수연 정은 삼총사가 우리집에 왔다. 내가 완주로 온 후 가족들 외엔 첫 손님이다. 예상대로 원래 타려고 했던 버스를 노치고 다음 차를 탄 그녀들이지만(아니, 그녀라고만 해야 하나?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자마자 꼬박이 주위로 오손도손 둘러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꼬박이도 안아보고. 갑자기 못보던 녀성들에게 둘러쌓여 깝놀한 꼬바기!



어둑어둑 해 질때 쯤 이 세 녀자들은 꼬박이 보느라 나가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장도 보고 요리까지 해줬다. 이렇게 먼길 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치 내가 손님인 것 마냥 척척척 다 해준다. 오늘의 파티 메뉴는 월남쌈! 밖에서는 비싼 돈 주고 먹는 고급 요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조리 할 것이 없어 여럿이 간단히 해먹기 좋은 요리였다. 지난번 서울 집에서 바라 파랑과 해먹었던 샤브샤브 이후로 좋은 단체요리 메뉴가 생겼다.





만들어 두고는 '이걸 어떻게 다 먹지?' 했는데 다들 배가 고팠던 지라 허겁지겁 곰새 다 먹어 치워 버렸다. 이 사진을 찍은 후에 나온 된장찌개와 밥까지 모두... 1차로 배를 가득 채운 후 꼬박이를 재우는 사이 생협 과자를 한박스나 사온 윤복오빠 도착!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파티겸 수연이 생일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짝짝짝! 



자, 그럼 수연이 생일축하 부터 할까? 촛불 키고 불끄고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수연이~ 생일축하합니다! 수연아 소원 빌어. 빌었어? 두손 모아서 빌어~ 옆에서 언니들이 더 난리다ㅎㅎ 원래는 재빵왕 김수연님께서 케잌을 준비 하려다 실패하여 삼례읍 터미널 앞에서 사온 우리밀 케잌. 수연이의 케잌 맛이 궁금 했지만 이 케잌도 부들부들 달콤달콤 너모너모 맛있었다. 이것도 다 먹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 했지만 결국 1인 1조각씩 다 먹어 치웠다능ㅋ




수다쟁이 울 남편 열심히 수다중ㅋ 마치 황바람 학교에 황바람 선생님과 수강중인 학생들 같아.




주변에 소개 시켜 줄 살마을 찾기 위해 이상형 얘기를 하다가 외로워진 두 여자. 수연아 우리도 내녀엔 하나씩 대려 오자앙~(정은)



우리는 커플 이지롱. 해원아 우리도 내년에 하나 더 대리고 올게~(지민) .....(윤복)



우리도 간만에 찍어 볼까? 찍고 보니 우린 별로 안 친한듯ㅋ



어쨌든 저쨌든 신난다 짠짠짠~



이 사진은 아마도 지민언니가 1시차를 끊어 놓고 늦지 말라며 수연이와 정은언니에게 12시까지 오라 하고는 정작 지민언니는 1시간 늦게와 정작 일찍 온 두사람은 두시간동안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듯.ㅋㅋㅋ



나도 내년에 대려 올거야....(정은)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파티였다. 다사 다난했던 나와 바람오빠의 일년을 이야기 하면서도 웃고, 지민언니와 윤복오빠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웃고, 정은언니와 수연이의 인도 여행준비를 이야기 하며 웃고, 오늘 세 여자들의 완주 여행기를 이야기 하며 웃고, 꼬박이 선물로 사온 옷 살때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웃고 먹고 먹고 먹고... 마지막에 치킨이나 족발고추장 무침 심지어 된장찌개까지 먹으려 하는걸 가까스로 참았다.ㅋㅋㅋ


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12시가 지나고 눈이 내렸다. 소복소복 이쁘게도 내리는 눈. 날도 추운데 이렇게 먼 곳 까지 와준 이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밤이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일이 이렇게 고맙다 생각 했던 적이 있었던가. 


다음날엔 그래도 주인 행세 좀 하려고 일찍 일어나 예수와 수연이의 탄신 축하 미역국과 계란말이, 그리고 집에 있던 밑반찬들로 소박한 아침상을 차렸다. 다행히 밥 먹는 동안 얌전히 있어준 꼬박이 덕에 다같이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차 마실 때 쯤 꼬박이를 대리고 나왔다. 또 다시 네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사랑받는 우리 꼬박이ㅋ 넌 참 복받았다! 자기도 관심 받는걸 아는지 가만 가만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새 삶터 새 집에서 맞이한 첫 성탄 첫 손님들과 함께한 행복 성탄 이었다. 먼길 마다 않고 와준 친구들이 참 고맙고 또 꼬박이에게 이렇게 멋진 이모들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나중에 다들 같은 동내 살게 되면 참 좋겠다. 내년 여름엔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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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요 몇일 아기가 많이 보챘다.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젖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젖 주는 간격을 좀 늘려 보려고 얼르고 달래고도 해봤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일정한 주기로 젖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 나야겠다 생각했다. 아기가 운다고 바로 젖을 주지는 않되 너무 시간을 맞추려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럼에도 다행히 밤에는 늘 잘 잔다. 9시에서 11시 사이에는 꼭 잠들어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시간 반 정도 까지는 자는 것 같다. 중간에 한 두번 깨기는 하는데 젖 먹고 바로 다시 잔다.


- 아기가 보채서 조금 원망스러워 지려 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한달 도 안 된 아기가 뭘 안다고, 나를 골탕 먹이려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기를 탓하나 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힘들어 하는 걸 알아봐주지 못하는 나를 탓해야 한다고. 


- 침이 많아졌다. 꼬박이를 안아 줄 때 주로 세워서 안아주는데 요즘 내 어깨나 목덜미쪽에 침이 막 묻는다.


- 잠 잘 때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소리를 낸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기도 하고, 인상을 팍 쓰기도 하고, 어쩔 땐 흐느끼기도 하고, 얼굴이 시뻘개 지도록 울다가 다시 잠들기도 한다. 


- 목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엎드려 있을 때 흔들흔들 하며 고개를 들기도 하고, 누워 있을 때 자기 혼자 고개를 좌 우로 돌리기도 한다.


- 발차기를 엄청나게 한다. 발이 차서 양말을 신겨주면 늘 벗겨진다. 그래서 어제는 긴 양말을 신겨 줬는데도 계속 벗겨졌다. 누워 있을 때 발차기를 하면서 위로 위로 자리 이동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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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뇌


- 밥달라고 찡얼대기(울기+입벌리기)


- 빨강양말로 멋내기


- 자는 척


- 표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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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덤으루

- 꼬박이 특기, 손가락 먹기와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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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셋이서 보내는 주말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처음 이네. 토요일에는 술병이 나 골골대는 남편 덕에 하루를 날리고 오늘에야 주말다운 주말을 보냈다. 집 청소도 조금 하고 아가 목욕도 시키고 아침 점심 저녁 밥다운 밥을 챙겨 먹었다. 언제나 처럼 꼬박이의 아침 식사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우리가족. 오늘도 꼬박이 낑낑대는 소리에 깨어나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꼬박이가 우리 곁으로 나오기 전엔 8시 전 기상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이제 주말에도 8시 전 기상이다. 꼬박이 젖을 먹이고 모처럼 만에 같이 먹는 아침을 유로피언 브런치로 기분을 내 봤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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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착한 스텐 후라이팬으로 처음 요리를 해 봤는데 처음 치고는 성공인듯ㅋ 젤 처음 스텐 요리로는 가장 어렵다는 계란 후라이를 했는데 계란도 후라이팬도 거의 안 태우고 성공했다. 어찌나 뿌듯 하던지. 오히려 그 다음 부친 햄을 좀 태웠지만ㅋ 점심 때 생선도 나름 성공이었다. 집에서 조리 할 때 엄마한테 배운 대로 생선에 밀가루를 발른 후 구우니 그 맛이 더 일품! 쩄든 스텐 후라이 팬을 처음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스사모(스텐 후라이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본 것 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충분히 예열을 하고 요리를 시작 하는게 중요 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근데 내가 생각 했던 사이즈 중에 제일 작은 20cm 후라이팬을 주문 했는데도 엄청 무겁다. 이것 보다 더 큰 사이즈가 필요 하긴 할 것 같은데 그건 대채 얼마나 무겁다는 거지... 근데 어떻게 닦아야 할지 모르겠다ㅠㅠ 다시 스사모 서핑을 해야 할듯.

이것 말고도 또 서핑 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자잘한 주방 용품들 부터 전자 재품, 그외 생활에 자잘하게 필요 한 것들이 많아진다. 따지는 것도 많고  우유부단 하여 결정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살림 살이 장만 하는 일들이 쉽지 않은 일다. 저 후라이팬을 사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이 스텐 후라이팬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부터 브랜드, 사이즈, 가격 등등. 일주일도 더 고민 한 것 같다. 이제 정말 우리 집 우리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물건들을 고르려니 더 고민되고 또 욕심도 생겨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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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집안 물건들이 쌓여가니 내 마음도 하나씩 차 가는 느낌. '아, 이제 정말 내가 가정이란 것을 꾸리고 살게 되는 거구나' 싶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결혼, 출산, 졸업, 귀촌, 이사 등등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들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다. 그래서 인지 문득 '지금 내가 내 길을 잘 가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러다 누구의 엄마로, 혹은 누구의 아내로만 지내다 내가 가고팠던 길을 잃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나와 같은 곳을 보며 내 삶을 존중해 주는 남편과 매일 다른 행복을 안겨 주는 꼬박이를 보며 앞으로의 행복한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를 보낸다. 얼른 꼬박이도 크고 날도 풀려서 꼬박이 안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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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진 몇 장.

어젠 술병이 나 아기도 재대로 못 안아주더니 미안했는지 아침부터 열심히 안아주는 까치머리 아빠와 그런 아빠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간만에 아빠 품에 안겨 울지 않고 아이컨택하는 꼬박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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