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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생이랑 남편, 그리고 어제 밤 남편을 모시고 와 준 현상오빠까지 각자 일터로 보내고 다시 꼬박이랑 둘이 집에 남았다. 간만에 갖는 꼬박이와의 오붓한 시간. 방에 아가 혼자 자는 걸 보니 어느 섬나라에 있는 요정 같다. 



꼬박이가 잠이 늘었나? 하고 기대 해 본다. 어제 오늘 잠을 꽤나 자네. 어제도 목욕하고 오후에 두어시간 자더니 지금도 아침에 잠깐 놀다 다시 두어시간 자는중. 쑥쑥 크려나보다. 아고 기특해. 덕분에 오전을 여유롭게 보낸다. 꼬박이랑 지내면 지낼수록 우리아가 참 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자고. 가족들이 올 때마다 아기 있는 집 같지 않다고 했는데. 그러게 나도 지금 이러고 있으니 아가 있는집 같지가 않네ㅎㅎ


집안일도 해야만 된다는 각박에 치이지 않고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쌓아만둬도 안 되겠지만 무슨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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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드디어 멋진 커튼이 달렸다! 엊그제 지원이랑 옥원언니랑 후다닥 만들었다. 천이 얇아 볕이 가려질까 걱정 했는데 나름 기능을 잘 하고 있다. 분위기도 은은하니 아주 굿이다. 옥원언니의 굿 아이디어로 털실과 나무 집개를 연결해 걸었더니 훨씬 멋난다. 지원이가 처음엔 아주 귀찮아 했는데 막상 만들고는 무지 뿌듯해하고 좋아했다. 아침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아기 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다. 고마워요 이모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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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도 서울 출장가고 간만에 지원이랑(물론 꼬박이도!)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지원이를 부려가며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오후에는 열심히 점심을 차려 먹고 꼬박이 목욕도 시키고. 낮에도 잘 자준 꼬박이 덕에 둘이 드라마 보면서 낄낄 대기도 하면서. 저녁에는 파스타도 해먹었다. 엄마가 담궈준 포도효소로 와인 흉내도 내 가면서. 재료부족과 요리의 급한 마무리로 2% 부족하긴 했지만(ㅋㅋ) 오랜만에 먹으니 참말로 맛났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 시집을 가게 되고 엄마 다음으로 서운해 했던 내동생. 이제 둘이 여행도 못하겠네 하면서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 한 것을 아쉬워 했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전처럼 나 홀로 자유롭진 못 할테지만 이제는 꼬박이랑 같이 재밌는 추억 좋은 추억 만들면 된다. 보고싶을 때 마다 만나고, 일년에 한 두번 여행도 가고, 언젠가 유럽여행도 꼭 가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 오직 육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오직 자기만 보고 지내는 것도 아기한테는 부담이지 않을까? 물론 아가와 떨어져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피해야 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꼬박이 하고 함께 하면서 지내고 싶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을 즐겁게 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육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꼬박이가 좀  더 크고 날 따뜻해 지면 많이 나갈거다. 집에서 둘이만 아웅다웅 하기 보다 나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어디든 많이 다니고 무엇이든 많이 해야지. 그러니 꼬박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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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지원이랑 옥원언니가 왔다. 지원이는 일주일만에 보고 옥원언니는 아기 낳고 처음 본다. 우짜든동 둘다 넘넘 반갑당!(하트) 언니는 꼬박이 보자마자 작다고 여원이도 이렇게 작았나 싶다고 한다. 만나자 마자 밥 먹고 꼬박이도 안아보고~



이 두사람이 오니까 확실히 일거리가 줄고 개인 시간이 는다. 이렇게 낮에 블로그 하는 것이 얼마 만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꼬박이 잠깐 잠들면 집안일 하고 밥먹고 아주 가끔 그래도 시간이 나서 몇 자 적다 보면 으앵- 꼬박이를 밤에 재우고 나서야 개인 시간을 갖곤 했는데. 오늘은 언니가 밥 해주고 설거지 해주고, 지원이가 아가까지 봐주니 완전 내 세상!


지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옥원이 이모 품에도 안겨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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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제는 평일 낮에(!) 꼬박이를 씻겨줬다. 깨끗하게 방 치우고 따땃하고 밝은 오후에 꼬박이를 씻기니 참 좋았다. 방청소를 하고 세수하러 가려는 비몽사몽 이모들을 붙잡고 꼬박이 목욕을 시~작!















이모들이랑 씻은 기념으로 이쁜 옷도 입혀봤다. 이모들이 꼬박이 옷장을 막 뒤져 보더니 요 빨간색 우주복을 꺼냈다. 꼬박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이옷이 갑이라면서 나중에 자기들도 아기 나으면 꼭 빌려달란다. 이외에도 꼬박이 옷장에 이쁜 옷들을 보면서 자기들은 옷이나 아가 용품 같은거 안사도 되겠단다. 내가 나중에 둘째 때 써야 된다니까 쓰고 돌려 줄테니까 계속 같이 돌려쓰자고. 근데 언니나 지원이의 첫째가 먼저 태어날지 우리 둘째가 먼저 태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능거. 아기보다 남자를 먼저 찾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모들~ㅎㅎ 아무튼 요렇게 이쁜 빨간옷을 입고 있다 저녁에 또 똥을 뿌려 빨래통으로ㅜ,ㅠ




그 김에 씻은 엄마랑도 한컷!(하트)



히피 엄마랑 아방가르드 하게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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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만에 셋이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해먹고 하니 참말로 좋다. 옥원언니랑은 어렸을 때 부터 친 형제와 다름없이 함께 커왔다.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나기도 했고 6개월? 1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지원이랑 나랑 4살차이 나랑 언니랑 4살차이로 뭔가 죽이 맞는다. 옥원언니는 지원이와 나의 어린시절 우상이자 스타였다.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 올때면 나와 동생은 늘 언니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잠 잘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서로 언니 옆에 있겠다고 다퉈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언니는 늘 가운데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 특히 난 중간에서 지원이랑도 많이 싸우고 언니랑도 꽤나 싸웠던 것 같다. 언니랑 싸우면 서로 줬던거 다 뺐고 화해 하면 다시 주고 그랬는데ㅎㅎㅎ 아무튼 앞으로도 자주 만나서 하하 호호 놀자. 그리고 언젠가 꼭 같은 마을에서 살자아~(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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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이번 주말은 뭐 한 것도 없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시간에도 우리 꼬박이는 쑥쑥 자라고 있겠지. 꼬박이 덕분이 아무 일 안한 것 같은 시간에도 의미가 생기는구나. 아무튼 주말엔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 버리고 어제는 옥원언니랑 지원이랑 와서 놀다보니 블로그에 올 시간이 없었네.


주말 사진1, 아빠랑 친해지기







주말 사진2, 꼬박이 따라하는 엄마 




주말에 씨비센터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는 석진씨 부부가 왔었다. 커텐을 만든다고 석진씨네 미싱기를 빌려 놓고는 아직 손도 못 대 반납도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석진씨 부인도 취미나 상황이 비슷해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대하게 됐다. 손님이 온다는 말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남편은 총알 집 청소를 시작했다. 마루도 치우고 화장실도 치우고 갑자기 순식간에 집이 깨끗해 지니 뭔가 횡한 기분(?). 그래도 이렇게 집이 깨끗해 지니 참 좋네. 손님들이 오니 여러 모로 참 좋구나. 




꼬박이는 이날 따라 기분이 좋았다. 마루에 의자 놓고 앉았는데도 기분이 좋아 꽤 오래 잘 있었다. 자기도 한 마디 해보겠다고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면서. 원래가 착하고 순한 꼬박이지만 '햐-, 요녀석 벌써부터 인기관리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올 때마다 착해지는 건지, 꼬박이가 착해 질 때마다 사람들이 오는건지.ㅎㅎㅎ


기분 좋을 땐 꼬박이 전용 의자에도 혼자 잘 있는다



기분도 좋은데 침으로 풍선도 불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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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꼬박이와 엄마 아빠의 하루 생활 패턴은 대충 이렇다.

- 아침 7-8시에 기상 꼬박이는 젖 한 번 먹고 엄마는 간단한 아침 준비 아빠 아침 먹고 출근

- 오전에는 책도 보고 모빌도 보고 혼자 꾸물거리기도 하면서 혼자 잘 노는. 요럴 때 엄마는 방청소도 하고 못 다한 집안 일이나 컴퓨터 등을 좀 하고 간단한 점식 식사.

- 오후에는 이제 놀 게 없는지 놀아달라고 찡찡대는 꼬박이랑 놀다가 가끔 엄마 배 위에서 낮잠을 자기도 함. 아빠가 올 때쯤 저녁 준비. 아빠가 오면 저녁을 먹고 이제 슬슬 졸려서 찡찡대는 꼬박이를 엄마랑 아빠랑 교대로 안아주다가 9-10시쯤 꼬박이 취침.(요즘은 좀 늦게 자서 11시 넘어 자기도 함ㅜ,ㅠ) 엄마 아빠는 꼬박이가 자는 사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있다가 11-1시쯤 취침. 중간에 한 두번 일어나 젖달라는 꼬박이는 젖을 자고(4시간 간격) 다시 7-8시 기상.


물론 이 외에도 꼬박이는 다양한 일을 한다.


- 똥

오늘은 간만에 아침부터 꼬박이의 똥폭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반사적으로 가슴으로 날아오는 똥을 손으로 막아냈다. 아기가 똥을 싼 소리를 듣고 신나서 곧장 기저귀를 갈아 주다 이런 똥 폭탄을 두어번 맞았더랬다. 그때는 미처 손 쓸 새 없이 내 가슴팍으로 고스란히 받았었다지. 어떤 때는 오줌을 뿌리기도 하고. 그때 알았다. 아가들의 똥은 이렇게 분수처럼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한번에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 공격을 하면서 눈다는 것을, 또 똥을 눈 후에 오줌을 눈다는 것을. 그래서 그때 이후로 아기가 똥을 푸앙 하고 싼 후에 바로 갈아주지 않고 아가에게 '똥은 다 눈건지, 오줌도 다 싸는지' 물어 보면서 3-5분 정도 기다렸다 갈아준다. 



오늘 따라 엄마 아빠가 왜 그러지?



왜 그래요 엄마, 뭐가 문제죠? 나는 평소처럼 했을 뿐인데...


꼬박이가 똥을 눌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하나는 맨 처음 꼬박이가 태변(아기가 세상 밖에 나와 가장 처음 누는 똥)을 눌 때.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때 엄마랑 아버지랑 지원이랑 막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난 아기 태변 소리에 무진장 웃었더랬다. 우리 가족은 방구쟁이 가족들이라 방구 소리에 익숙하지만 갓 태어난 이 작은 아가가 그렇게 큰 방구 소리를 내다니 하면서. 그리고 또 한 장면은 그 후 일주일간 똥을 누지 않다가 강화에서 처음 똥을 눴을 때다. 처음 태면을 누고 일주일 정도 똥을 누지 않아 걱정 하던 차에 어느 날 꼬박이의 외할머니, 이모, 엄마, 아빠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푸앙 하고 똥을 눴다. 그때 다들 너무너무 기뻐서 박수치고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러고는 기쁜 마음에 마루로 나갔는데 연기가 자욱 한 것이다. 아기가 똥 눈 것에 기뻐하다 부엌에 올려 둔 국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집에 연기가 자욱해 나랑 아기랑 갑자기 사랑방으로 대피. 아기도 아기지만 나도 산후조리를 막 하고 있던 때라 이불 두 세개 싸고 피난 가듯이 사랑방으로 피신 갔다 왔다는. 아무쪼록 그랬던 우리 꼬박이가 이제는 황금빛 묽은 똥을 부웅 푸웅 잘도 싼다.(모유를 먹기 때문에 설사 같은 묽은 똥을 눔)


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하자면 똥 누는 소리. 꼬박이한테 똥 누는 소리와 아주 비슷한 소리가 나는게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방구소리고 하나는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다. 처음에는 이 세 소리가 헷갈려서 기저귀를 자주 열어보곤 했는데  이제는 대충 구분이 간다. 쉽게 구분 하자면 '똥 소리 > 방구 소리 > 꼬르륵 소리' 라 할 수 있겠네. 근데 이것도 자주 들어봐야 안다.


- 잠.

요 며칠 꼬박이가 젖 먹는 간격이 확실히 늘었다. 그만큼 혼자 노는 시간도 늘고 그렇게 안 자던 낮잠도 종종 잠깐씩 잔다.(근데 낮잠을 많이 자면 취침 시간이 늦어 지는 것 같음ㅜ,ㅠ) 그리고 뱃고래가 늘어서 그런지 지난 번엔 7시간을 연이어 잔 적도 있다! 딱 한 번이지만... 요 며칠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는 혼자서 잠들기도 한다는 것! 밤에 잘 때 즈음 해서 안아주다 내려 놓으면 혼자서 꼬물거리다 잠든다. 그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엽고 대견스러운지...!


나비잠 자는 꼬박이



자다가 갑자기 달리기 자세!







다시 자다가



윙크 한방 날리고~



- 꼬박이는 요즘 매우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다. 하우-, 으헝, 푸-, 으애으, 아윽, 으아으, 우에우아, 크에엥 등등. 하지만 여전히 으갹, 낑낑, 끙끙, 응애- 를 제일 많이 한다ㅎㅎㅎ


- 다양한 표정을 하면서 말 걸어 주는 걸 좋아한다. 요즘 아침마다 마주보고 놀기 하는데 다양한 표정과 소리를 내면서 놀기를 좋아한다.(오늘은 꺄르르 하고 웃었다!) 모빌도 그냥 혼자 보는 것 보다 내가 인형인 척 하고 말 걸어주니 더 흥미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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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bs.daum.net/docuprime/episode/6553/inner


끝으로 얼마전 이것저것 검색 하다가 얻은 득탬 영상. 우리나라 전통 육아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우리가 옛날부터 해왔던 도리도리 잼잼 같은 것들이 단동십훈 중 하나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외에 여러 동작들도 흥미로웠음. 나중에 우리 꼬박이도 크면 단계별로 같이 해야지. 꼬박아 앞으로 엄마랑 할게 많으니 언능 커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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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2013. 1. 5. 00:21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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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꼬박이 태어난 지 딱 50일 되는 날이었다. 벌써 절반 왔구나, 꼬박이랑 신나게 나가 놀 수 있는 날이. 안 갈 것 같은 날들이 이렇게 흘러 가는구나 싶다. 큰 일 없이 밤에는 여전히 잘 자주며 지내준 꼬박이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꼬박이 50일도 채 되기 전에 2살 됐음. 와우!ㅋㅋㅋ


그래도 50일인데 뭔가 기념하고 싶은데. 난다씨 처럼 인형이라도 만들어 줄까,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지금 내 상황에서 그나마 좀 할만 한게 적당히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해먹기였다. 또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찬밥피자를 해먹기로 했다. 마침 전날 한 밥이 점점 딱딱해 지고 있던 차에 잘됐다. 밥과 계란을 섞은 도우를 만들어 굽고 그 위에 지난번 가족들이 왔다 간 후 남은 재료로 토핑을해서 올린 후 오는길에 남편에게 사오라고 한 피자치즈를 올려서 대우면 끝! 여기에 피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포도주스와 샐러드를 더해 분위기 좀더 내봤다. 비록 피자 도우는 딱딱했고, 토핑에 넣은 고구마가 좀 덜익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깐 기분 낸 것으로 만족! (나만 그런가ㅋ)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남편은 오늘따라 일찍 잠들어 일어나질 못하고 꼬박이도 오늘 따라 잠투정. 자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중간에 한 번 깨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꼬박이가 아주 심하게 보채지는 않아 참았다.(꼬박이 한테 고마운 줄 알아랐 황바람!) 그래도 오빠가 자기도 좀 미안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꼬박이를 몇 번 안아준다. 항상 이렇게 미워할라 치면 요래 착한 척을 하니 미워할 수 없어 더 얄밉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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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가지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아기띠의 사용이다. 요즘 아기를 안아주는 일이 많아져 빨리 아기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문경이가 준 아기띠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찾아서 써보니 아 역시 이래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아기를 안고서도 양 팔을 다 쓸 수 있는 데다 꼬박이도 좋아한다. 아기랑 있으면서 양 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명 이었다. 아기를 안고 밥을 먹고 간단한 주방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금방 잠을 잔다는 것! 낮잠은 많이 자야 한 두번 자는게 다였던 꼬박이가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또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하면서 세 내번은 잔 것 같다. 




근데 이 아기띠의 함정이 있다. 하나는 낮에 많이 자서 밤에 늦게 자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아기띠를 사용했던 그날 밤 고생을 좀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 엄마 품에서만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내려 놓으면 금방 깨고 내려 놓으면 금방 깨서 밤에도 잠 재우는 게 좀 힘들어 진는 것. 그래서 오늘은 계속 아기띠로만 안아 주는 것이 아니라 눕혀 놓고 같이 놀기도 하고, 기분이 좀 좋아 보이면 혼자도 좀 놀게 하기도 하고, 아기띠로 안아 주다가도 잠들라 치면 바닥에 눕혀 재우려 해봤다. 그랬더니 오늘은 밤에 보채지 않고 일찍 자서 만족. 이렇게 하루하루 꼬박이와의 생활 습관을 맞춰 가는구나. 우짜든동 아기띠는 참 편하고 좋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아기띠는 좀 작은 애들만 사용 할 수 있는 것 같아 더크기 전에 이쁜걸로 하나 장만 해야징!


나도 이렇게 엄마로서의 스킬이 늘어간다. 이제 아기를 한 손으로도 안을 수 있고 아기가 어떤 기분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조금은)구분이 간다. '으갹'과 '으앵'의 차이랄까. 


덜 우울 하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 귀찮아서 집안 일도 별로 안하고 걍 빈둥빙둥 있었더니 조금 우울 해 지는 것 같았다. 그 전날 북적북적 가족들이랑 있다가 아기랑 둘이 남게 되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어제는 빨래도 좀 하고 저녁에 요리도 좀 하고 그랬더니 기분이 한 결 나았다.


요즘은 저녁에 꼬박이를 오빠한테 잠깐 맞기고 부엌 정리를 하는 시간이 좋다.(왠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이 더 안심하고 부엌 일에 손을 땔 것 같지만) 뭔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기분. 오빠도 자기가 부엌일 하긴 싫으니까 아기가 많이 찡찡대도 더 봐주려 애쓰니까 그런가ㅋ 아무튼 부엌을 깨끗하게 싹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이제 여기에 그릇, 냄비, 후라이팬 등등 부족한 주방 용품들을 이쁜 것들로 하나 둘 채워가면 참말로 기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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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이가 점점 변화하고 커간다는 걸 느끼는 요즘. 오늘은 꼬박이가 평소보다 많이 웃었다. 모빌을 보면서도 웃고 책을 보면서도 웃고 엄마를 보고도 웃었다! 심지어 나를 보고 막 웃으면서 옹알옹알 거렸다. 평소에는 끙끙대고 꺅꺅 대는거여서 옹알이 같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옹알이 같은 옹알이를 했었다. 막 웃으면서 옹알 거리는 것이 정말 나한테 뭐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이고 우리 아기 기분 좋아?" 하고 묻기도 하고 "어유~ 그랬어?" 하고 괜히 알아 들은 척 하면서 얼굴도 만져주고 하니 더 좋아서 웃고 옹알거린다. 아, 이렇게 감격 스러울수가! 엄마 보고도 웃어달라고 글을 썼던게 며칠 전인데 말이지. 


웃고


또 웃고



심지어 또 웃고!



오? 하고 모빌 한 번 쳐다 보다가



또 웃네! 꼬박이 오늘 기분 좋구나? :) 



수유 간격도 점점 늘어간다. 저번주만 해도 한 시간 간격으로만 줘도 좋겠다 생각 했는데 이제 한시간에서 길면 두 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이런 꼬박이를 보면서 아, 내가 내 욕심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했구나 싶었다. 아기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기다렸구나. 이제 내 마음이 아닌 아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겠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아기가 원하는대로 내가 움직이려 노력하자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무튼 하루하루 쑥쑥 커간다. 오늘도 책 보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꼬박이.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꼬박이의 움직임. 곧 뒤집기를 할 기세다. 앞으로 꼬박이의 무긍무진한 성장이 더욱더 기대된다. 꼬박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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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가족모임 때 아버님이 빌려 가신다던 케리어를 두고 가셨더랬다. 그래서 그 가방을 가지러 오늘 시부모님이 깜짝 방문 하셨다. 꼬박이를 안고 자다가 거의 다 도착 하셨을 때쯤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설거지 하고 있는사이 두분이 도착 하셨다. 오늘도 맛난 음식이랑 한짐 들고오셨다. 우왕 갑자기 찾아온 행복 만찬!



내일은 토요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든든하구나. 내일은 뭘 하고 뭘 먹을까. 흐흐. 에공 얼른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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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꼬박이의 변화!


- 꼬박이의 놀이감이 생겼다. 흑백 모빌과 외할머니가 가져온 '초점'이라는 흑백 그림책. 이제 사물을 따라 눈을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랫 동안은 아니어도 꼬박이가 이것들을 보면서 혼자 노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 엄마가 저 책을 가져 왔을 때는 이제 좀 보이려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꺅꺅 거리면서 좋아해서 놀랐다. 그래서 냉큼 흑백 모빌도 달아 줬다. 근데 이건 하늘에 있어 익숙치 않아 그런지 오래 잘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여기서 나는 싸구려 오르골 소리에 흥미를 가지는 듯.




뭐야 너넨



오, 괜찮은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밖에 없는 책을 누구보다 심각하고 재미나게 본다.




- 오전엔 좀 얌전한 편이다. 저렇게 혼자 놀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는 같이 낮잠도 조금씩 잤다. 저녁때는 점점 잠이 와서 그런지 오전 오후 보다 좀 더 보채고 젖도 많이 먹는다. 그래도 시간되면 자니 괜찮다!


- 이제 안아 줄 때 거의 세워서 어깨에 기대게 안아준다. 가로로 눕혀서 안아주면 젖 주는 줄 알고 입을 쩍쩍 벌리고 보채기 때문. 그리고 세워서 안아주면 아기가 못했던 트림을 해서 좋다. 내 팔은 점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T,T






- 꼬박이가 종종 일시정지하고 있을 때가 있다. 재채기 후 / 졸려서 잠들기 전 / 이야기를 들을 때 / 젖 먹은 직후 / 그냥 등등.


- 침이 많아 지다 못해 이제 넘친다. 안아주면 어깨가 흥건히 젖을 때도 있고 혼자 누워 있다 침이 옆으로 지익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가끔은 꼴깍 꼴깍 꼴깍 하고 입맛을 다시는 듯 좀 버거워 보이게 침을 삼킬때가 있는데, 내 추측으로는 아기가 침은 많아졌는데 아직 삼키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그런거 아닌가 싶다.  


- 하품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하암-하고 하품을 한뒤 커어-하고 마무리.


- 이제 울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 져서 왠지 더 슬퍼 보임T,T




엄마, 이제 나 울리지마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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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어긋난 냉장고 문을 고치러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처음에 나랑 아기만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오신다니 조금 겁이 났다. 오늘 온 아저씨는 밝고 선해 보이는 시골 아저씨였다. 위로 솟은 뻗침머리에 얼굴도 길쭉 몸도 길쭉 춥다시며 몸을 더 길쭉하게 옹크리며 들어오셨다. 이리저리 보시고는 아주 사소하고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시더랬다. 예컨대 수평은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하이킹 할 때 이야기까지 꺼내며 하시던.

추워 보이셔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타 드리는 사이 꼬박이가 방에서 응애-하니 아저씨가 바로 "갓난 애기 있나 보네요?" 하신다. 어떻게 아시냐 하니 자기도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고. 그리고 위에 셋이나 더 있다신다. 그러면서 시작된 사는 이야기. 기계 고치러 오셔서 기계 이야기는 10분도 안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나 우리집에 있는 카메라, 기타, 스크린 등등에 관심을 보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만 30분 정도 하시다 간 것 같다.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 몇 가지. 아저씨랑 한 얘기의 대부분이 육아 관련 이야기였다. 자기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많은 건 좋은데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말을 연신 하셨다. 학원비만 70에서 80정도 드는 게 현실이라고.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것 없다시면서 유치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초등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중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얼마 전 한 친구가 아기 낳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을 받고도 든 생각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도 아이를 어떻게 낳을 거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았다. 처음엔 병원에 갔는데 여기선 오라고 하는 날도 너무 많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것들을 꼭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사람들을 기계 대하듯 하는 임산부를 환자 취급하는 병원 시스템이 싫어 조산원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검사들만 받았고 일반 병원을 다녔을 때 보다 돈은 적게 들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이도 건강하며, 나는 지금껏 내가 택했던 수많은 선택 중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 한 것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아이를 위해 우리아이 주변에 많은 인적자원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 예컨대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거나 수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십 만원 내며 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기타를 잘치는 이모나 수학을 잘하는 삼촌에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넓은 네트워킹은 현실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도 느낀 건데, 주변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들 주셔서 사지 않아도 된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킹이 미리 준비 되어 서로 돌려가며 쓰게 된다면 여러모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끝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요즘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예방접종에 대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하나도 안 맞히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다. 그런데 오늘 아저씨가 스치듯 결정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가셨다. 자기 아이는 수두 예방접종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두에 걸렸다는 것! 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


오늘 만난 냉장고 아저씨는 뭔가 말 하는 걸 무지 좋아 하는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 날씨도 춥고 나도 집에 흥미로운 것들도 많아 보이고 나도 아저씨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오빠의 전화 이미지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저씨가 이 일을 하면서 전화로도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전화 목소리만 듣고 '아, 이집은 가기 싫다'하는 곳이 있다셨는데 오빠 전화는 좋았나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아무튼 마침 꼬박이도 내 품에서 자고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재밌는 경험이었다. 아저씨가 얘기하는 내내 꼬박이를 안고 있어서(아저씨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팔은 아팠지만. 결국 냉장고 문 틀어짐은 완벽히 고쳐지지 않았지만ㅎㅎㅎ 문득 아기랑 둘이 있다 외롭고 쓸쓸한 맘에 이상한 종교 집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엄마와, 이상한 주방 세재를 파는 사람에게 홀려 주방세재만 30만원어치를 샀다던 토란이 어머니(조산원에서 만난)가 생각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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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박이 목욕 시키고 처음으로 내복을 입혀봤다. 아기가 크면서 배넷 저고리를 입히면 다리가 다 나오고, 또 한 두번 안아주고 나면 옷이 배 위로 마구 올라간다. 속싸개로 대충 싸줘도 하도 발차기를 해서 다 거더차고. 때문에 빨리 바지를 입히고 싶어서 딱봐도 커보이지만 입혀봤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작은 사이즈(75)를 입혔는데도 마치 아빠 옷 입은 어린아이 같았다. 입히고나서 빵터져서 엄청 웃었다는ㅋㅋㅋ 근데 막상 입혀놓고 보니 목있는데나 팔이 은근 맞는다. 꼬박아 많이 먹고 얼른 커서 이쁜 내복 많이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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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이박 삼일간 우리 집에서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무슨 인연인지 엄마랑 아버님이랑 생일이 양력 11월 20일로 똑같고 아버지랑 어머님이랑 양력으로 2월 12일 11일로 하루차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어머님 아버님이 바람오빠를 낳으셨을 때의 나이와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낳았을 때의 나이가 같다. 이건 나와 바람오빠 뿐만이 아니라 양가 사돈 끼리도 이어 질 수 밖에 없던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엄마와 아버님 생신을 따져보니 딱 1월 1일이다. 엄마와 아버님 생신+망년회+신년회+집들이까지 이건 도대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날인 것이다! 게다가 오빠와 내가 결혼하고, 또 이곳에 이사 와서 맞는 첫 생일이 새해라니. 아, 정말 우리는 엄청나게 두껍고 튼튼한 끈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당연한 마음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두 분의 생일을 전 후로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만나고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주말동안 우리집은 비상. 이것 저것 정리하고 고치느라 분주했다.(거기에 요리 대장정까지 했으니...ㅋ) 그래도 오랜만에 또 다들 한 자리에 모여 맛난 것도 먹고 서로 얼굴 마주고 있을 생각하니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꼬박이도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온다는 걸 알았는지 잘 때만 가끔 볼 수 있는 웃음을 연타로 날려준다ㅜ.ㅠ(감동) 꼬박아 이제 엄마 보고도 웃어줘! 




방과 부엌 마루가 모두 붙어 있던 조그만 자취방 신혼집을 떠나 방과 마루와 거실이 있는 새로운 집, 거기에 아기까지 있으니 이제 부모님께 '우리 이제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살거예요'하고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였다. 특히 우리집에서 요리 할 때마다 이것도 좀 사고 저것도 좀 사라며 안타까워 하던 엄마한테 이제 이런거 저런거 다 있다! 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족한 냄비, 후라이팬, 주방 도구나 그릇 등등 얼른 다 장만해 놓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만 보다보니 어떤걸 사야 할 지 잘 모르겠고 집 정리하고 아가 보느라 대부분 사지 못했다. 엄마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바리바리 싸온 짱아찌 고구마 매실 쌀 등등을 풀어 놓으면서 그릇도 그대로, 주방용품도 그대로, 게다가 하나 있던 냄비는 뚜껑에 손잡이 까지 없어진걸 보고는 기가찬 듯 웃는다. 그러면서 하는말. "너는 무슨 블로그에 후라이팬 사진 올리고 해서 다 사놓은 줄 알았더니 그 후라이팬 하나만 산거였어?" 나도 왠지 멋적어 예쁜거 사려고 고르는 중이라고 둘러 댔다. 그러고는 엄마도 이제 포기 했다는 표정으론 있는 그릇 없는 그릇 꺼내어 음식을 담아준다. 냉장고 부엌 배란다까지 꽉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은 시부모님 등장. 싱싱한 해산물들과 냄비 후라이팬까지 한 짐 가져오셨다. 주방엔 음식으로 가득차고 마루엔 사람들로 가득차고. 아, 신난다.


모두 모이자 마자 아버지들은 술을 어머니들은 술상을




모두 모여 이야기를




2차는 부엌에서



아버지들의 훈훈한 미소와 주름^_^




마무리는 울 꼬박이! (초점은 안 맞았지만 사진이 이거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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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은 계란 입힌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와 아기는 집에 있고 오빠가 부모님을 모시고 CB센터 옆에 있는 채식식당 아하라에 다녀왔다. 그 사이 나는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꼬박이 관찰. 아직 누군가를 보고 웃어주고 하진 않지만 표정이 날로 좋아지는 것 같다. 눈도 똘망 똘망 해지고. 맨날 인상만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표정이 좀 밝아 진 느낌?(물론 아직도 인상을 많이 쓰지만ㅋ) 아, 뉘집 자식인지 똘망똘망 잘도 생겼다!






가족들이 다시 돌아와서 꼬박이가 잠깐 잠들랑 말랑 하는 사이 여자들끼리 로컬푸드 매장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오실 때만 누릴 수 있는 용진농협 쇼핑! 지난번 대선 날 어머님 아버님이랑 나온 이후 처음이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오빠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꼬박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울고 있으니 얼른 오라고. 아이고 이녀석이 깨버렸구나. 눈이 많이 와 빨리 가지도 못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내리자 마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는데 계단에서 부터 아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들어가자 마자 아기가 새빨간 얼굴로 울고 오빠는 기진맥진. 보자마자 꼬박아 엄마 왔어, 엄마 왔어, 엄마 없어서 울었어? 배고파? 미안해 꼬박아. 하고 꼬옥 몇 번 안아주고는 젖을 물렸다. 아가도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먹는다. 이제야 다시 평화를 찾은 집. 꼬박이 할아버지께서 우리가 오기 전 30가량 동안 숨 쉴 때 빼고는 울었다고, 간만에 아기 있는 집 같았다 하신다. 이렇게 한바탕 엄마랑 떨어져 호되게 울고 나서 인지 엄마 말고 다른 사람 한테는 잘 안 안겨 있으려 했다. 





꼬박이 너무해. 힝. 이모 삐짐-3-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한테 안길 땐 울다가도 엄마한테 안기면 울음을 뚝 그친다. 그동안은 내가 안아줘도 젖을 물려야 그치곤 했는데 이렇게 나한테 오자마자 뚝 그치니 내가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뿌듯하면서도 벌써 팔이 아픈 느낌과 빨리 아기띠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ㅋㅋ)


저녁을 먹기 전 다시 어머니들은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아버지들은 스크린과 빔을 달기위해 마루로 모였다. 이렇게 모여 서로 일 하는 건 처음 인데도 다들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지 척하면 척이다. 







어때요? 너무 단가? 간장을 더 넣을까요?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간장을 좀 넣을까요? 그래요 넣읍시다 넣읍시다.





자, 어제는 예비 모임이였고 오늘이 진짜다! 생일+새해+가족모임! 짝짝짝~ 저녁 즈음 도착한 도련님까지 합세해 이제 정말 양 가가 모두 모였구나. 어머니들이 한 상 푸지게 차려 준 밥을 먹고 케잌도 꺼내 촛불도 불고 새해 기념 참교육 윳놀이도 했다.(참교육 윳놀이는 일반 윳놀이와 달리 '참'과 '교총'이 있는데 '참'이 나오면 하나가 무조건 나는거고 '교총'이 나오면 제일 앞에 가던 녀석을 빼는 거다. 그리고 이 두녀석이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부부 대항, 형제대항, 부자 부녀 대항 되는대로 붙었다. 설거지 내기도 하고 아기방 청소 내기도 했는데 다음날 다들 그냥 가버렸다능...T^T 



일 년만 더 차이 났으면 같은 운명을 하셨을 두분! 생신 축하드려용~!






자, 이제 그럼 윷놀이 한 번 해볼까? 요렇게도 던져보고 조렇게도 던져보고~!






이박 삼일이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눈 폭탄이 쏟아져서 다같이 밥도 못 먹고 헤어졌다. 부랴부랴 짐싸고 두고 간 것 없나 확인하고(그럼에도 불구 두고갔지만.-엄마 옷이랑 지원이 칫솔. 아마 두사람은 이 글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꼬박이 주변에 모여 인사도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시끌벅적 했던 집안이 금세 조용해졌다. 다시 세 식구 남아서 청소하고 밥먹고 꼬박이 재우고 고구마에 차 한잔 하고 이렇게 글 쓰고 나니 벌써 하루가 지난다.


부모님들이 집으로 돌아가시니 괜시리 또 후회스러운 일들이 생각난다. 아, 그때 왜그랬지, 왜 이런말을 했을까, 그땐 이렇게 할껄, 저땐 저렇게 할껄 하고. 특히 엄마한테는 왜 작은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건지. 고마운 마음을 더 표현 하지는 못할 망정 되려 내가 엄마한테 잔소리하고 눈치 준건 아닌지 미안하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엄마를 걱정 하기 보다 그 감기가 꼬박이에게 옮길 것을 더 걱정 하는 나를 보면서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엄마 미안ㅜ,ㅜ 그래도 감기는 안돼ㅋ) 왜 엄마한테는 맨날 똑같이 후회 할 만한 일들을 반복하게 되는걸까. 법륜스님이 '내가 잘났다'하는 심성이 내면 깊이 깔려 있어 가족들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했는데. 나도 그런가보다. 다음엔 정말 고마운 마음을 더 많이 보여줘야지! 


이박 삼일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가족이란 뭘까, 자식이란 뭘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우리는 나중에 꼬박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꼬박이는 나중에 어떤 우리에게 자식이 되어 있을까. 우리도 아들의 아들을 보러 4시간 넘게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와서 30분 보고 다시 가는, 딸의 산후 조리를 위해 새벽일 하면서 밥 해먹이고 아기 똥기저귀 빨아주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다시금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이런 부모님을 만난 우리도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난 꼬박이도 참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알차고 즐거운 마음으로 신년을 시작한다. 올 한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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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일로 새벽에 잠깐 깨있었다. 원래 밤에는 먹고 자고를 반복 했는데. 이제 수유 하고 바로 눕히지 말고 좀 안아줬다 눕혀야겠다. 지금도 다 먹고도 안 자서 오빠랑 교대 했음. 근데도 계속 안자네... 흠. 어쩌면 요즘 엄마 아빠가 늦게 자서 그런 걸수도 있겠다. 꼬박이 낮잠 재울 때 느낀건데 밤에 푹 잘 때 말고는 엄마나 아빠가 같이 자고 있거나 곁에 있어야 더 잘 잠드는 것 같다.


그래도 새벽에 좀 깨있다 자서 그런지 기상시간이 늦었다. 10시 반쯤? 그러고는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하는 우리 꼬박이. 어쩜 저리도 이불을 재빠르게 다 걷어 차는지...ㅋ 팔 다리를 위아래로 아주 열심히 움직이는게 아기 참새 같다. 그리고 이제 팔을 하늘 위로도 들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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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꼬박이랑 점점 가까워 지고있다. 처음 완주에 와서는 아빠한테 안기면 울고 그랬는데, 이제 아빠 품에도 잘 안겨 있고 아빠가 이것저것 이야기 해 주면 조용히 듣기도 한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이제 꼬박이도 아빠의 목소리나 냄새가 익숙해 지나보다. 아빠도 이제 꼬박이를 안는 폼새가 제법 나온다. 아빠가 꼬박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꼬박아 그거 먹는거 아니야~"(자꾸 젖달라고 아빠 팔을 먹으려고 해서) 오늘 아빠랑 목가누기 연습도 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이제 재법 목을 잘 든다. 장하다 우리 꼬박이! (근데 목을 휘청휘청 자꾸 움직여서 재우기가 힘들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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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꼬박이:)


Yo! 내가 바로 아기 랩허 꼬 to the 박 Yhea~






나는 이표정이 제일 좋아요. 오?



하품도 잘 하고요



소리도 잘 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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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요리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번 남편 회사에서 행사 후 나눠준 두부와 콩나물 그리고 한살림에서 주문한 어묵의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주부로서 변명을 좀 하자면 지난주 내내 오빠는 늦게 오고 주말엔 손님들이 해준 음식을 먹느라 이 아이들을 해 먹어 줄 시간이 없었다. 그리하야 두부 두모와 콩나물 두봉지 그리고 어묵 한 봉지의 유통기한이 하루 걸러 하나씩 있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루빨리 해치워야 하는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이틀 동안의 요리 대장정 코스는 이렇다. 


- 어제 점심 : 콩나물 김치찌개, 콩나물 무침, 콩나물 잡채


- 어제 저녁 : 어묵탕 어묵 조림 (+계란말이, 양송이 구이)




먹고 뻗으신 남편ㅋ



- 어제 밤 : 두부 과자


- 오늘 점심 : 두부 스테이크



- 오늘 저녁 : 두부 콩나물 돼지고기 두루치기(이건 열심히 만들고 난 수유 땜시매워서 몇 점 먹지도 못했음ㅠ,ㅠ)



(아침은 빵이나 고구마로 간단히 먹음. 굶은거 아님)


다행히 남편 말로는 두부과자 빼고는 모두 성공이란다. 적당히 네이버 레시피 보고 적당히 내 맘대로 했는데도 실패란걸 안하니... 훗 그런데 매끼 이렇게 매인 요리를 해 먹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그냥 차려 먹기도 힘든데 아기까지 보려 힘도 두배로 들고 시간도 두배로 걸렸다. 이틀 동안 이 요리들을 하는 과정을 이랬던 것이다. 수유 하는동안 레시피를 열심히 찾고 아기가 젖 때자마자 오빠한테 맞기고 요리를 막 하다가 중간 쯤 애기가 울어 다시 가서 젖물리고 다시와서 요리하고 다 해서 이제 먹을라 치면 또 울어서 젖먹이고. 그나마 오빠가 같이 있으니 교대로 움직이면서 할 수있었지, 아마 나 혼자 있었으면 저 음식들 다 버리게 됐을 거다. 어찌됐든 그 과정이야 쉽지 않았지만 식자재도 알뜰히 쓰고 매끼 푸짐하게 먹어 무지무지 뿌듯하다. 덕분에 다양한 음식 레시피와 요리 경험도 쌓고. 그리고 이렇게 요리 하면서 지난번에 산 스댕이하고도 많이 친해졌다. 그래서 오늘 친해진 기념으로 소다목욕을 시켜줬더니 완죠니 깔끄미 됐음! 울 스댕이 깔끄미 된 기념으로 기념사진 한 컷!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울 스댕이 1호! 우리 스댕이 둥개~둥개~ 



(※ 오늘의 교훈1. 음식은 재때재때 해 먹을것, 교훈2. 후라이팬은 태우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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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로 이사 온지 벌써 2주가 조금 넘었다. 아직은 아기가 너무 어린 관계로 집에만 있다보니 내가 정말 전라도에 와서 살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대학을 다니는 4년 남짓 동안 늘 시골살이를 꿈꾸왔고 특히 나중에 나의 아이가 생긴다면 꼭 시골에 키우겠노라 다짐해 왔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나는 지금 나의 남편과 우리의 아이와 함께 전라도로 내려와 있다. 비록 내가 꿈꿔왔던 아담한 시골 집에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 쌓인 그런 생활 환경은 아니지만 조금만 길을 나서면 그런 드넓은 자연과 마주 할 수있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밭을 가꿀 수도 있는 곳에 와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내가 귀촌을 하고자 한 이유와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 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의문은 내가 이곳에서 지내면서, 그리고 앞으로 시골 살이를 꿈꾸면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귀촌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곳에 온 만큼 촌스럽게 사는것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조금 느리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직 아기와의 생활이 덜 익숙하고 집 정리가 덜 끝나 당장 그것들을 실생활에 적용 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조금씩 계획은 세워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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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밤에는 늘 잘 자는 효자이지만 낮에는 10분도 누워 있지 않으려는 우리 꼬박이가 낮잠을 잔다!!!! 꼬박이가 푹 잘 때는 꼭 저렇게 팔을 높이 들고 잔다. 언젠가 꼬박이 이름을 지어 주려고 우리말 사전을 보면서 아가들이 저렇게 양손 높이 들고 자는 걸 우리말로 '나비잠'이라고 하더라. 잠을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깨는 것을 '노루잠'이라고 하고. 잠에도 이름을 붙여 준 말들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더랬지.

 

오늘은 어제에 비해 정말 무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깐이지만 혼자 놀기도 하고 이렇게 잠까지 자주니! 아기가 이렇게 안 자던 시간에 자주는 시간은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아기가 잠깐이라도 잘 때면 뭘 해야 할 지 마음만 분주하다. 부족한 잠도 보충 해야 할 것 같고, 못 다한 집안 일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못 다한 인터넷 서핑도 해야 할 것 같고 등등. 지금은 이 꿀 같은 시간을 만끽 하기 위해 시끄러운 집안일은 잠시 쉬고 밥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라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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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꼬박이.

 
 
 
 

우는거 아님 소리 지는거임 으갹!   

 

엄마, 나 이렇게 가만히만 있으면 좋겠죠?

 
 

꼬박이가 요즘 목을 가누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내 가슴팍에 폭 안겨주면 흐느적 거리면서 가누기 힘든 머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겠다고 머리를 위로 획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 가슴으로 폭 떨어지고 또 획 들었다가 흐느적 흐느적 좌우로 흔들어 보기도 하다가 다시 쓰러지고를 반복한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눈을 높이 올려다 보기도 한다.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얼마나 보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눈 앞에서 사물을 이리저리 옮기면 조금씩 따라 움직인다. 얼른 모빌을 달아 줘야 할 텐데...

딸꾹질을 이제 제법 사람(?)처럼 한다. 아주아주 신생아 였을 때는 지금보다 딸꾹질을 더 자주 했는데(지금은 하루 이틀에 한 번, 신생아 때는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 씩은 한 것 같다) 그때는 아이들이 신는 뾱뾱이 신발에서 나는 듯한 소리가 났었다. 삐꼭! 삐꼭! 하고. 그리고 딸꾹질이 잘 멈추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몇 번 그러면 멈추기도 한다. 정 안 멈출 때는 젖을 주면 멈춘다. 처음에는 아기가 딸꾹질 할 때마다 당황해서 젖을 주곤 했는데 그러면 딸꾹질을 멈출 때 까지만 먹는게 아니라 계속 먹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멈출 때 까지 기다리다 주는게 좋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뱃속에서도 딸꾹질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 오빠가 뱃속에 있는 꼬박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뭔가 정기적으로 느껴지는 태동이 이상해서 얘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혹시 발작은 하는건 아닌지 걱정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게 딸꾹질 하는 거라는 걸 알고는 얼마나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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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못 시킨 목욕을 시켜줬다. 겨울에는 건조해 매일 목욕 시키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삐뽀삐뽀 119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씻기고 있다. 오늘 생각 보다 일찍 잠들어 내일 씻겨야 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일어나 찡찡대길래 바로 씻겨줬다. 배를 좀 채워 주고 씻겨서인지 오늘은 별로 울지 않고 잘 씻어 주었다. 오빠랑 둘이 처음으로 아가를 씻겨 줄 때는 오빠도 나도 우왕좌왕 어찌 할 줄 몰라 구석구석 재대로 씻겨 주지도 못하고 꼬박이도 엄청 울어 재꼈더랬다. 게다가 목욕->젖->잠 의 코스를 밟게 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배고파서 우는 아기를 갑자기 씻기고 했으니 아기가 울만도 했지. 그러니 목욕하는 아가도 목욕시켜 주는 엄마 아빠도 기진맥진 할 수 밖에. 그래서 앞으로는 아기가 기분 좋을 때 해서 목욕이 즐거운 일 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오늘도 목욕을 시키기 전에 젖도 주고 둥기둥기 안아도 주고 기분 좋게 마주보고 이야기도 해준 후에 씻겼더니 그동안 씻겼던 날 중 가장 안 울고 잘 해줬다. 아직 익숙치 않은 일이기에 종종 울기도 하지만 확실히 덜 운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머리를 감기는데 꼬박이를 안고 있던 내 몸과 다리에 고맙게도 따땃한 오줌을 싸주었다ㅋ 처음 똥귀저기를 갈아 줄 땐 내 가슴에 똥 폭탄을 투척 해 주더니. 여러모로 엄마에게 다양항 것들을 선사 해 주는 우리 아들>,< 

아무쪼록 아가 목욕 시키는 순서는 이러하다! 

1. 옷을 벗기기 전 얼굴과 머리를 씻겨준다. (곤히 잠들어 잠시 하눈 판 사이 얼굴에 스크레치를ㅜㅠ)

 
 

2. 머리를 수건으로 잘 닦아준 후 옷 벗고 물 속으로 풍덩~

 
 
 
 
    
 
   

3. 물에서 나온 후 재빨리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옷 입히기. (아가 몸이 금세 차가워지기 때문에 재빠르게 움직여야함)

 
 

목욕을 하면서 꼬박이가 덜 울게 된 걸 보면 오빠도 나도 초짜 엄마 아빠에서 한결 여유로워 진 엄마 아빠로 한 단
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꼬박아 다음엔 더 즐겁고 신나게 목욕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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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니 하루종일 꼬박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더 집중하여 관찰하고 기억하려 애쓰게 된다. 이렇게 오늘 하루 꼬박이랑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꼬박이가 이렇게 또 커가는구나 하고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느라 요 며칠 맨날 늦게 자고 있지만 그덕에 또 오빠랑 단둘이 시시 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해 먹으면서 그동안 못 가졌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에 눈 뜨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 이 행복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라는 법륜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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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 여자와 키다리 윤복씨가 떠나간 후 꼬박이의 성탄 선물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바라와 파랑이었다. 지난 주말 만나기로 했다가 못 만났던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반가운 소식이었다.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하던 중 두사람이 도착했다. 꼬박이를 위한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과 향기 나는 카드를 안고서. 선물은 꼬박이가 어린이가 될 때까지 앉을 수 있는 어린이용 흔들의자였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아는 사람 홈페이지에서 요거랑 비슷한 의자를 보고는 '와 요런거 있음 좋겠다!' 했는데 바로 그 의자였다T^T 이건 엄마를 위한 의자라며 감동감동.



집에 맛있는거 해 먹으려고 재료를 사뒀다는 바라와 파랑을 붙잡아 조촐하지만 있는 반찬 없는 반찬 꺼내어 같이 저녁을 먹었다. 같은 반찬에 같은 밥이라도 역시 여럿이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거기에 손님들이 설거지 까지 다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저녁 먹고 삼삼한 입을 채우기 위한 티타임. 이렇게 밥 차려 먹고 차까지 대접하니 또다시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물씬.





모쪼록 덕분에 요 몇일 우리집은 손님 부자였다. 거창한 음식을 준비 하지 않아도 불이나케 집정리를 해 놓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는 그런 소중한 손님들. 이런 손님들이 왔다가면 내가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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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오늘 꼬박이의 첫 흔들의자 탑승 인증 샷. 오늘 하도 찡찡대서 앉혀 봤는데 아직은 요런게 어색 한가보다. 울지는 않는데 표정이 넘 진지ㅋ 아 인상쓴 것도 귀여운 내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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