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이사를 했다.
언젠가(아마도 일년 전) 예고 했던 그 마을 끝 통나무 집!
겉모습이 가장 멋진 우리집ㅋ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처음 2주 정도는 이사짐과 싸우고
그다음은 벌레와
(모기->개미->벌->지네순으로 정신을 쏙 빼놓음. 개미때는 익숙해 바로 개미약을 설치하여 해결되고, 모기는 처음에 미친듯이 잡다가 나중에 산책하며 7방 한번에 물리고 적응됨. 벌은 매일 하루 네 다섯 여섯 마리가 집으로 들어와 119아저씨들의 도움을 빌려 해결, 지네의 악명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실물을 처음 보고 기절 초풍 하는 줄ㅠㅠ 지네를 본 후 다른 벌레들은 아무 것도 아닌게 되었고, 그날 이후 다시 나타나진 않았지만 해결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벌벌 떨고 있음.)
이사 하루만에 친 거미줄 스케일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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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멍멍이 단이 하트 똥꾸몽
지금은 훌쩍 다가온 가을 날씨에 추위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 저녘으로는 벌써 많이 추워져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자도 아침엔 춥다고 서로를 끓어 안는다.
2.
귀촌 6년차, 그렇게 고대하던 시골집 생활 인데 막상 진짜 이사를 하려고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벌레, 추위, 쓰레기 처리, 아이들 등원 등등 안 그래도 애 셋 키우기 빠듯한 내 일상이 더 힘들어 지기만 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
아파트에서 불편하고 아쉬운 것들이 있었던 만큼 반대로 편하게 누려오던 것들이 막상 사라진다 생각하니 조금 두려웠다.
무엇보다 우리가 나오고 이제야 안정을 찾고 있는 나의 일상이 다시 요동칠 것을 생각하니 막막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와서 걱정하고 두려워 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결 해 나가 보니 거기서 오는 성취감과 자립심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성취감과 자립심이 내가 기대했던 자연이나 주택에서의 자유로움이 주는 행복 보다 나를 더 편안하게 해 준다.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지구를 살아가며 알아야 할 자연스러움에 대한 이치를 배워가는 중이다.
3.
이사와서 가장 신이난건 역시 우리 동그라미 삼형제: )
우리가 끝끝내 이곳으로의 이사를 성사 시킨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행복이었다.
이음이는 "이제 여기서는 뛰어다녀도 되고 소리 질러도 되지~"라는 말을 며칠 동안 입에 달고 다녔고,
울림이는 걱정하는 엄마아빠를 계속 옆에서 봐서 그런지 오기 전에는 자기도 덩달아 걱정 하더니
가장 빨리 적응하고(매일 아침 벌레 잡으러 감) 가장 신나 하는 것(와서 처음 일주일 정도 엄청나게 소리지르면서 다님) 같다.
우리도 마당으로 데리고 나가면 가만히 어딘가 보고있고, 특히 꼬꼬들 밥 줄때 업고 가서 구경 시켜주면 좋아라 한다.
오늘은 느닷없이 남편이 아이들 재우면서 개똥벌레 노래를 불렀는데
더 느닷없이 반딧불이 한 마리가 우리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놀랍고 신기한 경험.
(노래가 끝나고 어디론가 또 홀연히 떠났음. 이 말은 우리집 어딘가에 벌레들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말이기도 함)
남편은 이사를 오기 전에도 와서도 여전히 걱정 투성이 이지만,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어쩌면 나보다 더) 이곳에서의 만족도나 행복지수가 더 높아 보인다.
요즘은 (드디어!)심사가 얼마 남지 않아 집을 가꿀 시간이 없는 것에 아쉬워 한다.
내가 장화만 신고 나오면 리틀포레스트가 따로 없다며 사진을 찍는다ㅋㅋㅋ
이곳에서의 가을이 참 아름답다.
: )
<아빠 바람 사진기록>
+엄마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