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집도 엉망이고 내 몸도 모두 회복 되지는 못 했지만, 이제야 하나 둘 무언가 해 나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작은 꼬박이가 태어난지 이제 곧 한 달이 되어간다.
조산원에서 완주 집으로 돌아온지 3주 정도 됐나.
그동안 나는 꼬박이 챙기고 내 몸 챙기느라 여유가 없어 울림이 마음을 헤아려 줄 틈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울림이가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게 쌓였었는지 완주에 와서
기침 감기도 심해지고, 잘 가리던 오줌도 계속 바지에 누고, 별 것 아닌 일에 화내고 짜증내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기침이 심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오셨을 때 공동육아 사람들에게 소개 받은 한의원에 다녀 오기도 했다.
그때 '울림이같이 순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겉으로 잘 표현 하지 않는 대신 속으로(아픈 것)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한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었다.
(조금 과장 일지도 모르고 출산 후라 감정이 격해 져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이 어린 것이 혼자 속알이 했을 울림이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힘들었을 울림이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할아버지가 사다주신 체조하는 장난감 받고 신났음
자기전 책 읽기
책 사이로 삐져 나온 옥수수 발가락
삼삼오오에서 레몬차 먹고 남은 레몬 청 먹는 중ㅋㅋ
샤워 후 셀카 한방ㅋ
이 남자가 편하게 자는 법
요맘때 울림이 사진은 웃고 있는 사진도 왠지 짠하다ㅜ,ㅜ
요즘 울림이 떼쓰는게 극에 달했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처음 엄마랑 며칠씩 떨어져 지낸 경험, 그동안 자신에게만 집중되던 관심이 동생에게 분산되는 경험, 완주-서울-강화 등을 오가며 정착하지 못 했던 경험 등이 울림이를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 거기에 요 며칠 열감기로 고생하면서 조금씩 늘어가던 떼쓰기가 생활화(?)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작되는 떼쓰기가 잠들기 직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가 최고조 였고(열감기도 최고조), 그나마 어제 오늘은 열이 내리면서 조금 좋아 지는 듯 했지만 사실상 큰 진전은 없어 보인다.
나 역시 새벽까지 계속 되는 수유, 출산 후 아직 전 같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울림이 떼를 받아 줄 여력이 없어 그동안 울림이의 상태를 외면 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지난번 한의원 사건(?)으로 다시 정신 차리고 집에 쌓아두고만 있었던 육아 서적을 뒤져가며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도움 받고 있는 책은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 입니다'. 이 책에 여러 파트 중 요즘 가장 관심사인 훈육 파트를 열심히 읽고 있다. 읽고 있는 부분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
1. 아이와 가족들이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2. 5세 이하의 아이들의 경우, 다음에도 내 말을 기억할거라 기대하지 말고 현재의 문제만 지적 할 것.
3. 울림이 나이 때는 '모방의 시기'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 줄 것.
오늘 이 부분을 보고 몇 가지 시도 해 봤는데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울림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 엄마의 관심. 오늘 좀 더 신경써서 울림이 곁에 있어보니 울림이도 한결 좋아 보였다. 앞으로는 수유 할 때를 재외 하고는 최대한 울림이랑 같이 있으려 노력 해야 겠다. 그리고 얼른 내가 몸을 회복 해서 밖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울림이도 집에만 있다보니 관심 쏟을 곳이 없어 더 힘든게 아닐까 싶다. 얼서 밖으로 나가 공동육아 친구들도 만나고 숲놀이도 가면서 울림이의 관심을 더 분산시켜야 겠다.
에휴. 모쪼록 울림이가 동생이 생기면서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맘고생이 심했던 것 같아 맘이 아프다...ㅜㅜ
3
그래도 우리 울림이 언제까지 이럴까,
과연 옛날에 울림이로 돌아 오기는 하는 걸까?
고민하고 걱정하고 눈물 흘리는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어여쁜 울림이가 되었다.
평소 울림이 답지 않게 너무나 시크해 져서 한 번 웃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웠던 날들이 불과 3-4일 전 이었다니.
뭐든 지날 것 같지 않던 시간들도 그저 묵묵히 지켜 가다 보면 다 지나 가는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
얼마 전 냉이 삼촌에게 선물 받은 자동차 내복! 멀리서 택배로 자기 선물이 오니 너무 기뻐 하던 울림이:-)
(그 후로 택배 아저씨가 올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문 열어 준다는ㅋㅋㅋ)
오랜만에 깐 울림!(울림아 제발 머리 좀 자르자ㅠ,ㅠ)
요즘은 다시 잘 웃고 쫑알쫑알 잘 떠들고 잘 먹고 잘 싸는 울림이:-)
울림이가 잘 웃으니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함께 하려 노력하게 되고
맛나게 잘 먹는 울림이를 보면서 매일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그래서 어제 오늘 저녘 시간 마다 울림이랑 같이 요리를 했다.
어제는 시금치 프리타타, 오늘은 메추리알 장조림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
이제는 재법 시키는 것만 잘 해서 같이 할만 하다는!
특히 어제 프리타타 만들면서 계란 푸는 걸 잘 해내서 놀라기도 하고 너무 대견했다:-)
간만에 물감놀이!
끝!
ps.
요즘 울림이가 자주 하는 말
- "갯, 차나~(괜찮아)"
- 무언가 먹다가 내가 "이제 다음에 먹자~" 하면 "나중에 이모 삼촌 오면 먹자~"
- 무언가 먹을 때 "몇 개 먹을래?"라고 물어 보면 어김없이 "두 개!"라고 대답한다. (가끔 내가 "세 개 줄까?"라고 해도 "아니, 두 개!")
- 아.. 울림이 재미난 말이 많은데 기록하지 않으니 다 잊어 버린다ㅜ,ㅠ 앞으론 잘 적어 둬야지...
선생님 내진. 갑자기 덜컥 들어옴. 옆방 아기 울음 크게 들림. 그소리에 깼다 오신듯? 진짜 아기소리다! 울림인 잘만 자네.. 너무 잘 잠. 자기네 안방인듯.
3:55
선생님 나가심. 소리 증폭기로 심장 들음(ㅋㅋㅋ 이거 은근히 웃김. 완전 아날로그 분위기로 ‘쿠궁쿠궁' 소리). 설명을 안해주니 어떤지 알 수 없어 답답. 오래도록 말없이 보시다 "아직 느낌 없어요? 아래 쪽에? 더 있어야겠네" 하시며 나감.
4:07
많이 아파 일어나 앉음. 주기는 4분. 앉아보니 눕는 게 바로 좋겠다 함. 난 이제 못잘듯 ㅠ 졸음이 산통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짐.. 잠자길 좋아하는 해뜨리 기분을 이해할 듯.
4:15
바람 오줌. 해원이 발바닥 주물러 달라함.
4:26
진통 신음 녹음, 허리 통증 심하다 함.
4:34
선생님 내진. 첫 애보다 좀 걸리네 함. 자궁문은 5센티 열렸는데 좀 굳었다고. 긴장 풀라하심. 동종요법 레메디 4알 주심 ㅋㅋㅋ 자꾸 힘이 들어간다는데 뭐라 해얄지 몰겠음.
4:54
묘하게 평화로움. 멀리서 성가 느낌 노래 들림(라디오). 졸린데 아파 못자겠다고. 아파하며 하품. 소리내는 거에 맞춰 손 주물러줌. 내 손가락 잘못 잡히면 부러질듯 아프네. 방 시계소리 매우 크다. 진통 중간 틈엔 인도에서 명상하는 기분. 둘째라 그런지 내 마음은 평온. 이따 기록 어떻게 할지 고민..
05:08
진통 소리에 울림 뒤척. 동시에 내 양팔로 해원과 울림을 토닥여줌. 몸이 좀 떨린다 함. 자세 바꿈. 입에 물 수 있는 수건 달라고 함. 물 한모금 마심.
5:15
선생님 들어오시고 불 켬. 본격적으로 시작!
5:25
팬티 벋고 옆으로 누움. 선생님 패드 깔고 준비.
5:34
꼬박 탄생. 울림이 잠에서 깨 나오는 장면 함께 함.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음. 처음엔 겁을 좀 먹은 듯 한데, 천천히 설명해주니 관심 갖음. 매우 진지하게 출산을 바라보며 엄마를 응원.
낳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리드해주지 않는 선생님 야속하게 느껴짐. 숨쉬기 힘주기 등을 안알랴줌ㅠ 그래도 아기는 자기 혼자 잘 나옴ㅎ 해원이가 경험이 있기에 ‘힘줘도되요?’ 물어보고 힘줌 ㅋㅋㅋ 베테랑인 듯.
태어나자마자 인상은 울림 판박이. 옆에서 울림이가 막 이야기하기 시작. 꼬박이보고 같이 캐치볼 하자고 함. 아빠는 피아노치고 자기랑 엄마랑 꼬박인 축구 하겠다 함. 태변을 먹었다고 하는데 심각하진 않다고 함
탯줄 박동 멈출 때까지 기다리다 잘라줌. 울림이랑 나랑 함께 가위잡고 자르는데… 아주 질김. 마음은 편안한데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살짝 떨림. 울림이도 조금 긴장한 눈치. 해원이 마무리하는 동안 내가 아기 안고 밖으로 나옴. 작년과 같음. 이번엔 울림이도 함께 나와서 세상에 처음 나온 꼬박이와 대면. 피곤한지 눈뜨지 않고 미동도 적음. 울림이 나랑 눈맞춤 했었던 게 기억남.. 둘째는 옆에서 끊임 없이 이야기하는 울림이를 향해 처음 눈을 뜨고 바라 봄. 형 목소리가 반가웠는지.. 이것저것 마무리하니 6시 좀 넘음.
젖 물리고 울림이랑 밖에서 놀아줌. 해원은 좀 자면서 젖 물림. 잘 먹는 것 같네. 해원이 아주 잘 했음. 첫째 날 땐 무지 긴장했는데 꼬박인 아주 여유롭게 남. 역시 밥은 언제 먹는지 물어봄. 배가 고플만 하지...
아기 낳았다고 부모님 연락. 어머니 감격스레 통화.. 축하해주심. 아버진 아직 술이 안깬듯ㅎ 많이 드셨다고 함… 장인어른댁도 문자로 연락 후 통화.
울림이 듬직히 잘 구경. 꼬박이 안아주고 싶다고 말함.
6:49
아직까지 씻기지 않고 젖 물림. 원래이랬나?
놀고싶어하는 울림이 겨우 진정시키고 앉혀 그림그리기 핸드폰 동영상 보여주고 쉬고 있음
8:30
아침식사. 이때까지 울림이 보느라 넘 졸림. 거의 못자고 아침이 오니 어지럽고 입질오네 ㅠ 다행히 조산원엔 우리 외 한 가정 밖에 없고 모두 예뻐해 줌. 최대한 다른 팀에 방해 안되게 울림이 컨트롤 중. 현재는 거실에 있는 한과 몇개 먹고 그림 그리며 만족 중. 장인어른댁 곧 오시기로.
울림이 과자 가지러 간 사이 해원이 오줌 누려고 일어났다가 어지러움 느낌. 구토 증세도. 하혈 양이 많고 계속 좀 더 나오는 중.
2
다행히 울림이도 꼬박이의 탄생 순간을 함께 했다.
신기 하게도 나의 엄청난 진통 소리에도 깨지 않고 잘만 자던 울림이가
꼬박이가 나오기 직전 잠에서 깨어 났다.
처음에 눈을 떴을 때 엄마는 힘들게 진통하고 있고
엄마의 다리 밑에서 무언가 나오려 하고 있으니 놀라긴 했는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가만히 보고만 있는다.
아빠가 꼬박이 나오고 있다고 잘 설명해 주니 그제서 일어나
"이거 뭐야?"하며 요리조리 살핀다.
옆에서 미리 연습 했던 "엄마 힘!"도 외쳐보고
꼬박이가 나오고 나서 아빠랑 탯줄도 같이 잘랐다.
울림이와 함께 해서 더 감동적이고 평화로웠던 순간:-)
무서워 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준 황울림에게 감사!
조산원 선생님한테 한과 얻어 와 누워 있는 엄마한테 하나 주고는 하는 말
"누워서 먹으면 안되지~"
ㅋㅋㅋㅋㅋ 겨우 몸 일으켜 앉았더니 옆에 폭 안기듯 앉아
"사진 찍어 죠~" 하는 황울림 요 귀요미!X)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강화에 돌아가서
'꼬박이가 나왔는데 긴 꼬리가 있어서 아빠랑 같이 잘라줬고, 엄마가 꼬박이 낳을 때 힘! 해줬어'
라고 했단다ㅎㅎㅎ
꼬박이 낳을 때 울림이를 데려갈까 말까 고민 했었는데,
데려가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3
조산원에서 3박 4일 정도 있다 엄마와 우리 네식구 바로 완주로 왔다.
이제는 진짜 완주로 컴백 했다!
아직 집 정리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제 떠돌이 생활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참 좋다.
다행히 엄마가 같이 와 주셔서 재대로 회복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엄마가 이곳 저곳 아파 오는 것 말고는... 엄마가 낯선 곳에서 제일 고생이다ㅠㅠ
형편상 엄마에게 큰 선물은 해드리기 힘드니
지금 내가 엄마의 이 고생을 갚을 길은 내가 빠르게 잘 회복 해서 더이상 엄마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리라...
고마워요 엄마!ㅠㅠ
또 하나 다행인건 작은 꼬박이는 아직까지 잘 먹고 잘 싸고 심지어 잘 자는! 순딩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이녀석 정말 잘 잔다ㅋ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변하는 신생아 작은 꼬박이:-)
(앞으로도 지금 처럼만...ㅠㅠ)
다행히 울림이도 아직까지는 꼬박이를 정말 이뻐한다.
꼬박이 우는 소리 나면 엄마나 아빠 뒤를 졸졸졸 쫓아와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토닥여 주고 때로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울림이도 있고, 할머니도 있는데 왜 울어~"하며 달래 주기도 한다ㅎㅎ
물론 울림이가 형이 되면서 겪고 있는 눈물 젖은 사연이 있지만ㅠㅠ
그건 다음으로 잠시 패스!
책도 읽어 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이쁘다 귀엽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형님 황울림:-)
4
끝으로...
그동안 힘들었던(당분간 계속 힘들계획인) 것들ㅠㅠ
첫번째는 꼬박이 낳고 가장 힘들었던 훗배앓이
이건 정말 제 2의 진통과도 같았다...
자궁이 회복 되면서 나타나는 통증으로 아이를 낳으면 낳을 수록 심해진다고.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이 다른데, 나는 정말 다시 진통이 오는 듯이 아팠다ㅠㅠ
다행히 한 3-4일 이후로는 심하지 않아 지금은 살만하다.
두번쨰는 너무 씻고 싶다...
둘째라 그런가 내몸에 체질이 변했나 아님 집온도가 높은가
땀이 왜이리도 나는지
지난 번엔 거의 3.7일 까지 안 씻고 버텼던거 같은데 이번엔 정말 견디기 힘들다. 흑흑
세번째는 남편이 넘 바쁘다ㅜㅜ
완주에 와서 갑자기 몰아친 두개의 보고서를 쓰느라 나가 있거나 밤새는 시간이 많았다.
같이 잠들어 본지가 언제 인지...
나도 몸이 온전치 않으니 일상 생활이 쉽지 않고
남편도 점점 피곤이 쌓여 생활이 온전치 않으니 둘다 날이 서려 하고 있당...
이러다 둘 다 폭팔 할지도@#$&%*
나도 남편도 얼른 일상 생활로 복귀 하고 싶으다... 흑흑
네번째는 마구 먹고 싶다!
가장 먹고 싶은건 차가운거...
강화 집에 있으면서 진통이 오려 할 때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한이다ㅋㅋㅋ
시원한 쥬스 달콤한 아이스크림... 아니 그냥 냉장고에 들어있던 시원한 물 한잔 이라도 먹고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