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울림의 오늘 아침 일기.
오늘 아침 엄마가 아끔마(고구마)를 구워 줬다.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기분이 좋아 엄마 한 입 주고, 엄마만 주면 아빠가 서운 해 할 것 같아 아빠도 한 입주고,
그 옆에 있던 암(곰)이 불쌍하게 쳐다봐서 암(곰)에게도 한 입 줬다.
-끝-
먹다가 얼마 안 남은 고구마를 고이 잘 모셔와
아빠 한입
엄마 한입
곰돌이도 한입
맛 있지 곰돌아?
그럼 뽀뽀~
아빠도 곰돌이랑 뽀뽀~
2
울림이의 새로운 말.
고구마-아끔마
이쁘다-예~푸~(하면서 머리 쓰다듬기)
밥-압
인사(안녕히가세요, 안녕하세요, 아녕히주무세요 등)-(고개를 천천히 숙이며)안~~~~~냐
이렇게 확실히 알고 있는 것들 말고도, 요즘은 내가 알려주는 말 들을 곧잘 따라한다.
그만큼 말귀 알아 듣고 행동 하는 것도 많아지고. 정말 신기하다.
말귀를 척척 알아들어 신기했던 경험 몇가지.
- 밥 먹을 때 반찬만 먹길래 밥도 같이 먹으라고 하니까 밥을 퍼 먹었음.
- 아침 일찍(거의 새벽)에 일어나 계속 울어서 아빠가 '울림아, 엄마 쭈쭈 말고 사과 먹을까?' 했더니 울음을 뚝 그치고 문 앞으로 감.
- 요즘 아침마다 아빠가 욕실에서 머리 만질 때 따라가서 흉내 내는 걸 많이 하는데, 하루는 아빠가 "울림이 너도 왁스칠 좀 해줄까?' 했더니 진짜 욕실에 들어가려고 함ㅋㅋㅋ 그래서 아빠가 "ㅋㅋㅋ울림아 농담이야, 농담이야" 했더니 안들어감
남편이 이런 몇 가지 경험 후 '말로 울림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고ㅋㅋㅋ
3
밤중 수유를 끊는 노력을 하면서 밤에 아빠랑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
부쩍 아빠랑 더 가까워진 느낌:) 간만에 다정한 부자 사진 투척!
4
어느날 부터 잠 자러 가기 전에 인사 코스가 정해졌다.
아마 손님들이 왔을 때 자러가기 전 항상 인사를 하면서 시작 된 듯 하다.
나랑 울림이랑 둘만 있을 때도 "울림이 졸려?" 하면 손을 막 흔들길래,
'아 요녀석 졸리다는 표현을 이렇게 하게 되었구나' 싶어서 졸려 할 때마다 인사를 시켰더니
이제는 시키기도 졸리면 알아서 와서 인사하고 문닫고 자기가 혼자 알아서 다한다ㅋㅋㅋ
그래서 생긴 울림이의 잠자기 전 인사 코스는 다음과 같다.
- 누구한테든 인사하기(손 흔들기에서 요즘은 안~~~냐 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 하는 거로 바뀌었음)
-> 문 닫기
-> 수유쿠션 가져 오기(요즘은 쭈쭈 먹고 싶을 때 이 수유 쿠션을 나한테 가지고 와서 '이거! 이거!'한다)
-> 엄마한테 손흔들며 한번 더인사 후
-> 쭈쭈먹고 취침
그런데 요 며칠 밤에 잠들 때 쭈쭈 먹고 바로 잠들지 않고
엄청 뒹굴 뒹굴거리다 섯다 앉았다 마구 마구 움직이다 잠든다. 한 30분 정도?
그동안에는 '이녀석 왜 이렇게 안 자는 거야' 그러면서 마음만 다급 했는데,
오늘은 왠지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마음으로 있었더니 마음이 좀 편했다.
울림이가 이렇게 잠드는 걸 옆에서 지켜 봐 주는 시간도 내 인생에,
그리고 울림이 인생에 있어 짧은 순간들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5
오늘(12시 넘었으니 어제) 밤에는 아주아주 간만에 우리 식구 끼리 카페에 갔다왔다.
남편은 논문 공부 하러, 나는 간만에 비도 오고 분위기 잡으러, 울림이는 엄마아빠 따라 얼떨결에.
간만에 카페 창가에 앉아 각자 할 일 하며 오손도손 하니 있으니 참 좋았다.
울림이가 오래 못 있을 줄 알았는데 딸기도 먹고, 지나가던 형아랑 인사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보고 하면서 한시간 넘게 잘 있어줬다.
원래는 울림이가 심심해 하면 뽀로로 한 번 보여 줘 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난번에 픽사 단편을 봤던 기억이 나서 보여줬더니 꽤 좋아했다.
뽀로로 같은 예능형 만화보다 작품성 있는 픽사 단편을 보여주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고.
그리고 한 편이 5분에서 8분 사이? 정도 밖에 안되서 짧게 짧게 보기도 좋다.
근데 아직 16개월 아기가 보기엔 조금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울림이는 평소 '영상'이라는 것을 거의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뭘 봐도 재밌어 할 듯ㅋㅋ
(오늘 본 것 중에는 새 나오는 것을 제일 좋아했음ㅎㅎ)
그래도 좀 더 찾아 봐서 동물 나오는 것 위주로 확보 해 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
가끔 이렇게 울림이랑 카페 오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값진 경험.
울림이 하고도 이렇게 서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남편이랑 간만에 카페에 마주 앉아 있으니 연애 할 때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좋은밤 보냈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