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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날! 울림이와의 공식적인 첫 외출인데다 가족들을 만나고 맛있는 명절 음식 실컷 먹을 생각을 하니 몇일 전부터 기다려 졌다. 결혼하고 첫 명절 이었던 추석은 임신 말기였던 나를 배려해 주신 시부모님 덕에 서울에서 보냈고, 시댁에서 지내는 명절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밥을 먹고 청소 싹 하고 짐을 싸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렸다. 특히 짐 싸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 작은 아기 하나 생겼다고 남편이랑 나랑 둘이 여행 갈 때 싸는 짐에 두 세배 이상의 짐이 생기다니 놀라웠다. 가까운 곳에 가기에 이런저런 짐을 더 챙기기도 했지만 기저귀, 옷, 손수건, 물티슈, 빨래 통 등 이런 저런 짐을 챙기다 보니 챙겨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부랴부랴 짐싸고 청소하고 한참만에 드디어 출발!



우리 시부모님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시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하시기 때문에 겨울에도 몹시 춥게 지내시 기로 소문이 자자 하다. 그런데 울림이 온다고 이틀 전 부터 난로에 불을 때고 처음으로 보일러까지 돌리셨단다. 남편은 이 집에 이사 온 이후로 겨울에 양말 벋고 지낸 게 처음이라며 연신 감탄하고, 중간에 놀러 온 환영삼촌도 이 집에 들어 오면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하신다. 아무쪼록 우리는 울림이 덕에 따뜻한 명절을 보냈다ㅎㅎ


오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신기술 발표하는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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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숯불구이를 저녁으로 냠냠 맛나게 먹고 울림이가 잠든 저녁 타임. 이런저런 과일들과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어머니가 써 놓으신 육아 일기와 남편의 어린이시절 흔적들도 함께 봤다. 어릴적 남편이 썼던 편지와 일기들, 상장, 그림 등등 차곡차곡 꼼꼼히 보관하신 어머니. 지난 번에는 남편의 신생아시절 옹알이 하는 것 부터 어린이가 되어 터를 부르는 것 까지 녹음 해 두신것을 듣기도 했더랬지.


거의 첫 장에 두 돌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통잠을 잤다는 글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육아 일기는 주로 바람오빠, 해뜨리오빠와 이야기를 나눈 것을 기록 해 둔 것이 많았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언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자니 우리 울림이도 얼른 커서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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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설 연휴의 시작. 아침 부터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며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는 우리의 황울림:)


할아버지랑도 잘 있고요

엄마랑 아침부터 쭈쭈쭈도 해요:)


그리고 본격적인 설 음식 준비 시작. 설 당일 우리집 식구들도 오기로 되어 음식도 두배로. 미리 주문해 두신 음식들을 꼼꼼히 펼치시는 시 어머니. 


그리고 정성을 다해 떡을 써시는 시아버지. 

아빠는 일광욕 하는 울림이 촬영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옆 동네 사는 환영삼촌과 선경이모가 왔다. 두 분도 일정이 있어 오래 있다 가지는 못 했지만 얼굴보니 참 좋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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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작은 삼촌과 도련님 도착. 너무나 맛있는 서천 우럭회를 먹으며 하하호호.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언제나 처럼 마을 취미실로 가 당구치고 탁구치고 으쌰으쌰


탁구치는 부부

첫째대 둘째 탁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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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 아침. 정성스레 준비한 제사 음식을 꺼나 제삿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낸 후 떡국을 후루룩 챱챱. 명절엔 역시 먹는 재미. 하지만 난 이번 설에 먹어도 너~무 먹었다능ㅜ,ㅠ



처음으로 해뜨리 삼촌 품에 안겨 본 울림이. 아직은 해뜨리 삼촌도 울림이도 어색한 사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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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마치고 삼촌이 집으로 돌아 가신 후 얼마 안되어 우리집 식구들이 도착했다. 마침 생일이 하루 차이나는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생신이 설날과 딱 겹쳐 또 다시 양가 총집합! 오자마자 울림이 한 번씩들 안아보고 서로를 반긴다. 점심 상 겸 만남의 술 상을 간단히 간단히 가지고 다같이 모여 앉아 새배와 덕담을 주고 받았다. 우리들만 새배 하는 것이 아쉬워 양가 부모님들 끼리도 맞절을 하신다. 그리고 그걸로 또 아쉬워 포옹까지. 아, 이렇게 서로를 좋아하고 위하는 사돈이 어디있나. 이거슨 우리나라 결혼풍습계에 혁명과 같은 일. 이렇게 모든 식구들이 모여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내 평생 이보다 큰 자랑거리가 어디 있겠나 싶다.


울림이도 한 잔 할 텨?

맞절!

절만 하기 아쉬우니 다같이 포옹까지. (어? 엄마가 어디갔지?)

(울 엄마 요기잉네~?ㅋㅋㅋ)

'할아버지 울림이 한테 뽀뽀좀 해죠요' '면도를 안 했는데 괜찮나 모르겠네..'

아이고 우리 손주 우쮸쮸쮸~

할머니 배애 걸터 앉아 편하신 황울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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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본격적인 파뤼타임! 시 어머니는 양력 1월 11일, 아버지는 양력 11월 12일이 생신이시다. 아, 정말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이 인연을 어찌할꼬.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는 수 밖에;-) 설 맞이겸 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케잌, 그리고 기타와 잼배를 꺼냈다. 두 분다 오십대시니까 초는 다섯개만 꼿고 아버님의 감미롭고 흥겨운 축하 공연과 남편의 통쾌한 잼배소리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선물도 주고 받고. 하하호호다같이 모이면 늘 즐거운 우리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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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외 할아버지 품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황울림. 아, 이렇게 사진으로 오래 보고 있으니 울 아버지 참말로 멋지다. (이런말 하면 분명히 엄마가 질투 하겠지만) 역시 나의 오랜 이상형 아버지. 이젠 2등으로 밀리셨지만 너무 슬퍼 하지 말아요. 아버지에겐 저보다 이쁜 엄마가 있으니:-)



그리고 아침부터 시어머니 돋보기 안경 빌려 바느질 하는 엄마. 엄마도 시어머니도 이제 돋보기 안경 쓰실 나이가 되셨다.


저리가~ 뭐 이런걸 찍노~


아침으로는 부페식 비빔밥. 아침엔 비빔밥을 먹어야 겠다시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럼 각자 먹을 자기가 먹을 만큼 떠먹을 수 있도록 부페식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재안하니 흔쾌히 승락 해 주셨다. 먹을만큼 덜어 가니 남길 우려가 없어 좋고,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취향 껏 먹을 수 있으니 좋고, 밥프고 국프고 반찬 나를 일 없으니 좋고. 일석 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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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짧고 굵은 명절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마지막날 집에 오기 직전에 갑자기, 아주 불현듯 찾아온 치통만 빼고는 아주 즐거웠던 설 이었다. 어머니의 육아일기를 함께 보며 옛 추억을 되새기고,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고, 생일 파티를 하고, 틈틈히 어머니 살림을 틈틈이 훔쳐(?)보고, 화로에서 군고구마를 계속해서 구워먹고 먹고.. 먹고... 먹으면서.(이제 시댁 식구들을 비롯한 시댁 친척 분들에게 까지 나는 '잘 먹는 애' '먹는거 좋아하는 애'로 완전히 소문났다. 앞으로 인사도 '오, 잘먹는 해원이 잘 있었어?'로 받게 될 것만 같다. 웃프다^_ㅠ)


이렇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인 후 늘 드는 생각은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이라는 거다. 친가, 시댁 식구들이 모두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는 가족들이 우리나라에 몇 이나 될까. 이렇게 손꼽아 명절이 오기를 기다리는 며느리는 우리나라에 몇 이나 될까. 어렵고 힘든 일은 본인이 더 많이 하시려는 시어머니는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분명 어마어마하게 큰 덕을 쌓았을 전생에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년 설에는 울림이가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것이다.  말도 엄마 아빠 정도는 하려나? 울림이 덕분에 매년 색다른 명절을 보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앞으로 울림이의 동생들, 도련님의 아이들, 언젠가 지원이의 아이들도(...?) 다 같이 모이면 더욱 즐겁고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겠지. 이렇게 매년이 명절이 기다려 지니 참말로 조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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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013. 2. 17. 23:44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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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블로그를 하려니 뭐 부터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열흘이나 넘게 못 했네. 그 사이 또 여럿 손님들이 우리집을 방분 하기도 했고, 설, 졸업 등등 울림이랑 공식적인 외출도 꽤나 했다. 무엇보다 우리 울림이의 부단한 성장을 빼먹을 수 없고. 이 많은 이야기들 중 무엇을 먼저 써야 하나 고민하다 이 블로그의 이름이 '꼬박일기'인 만큼 울림이의 이야기를 먼저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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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1.     엎드려 목들기

요즘 울림이의 신기술은 엎드려 목들기다. 지난주 쯤이었나. 누워 있던 울림이가 끙끙 힘을 써가며 발을 높이 높이드는 모습 포착. 



이만치 다리를 들어올리는 울림이를 가만 보고 있으니 요녀석 자알 하면 뒤집기를 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뒤집기를 해 보라고 엎어 놔 봤더니 글쎄, 목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아, 그 모습이 어찌나 늠름하고 대견스럽던지. 뒤집기 한 번 시켜보려다 발견한 울림이의 목들기 기술을 발견한 엄마는 하루종일 감동스럽고 신났더랬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오래 더 높이 목을 들고 있는 울림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도 멋지게 목들기를 하고 있는 황울림. 아이고 기특해!


히히, 할머니 나 잘하죠?



성장2.     앉기

울림이가 처음 엎드려 목들기를 하던 날, 이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 혼자 앉을 수도 있겠다 싶어 벽에 앉혀보니 왠걸, 진짜로 앉네!

  

아빠 손 잡고 앉기


아직 혼자 오래 앉아 있진 못 하지만 이렇게 기대어 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엄마 허벅지, 다리 사이 등등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게 되었다.(가끔 밥 먹을 때 찡찡 대면 그렇게 앉혀 놓고 밥을 먹기도 한다) 



성장3.    목욕 즐기기

근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목욕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일주일 전 까지만 해도 목욕을 할 때 세수하고 머리감을 때 까지만 해도 잘 있다가 몸만 담그면 울어 재껴버렸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목욕은 즐거운 것이라는 아빠의 세뇌 교육의 효과인지 물에 들어 가도 울지 않는다! 처음 물에 몸을 담궜을 때 코를 벌렁벌렁 숨을 헐떡헐떡 하며 울락말락 하다가 금세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가만히 있는다.


콧구멍이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결국 으앙-

엄마 꼭 붙들고 으앙-

다시 콧구멍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어? 생각 보단 괜찮은데?

오호...

하음- 할만 하네. (하품 하는 여유)

엄마 나 오늘 잘 하죠?

엄마, 오늘 목욕 괜찮았음요. 다음에도 잘 부탁 해요. 데헷

기분도 좋은데, 알몸 샷


어제 목욕 할 때는 정말 한 번 울지도 않고 잘 했다. 이젠 정말 물 속에 있는 걸 즐기는 듯. 이제 몸에 힘이 좀 더 생기면 첨벙첨벙 놀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울림이가 얼른 자라서 목욕물 받아 놓고 같이 씻고 싶다:-)



성장4.    길어 진 옹알이-엄마랑 대화

옹알이 인지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쪼록 울림이가 웅얼웅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붕어이 같이 흐엉- 흐엉- 하는 소리를 자주 한다. 그럴 때 내가 마주보고 같이 소리를 내 주면 진짜 대화 하듯 꽤 오랜 시간 소리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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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눈 앞에 있는 물체를 보면서 그 물체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졸릴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할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잠투정 현상 = 젖을 거부 한다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줘도 울 때. 울면서 눈이 감길 때. / 대처 = 아기띠를 매고 둥기둥기 엉덩이 팡팡을 좀 하다 보면 잠든다.), 침이 더더더 많이 나와 턱받이를 해 줘야 할 것 같고(심지어 푸- 푸- 하면서 침을 뿜기도 한다), 똥이 더 질척해지고 냄새가 나는 등의 변화들도 있었다.


되돌아 보니 열흘이라는 요 짧은 시간 동안 울림이는 정말 많이도 성장 했구나. 아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더니. 그 말을 정말로 실감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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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폭풍 집안일을 했다. 빨래 두탕에 마루 방청소 쌓인 설거지 점심 저녁까지. 아, 한살림 장도 봤구나. 여기에 울림이 젖주고 안아주고. 오늘 하루 많은 일을 해결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기특하다고 상주고 싶은 날. 쌓아 두었던 것들을 좀 해결하니 맘이 가벼워 저녁에 울림이 재우고 남편이랑 광해를 봤다. 여기 와서 스크린 달고 둘이만 같이 영화 본 건 처음 인듯. 광해를 봤는데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웃긴 해피앤딩이라 좋았다. 오늘 같은 날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 였음. 지난 주말 엄마가 공수해 준 고구마랑 먹었는데 정말이지 강화 고구마의 그 달콤함은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엄마가 옆집 할머니네서 사 왔댔는데. 옆집 할머니네는 고구마가 계속계속 나오는 신기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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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오늘 새벽이구나. 암튼 큰 맘 먹고 밤중 수유를 끊어보려 시도해 봤다. '황금똥을누는아기' 책에서 밤중수유는 100일 전에 끊어야 끊을 수 있다, 밤중 수유를 계속 할 경우 나중에 충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기도 푹 자는게 좋다 등등 밤중수유에  관심을 조금 가지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아 시도해 보게 된 것. 미리 보리차도 끓여 놓고 울림이가 잠들기 전에도 밤에는 계속 자는 거라고, 먹는거 아니라고 주입시키고 재웠다. 나도 남편도 잘 해보자 다짐하고 큰 일이라도 치루듯 잠들었다. 3시반. 울림이가 깼다. 칭얼대는 울림이에게 기저귀를 갈아 준 후 바로 젖을 주지 않고 안아주고 밤에는 먹는거 아니라고 얘기 해 주고 보리차도 한 두 스푼 먹여 주고 했는데 소용 없다. 어찌나 울어 대던지. 책이나 인터넷이나 밤중수유를 끊으려 마음 먹었으면 모질게 마음 먹고 아기가 울더라도 절대 주지 말라고 했는데 삼십분 쯤 지나니 역시 마음이 흔들린다. '허전하거나 목말라서가 아니라 진짜 배고파서 울면 줘야 되는거 아닌가?' 부터 '이거 꼭 해야 하나?'까지. 결국 30분 넘기지 못하고 젖을 물리고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 또 주변 선배 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고민 한 결과 우선 지금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밤중수유의 강제 중단을 당분간 중지 하는 걸로. 울림이가 밤에 잘 안자는 것도 아니고 우선 4시간 간격으로는 자고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씩 더 늘리는 노력을 하되 너무 강제적으로 중단하지는 말자는 결론이다. 100일 이후로는 끊기가 어렵다니 고민이 됬었지만 문경이는 2돌까지 먹이고도 아무 이상 없었다니까. 흠.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따를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문경이 말마따나 결국엔 엄마가 줏대를 가지고 키워야 하는건데. 난 참 줏대 없는 엄마다ㅜ.ㅠ 사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다 괜찮아 질 일인데 내가 괜히 겁먹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지난번 공동육아 모임을 할 때 숙희 쌤이 '나는 아이를 발로 키울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이런거 저런거 불안해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스로 자랄 수 있게 돕는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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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니 울림이가 이 상태로 꾸물거리면서 일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정말 좀만 있음 뒤집기를 할 기세다!



헐렁 헐렁 커 보이기만 했던 옷들이 이제 하나 둘 맞아 간다. 아, 많이 컸구나 우리 울림이:)





아빠 처럼 눈 뜨고 자는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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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갖고 싶고 필요한데...


칼라 초점 책(아가용), 온습도계, 체중계, 심플하고 깔끔한 혹은 귀여운 밥 국그릇 기타등등 그릇, 수저들(나무면 좋음), 채칼세트, 심플하고 이쁜 아기띠, 포대기, 무지(MUJI) 좌식의자, 어쿠스틱라이프1-4권, 오븐, 믹서기, 미싱기, 조용하고 잘 빨아 들이는 청소기, 신혼 분위기 나는 심플한 이불 ... (생협과자, 맛있는 차, 좋은 노래 CD혹은 파일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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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님들이 계주 하듯 릴레이로 왔었다. 지난 주는 일주일을 다 채워서 한 팀이 가면 다음 팀이 오고 심지어는 하루에 세 팀의 손님이 오기도 했었다. 손님들의 대부분이 와서 맛난 것을 해주거나, 아기 돌보는 것을 돕거나, 집안일을 도와 주거나, 잠깐 와서 선물이나 맛난거 사다 준사람들도 있고. 아무튼 찾아 오기 힘든 이곳까지 와서 이래저래 챙겨 주는 것이 참 고마웠던 사람들. 지원이는 이렇게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보고 나한테 한마디로 '인복 터져'라고 말했다. 그 말에 끄덕끄덕.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편하게 올 수도 없는 이곳 까지 이렇게 마음 내어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아가랑만 있다보면 자칫 쓸쓸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시간들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손님들이 너무 릴레이로 와서 남길 틈도 없었네. 그냥 지나가긴 아쉬우니 날짜랑 사진이라도 옮겨 놔야겠다.


(1.23-25  시 어머님)

아버님이 라오스에 가셔서 2박 3일동안 시 어머님과 함께 지냈다. 덕분에 맛난 것도 많이 먹고 드라마도 함께보고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날들을 지냈다. 심지어 설거지에 화장실 청소까지 해 주시고 가신 어머님. 울림이도 이제 할머니를 알아 보는지 할머니 보고 웃음을 연타로 날린다. 게다가 낮에 어머님이랑 울림이 목욕을 시켰는데 울지도 않았다.


첫 날 저녁, 낙지와 굴전!



맛나게 밥먹고 울림이랑! 쇼파에 걸터 앉은 인형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결혼식날 전시 했던 사진 구경:)



다음 날 저녁, 돼지 등뼈 찜과 닭다리 훈제!


울림이 기저귀 갈아주시는 할머니:)




(1.25  해솔 / 현상 구미)

이날이 손님 방문이 세탕이 연이어 있었던 그날. 어머님이 가시고 그날 저녁 해솔이가 왔다 간 후 구미와 현상오빠가 왔다. 해솔이는 이날 처음 우리집에 왔는데 우리집 까지 오는 대중교통의 어려움으로 한시간 이상 밖에서 벌벌 떨다 왔다ㅜ,ㅠ 이 날 또 마침 오빠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데리러 가지도 못하고. 쨌든 다솜이랑 세트로 보자보자 하고는 이제야 보게 된 해토리. 내가 넘 조아라 하는 생협 과자를 사들고 와주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음ㅋ 저녁때 삼례까지 데려다 주면서 막간 외출도 하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더랬지. 


같이 살때도 해토리가 설거지 많이 했었는데


자드 치즈케이크와 차 한잔의 여유!



울림아 이모좀 봐줘~


해솔이를 데려다 주고 와서 얼마 안 있어 현상오빠와 구미언니가 왔다. 졸업 후 앞서 전주에 와 일하고 있는 두 사람.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현상오빠가 이런저런 재료를 사와 후다닥 맛난 음식을 해줬다. 메뉴는 해물 파전과 두부 셀러드! 집에 오기 전에 나한테 전화해 "삐삐! 먹고 싶은게 뭐야!"라고 물어서 "음- 건강한 간식?ㅋㅋ"이라고 했더니 정말 건강한 메뉴들로 준비해준 고마운 친구들. 거기에 느린마을 막걸리를 사와 참기 좀 힘들었지만ㅜ,ㅠ 각자 일하는 얘기 지내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 하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늦은 밤 갓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따라 나도 넘 졸리고 피곤해서 많은 얘기를 하지 못 한것 같아 아쉽네. 그래도 우린 같은 전북 주민이니까. 흐흐. 봄에 날 풀리면 남부시장에 함 놀러가야지:)

 





짜잔! 집에서 마른 안주도 챙겨온 알뜰한 김쉪


든든한 전주 청년들!



(1.26  공동육아모임)

남편이 일하는 CB센터 사람들과 공동육아 모임을 꾸릴 준비를 하게 되었다. 우리 울림이를 비롯해 뱃속에 있는 아이 둘과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부, 혹은 곧 부부가 될 사람들이 꽤 여럿 나오기 시작하면서 소근소근 꾸물대던 이야기가 실천적인 이야기로 번진 것. 거기에 (나는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센터장님, 군수님도 지지를 해주면서 더욱 급 전개가 된 것 같다. 모쪼록 그렇게 첫 모임을 우리 집에서 했다. 우리집 부부 까지 총 네 명의 부모, 혹은 예비 부모들이 모였다. 처음엔 영미 팀장님이 준비해 주신 자료를 토대로 직장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등의 방법들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가 들여야 할 품이 많고 그로 인해 원치 않은 일들의 뒤치닥거리(?)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선 우리끼리의 교육관이나 육아에 대한 가치관들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맞춰 가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보다 우선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 얼른 친해 지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봄에 소풍도 가고 같이 모여 맛있는 것도 해먹고 하자는 이야기로 모임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을 수 있게 된 것이 참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두근두근 앞으로가 기대되는 육아 모임:-)




(1.29  시부모님 양다)

전날 아버님이 라오스에서 돌아 오셔서 울림이도 보고싶으시고 라오스에서 산 울림이 선물도 전해 주시고 싶은 맘에 급히 집에 오셨다. 이와 동시에 부산에서 양다가 올라 오고 있었는데, 다행이 서로 아는 사이여서(풀무 인연+부모님끼리의 대학 인연) 큰 불편 없이 함께 만났다. 시부모님이 먼저 도착해서 너모나도 귀여운 울림이 선물을 선사받고 있던 중 다솜이가 도착했다. 다솜이도 이번에 발도르프 교육 받던대서 샀다면서 우주의 기운이 담긴 로션을 선물해 주었다. 울림이 젖 먹이고 마루에 둘러앉아 근처 중국집에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해산. 시부모님도 이런저런 일들과 약속이 있어 금방 가시고 다솜이도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 시부모님 가시는 길에 함께 나섰다. 짧고 굵은 만남으로 인해 사진 찍을 새도 없었네.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또 한편으론 짧은 시간 이렇게 짬내어 와 준 시부모님과 다솜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30-31 다솜 해솔)

드디어 모였다! 찌질한 대학 생활을 함께 지냈던 나의 룸메이트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지난 여름 결혼식 이후 이렇게 셋이 다시 만난건 처음. 둘 다 도착한 시간이 제각각. 각자의 도착시간에 맞춰 각자 밥을 먹고 '우리 뭐 먹을까?'만 열 번 이상 말하다 야식거리 사러갔다. 와인에 마켓오 크래커에 치즈만 얹은 까나페에 나뜨루 아이스크림, 그리고 해솔이가 공수해 온 강남 케잌까지. 학교나 홈플러스 화장실에 나와있는 휴지를 훔쳐오고, 홀플러스에서 물을 떠먹으며, 아침 점심 저녁을 똑같은 반찬으로 도시락까지 싸가며 먹고, 학교 행사만 있다 하면 비닐 봉지나 반찬통에 담아 집에가서 파티를 하며 살았던 우리가 몇 년 만에 이런 호화를 누려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누가 알았으랴. 우쨌든 요 녀석들이랑 있음 뭐든 좋다. 소박하게나, 찌질하게나, 호화스럽게나 뭐든 함께 있으면 맛나고 즐겁고 재미날 수 있으니.



싹싹 긁어먹기 담당 김다솜




다음 날 아침






점심. 매일 아침 청소하면서 냄새만 맡았던 집앞 순대국밥을 드디어 먹어봤다. 순대가 하나도 없었던 멍청이(상호명)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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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사진만 기록용으로 쓰려다 아쉬운 맘에 몇 자 더 적다 보니 길어졌네. 그리고 이 글을 쓰던 도중 또 손님들이 몇 차례 왔다 갔다. 그것 마저 이어 쓰다가는 이 글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사실 내가 더 쓰기 힘들어서ㅜ,ㅠ) 다음으로 패쓰! 


오늘부터 울림이 밤중 수유를 끊어 보려 하는데 잘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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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터였나, 울림이가 젖 먹을 때 마다 찡찡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먹더니 급기야 막 울면서 젖을 재대로 먹지 못하기 까지 했다. 주말 까지만 해도 저녁 때 한 두번 그랬던 거라 졸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젖 먹을 때마다 낑낑댔다. 젖이 모자라나? 자세가 불편한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마음만 조급하고 불안하다. 무엇 보다도 젖이 모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쓸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쳐박아 뒀던 유축기도 꺼내고 선배 엄마들 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조산원에도 두어번 전화를 걸었다. 역시 모를 땐 물어야 한다고 이사람 저사람 묻고나니 조금씩 길이 보인다. 무엇 보다도 젖 양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과 울림이의 성장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아니 마음이 편하다. 이번일을 계기로 알게된 좋은 정보 몇가지.


1. 아이가 급 성장기 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이 경우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진다.

2. 젖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의심 될 때 기저귀를 체크 할 것. 하루 7-8개 이상이면 적당 하다.

3. 유축기나 손으로 짜는 것은 아기가 먹는 것 보다 잘 안나온다.

4. 젖이 남아 있을 때 더 짜줘서 젖을 비워야 한다.

5. 아기가 젖을 먹으며 낑낑 댈 때 다음의 것 들을 살펴 볼거나 시도 해 볼것.

  -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편중된 식사를 하고 있지 않은지

  - 아기가 더워 하진 않는지

  - 집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낯선 사람이 있진 않은지

  - 너무 배고플 때 먹여 허겁지겁 먹고 있진 않은지

  - 자세를 바꾸어 볼 것

  - 미리 젖을 좀 짜주어 젖의 흐름을 먼저 만들어 준 후 먹여 볼 것


다행이 정말 하루 이틀 지나니 다시 잘 먹는다. 기저귀가 하루 10개 정도는 나왔으니 젖이 부족했던 것 같지도 않고, 이런저런 시도나 주변 상황을 살펴 보았을 때도 별 다를 바가 없던 걸로 보아 급 성장기로 인한 땡깡(?)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가끔 그러긴 하지만 지금은 그리 심하진 않다. 쨌든 큰 문제 없이 짧게 지나가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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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저주(?) 비스무래 한 것이 한 번 왔다 갔더랬다. 울림이가 새벽에 깨서 젖을 먹고 나서도 자지 않고 찡찡 댄 것. 아마 젖 땡깡을 하루종일 부렸던 다음날 새벽 이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피곤한 상태에서 새벽에 아기가 잠도 안자고 찡찡 대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밤에는 잘 자던 울림이에게 처음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울림이랑 지내면서 처음으로 좀 짜증이 났다.(후에 남편은 내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는 조마조마 했다고...) 처음 새벽에 아기띠를 매고 울림이를 재웠다. 당시엔 잠도 오고 힘들었지만 새삼 그동안 울림이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 애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알게 됐다. 밤에 안 자는 아기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도 조금 예상이 되기도 하고. 밤 낮이 바뀌었다던 나와 하루종일 울었다던 바람오빠를 키워주신 어머니들... 정말 대단 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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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도졌다. 아기를 낳고 일주일 정도 변을 못 보다 겨우 변을 본 후부터 치질로 근 한 달 이상을 고생했었다. 낫겠지 낫겠지 하면서 약도 마다하고 지내다 보니 한달 이상을 고생만 했다. 생전 처음 피똥도 싸보고ㅜ,ㅠ 그러다 결국 좌약 넣으면서 겨우 나았는데 다시 발병. 다시 변기에 앉는게 두렵다. 아 슬프다. 식단 조절을 좀 해야하나. 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 식.단.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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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나 혼자 울림이 목욕을 시켰다. 둘이 했을 때 보다야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걱정 했던 것 보다는 무난히 한 것 같다. 처음으로 혼자 씻기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씻기면서도 내가 씻기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뭔가 유체이탈 해서 씻기고 있는 느낌이었다...ㅋㅋㅋ 그리고 왠지 쓸쓸한 기분. 엄마는 지원이 때 매일 혼자 씼겼다던데. 여러모로 아기를 키우다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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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울림이가 큰 탈 없이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어 다행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젖달라 하지도 않고 혼자 놀면서 엄마 아빠 보고 막 웃는다. 아,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시끼!>,< 



동글동글 예쁜 머리 만들려고 구멍이 폭 파인 양 베개도 비지요~




분홍색도 잘 어울리죵?


자, 울림아 하나 둘 셋 하면 다리 들어~ 하나 둘 셋!


아빠 요렇게?


옳지 옳지 잘한다~


아빠 말 잘 듣는 울림이!


요즘 아빠랑 잘 노는 울림이. 이젠 제법 자봉 티를 벗고 있는 황울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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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그동안 내가 지내왔던 생활 패턴과 조금씩 달라질 때 마다 쪼매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낸 것 같다. 아기의 리듬에 내가 맞추어 가야 하는 건데 자꾸 나의 리듬을 고집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여유와 기다림.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 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생초보 엄마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ㅜ,ㅠ 에고, 울림이 얼굴 한 번 더 보고 기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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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13. 1. 27. 00:48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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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울림이 이야기를 쓸 새가 없었네. 간만에 우리 울림이 관찰 일기를 써볼까나


웃음이 후해진 울림이. 특히 젖을 먹고 난 울림이는 기분이 좋다. 트름을 한 번 그억 하고 시킨 후 눕혀서 엄마랑 마주보고 있으면 막 웃는다. 요상한 소리나 표정을 지으면 더 좋아하고. 웃으면서 으어으어으어으어 하고 말하는 시늉을 내기도 한다. 너모너모 사랑스럽다.




확실히 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저만치 멀리 있는 모빌을 보면서 반응하기도 하고 모빌이 갑자기 내려 올 때 깜짝 놀라기도 하는걸 보면.  그리고 평면적인 것 보다 입체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전엔 모빌은 본채 만채 하고 초점 책을 보여주면 꺅꺅 거리면서 좋아했는데 요즘은 모빌에 더 눈이 많이 간다. 모빌도 가만히 있을 때보다 뱅글뱅글 돌아 갈때를 더 좋아하고. 그래서 울림이 장난감 모아 둔 박스에서 작은 인형이나 딸랑이 같은 것들을 꺼냈다. 아직 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진 못하지만 종종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장난감 소리를 낸다. 




이제 얇은 기저귀는 잘 못 쓰겠다. 신생아 때 쓰던 얇은 천 기저귀를 쓰고 있었는데, 이제 거기엔 아기가 한 번만 쉬를 해도 금세 흠뻑 젖어버린다. 그래서 원래 한 개만 쓰던 얇은 기저귀를 두개 겹쳐서 하니까 좀 낫다. 그래도 역시 일회용 기저귀 보다 천기저귀가 더 잘 젖어서 빨리 갈아주지 않으면 불긋 불긋 해지고 발진 같은게 조금씩 생긴다. 그래서 가끔씩 기저귀를 갈아줄 때 바로 갈아주기 보다 좀 열어두고 바람을 쐬어 주니 좀 나은 것 같다. 너무 오래 열어두면 오줌 발사를 해버리긴 하지만 열어놓고 있으면 아가도 좋아한다.







머리카락이 무쟈게 빠진다. 평소엔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울림이 목욕을 시키는데 목욕물에 털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녀서 이게 뭐지? 했는데 잘 보니 울림이 머리카락들이었다. 100일 전에 아가들 배냇 머리가 빠진다더니. 그래서 100일 전에 아가 머리를 빡빡 밀어주기도 하는데 난 왠지 좀 무서워서(?) 못 밀고 있다. 언제 밀어야 하는지, 꼭 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흠


침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이제는 자기가 막 뱉는다. 퉤 하고 뱉는 건 아니고 푸우 푸우 하고 뿜는다. 그리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쪽쪽 빤다. 특히 엄마 아빠의 옷, 목 수건, 자기 손을 가장 많이 빤다. 쪽쪽 쭉쭉 빨아서 침 범벅이 되어버린다. 며칠 전 엎드려 놨을 때는 아주 자기 손을 먹으려고 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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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의료보험이 나왔다. 나는 아직 주소 이전을 못해 함께 쓰여져 있진 않지만 기분 참 묘했다. 맨날 부르기만 했던 울림이의 이름이 이렇게 공식적(?)인 곳에 쓰여져 있는 것도 신기하고. 엄마 아빠의 울타리 안에만 있던 울림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분 이랄까. 의료보험 하나 나온 것 만으로도 이래 기분이 요상 야릇 한데 이제 울림이가 커서 학교를 다니고 여자친구 데려 오고 하면 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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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림이 예쁜 옷 입히기에 신난 엄마



얼쑤~!






오리로 변신!




입히고 보니 온통 노랭이 옷만 입혔네ㅎㅎ 내일은 어떤 색 옷을 입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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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아빠랑 울림이 사진도. 자는 모습도 닮아가는 부자지간ㅎㅎㅎ





아빠가 쳐주는 기타소리에 귀기울이는 예쁜 우리 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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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새 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시어머니, 해소리, 현상 구미, 오늘은 공동육아 모임을 고민하는 CB식구들까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사진도 찍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것 까지 다 못 쓰겠당..@,@ 낼 써야짓!


울림이가 오늘따라 푹 잘도 자는구나. 아고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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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 현선 부부


드!디!어! 그들이 왔다. 애타게 기다렸던 기범삼촌과 현선언니가 토요일부터 이박 삼일간 묵고 어제 아침 떠났다.  기범이삼촌의 오랜 공부가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현선언니랑 여행중에 우리집에 오게된 것. 강화에서 2박, 서천에서 2박을 하고 완주로 온 것이다. 두사람은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씻지도 못하고 다녔다며 아기 보기 전에 얼른 씻는다고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그리고선 울림이 주변에 둘러 앉아 울림이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삼촌은 갓난아기는 원래무지 못생겨야(괴물같이 생겨야 라고 했나?) 하는거 아니냐면서 얘는 왜이렇게 이쁘냐고, 그동안 본 아기 중에 가장 이쁘다고 하하 호호.



그렇게 울림이를 요리보고 조리보고 한 후 마루에 나와 조금 이른 술상을 폈다. 집에 있던 밑반찬이랑 김치랑 간단히 꺼내어 안주로 먹으면서 이거 내가 했다고 자랑도 하고 모유수유 하면 술 못 먹는다는 얘기에 아쉬워 하기도 하면서. 술 좀 먹다 저녁 시간엔 된장찌개 끓인거랑 고기 구운거랑 또 간단히 먹었다. 삼촌은 그동안 공부 하면서 술을 거의 안 먹어서 술을 잘 못 먹는(?)지경 까지 가게 되었었는데 요 몇일 여행 하면서 좋은 사람들이랑 먹으니 다시 술이 잘 먹힌다나. 바람오빠도 오늘 술이 너무 맛 있다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둘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나는 울림이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방으로 갔다 다시 마루로 왔다. 삼촌이 울림이를 안고 있는 나를 보고는 '해원이는 이제 진짜 엄마 같다. 마치 성모 마리아 상을 보는 것 같아. 멋있다. 가까이 못가겠어' 그런다. 그러다 바람오빠가 안고 있는 걸 보고는 '해원이는 진짜 엄마 같은데, 바람이는 자원봉사같네.'라면서 계속 바람오빠보고 자봉이라고 놀린다ㅎㅎㅎ


삼촌은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꼭 딸을 낳을 건데 그럼 이름을 시엘로 한단다. 투에니원에 씨엘이 너무 멋있다면서.  씨엘은 발음이 너무 세니까 시엘로 하겠다고, 꼭 눈이 찢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면서ㅎㅎ 그리곤 우리랑 사돈 맺기로 했다. 기범이삼촌이랑 현선언니랑 2010년도 쯤 나랑 바람오빠랑 여행하다 영월에서 모인 이후 이렇게 넷이 만난건 처음이다. 그 땐 양쪽 다 연인 사이였는데 어느새 부부가 되어 만나 이런 얘기도 하고 있네.




지원이한테 비밀문자 읽어 주는 중인 삼촌ㅎㅎ



삼촌이 기억하는 처음 만난 나는 내가 무너미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새까맣게 탄 시골 소녀가 가방 메고 뛰어오면서 삼촌!! 하고 두르면서 뛰어 왔던 기억이 생생하단다. 


삼촌이랑 나랑 이렇게 가끔 만나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는 직접적인 친분 관계를 갖게 된 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한창 수시 준비로 강원도 고모네로 유학(?) 가서 공부 할 때 삼촌이랑 도서관을 같이 다니면서 였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각자 공부 하다가 점심 때 서로 싸온 도시락 나눠 먹고 오후에 다시 공부 좀 하다 저녁 즈음엔 같이 주변에 밥(+술)을 먹으러 가거나 삼촌네 가서 놀기도 하고, 정동진에 영화 보러도 갔다. 그 후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된 후에도 삼촌이 서울에 올라오면 종종 만나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삼촌이랑 만나는건 늘 즐겁고 좋았다. 그래서 삼촌은 나에게 만나자는 문자가 왔을때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오케이 콜! 하고 외칠 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 현선언니도 언젠가 나타날 시엘이도 오래오래 많이많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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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엔 상근이가 왔다. 그냥 깡마른 길쭉이였던 꼬마 상근이가 어느새 190 키다리에 스무살 청년이 되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 열살 스무살 차이 나는 형(?)들이랑 술잔을 기울이면서. 기범이 삼촌이랑 현선언니랑 일이 생겨 나갔다 오면서 또 음식을 한거 사왔다. 여기로 이사와서 한 번 먹어보지도 못한 해물 파전을 이제야 먹어보네. 으음~ 맛나.







속에 있는 런닝 좀 넣으라는 현선언니 말에 '근데 이 부분이 무슨 예술 작품 같지 않아?'라는 삼촌. 제목은 행복, 평화 이런 거 어떠냐면서ㅎㅎㅎ


다음 날 아침 돌아가기 전 기분좋은 울림이와 그런 울림이를 보며 기분 좋은 이모 삼촌들. 덕분에 엄마는 샤워도 하고  모두모두 기분 좋은 아침:-) 




무진장 후다닥 즐겁게 지나간 이박 삼일 이었다. 간만에 만난 부쩍 큰 상근이도 반가웠고. 마지막날 막걸리를 참는 것이 힘들었지만... 맛난 것들도 많이 먹고 예쁜 울림이 옷도 선물 받고. 다들 돌아가는 날엔 나도 울림이랑 따라가고 싶더라. 다음엔 울림이랑 다 같이 영월로 놀러가야지. 그땐 시엘이랑 울림이랑 친구 맺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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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이 삼촌과 현선언니가 돌아가고 그날 오후 또 한 명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 나의 영원한 룸메이트 김다솜! 이곳에 이사와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를 한 달을 훌쩍 넘기고서야 만났다. 사실 별 고민 없이 완주로 귀촌하겠다 맘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다솜이가 완주에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 환경, 활발한 지역의 움직임, 일자리... 이런것도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편한 관계. 그런데 여기 나보다도 나를 더 그렇게 바라봐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완주로 내려오는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웠다. 그래서 완주 오면 누구보다 먼저 만날 줄 알았던 녀석들을 서로 바빠 이제야 보게 됐다. 울림이도 오늘에야 처음 보는 다솜이. 다솜이는 맨날 아이들이랑 있고 늦둥이 민주를 키워봐서 그런지 아기를 대하는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니다. 




귤 한 박스, 주전부리, 통닭, 아이스크림(심지어 나뜨루!) 등등 사주고 사줘도 계속 사주려는 다솜이. 네평짜리 원룸에서 소주에 과자까먹고 마트에서 파는 통아이스크림 사먹을래도 큰 맘 먹었어야 했던게 불과 1, 2년 전이라니. 아, 그 때네평짜리 집에서 살 때 나중에 아기 낳으면 '예야 엄마는 네평짜리 집에서도 살았었단다'하고 자랑(?)하자고도 했었는데. 나중에 울림이가 말귀 좀 알아 들을 때 자랑해줘야지ㅎㅎㅎ


다솜이는 요즘 사랑에 빠져 있다. 몇 년 만에 시작된 연애에 아주 신났다. 그런 다솜이를 보면서 사랑에 빠진 여인은 참말로 사랑스럽구나 하고 느꼈다.





다솜이는 2월까지 일하고 우리 동네로 이사 오기로 했다. 이사오면 같이 장도 보러가고 효소도 담그고 술도 담그고 봄나물도 따러 가고 봐도 봐도 이쁘다는 만경강에도 놀러가고 자전거 타면서 운동도 하고 함께 할게 참 많다. 함께하면 즐거울 일들이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으니 난 참 복받았다. 다음주엔 해솔이도 함께 오기로 했다. 또 간만에 셋이 모여 서로의 찌질함을 논하며 별 일 아닌 것에도 웃어재끼겠지. 이녀석들이 오면 엄마로, 주부로 무개잡고(?) 지내던 내가 다시 팔랑이는 이팔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다음주엔 어떤 찌질한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 되는구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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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외출


결국 참지 못하고 외출을 해버렸다. 대신 울림이는 차 안에만 있기로 한다는 전제로. 큰 이동 할 때 나온 것 외엔 울림이랑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마침 귀한 손님들도 오기로 되어 있고 해서 근처 로컬푸드 마켓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왕복 30분. 그나마 나와 울림이가 갈만한 유일한 먼 곳이다. 가족들이 와서 아가를 맞겨 놓고 나갈 때도 늘 용진 농협에 갔다왔지. 울림이가 차에서 울지 않게 하기 위해 수유를 충분히 한 후 출발! 그래도 첨으로 맘먹고 나가는 외출인데 차에만 있더라도 기분좀 내 보려고 울림이 이쁜 옷 입고 겉 싸개에 꽁꽁 싸매 나갔다. 근데 빨리 다녀 오려는 맘에 급하게 준비 하느라 울림이 기저귀를 못 갈고 간 것이 에러ㅜ,ㅠ 우짜든동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울림아 날 풀리면 엄마랑 아빠랑 많이많이 다니자~!:)



엄마, 오늘 무슨 날이예요?



와- 울림아 나오니까 좋지? 우리 날 풀리면 아빠랑 자주자주 나가자~


엄마, 우리 어디가는 거예요?


엄마가 마트에 들어간 사이 아빠랑 노는 울림이:)








다시 집으로 오는길(엄마, 빨리 안가고 뭐하는 거예요ㅜ,ㅜ-울림)



2.


요즘 울림이


다시 순둥이 아가로 돌아 온 울림이. 지난주는 잠도 잘 안자고 보채고 하더니 어제 오늘 잠도 잘 자고 보채지도 않는다. 지금도 열심히 낮잠을 자는 울림이. 하하 이러 날도 있구나. 전엔 아가가 낮잠을 자면 밤에 잘 안 잘까봐 불안하고 그랬는데 요 몇일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울림이가 자는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특히 아기띠를 하고 이리저리 흔들흔들 돌아 다니면서 궁둥이를 퐁퐁퐁 다독여주다 보면 품 안에 쏙 안겨 금세 잠든다. 그럴 때면 엄마는 아가를 품에 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지. 그래서 엄마한테는 우리 울림이 만큼 아기띠도 아주 효자다.


아빠가 도와주면 아기띠 매는 것도 쉽지용~







으헝. 아기 천사가 따로 없구나ㅜ,ㅠ






울림이가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목수건을 해주고 있다. 침도 워낙 많이 흘리지만 하도 손과 엄마 아빠의 팔 어깨 등등을 쪽쪽 빨아 침 범벅이 되기 일쑤다. 


요즘은 다리 보다 팔을 더 많이 움직인다. 무지무지 많이 움직인다. 그리고 이제 몸에 힘이 많이 생긴 울림이. 젖 먹으면서 손을 휘휘 젖다 자기 머리를 칠 때 아주 약하지만 퍽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마치 아기 고양이들이 젖 먹을 때 처럼 내 가슴을 꾹 누르면서 먹기도 한다. 어후, 근데 정말 젖먹을 때 왜이리도 파닥파닥 움직이는 건지. 쪼꼬만 것이 힘도 으찌나 센지 모른다. 그래도 힘이 생기니 이제 목을 꽤나 안정적으로 들고 있는다. 전엔 목을 들라 치면 마치 차 안에서 목만 흔들흔들 하는 인형 마냥 머리를 마구 흔들흔들 하면서 아슬아슬 하게 겨우 들고는 이내 푹 쓰러졌는데. 이제는 꽤나 힘있게 휙 들어서 오래 버티고 서 있는다. 고개를 높이 올려서 엄마랑 마주보기도 하면서!









요즘 수유를 할 때 울림이 몸이 내 몸 밖으로 나가는걸 보면서 아, 우리 아가 쑥쑥 크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이제 아빠 옷 입은 것 같았던 내복도 조금씩 맞아가고. 맨날 윗도리만 있는 배넷저고리만 입히다가 아랫도리도 있는 옷들을 입히는 재미도 쏠쏠하다ㅎㅎ 벌써 한 달 후엔 기다리고 기다리던(나가기 위해ㅋ울림이랑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철 없는 엄마...ㅜ,ㅠ) 100일네. 조금 있음 뒤집고 또 조금 있음 기고 걷고 말하고... 울림이와 함께하는 앞으로는 더 즐겁고 신기한 일들이 많겠지.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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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혜인이와 나리가 왔다. 나리랑 혜인이 그리고 이번에 못 왔지만 새별이까지 우리 넷은 초등학교 때 부터 사총사라 불리우며 오랫동안 질긴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친구들이다. 주소만 알려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 가겠다더니 정말 알아서 찾아왔다.(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지도보고 찾아 왔다고. 햐, 세상 참말로 좋아졌구나 싶었다. 다음날 바로 돌아간다는 녀석들을 먼 길 와 주었는데 바로 다음 날 또 먼길 보내기 아쉬워 하루 더 자고 가라고 했다. 처음엔 신혼인데 어떻게 이틀이나 자나, 나중에 오빠랑 사이가 안 좋아지면 이틀 자고 가겠다나 뭐라나 하다가 자기들도 못내 아쉬웠는지 하루 더 있다 가기로 했다.



나리 혜인이가 하루 더 있어 준 덕분에 어제 밀린 일들을 많이 해치웠다. 울림이 목욕, 내 목욕, 우리 빨래, 울림이 빨래, 설거지, 쓰레기 처리 등등. 


울림이 기저귀 빨아 주는 이모들(울림이 안고 찍느라 초점이...)


만화 덕후 이모들의 즐거운 빨래 시간ㅋ



깨장에 다녀 온 후 아침마다 108배를 한다는 나리와 다이어트 겸 같이 하는 혜인이. 전날 저녁에도 하더니 열심히네. 우리집 마루가 두 사람 108배 하기 딱 좋은 싸이즈 같다. 늘 쓰던 공간 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새롭네. 오빠, 우리도 앞으로 108배 해볼까?




1월 2일은 혜인이 생일이고 21일은 나리 생일이다. 겸사겸사 동네 빵집에서 산 꿀빵으로 초 하나 꽂아두고 조촐하게 생일 상을 폈다. 자기들이 노래 부르고 자기들이 끄는 생일상. 때 마침 도착한 나리가 선물 해 준 예쁜 접시가 도착해서 함께 꺼내 먹었다.







같이 강화 살때엔 그냥 동내 친구들 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니 손님들 같다. 그래서 이래저래 밥 차려 주는데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여전히 대화의 부족을 느끼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번엔 만화책도 티비도 없이 보낸 것에 큰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자ㅎㅎ 무튼 황울림만큼 찡찡대는 이나리 땜시 좀 힘들었지만ㅋ 그래도 추억 돋는 만남 이었다. 언젠가 너네도 신혼집을 차리고 각자 품에 아이들을 안고 있는 날이 있겠지. 이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또 시간이 쌓여가는 구나 느낀다. 앞으로 전처럼 자주는 보기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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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수유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깨버렸다. 계속 뒤척이다 에잇 블로그나 하자 하고 일어나 버렸다. 오늘 하루 좀 피곤하겠군. 요 몇일 꼬박이의 잠자는 시간이 늦어졌다.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잘 자던 녀석이 12시가 넘어야 잠들었다. 저녁이 되면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아기띠도 안 하려고 하고 잠도 안 자니 좀 힘들었다. 음, 이것이 책에서 본 그 도약의 시기인가. 책에서 말하길 도약의 시기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자라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아이들도 자신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어서 힘들어 하는 시기다. 때문에 엄마한테 더 집착하고 잠도 자 못 자고 보채고 잘 울고 등등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 50여명의 아기들과 엄마들을 조사한 결과 20개월 동안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10번의 도약의 시기가 찾아 왔단다. 모르면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던 일들을 미리 알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한 느낌. 물론 신체적으론 좀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요즘 울림이의 늦은 취침으로 유일하게 여유로웠던 저녁시간이 사라져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었다ㅜ.ㅠ


요건 어제 울림이 씻기고 예쁜 옷 입은 사진


헤헹, 엄마 이쁘게 입혀줘영


엄마, 제대로 입혀주고 있는 거 맞죠?


정말로요?


오~ 괜춘 한데~?


어때요? 저 괜찮아요?


다 입혔으면 젖을 달라~! 으앙~!


하지만 예쁜 옷 입혀 놓은 것도 잠시. 저녁에 또 (빨아 놓은지 얼마 안 된)전용 의자 위에서 대량으로 끙아를 방출 하여 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 입혔다는 슬픈 사실...ㅜ,ㅠ


그래도 어제 저녁엔 간만에 목욕을 좀 시켰더니 일찍 잠들었다. 오랜만에 울림이가 잠든 저녁 시간이 생기니 참 좋구나 싶었다. 그동안 울림이가 잘 잘때는 이 시간 귀한 줄 몰랐는데 참 귀한 시간이였구나. 


오늘은 혼자 꽤 노네. 모빌 보면서 이런저런 소리도 내고 돌아가는 모빌 따라 눈동자도 돌려가면서. 요즘 울림이 시야가 더 넓어 진 것 같다. 꽤 멀리 있는 것도 보이는 것 같고. 아고, 잘 논다 했더니 고새 다 놀았나 보내. 다시 옆에서 낑낑낑. 에구 얼른 가서 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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