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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울림이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우리 울림이 곁을 지켜주던 삼신할매가 떠나가는 날. 100일은 조촐히 가족들끼리만 모이기로 하고, 마침 금요일이라 온 가족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모일 수 있었다:) 그래도 평일 인지라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우리도 준비를 일찍 하지 못 했음에도(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 하기엔 무리가 있어) 하고싶은 것이 많아 늦게나마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잔치가 늦어졌다. 


먼저 도착한 시댁 식구들. 이런저런 작전 회의중!

열심히 100일기념 뒤집기를 시도하는 황울림!

100일상을 준비하는 동안 할아버지들의 이쁨을 듬뿍 받고 있는 우리 울림이:)


남편은 오자마자 해뜨리 오빠랑 지원이랑 뒷 배경으로 쓸 나무를 만들기 시작하고 어머니들과 나는 100일상을 준비했다. 어머니들이 준비 해 오신 나물 몇 가지들과 잡채, 떡, 한과에 보름맞이 부럼, 내가 만든 불고기와 과일 몇 가지. 그리고 낮에 사 둔 꽃 화분 몇 개와 아버님이 써주신 글씨를 함께 두니 너무너무 멋진 100일 상이 차려졌다. 작은 상에 오밀조밀 아담 하면서도 꽉찬, 내 맘에 쏙 드는 100일 상이었다:)


다 같이 나뭇잎 하나씩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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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100일 잔치에 들어가기 전에 남편과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 황울림 얼굴 그리기+롤링페이퍼 쓰기를 했다. 부모님들은 뭐 이런 것 까지 하느냐 하시면서도 열심히 편지와 그림을 그리신다. 내가 그림도 꼭 그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니 그래도 다들 그림 하나씩 그려 넣으셨다. 어떻게 그릴 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그린 부모님의 그림을 보고 다들 신나게 웃었다.


리허설 중이신 시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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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림이 취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겨우 시작한(준비만 하다 101일이 될 뻔 했음) 울림이의 100일 잔치가 시작됐다. 울림이가 잠들거나 기분이 안 좋아 지기 전에 재빨리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몇 시간만의 준비 끝에 드디어 사진을 찍었다!


울림이의 예쁜 표정을 찍기 위한 온 가족의 몸부림ㅎㅎㅎ

거의 처음 찍는 가족사진!:)

이건 정말 처음 찍는 온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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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 찍은 후에 시 아버님의 기타 소리에 맞춰 아버님이 직접 개사 해 오신 노래를 울림이를 위해 다 함께 불렀다.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울림이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울림이 뿐만 아니라 울림이를 안고 있던 나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뭉클 했다. 아주아주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 


100일 동안 나의 울림이 되어준 우리 황울림.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너무너 고맙다. 앞으로 삼신할매 없이도 건강 튼튼하게 잘 자라주길. 사랑해 울림아!:)


(배터리가 없어 요것 밖에 못 찍었지만 아쉬운 맘에 요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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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013. 2. 17. 23:44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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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블로그를 하려니 뭐 부터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열흘이나 넘게 못 했네. 그 사이 또 여럿 손님들이 우리집을 방분 하기도 했고, 설, 졸업 등등 울림이랑 공식적인 외출도 꽤나 했다. 무엇보다 우리 울림이의 부단한 성장을 빼먹을 수 없고. 이 많은 이야기들 중 무엇을 먼저 써야 하나 고민하다 이 블로그의 이름이 '꼬박일기'인 만큼 울림이의 이야기를 먼저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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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1.     엎드려 목들기

요즘 울림이의 신기술은 엎드려 목들기다. 지난주 쯤이었나. 누워 있던 울림이가 끙끙 힘을 써가며 발을 높이 높이드는 모습 포착. 



이만치 다리를 들어올리는 울림이를 가만 보고 있으니 요녀석 자알 하면 뒤집기를 할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뒤집기를 해 보라고 엎어 놔 봤더니 글쎄, 목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아, 그 모습이 어찌나 늠름하고 대견스럽던지. 뒤집기 한 번 시켜보려다 발견한 울림이의 목들기 기술을 발견한 엄마는 하루종일 감동스럽고 신났더랬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오래 더 높이 목을 들고 있는 울림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도 멋지게 목들기를 하고 있는 황울림. 아이고 기특해!


히히, 할머니 나 잘하죠?



성장2.     앉기

울림이가 처음 엎드려 목들기를 하던 날, 이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 혼자 앉을 수도 있겠다 싶어 벽에 앉혀보니 왠걸, 진짜로 앉네!

  

아빠 손 잡고 앉기


아직 혼자 오래 앉아 있진 못 하지만 이렇게 기대어 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엄마 허벅지, 다리 사이 등등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게 되었다.(가끔 밥 먹을 때 찡찡 대면 그렇게 앉혀 놓고 밥을 먹기도 한다) 



성장3.    목욕 즐기기

근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목욕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일주일 전 까지만 해도 목욕을 할 때 세수하고 머리감을 때 까지만 해도 잘 있다가 몸만 담그면 울어 재껴버렸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목욕은 즐거운 것이라는 아빠의 세뇌 교육의 효과인지 물에 들어 가도 울지 않는다! 처음 물에 몸을 담궜을 때 코를 벌렁벌렁 숨을 헐떡헐떡 하며 울락말락 하다가 금세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가만히 있는다.


콧구멍이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결국 으앙-

엄마 꼭 붙들고 으앙-

다시 콧구멍 벌렁벌렁 울락말락 울락말락

어? 생각 보단 괜찮은데?

오호...

하음- 할만 하네. (하품 하는 여유)

엄마 나 오늘 잘 하죠?

엄마, 오늘 목욕 괜찮았음요. 다음에도 잘 부탁 해요. 데헷

기분도 좋은데, 알몸 샷


어제 목욕 할 때는 정말 한 번 울지도 않고 잘 했다. 이젠 정말 물 속에 있는 걸 즐기는 듯. 이제 몸에 힘이 좀 더 생기면 첨벙첨벙 놀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울림이가 얼른 자라서 목욕물 받아 놓고 같이 씻고 싶다:-)



성장4.    길어 진 옹알이-엄마랑 대화

옹알이 인지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쪼록 울림이가 웅얼웅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특히 붕어이 같이 흐엉- 흐엉- 하는 소리를 자주 한다. 그럴 때 내가 마주보고 같이 소리를 내 주면 진짜 대화 하듯 꽤 오랜 시간 소리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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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눈 앞에 있는 물체를 보면서 그 물체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졸릴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할 때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잠투정 현상 = 젖을 거부 한다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줘도 울 때. 울면서 눈이 감길 때. / 대처 = 아기띠를 매고 둥기둥기 엉덩이 팡팡을 좀 하다 보면 잠든다.), 침이 더더더 많이 나와 턱받이를 해 줘야 할 것 같고(심지어 푸- 푸- 하면서 침을 뿜기도 한다), 똥이 더 질척해지고 냄새가 나는 등의 변화들도 있었다.


되돌아 보니 열흘이라는 요 짧은 시간 동안 울림이는 정말 많이도 성장 했구나. 아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더니. 그 말을 정말로 실감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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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폭풍 집안일을 했다. 빨래 두탕에 마루 방청소 쌓인 설거지 점심 저녁까지. 아, 한살림 장도 봤구나. 여기에 울림이 젖주고 안아주고. 오늘 하루 많은 일을 해결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기특하다고 상주고 싶은 날. 쌓아 두었던 것들을 좀 해결하니 맘이 가벼워 저녁에 울림이 재우고 남편이랑 광해를 봤다. 여기 와서 스크린 달고 둘이만 같이 영화 본 건 처음 인듯. 광해를 봤는데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웃긴 해피앤딩이라 좋았다. 오늘 같은 날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 였음. 지난 주말 엄마가 공수해 준 고구마랑 먹었는데 정말이지 강화 고구마의 그 달콤함은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엄마가 옆집 할머니네서 사 왔댔는데. 옆집 할머니네는 고구마가 계속계속 나오는 신기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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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오늘 새벽이구나. 암튼 큰 맘 먹고 밤중 수유를 끊어보려 시도해 봤다. '황금똥을누는아기' 책에서 밤중수유는 100일 전에 끊어야 끊을 수 있다, 밤중 수유를 계속 할 경우 나중에 충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기도 푹 자는게 좋다 등등 밤중수유에  관심을 조금 가지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아 시도해 보게 된 것. 미리 보리차도 끓여 놓고 울림이가 잠들기 전에도 밤에는 계속 자는 거라고, 먹는거 아니라고 주입시키고 재웠다. 나도 남편도 잘 해보자 다짐하고 큰 일이라도 치루듯 잠들었다. 3시반. 울림이가 깼다. 칭얼대는 울림이에게 기저귀를 갈아 준 후 바로 젖을 주지 않고 안아주고 밤에는 먹는거 아니라고 얘기 해 주고 보리차도 한 두 스푼 먹여 주고 했는데 소용 없다. 어찌나 울어 대던지. 책이나 인터넷이나 밤중수유를 끊으려 마음 먹었으면 모질게 마음 먹고 아기가 울더라도 절대 주지 말라고 했는데 삼십분 쯤 지나니 역시 마음이 흔들린다. '허전하거나 목말라서가 아니라 진짜 배고파서 울면 줘야 되는거 아닌가?' 부터 '이거 꼭 해야 하나?'까지. 결국 30분 넘기지 못하고 젖을 물리고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 또 주변 선배 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고민 한 결과 우선 지금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밤중수유의 강제 중단을 당분간 중지 하는 걸로. 울림이가 밤에 잘 안자는 것도 아니고 우선 4시간 간격으로는 자고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씩 더 늘리는 노력을 하되 너무 강제적으로 중단하지는 말자는 결론이다. 100일 이후로는 끊기가 어렵다니 고민이 됬었지만 문경이는 2돌까지 먹이고도 아무 이상 없었다니까. 흠.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따를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문경이 말마따나 결국엔 엄마가 줏대를 가지고 키워야 하는건데. 난 참 줏대 없는 엄마다ㅜ.ㅠ 사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게 되면 다 괜찮아 질 일인데 내가 괜히 겁먹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지난번 공동육아 모임을 할 때 숙희 쌤이 '나는 아이를 발로 키울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이런거 저런거 불안해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스로 자랄 수 있게 돕는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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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니 울림이가 이 상태로 꾸물거리면서 일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정말 좀만 있음 뒤집기를 할 기세다!



헐렁 헐렁 커 보이기만 했던 옷들이 이제 하나 둘 맞아 간다. 아, 많이 컸구나 우리 울림이:)





아빠 처럼 눈 뜨고 자는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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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갖고 싶고 필요한데...


칼라 초점 책(아가용), 온습도계, 체중계, 심플하고 깔끔한 혹은 귀여운 밥 국그릇 기타등등 그릇, 수저들(나무면 좋음), 채칼세트, 심플하고 이쁜 아기띠, 포대기, 무지(MUJI) 좌식의자, 어쿠스틱라이프1-4권, 오븐, 믹서기, 미싱기, 조용하고 잘 빨아 들이는 청소기, 신혼 분위기 나는 심플한 이불 ... (생협과자, 맛있는 차, 좋은 노래 CD혹은 파일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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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터였나, 울림이가 젖 먹을 때 마다 찡찡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먹더니 급기야 막 울면서 젖을 재대로 먹지 못하기 까지 했다. 주말 까지만 해도 저녁 때 한 두번 그랬던 거라 졸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젖 먹을 때마다 낑낑댔다. 젖이 모자라나? 자세가 불편한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마음만 조급하고 불안하다. 무엇 보다도 젖이 모자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나는 쓸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쳐박아 뒀던 유축기도 꺼내고 선배 엄마들 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조산원에도 두어번 전화를 걸었다. 역시 모를 땐 물어야 한다고 이사람 저사람 묻고나니 조금씩 길이 보인다. 무엇 보다도 젖 양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과 울림이의 성장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아니 마음이 편하다. 이번일을 계기로 알게된 좋은 정보 몇가지.


1. 아이가 급 성장기 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이 경우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진다.

2. 젖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의심 될 때 기저귀를 체크 할 것. 하루 7-8개 이상이면 적당 하다.

3. 유축기나 손으로 짜는 것은 아기가 먹는 것 보다 잘 안나온다.

4. 젖이 남아 있을 때 더 짜줘서 젖을 비워야 한다.

5. 아기가 젖을 먹으며 낑낑 댈 때 다음의 것 들을 살펴 볼거나 시도 해 볼것.

  -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편중된 식사를 하고 있지 않은지

  - 아기가 더워 하진 않는지

  - 집 분위기가 달라지거나 낯선 사람이 있진 않은지

  - 너무 배고플 때 먹여 허겁지겁 먹고 있진 않은지

  - 자세를 바꾸어 볼 것

  - 미리 젖을 좀 짜주어 젖의 흐름을 먼저 만들어 준 후 먹여 볼 것


다행이 정말 하루 이틀 지나니 다시 잘 먹는다. 기저귀가 하루 10개 정도는 나왔으니 젖이 부족했던 것 같지도 않고, 이런저런 시도나 주변 상황을 살펴 보았을 때도 별 다를 바가 없던 걸로 보아 급 성장기로 인한 땡깡(?)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가끔 그러긴 하지만 지금은 그리 심하진 않다. 쨌든 큰 문제 없이 짧게 지나가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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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저주(?) 비스무래 한 것이 한 번 왔다 갔더랬다. 울림이가 새벽에 깨서 젖을 먹고 나서도 자지 않고 찡찡 댄 것. 아마 젖 땡깡을 하루종일 부렸던 다음날 새벽 이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피곤한 상태에서 새벽에 아기가 잠도 안자고 찡찡 대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밤에는 잘 자던 울림이에게 처음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울림이랑 지내면서 처음으로 좀 짜증이 났다.(후에 남편은 내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는 조마조마 했다고...) 처음 새벽에 아기띠를 매고 울림이를 재웠다. 당시엔 잠도 오고 힘들었지만 새삼 그동안 울림이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 애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알게 됐다. 밤에 안 자는 아기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도 조금 예상이 되기도 하고. 밤 낮이 바뀌었다던 나와 하루종일 울었다던 바람오빠를 키워주신 어머니들... 정말 대단 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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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도졌다. 아기를 낳고 일주일 정도 변을 못 보다 겨우 변을 본 후부터 치질로 근 한 달 이상을 고생했었다. 낫겠지 낫겠지 하면서 약도 마다하고 지내다 보니 한달 이상을 고생만 했다. 생전 처음 피똥도 싸보고ㅜ,ㅠ 그러다 결국 좌약 넣으면서 겨우 나았는데 다시 발병. 다시 변기에 앉는게 두렵다. 아 슬프다. 식단 조절을 좀 해야하나. 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 식.단.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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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나 혼자 울림이 목욕을 시켰다. 둘이 했을 때 보다야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걱정 했던 것 보다는 무난히 한 것 같다. 처음으로 혼자 씻기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씻기면서도 내가 씻기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뭔가 유체이탈 해서 씻기고 있는 느낌이었다...ㅋㅋㅋ 그리고 왠지 쓸쓸한 기분. 엄마는 지원이 때 매일 혼자 씼겼다던데. 여러모로 아기를 키우다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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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울림이가 큰 탈 없이 건강히 잘 자라주고 있어 다행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젖달라 하지도 않고 혼자 놀면서 엄마 아빠 보고 막 웃는다. 아,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시끼!>,< 



동글동글 예쁜 머리 만들려고 구멍이 폭 파인 양 베개도 비지요~




분홍색도 잘 어울리죵?


자, 울림아 하나 둘 셋 하면 다리 들어~ 하나 둘 셋!


아빠 요렇게?


옳지 옳지 잘한다~


아빠 말 잘 듣는 울림이!


요즘 아빠랑 잘 노는 울림이. 이젠 제법 자봉 티를 벗고 있는 황울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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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그동안 내가 지내왔던 생활 패턴과 조금씩 달라질 때 마다 쪼매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낸 것 같다. 아기의 리듬에 내가 맞추어 가야 하는 건데 자꾸 나의 리듬을 고집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여유와 기다림.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 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생초보 엄마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ㅜ,ㅠ 에고, 울림이 얼굴 한 번 더 보고 기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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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13. 1. 27. 00:48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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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울림이 이야기를 쓸 새가 없었네. 간만에 우리 울림이 관찰 일기를 써볼까나


웃음이 후해진 울림이. 특히 젖을 먹고 난 울림이는 기분이 좋다. 트름을 한 번 그억 하고 시킨 후 눕혀서 엄마랑 마주보고 있으면 막 웃는다. 요상한 소리나 표정을 지으면 더 좋아하고. 웃으면서 으어으어으어으어 하고 말하는 시늉을 내기도 한다. 너모너모 사랑스럽다.




확실히 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저만치 멀리 있는 모빌을 보면서 반응하기도 하고 모빌이 갑자기 내려 올 때 깜짝 놀라기도 하는걸 보면.  그리고 평면적인 것 보다 입체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전엔 모빌은 본채 만채 하고 초점 책을 보여주면 꺅꺅 거리면서 좋아했는데 요즘은 모빌에 더 눈이 많이 간다. 모빌도 가만히 있을 때보다 뱅글뱅글 돌아 갈때를 더 좋아하고. 그래서 울림이 장난감 모아 둔 박스에서 작은 인형이나 딸랑이 같은 것들을 꺼냈다. 아직 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진 못하지만 종종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장난감 소리를 낸다. 




이제 얇은 기저귀는 잘 못 쓰겠다. 신생아 때 쓰던 얇은 천 기저귀를 쓰고 있었는데, 이제 거기엔 아기가 한 번만 쉬를 해도 금세 흠뻑 젖어버린다. 그래서 원래 한 개만 쓰던 얇은 기저귀를 두개 겹쳐서 하니까 좀 낫다. 그래도 역시 일회용 기저귀 보다 천기저귀가 더 잘 젖어서 빨리 갈아주지 않으면 불긋 불긋 해지고 발진 같은게 조금씩 생긴다. 그래서 가끔씩 기저귀를 갈아줄 때 바로 갈아주기 보다 좀 열어두고 바람을 쐬어 주니 좀 나은 것 같다. 너무 오래 열어두면 오줌 발사를 해버리긴 하지만 열어놓고 있으면 아가도 좋아한다.







머리카락이 무쟈게 빠진다. 평소엔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울림이 목욕을 시키는데 목욕물에 털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녀서 이게 뭐지? 했는데 잘 보니 울림이 머리카락들이었다. 100일 전에 아가들 배냇 머리가 빠진다더니. 그래서 100일 전에 아가 머리를 빡빡 밀어주기도 하는데 난 왠지 좀 무서워서(?) 못 밀고 있다. 언제 밀어야 하는지, 꼭 밀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흠


침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이제는 자기가 막 뱉는다. 퉤 하고 뱉는 건 아니고 푸우 푸우 하고 뿜는다. 그리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쪽쪽 빤다. 특히 엄마 아빠의 옷, 목 수건, 자기 손을 가장 많이 빤다. 쪽쪽 쭉쭉 빨아서 침 범벅이 되어버린다. 며칠 전 엎드려 놨을 때는 아주 자기 손을 먹으려고 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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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의료보험이 나왔다. 나는 아직 주소 이전을 못해 함께 쓰여져 있진 않지만 기분 참 묘했다. 맨날 부르기만 했던 울림이의 이름이 이렇게 공식적(?)인 곳에 쓰여져 있는 것도 신기하고. 엄마 아빠의 울타리 안에만 있던 울림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분 이랄까. 의료보험 하나 나온 것 만으로도 이래 기분이 요상 야릇 한데 이제 울림이가 커서 학교를 다니고 여자친구 데려 오고 하면 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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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림이 예쁜 옷 입히기에 신난 엄마



얼쑤~!






오리로 변신!




입히고 보니 온통 노랭이 옷만 입혔네ㅎㅎ 내일은 어떤 색 옷을 입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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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아빠랑 울림이 사진도. 자는 모습도 닮아가는 부자지간ㅎㅎㅎ





아빠가 쳐주는 기타소리에 귀기울이는 예쁜 우리 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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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새 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시어머니, 해소리, 현상 구미, 오늘은 공동육아 모임을 고민하는 CB식구들까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사진도 찍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것 까지 다 못 쓰겠당..@,@ 낼 써야짓!


울림이가 오늘따라 푹 잘도 자는구나. 아고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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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출


결국 참지 못하고 외출을 해버렸다. 대신 울림이는 차 안에만 있기로 한다는 전제로. 큰 이동 할 때 나온 것 외엔 울림이랑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마침 귀한 손님들도 오기로 되어 있고 해서 근처 로컬푸드 마켓이 있는 용진농협에 다녀왔다. 왕복 30분. 그나마 나와 울림이가 갈만한 유일한 먼 곳이다. 가족들이 와서 아가를 맞겨 놓고 나갈 때도 늘 용진 농협에 갔다왔지. 울림이가 차에서 울지 않게 하기 위해 수유를 충분히 한 후 출발! 그래도 첨으로 맘먹고 나가는 외출인데 차에만 있더라도 기분좀 내 보려고 울림이 이쁜 옷 입고 겉 싸개에 꽁꽁 싸매 나갔다. 근데 빨리 다녀 오려는 맘에 급하게 준비 하느라 울림이 기저귀를 못 갈고 간 것이 에러ㅜ,ㅠ 우짜든동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울림아 날 풀리면 엄마랑 아빠랑 많이많이 다니자~!:)



엄마, 오늘 무슨 날이예요?



와- 울림아 나오니까 좋지? 우리 날 풀리면 아빠랑 자주자주 나가자~


엄마, 우리 어디가는 거예요?


엄마가 마트에 들어간 사이 아빠랑 노는 울림이:)








다시 집으로 오는길(엄마, 빨리 안가고 뭐하는 거예요ㅜ,ㅜ-울림)



2.


요즘 울림이


다시 순둥이 아가로 돌아 온 울림이. 지난주는 잠도 잘 안자고 보채고 하더니 어제 오늘 잠도 잘 자고 보채지도 않는다. 지금도 열심히 낮잠을 자는 울림이. 하하 이러 날도 있구나. 전엔 아가가 낮잠을 자면 밤에 잘 안 잘까봐 불안하고 그랬는데 요 몇일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울림이가 자는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특히 아기띠를 하고 이리저리 흔들흔들 돌아 다니면서 궁둥이를 퐁퐁퐁 다독여주다 보면 품 안에 쏙 안겨 금세 잠든다. 그럴 때면 엄마는 아가를 품에 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지. 그래서 엄마한테는 우리 울림이 만큼 아기띠도 아주 효자다.


아빠가 도와주면 아기띠 매는 것도 쉽지용~







으헝. 아기 천사가 따로 없구나ㅜ,ㅠ






울림이가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목수건을 해주고 있다. 침도 워낙 많이 흘리지만 하도 손과 엄마 아빠의 팔 어깨 등등을 쪽쪽 빨아 침 범벅이 되기 일쑤다. 


요즘은 다리 보다 팔을 더 많이 움직인다. 무지무지 많이 움직인다. 그리고 이제 몸에 힘이 많이 생긴 울림이. 젖 먹으면서 손을 휘휘 젖다 자기 머리를 칠 때 아주 약하지만 퍽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마치 아기 고양이들이 젖 먹을 때 처럼 내 가슴을 꾹 누르면서 먹기도 한다. 어후, 근데 정말 젖먹을 때 왜이리도 파닥파닥 움직이는 건지. 쪼꼬만 것이 힘도 으찌나 센지 모른다. 그래도 힘이 생기니 이제 목을 꽤나 안정적으로 들고 있는다. 전엔 목을 들라 치면 마치 차 안에서 목만 흔들흔들 하는 인형 마냥 머리를 마구 흔들흔들 하면서 아슬아슬 하게 겨우 들고는 이내 푹 쓰러졌는데. 이제는 꽤나 힘있게 휙 들어서 오래 버티고 서 있는다. 고개를 높이 올려서 엄마랑 마주보기도 하면서!









요즘 수유를 할 때 울림이 몸이 내 몸 밖으로 나가는걸 보면서 아, 우리 아가 쑥쑥 크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이제 아빠 옷 입은 것 같았던 내복도 조금씩 맞아가고. 맨날 윗도리만 있는 배넷저고리만 입히다가 아랫도리도 있는 옷들을 입히는 재미도 쏠쏠하다ㅎㅎ 벌써 한 달 후엔 기다리고 기다리던(나가기 위해ㅋ울림이랑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철 없는 엄마...ㅜ,ㅠ) 100일네. 조금 있음 뒤집고 또 조금 있음 기고 걷고 말하고... 울림이와 함께하는 앞으로는 더 즐겁고 신기한 일들이 많겠지.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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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수유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깨버렸다. 계속 뒤척이다 에잇 블로그나 하자 하고 일어나 버렸다. 오늘 하루 좀 피곤하겠군. 요 몇일 꼬박이의 잠자는 시간이 늦어졌다.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잘 자던 녀석이 12시가 넘어야 잠들었다. 저녁이 되면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아기띠도 안 하려고 하고 잠도 안 자니 좀 힘들었다. 음, 이것이 책에서 본 그 도약의 시기인가. 책에서 말하길 도약의 시기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자라는 시기로 이 시기에는 아이들도 자신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어서 힘들어 하는 시기다. 때문에 엄마한테 더 집착하고 잠도 자 못 자고 보채고 잘 울고 등등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 50여명의 아기들과 엄마들을 조사한 결과 20개월 동안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10번의 도약의 시기가 찾아 왔단다. 모르면 불안하고 힘들기만 했던 일들을 미리 알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한 느낌. 물론 신체적으론 좀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요즘 울림이의 늦은 취침으로 유일하게 여유로웠던 저녁시간이 사라져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었다ㅜ.ㅠ


요건 어제 울림이 씻기고 예쁜 옷 입은 사진


헤헹, 엄마 이쁘게 입혀줘영


엄마, 제대로 입혀주고 있는 거 맞죠?


정말로요?


오~ 괜춘 한데~?


어때요? 저 괜찮아요?


다 입혔으면 젖을 달라~! 으앙~!


하지만 예쁜 옷 입혀 놓은 것도 잠시. 저녁에 또 (빨아 놓은지 얼마 안 된)전용 의자 위에서 대량으로 끙아를 방출 하여 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 입혔다는 슬픈 사실...ㅜ,ㅠ


그래도 어제 저녁엔 간만에 목욕을 좀 시켰더니 일찍 잠들었다. 오랜만에 울림이가 잠든 저녁 시간이 생기니 참 좋구나 싶었다. 그동안 울림이가 잘 잘때는 이 시간 귀한 줄 몰랐는데 참 귀한 시간이였구나. 


오늘은 혼자 꽤 노네. 모빌 보면서 이런저런 소리도 내고 돌아가는 모빌 따라 눈동자도 돌려가면서. 요즘 울림이 시야가 더 넓어 진 것 같다. 꽤 멀리 있는 것도 보이는 것 같고. 아고, 잘 논다 했더니 고새 다 놀았나 보내. 다시 옆에서 낑낑낑. 에구 얼른 가서 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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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이번 주말은 뭐 한 것도 없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시간에도 우리 꼬박이는 쑥쑥 자라고 있겠지. 꼬박이 덕분이 아무 일 안한 것 같은 시간에도 의미가 생기는구나. 아무튼 주말엔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 버리고 어제는 옥원언니랑 지원이랑 와서 놀다보니 블로그에 올 시간이 없었네.


주말 사진1, 아빠랑 친해지기







주말 사진2, 꼬박이 따라하는 엄마 




주말에 씨비센터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는 석진씨 부부가 왔었다. 커텐을 만든다고 석진씨네 미싱기를 빌려 놓고는 아직 손도 못 대 반납도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석진씨 부인도 취미나 상황이 비슷해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대하게 됐다. 손님이 온다는 말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남편은 총알 집 청소를 시작했다. 마루도 치우고 화장실도 치우고 갑자기 순식간에 집이 깨끗해 지니 뭔가 횡한 기분(?). 그래도 이렇게 집이 깨끗해 지니 참 좋네. 손님들이 오니 여러 모로 참 좋구나. 




꼬박이는 이날 따라 기분이 좋았다. 마루에 의자 놓고 앉았는데도 기분이 좋아 꽤 오래 잘 있었다. 자기도 한 마디 해보겠다고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면서. 원래가 착하고 순한 꼬박이지만 '햐-, 요녀석 벌써부터 인기관리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올 때마다 착해지는 건지, 꼬박이가 착해 질 때마다 사람들이 오는건지.ㅎㅎㅎ


기분 좋을 땐 꼬박이 전용 의자에도 혼자 잘 있는다



기분도 좋은데 침으로 풍선도 불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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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꼬박이와 엄마 아빠의 하루 생활 패턴은 대충 이렇다.

- 아침 7-8시에 기상 꼬박이는 젖 한 번 먹고 엄마는 간단한 아침 준비 아빠 아침 먹고 출근

- 오전에는 책도 보고 모빌도 보고 혼자 꾸물거리기도 하면서 혼자 잘 노는. 요럴 때 엄마는 방청소도 하고 못 다한 집안 일이나 컴퓨터 등을 좀 하고 간단한 점식 식사.

- 오후에는 이제 놀 게 없는지 놀아달라고 찡찡대는 꼬박이랑 놀다가 가끔 엄마 배 위에서 낮잠을 자기도 함. 아빠가 올 때쯤 저녁 준비. 아빠가 오면 저녁을 먹고 이제 슬슬 졸려서 찡찡대는 꼬박이를 엄마랑 아빠랑 교대로 안아주다가 9-10시쯤 꼬박이 취침.(요즘은 좀 늦게 자서 11시 넘어 자기도 함ㅜ,ㅠ) 엄마 아빠는 꼬박이가 자는 사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있다가 11-1시쯤 취침. 중간에 한 두번 일어나 젖달라는 꼬박이는 젖을 자고(4시간 간격) 다시 7-8시 기상.


물론 이 외에도 꼬박이는 다양한 일을 한다.


- 똥

오늘은 간만에 아침부터 꼬박이의 똥폭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반사적으로 가슴으로 날아오는 똥을 손으로 막아냈다. 아기가 똥을 싼 소리를 듣고 신나서 곧장 기저귀를 갈아 주다 이런 똥 폭탄을 두어번 맞았더랬다. 그때는 미처 손 쓸 새 없이 내 가슴팍으로 고스란히 받았었다지. 어떤 때는 오줌을 뿌리기도 하고. 그때 알았다. 아가들의 똥은 이렇게 분수처럼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한번에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 공격을 하면서 눈다는 것을, 또 똥을 눈 후에 오줌을 눈다는 것을. 그래서 그때 이후로 아기가 똥을 푸앙 하고 싼 후에 바로 갈아주지 않고 아가에게 '똥은 다 눈건지, 오줌도 다 싸는지' 물어 보면서 3-5분 정도 기다렸다 갈아준다. 



오늘 따라 엄마 아빠가 왜 그러지?



왜 그래요 엄마, 뭐가 문제죠? 나는 평소처럼 했을 뿐인데...


꼬박이가 똥을 눌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하나는 맨 처음 꼬박이가 태변(아기가 세상 밖에 나와 가장 처음 누는 똥)을 눌 때.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때 엄마랑 아버지랑 지원이랑 막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난 아기 태변 소리에 무진장 웃었더랬다. 우리 가족은 방구쟁이 가족들이라 방구 소리에 익숙하지만 갓 태어난 이 작은 아가가 그렇게 큰 방구 소리를 내다니 하면서. 그리고 또 한 장면은 그 후 일주일간 똥을 누지 않다가 강화에서 처음 똥을 눴을 때다. 처음 태면을 누고 일주일 정도 똥을 누지 않아 걱정 하던 차에 어느 날 꼬박이의 외할머니, 이모, 엄마, 아빠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푸앙 하고 똥을 눴다. 그때 다들 너무너무 기뻐서 박수치고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러고는 기쁜 마음에 마루로 나갔는데 연기가 자욱 한 것이다. 아기가 똥 눈 것에 기뻐하다 부엌에 올려 둔 국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집에 연기가 자욱해 나랑 아기랑 갑자기 사랑방으로 대피. 아기도 아기지만 나도 산후조리를 막 하고 있던 때라 이불 두 세개 싸고 피난 가듯이 사랑방으로 피신 갔다 왔다는. 아무쪼록 그랬던 우리 꼬박이가 이제는 황금빛 묽은 똥을 부웅 푸웅 잘도 싼다.(모유를 먹기 때문에 설사 같은 묽은 똥을 눔)


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하자면 똥 누는 소리. 꼬박이한테 똥 누는 소리와 아주 비슷한 소리가 나는게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방구소리고 하나는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다. 처음에는 이 세 소리가 헷갈려서 기저귀를 자주 열어보곤 했는데  이제는 대충 구분이 간다. 쉽게 구분 하자면 '똥 소리 > 방구 소리 > 꼬르륵 소리' 라 할 수 있겠네. 근데 이것도 자주 들어봐야 안다.


- 잠.

요 며칠 꼬박이가 젖 먹는 간격이 확실히 늘었다. 그만큼 혼자 노는 시간도 늘고 그렇게 안 자던 낮잠도 종종 잠깐씩 잔다.(근데 낮잠을 많이 자면 취침 시간이 늦어 지는 것 같음ㅜ,ㅠ) 그리고 뱃고래가 늘어서 그런지 지난 번엔 7시간을 연이어 잔 적도 있다! 딱 한 번이지만... 요 며칠 또 한 가지 놀라운 변화는 혼자서 잠들기도 한다는 것! 밤에 잘 때 즈음 해서 안아주다 내려 놓으면 혼자서 꼬물거리다 잠든다. 그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엽고 대견스러운지...!


나비잠 자는 꼬박이



자다가 갑자기 달리기 자세!







다시 자다가



윙크 한방 날리고~



- 꼬박이는 요즘 매우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다. 하우-, 으헝, 푸-, 으애으, 아윽, 으아으, 우에우아, 크에엥 등등. 하지만 여전히 으갹, 낑낑, 끙끙, 응애- 를 제일 많이 한다ㅎㅎㅎ


- 다양한 표정을 하면서 말 걸어 주는 걸 좋아한다. 요즘 아침마다 마주보고 놀기 하는데 다양한 표정과 소리를 내면서 놀기를 좋아한다.(오늘은 꺄르르 하고 웃었다!) 모빌도 그냥 혼자 보는 것 보다 내가 인형인 척 하고 말 걸어주니 더 흥미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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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bs.daum.net/docuprime/episode/6553/inner


끝으로 얼마전 이것저것 검색 하다가 얻은 득탬 영상. 우리나라 전통 육아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우리가 옛날부터 해왔던 도리도리 잼잼 같은 것들이 단동십훈 중 하나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외에 여러 동작들도 흥미로웠음. 나중에 우리 꼬박이도 크면 단계별로 같이 해야지. 꼬박아 앞으로 엄마랑 할게 많으니 언능 커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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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2013. 1. 5. 00:21 일기/꼬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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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꼬박이 태어난 지 딱 50일 되는 날이었다. 벌써 절반 왔구나, 꼬박이랑 신나게 나가 놀 수 있는 날이. 안 갈 것 같은 날들이 이렇게 흘러 가는구나 싶다. 큰 일 없이 밤에는 여전히 잘 자주며 지내준 꼬박이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꼬박이 50일도 채 되기 전에 2살 됐음. 와우!ㅋㅋㅋ


그래도 50일인데 뭔가 기념하고 싶은데. 난다씨 처럼 인형이라도 만들어 줄까, 케이크를 사서 파티를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지금 내 상황에서 그나마 좀 할만 한게 적당히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해먹기였다. 또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찬밥피자를 해먹기로 했다. 마침 전날 한 밥이 점점 딱딱해 지고 있던 차에 잘됐다. 밥과 계란을 섞은 도우를 만들어 굽고 그 위에 지난번 가족들이 왔다 간 후 남은 재료로 토핑을해서 올린 후 오는길에 남편에게 사오라고 한 피자치즈를 올려서 대우면 끝! 여기에 피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포도주스와 샐러드를 더해 분위기 좀더 내봤다. 비록 피자 도우는 딱딱했고, 토핑에 넣은 고구마가 좀 덜익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깐 기분 낸 것으로 만족! (나만 그런가ㅋ)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남편은 오늘따라 일찍 잠들어 일어나질 못하고 꼬박이도 오늘 따라 잠투정. 자는 남편이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중간에 한 번 깨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꼬박이가 아주 심하게 보채지는 않아 참았다.(꼬박이 한테 고마운 줄 알아랐 황바람!) 그래도 오빠가 자기도 좀 미안했는지 평소와는 달리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꼬박이를 몇 번 안아준다. 항상 이렇게 미워할라 치면 요래 착한 척을 하니 미워할 수 없어 더 얄밉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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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가지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아기띠의 사용이다. 요즘 아기를 안아주는 일이 많아져 빨리 아기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문경이가 준 아기띠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찾아서 써보니 아 역시 이래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아기를 안고서도 양 팔을 다 쓸 수 있는 데다 꼬박이도 좋아한다. 아기랑 있으면서 양 팔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명 이었다. 아기를 안고 밥을 먹고 간단한 주방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금방 잠을 잔다는 것! 낮잠은 많이 자야 한 두번 자는게 다였던 꼬박이가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또 젖먹고 아기띠로 안으면 자고 하면서 세 내번은 잔 것 같다. 




근데 이 아기띠의 함정이 있다. 하나는 낮에 많이 자서 밤에 늦게 자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아기띠를 사용했던 그날 밤 고생을 좀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계속 엄마 품에서만 자려고 하는 것이다. 내려 놓으면 금방 깨고 내려 놓으면 금방 깨서 밤에도 잠 재우는 게 좀 힘들어 진는 것. 그래서 오늘은 계속 아기띠로만 안아 주는 것이 아니라 눕혀 놓고 같이 놀기도 하고, 기분이 좀 좋아 보이면 혼자도 좀 놀게 하기도 하고, 아기띠로 안아 주다가도 잠들라 치면 바닥에 눕혀 재우려 해봤다. 그랬더니 오늘은 밤에 보채지 않고 일찍 자서 만족. 이렇게 하루하루 꼬박이와의 생활 습관을 맞춰 가는구나. 우짜든동 아기띠는 참 편하고 좋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아기띠는 좀 작은 애들만 사용 할 수 있는 것 같아 더크기 전에 이쁜걸로 하나 장만 해야징!


나도 이렇게 엄마로서의 스킬이 늘어간다. 이제 아기를 한 손으로도 안을 수 있고 아기가 어떤 기분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조금은)구분이 간다. '으갹'과 '으앵'의 차이랄까. 


덜 우울 하려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 귀찮아서 집안 일도 별로 안하고 걍 빈둥빙둥 있었더니 조금 우울 해 지는 것 같았다. 그 전날 북적북적 가족들이랑 있다가 아기랑 둘이 남게 되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어제는 빨래도 좀 하고 저녁에 요리도 좀 하고 그랬더니 기분이 한 결 나았다.


요즘은 저녁에 꼬박이를 오빠한테 잠깐 맞기고 부엌 정리를 하는 시간이 좋다.(왠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이 더 안심하고 부엌 일에 손을 땔 것 같지만) 뭔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기분. 오빠도 자기가 부엌일 하긴 싫으니까 아기가 많이 찡찡대도 더 봐주려 애쓰니까 그런가ㅋ 아무튼 부엌을 깨끗하게 싹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이제 여기에 그릇, 냄비, 후라이팬 등등 부족한 주방 용품들을 이쁜 것들로 하나 둘 채워가면 참말로 기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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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이가 점점 변화하고 커간다는 걸 느끼는 요즘. 오늘은 꼬박이가 평소보다 많이 웃었다. 모빌을 보면서도 웃고 책을 보면서도 웃고 엄마를 보고도 웃었다! 심지어 나를 보고 막 웃으면서 옹알옹알 거렸다. 평소에는 끙끙대고 꺅꺅 대는거여서 옹알이 같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옹알이 같은 옹알이를 했었다. 막 웃으면서 옹알 거리는 것이 정말 나한테 뭐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이고 우리 아기 기분 좋아?" 하고 묻기도 하고 "어유~ 그랬어?" 하고 괜히 알아 들은 척 하면서 얼굴도 만져주고 하니 더 좋아서 웃고 옹알거린다. 아, 이렇게 감격 스러울수가! 엄마 보고도 웃어달라고 글을 썼던게 며칠 전인데 말이지. 


웃고


또 웃고



심지어 또 웃고!



오? 하고 모빌 한 번 쳐다 보다가



또 웃네! 꼬박이 오늘 기분 좋구나? :) 



수유 간격도 점점 늘어간다. 저번주만 해도 한 시간 간격으로만 줘도 좋겠다 생각 했는데 이제 한시간에서 길면 두 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이런 꼬박이를 보면서 아, 내가 내 욕심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했구나 싶었다. 아기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기다렸구나. 이제 내 마음이 아닌 아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야겠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아기가 원하는대로 내가 움직이려 노력하자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무튼 하루하루 쑥쑥 커간다. 오늘도 책 보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꼬박이.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꼬박이의 움직임. 곧 뒤집기를 할 기세다. 앞으로 꼬박이의 무긍무진한 성장이 더욱더 기대된다. 꼬박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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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가족모임 때 아버님이 빌려 가신다던 케리어를 두고 가셨더랬다. 그래서 그 가방을 가지러 오늘 시부모님이 깜짝 방문 하셨다. 꼬박이를 안고 자다가 거의 다 도착 하셨을 때쯤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설거지 하고 있는사이 두분이 도착 하셨다. 오늘도 맛난 음식이랑 한짐 들고오셨다. 우왕 갑자기 찾아온 행복 만찬!



내일은 토요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든든하구나. 내일은 뭘 하고 뭘 먹을까. 흐흐. 에공 얼른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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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꼬박이의 변화!


- 꼬박이의 놀이감이 생겼다. 흑백 모빌과 외할머니가 가져온 '초점'이라는 흑백 그림책. 이제 사물을 따라 눈을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랫 동안은 아니어도 꼬박이가 이것들을 보면서 혼자 노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 엄마가 저 책을 가져 왔을 때는 이제 좀 보이려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꺅꺅 거리면서 좋아해서 놀랐다. 그래서 냉큼 흑백 모빌도 달아 줬다. 근데 이건 하늘에 있어 익숙치 않아 그런지 오래 잘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여기서 나는 싸구려 오르골 소리에 흥미를 가지는 듯.




뭐야 너넨



오, 괜찮은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밖에 없는 책을 누구보다 심각하고 재미나게 본다.




- 오전엔 좀 얌전한 편이다. 저렇게 혼자 놀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는 같이 낮잠도 조금씩 잤다. 저녁때는 점점 잠이 와서 그런지 오전 오후 보다 좀 더 보채고 젖도 많이 먹는다. 그래도 시간되면 자니 괜찮다!


- 이제 안아 줄 때 거의 세워서 어깨에 기대게 안아준다. 가로로 눕혀서 안아주면 젖 주는 줄 알고 입을 쩍쩍 벌리고 보채기 때문. 그리고 세워서 안아주면 아기가 못했던 트림을 해서 좋다. 내 팔은 점점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T,T






- 꼬박이가 종종 일시정지하고 있을 때가 있다. 재채기 후 / 졸려서 잠들기 전 / 이야기를 들을 때 / 젖 먹은 직후 / 그냥 등등.


- 침이 많아 지다 못해 이제 넘친다. 안아주면 어깨가 흥건히 젖을 때도 있고 혼자 누워 있다 침이 옆으로 지익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가끔은 꼴깍 꼴깍 꼴깍 하고 입맛을 다시는 듯 좀 버거워 보이게 침을 삼킬때가 있는데, 내 추측으로는 아기가 침은 많아졌는데 아직 삼키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그런거 아닌가 싶다.  


- 하품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하암-하고 하품을 한뒤 커어-하고 마무리.


- 이제 울고 나면 눈가가 촉촉해 져서 왠지 더 슬퍼 보임T,T




엄마, 이제 나 울리지마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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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어긋난 냉장고 문을 고치러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처음에 나랑 아기만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오신다니 조금 겁이 났다. 오늘 온 아저씨는 밝고 선해 보이는 시골 아저씨였다. 위로 솟은 뻗침머리에 얼굴도 길쭉 몸도 길쭉 춥다시며 몸을 더 길쭉하게 옹크리며 들어오셨다. 이리저리 보시고는 아주 사소하고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시더랬다. 예컨대 수평은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하이킹 할 때 이야기까지 꺼내며 하시던.

추워 보이셔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타 드리는 사이 꼬박이가 방에서 응애-하니 아저씨가 바로 "갓난 애기 있나 보네요?" 하신다. 어떻게 아시냐 하니 자기도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고. 그리고 위에 셋이나 더 있다신다. 그러면서 시작된 사는 이야기. 기계 고치러 오셔서 기계 이야기는 10분도 안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나 우리집에 있는 카메라, 기타, 스크린 등등에 관심을 보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만 30분 정도 하시다 간 것 같다.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 몇 가지. 아저씨랑 한 얘기의 대부분이 육아 관련 이야기였다. 자기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많은 건 좋은데 먹여 살리기 힘들다는 말을 연신 하셨다. 학원비만 70에서 80정도 드는 게 현실이라고. 어른들 말씀 하나 틀린 것 없다시면서 유치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초등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중학교 가기 전에 벌어 두고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얼마 전 한 친구가 아기 낳는데 돈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을 받고도 든 생각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도 아이를 어떻게 낳을 거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나는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았다. 처음엔 병원에 갔는데 여기선 오라고 하는 날도 너무 많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것들을 꼭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사람들을 기계 대하듯 하는 임산부를 환자 취급하는 병원 시스템이 싫어 조산원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검사들만 받았고 일반 병원을 다녔을 때 보다 돈은 적게 들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이도 건강하며, 나는 지금껏 내가 택했던 수많은 선택 중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 한 것이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아이를 위해 우리아이 주변에 많은 인적자원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 예컨대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거나 수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십 만원 내며 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기타를 잘치는 이모나 수학을 잘하는 삼촌에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넓은 네트워킹은 현실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도 느낀 건데, 주변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들 주셔서 사지 않아도 된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이런 네트워킹이 미리 준비 되어 서로 돌려가며 쓰게 된다면 여러모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끝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요즘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예방접종에 대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하나도 안 맞히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다. 그런데 오늘 아저씨가 스치듯 결정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가셨다. 자기 아이는 수두 예방접종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두에 걸렸다는 것! 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다.


오늘 만난 냉장고 아저씨는 뭔가 말 하는 걸 무지 좋아 하는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 날씨도 춥고 나도 집에 흥미로운 것들도 많아 보이고 나도 아저씨 이야기를 흥미로워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오빠의 전화 이미지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저씨가 이 일을 하면서 전화로도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전화 목소리만 듣고 '아, 이집은 가기 싫다'하는 곳이 있다셨는데 오빠 전화는 좋았나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아무튼 마침 꼬박이도 내 품에서 자고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고민거리를 던져준 재밌는 경험이었다. 아저씨가 얘기하는 내내 꼬박이를 안고 있어서(아저씨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셨기 때문에) 팔은 아팠지만. 결국 냉장고 문 틀어짐은 완벽히 고쳐지지 않았지만ㅎㅎㅎ 문득 아기랑 둘이 있다 외롭고 쓸쓸한 맘에 이상한 종교 집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엄마와, 이상한 주방 세재를 파는 사람에게 홀려 주방세재만 30만원어치를 샀다던 토란이 어머니(조산원에서 만난)가 생각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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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꼬박이 목욕 시키고 처음으로 내복을 입혀봤다. 아기가 크면서 배넷 저고리를 입히면 다리가 다 나오고, 또 한 두번 안아주고 나면 옷이 배 위로 마구 올라간다. 속싸개로 대충 싸줘도 하도 발차기를 해서 다 거더차고. 때문에 빨리 바지를 입히고 싶어서 딱봐도 커보이지만 입혀봤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작은 사이즈(75)를 입혔는데도 마치 아빠 옷 입은 어린아이 같았다. 입히고나서 빵터져서 엄청 웃었다는ㅋㅋㅋ 근데 막상 입혀놓고 보니 목있는데나 팔이 은근 맞는다. 꼬박아 많이 먹고 얼른 커서 이쁜 내복 많이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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