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금방 더워진다 싶더니 어째서인지 다시 쌀쌀해지고 있다.

반팔을 꺼내 입으려 했는데 다시 잠바를 꺼내 입는다. 바람이 아직 서늘하다.

 

오전엔 어린이날 선물 고르고 집안일 하다 점심 먹고 책상에 앉아 우리랑 꾸벅꾸벅 졸다 보니 하교시간.

어린이들 데리러 학교 갔다 오고 간식 좀 먹었더니 벌써 저녁 시간이다.

하루가 너무 금방이다. 언제부턴가 일기장에 '어느새 하루가 다 갔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형들이 없는 틈을 타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엄마랑 있으면 따뜻해서 좋다는 우리
우리랑 있으면 따뜻해서 잠이 오는 나...

 

 

 

2.

주말에는 아이들이 아랫집 삼촌이랑 꿍짝꿍짝 하더니 넷이서(꼬박이들+삼촌) 갑자기 장을 보러 다녀왔다.

돌아와서 또 한참 시끌 벅적 하더니 화로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제는 네 사람이 하나의 마치 팀이 된 것처럼 작전을 짜고 그것을 수행하는 모습이 귀엽고 웃기다.

 

 

 

 

3.

오늘은 이음이 내일은 울림이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저학년-고학년 둘로 나눠 진행 하지만 최근 규제가 많이 완화가 돼서 부모들도 구경하러 와도 된다고 한다.

울림이 이음이는 왔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우리 집은 왔다 갔다 거리도 멀고 오늘 가면 내일도 가야 해서 깔끔히 둘 다 포기했다. 그래도 다녀온 이음이 친구 엄마들이 사진과 영상을 잔뜩 보내주어 재밌게 구경했다.

 

저학년(유치원-3학년) 친구들 이다보니 움직임이 아기자기한데, 그 아기자기 한 몸으로 애쓰는 모습들이 너무 귀엽다.

특히 계주영상을 보는데, 다들 속도는 빠른데 다리가 짧아 반 바퀴 도는 것도 한참 걸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음이는 집에 돌아와 운동회 이야기를 한참 들려주고 자기 전까지 다리가 아프다며 눈 감고 3초 만에 잠들었다.

내일 운동회가 있는 울림이도 고학년들은 더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한다며 이런저런 자기만의 훈련을 막무가내로 하려는 걸 원래 경기 전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 관리하는 거라며 겨우 말렸다. 

 

모쪼록 내일도 힘내라 꼬박이들!

 

 

:

봄의 날들

2022. 4. 29. 23:01 일기/꼬박일기

 

1.

어제는 오전 내 밭일을 하고, 오늘은 해가 지기 전 축구 연습을 했다.

몸을 쓰는 일을 하면 나중에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되는데 막상 몸을 쓰는 일들을 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밤에는 여지없이 뻗어버림)

 

엄마 쫓아 다니느라 힘든 황꼬맹쯔...
엄마 축구연습 하는 동안 이모네서 만화 시청 중인 어린이들(신남)

 

 

어제는 밤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뤄 뒀던 아래 밭 정리와 마당 텃밭에 씨를 뿌렸다.

몇 해 전부터 직파 하고 땅을 들여다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어 자주 도전 중이다.

직파는 처음 풀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들여다보며 조그만 새싹들을 잘 살려 봐야지.

 

이제 오후엔 덥고, 조금씩 미루게 되면 결국 못하게 되어 어제는 맘 먹고 어린이들 학교 가자마자 바로 밭으로 갔다.

들어오는 길에 농자제 마트에서 호미랑 낫 등 몇 자루 사 와서는(어째서 매년 하나씩 사게 되는 것 같은지...) 곧바로 풀을 뽑기 시작했다. 

마당 풀 뽑고 조그만 허브 밭 정리 좀 했더니 정작 하려고 했던 아래 밭 정리는 많이 못 했네. 

그래도 아래 밭은 급속도로 자라는 풀을 보며 금새 마음을 접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나름 크게 한발 떼었다. 작년 이맘쯤 열심히 구해 놓고는 방치해 두었던 신문지들을 깔고 그 위에 건초를 덮는 것까지 했다!

땅 좀 마르고 나면 못 한 부분까지 무사히 정리 하여 옥수수 귀신 황울림 황우리를 위한 옥수수 밭을 만드리...!

 

 

 

 

2.

매일 글을 쓰겠다 선언하고 잘 한 건지, 잘 하고 있는지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 오락가락 하지만 무사히 일주일을 버텼다.

매번 우여곡절은 있지만 그래도 지키고 버티다 보니 나름의 즐거움들이 생겨 난다.

 

 

 

어제는 난생 처음 팬레터도 보내봤다.

중학교 때 친구랑 넬 쫓아다니면서 선물상자에 넣었던 편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팬레터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우표 붙여서 보낸 편지는 또 처음이라 스스로도 신기한 경험.

 

머뭇 거리던 것들을 과감히 도전해 보고 있다.

 

 

 

 

:

<아빠 바람 사진기록>

해원이 등쌀에

 

사진첩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올려야지.

 

"황우리"

 

2022 04 06

 

 

 

 

 

 

 

 

 

 

 

 

 

 

 

 

 

 

:

 

 

나는 재미있지 않으면 잘 못 하는 성격이다. 억지로 하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하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 인생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육아를 하면서도 그랬다. 놀이도, 배움도 이왕 하는 거 나와 아이들이 '서로 재밌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좋은 방법을 잘 찾아서 한다기보다는 꼼수를 많이 쓰는 쪽이랄까. (물론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 없었으며 나의 놀이 취향도 굉장히 유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동화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 하나, 내가 보고 싶은 것 하나를 고른다던가,

장난감 놀이를 하자고 하면 만들기를 하자고 딴소리를 하거나 숨겨 놨던 내 장난감을 꺼내며 '몰래 빌려 주는 거니까 너만 갖고 놀아' 하며 주는 식이다. 그러니 '우리'를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들 나보고 "대단하시네요"라고 하는데 실상은 자기가 재미있지 않으면 어찌해도 놀아주지 않는 엄마와 함께 심심함을 버티고 있는 '우리'가 대단한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처음 같이 본 영화가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다.

웬만한 애니메이션 재밌는 건 거의다 봤고, 이제 슬슬 영화 한 편 같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학 때 사회학도라면 누구나 보고 듣고 감상평 한번 써 보았을 이 영화가 생각이 난 것이다. 작품성은 이미 100년 넘도록 검증되어 왔고 무엇보다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자막을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네이버영화

 

 

만화만 보던 아이들이 보기에 꽤 긴 흐름에 영화, 게다가 흑백 영화라는 장르가 꽤나 낯설었을 텐데도 끝까지 재밌게 봤다.

울림이도 처음엔 재미없을 거 같다고 투덜대더니 제일 집중해서 봤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책 나눔 행사를 했는데 어떻게 찾아냈는지 찰리 채플린 책을 가져왔다.(참고로 엄마를 위한 책으로는 공포의 축구단이라는 희한한 소설책을 찾아왔다)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하던 장면은 역시 공장 씬과 감옥 씬. 나 역시 찰리 채플린의 연출과 연기에 감탄하며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유머뿐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 감상평-

 

울림 ★★★☆

처음에 안 보고 싶었던 이유

1. 흑백이어서

2.(주인공이) 할아버지여서

3. 잘 몰라서

4. 만화를 더 보고 싶어서

그런데 보고 나니까 재밌었다. 흑백이어서 진짜 사람 느낌이 아니라 만화랑 영화랑 중간쯤 느낌이 나서 좋았다. 공장에서 쪼이는 일 하다가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었던 장면이랑 공장 주인이랑 다투던 장면-주인은 계속 키고 주인공은 계속 끄고-이 기억에 남는다.

 

이음 ★★★★★

나는 처음부터 재밌을 것 같았다. 엄마가 골랐던 거는 다 재미있었어서 지금도(이것도) 재밌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단추 따는 거 코 따는 거랑 빨리빨리 하다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 그리고 감옥에서 나오라고 할 때 계속 있겠다고 했던 게 웃겼다.

감옥에 갔다 와서 찰리 채플린이 좋아하던 어떤 여자애를 만나서 기뻐서 손을 흔들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

웃겼어.(더 물어보자 엄마 뒤에 숨는다(?))

 

 

:

1.

멈춰 두었던 아랫집 할아버지 일기도 다시 차곡차곡 쌓아가 본다.

 

할아버지의 글을 읽으며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있던 그 순간들을 떠올린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그만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고 만다.

거짓 없고 맑은 그 순수들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할아버지 글을 옮기다 멈추어 선지도 어느덧 3년.

이제 막 학교에 갔던 여덟 살 울림이는 열한 살 고학년이 되었고,

다섯 살 꼬맹이 이음이는 여덟 살이 되어 학교에 갔다.

걸음걸이 뒤뚱거리며 겨우 몇 마디 하던 두 살 '우리'는 이제 자전거도 씽씽 타고 할아버지랑 말장난도 쉽게 하는 다섯 살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집에 오자마자 아랫집으로 우다다 달려간다.

오늘도 '우리'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울림이 이음이는 할아버지와 삼촌이 만들어 주신 농구 골대에 공을 집어넣으며 신나게 논다.

 

 

 

2.

2019. 9. 2
 
오늘은 아이들과 산을 올랐습니다. 마을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오르는 산길은 아이들에겐 가파르지만, 산밭으로 이어진 길이 포장이 되어 있어 쉬엄쉬엄 오르면 됩니다. 울림이와 이음이와 우리, 강아지 ‘단’이와 ‘보리’, 고양이 ‘호미’와 ‘밤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오릅니다.
나중엔 엄마도 따라왔습니다. 오르다가 칡꽃도 보고 매미 허물도 보고 죽은 황금풍뎅이도 보고 놀라서 후두둑 날아가는 새도 보고, 숲 사이로 집이 보일 땐 ‘야, 우리 집이다.’ 아이들이 소리치기도 합니다. 한참 오르다 보니 길을 가로질러, 휘어진 비닐하우스 막대가 하나가 꽂혀 있습니다. ‘저게 문인가 보다.’ 하니, 울림이가 여기서 잠깐 멈춰 함께 통과하자고 합니다. 울림이는 뭔가 대단한 것을 본 것처럼 뒤돌아서서, ‘야, 터널이다!’ 라고 잇따라 소리칩니다. 나는 뒤따라 온 엄마가 실망할까봐 그냥 막대 하나 덜렁 꽂아 놓은 거라고 하니, 엄마는 보자마자 울림이처럼 ‘야, 터널이다.’ 라고 놀란 듯 소리칩니다. 지난 봄 이음이가 소풍 가는 날이 생각납니다. 그 날은 구름이 잔뜩 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했는데, 이음이보다 더 가슴 졸이며 안타까워 하던 엄마, 작은 일에도 놀라고 설레는 엄마 품에서 아이들은 가슴 도근도근거리며 세상을 만납니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멀리 홍성 읍내와 내포 신도시가 보입니다.
사진은, 울림이가 그린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아내와 함께 풀벌레를 살펴보는 아이들입니다.
 

 

 

2019. 9. 3

 

울림이가 자주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어쩌다 ‘이음이와 똑같은 것을 달라’고 하면 나는 끝까지 따져 묻습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것이 어디 있느냐고, 공장에서 찍어내지 않고는 똑같은 것은 없다고. 오른손과 왼손이 똑같다고 울림이가 두 손을 펼쳐 보이면, 어디가 똑같으냐며, 나는 지문과 손금까지 짚어 가며 다그칩니다. 이음이가 똑같이 말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어제는 산을 내려오는데 이음이가, 울림이가 길바닥에서 주운 황금풍뎅이와 똑같은 것을 잡아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음이가 다음에 할 말을 미리 알기에 서둘러 내가 먼저 말합니다. ‘할아버지가 완전 똑같은 것을 잡아줄게. 웅웅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나는 새처럼 큰 것, 지구보다 더 크고, 우주보다 더 큰 것’이라고 하면, 이음이는 더는 보채지 않습니다.
울림이는 자존심이 세서인지, 제가 아는 것을 누구한테도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혼자 생각했다든지, 책을 보고 알았다든지, 그나마 윤경아 선생님이 가르쳐 주었다고는 합니다. 셈하는 것도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말입니다. 며칠 전에는 ‘달개비’라는 풀꽃 이름을 알기에, 놀란 듯 누가 가르쳐 줬냐고 물었습니다. 울림이가 ‘책에서...’ 라며 머뭇머뭇하자, 곁에서 이음이가 ‘그 거 할아버지 가르쳐 줬잖아.’ 라고 울림이 대신 대답합니다. 자존심이 상한 듯 울림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달개비, 닭의장풀’이라고 일러 준 걸 나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이음이가 돌계단을 올라가며 혼자말로 ‘여기 소루쟁이가 많네.’ 라고 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음이를 꼬옥 안아줍니다. 지난 번 당근이라고 하길래, 소루쟁이 뿌리라고 내가 가르쳐 줬거든요.

 

 
2019. 9. 4
 
‘빡빡이 삼촌.’ 마실 물을 갖다주고 뒤돌아서 있는, 머리를 짧게 깎은 지우를 보고, 이음이가 들릴락 말락 작게 소리칩니다. ‘이음이는 지우 삼촌이 무섭나 보구나.’ 라고 하니, 이음이는 큰소리로 다시 ‘빡빡이 삼촌.’ 이라고 소리칩니다. 지우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길래, ‘이음이가 무서워 들어가는가 보다.’ 라고 말하니, 이음이는 지우 삼촌이 벌벌 떨면서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까부터 우리는 손수레 곁에 서서 ‘어어어’ 라며 소리지릅니다. 손수레를 태워 달라는 신호입니다. 내가 가려면 이음이는 저와 놀아 달라고 못 가게 하고, 우리는 다시 ‘어어어’ 라고 소리치며 손짓으로 나를 부릅니다. 울림이가 색연필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간 사이, 이음이에게 허락을 받고 우리를 손수레에 태웁니다. 산길을 한 바퀴 돌고 마당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데, 어느새 우리는 손수레 안에서 잠들었습니다.
울림이와 이음이는 색칠 공부를 하다 말고 아기 놀이를 합니다. 이음이는 내 윗옷을 들추고 배로 들어가고, 울림이는 등으로 들어가 내 목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내밀어 옷이 다 늘어났습니다.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소리치자 울림이는 돌아가고, 안 가려고 떼쓰는 이음이를 업고 집에 데려다 줍니다.
 
 
2019. 9. 8
 
가랑잎을 들추고 꼬물꼬물 아이들이 기어나옵니다. 큰바람 속에 어디 숨어 있었는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빗방울 툭툭 털고는 돌계단을 내려옵니다. 울림이 손을 잡고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 우리는 나를 보자 반가운 낯빛입니다. 나는 우리를 보듬어 안습니다.
‘우리 집은 전기가 나가 불이 몇 번 깜박깜박 했는데, 강화에 외할아버지 집은 정전이 되어 한 시간이나 촛불을 켰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을 거라’고, 오랜만에 만난 울림이가 쉬지 않고 떠들어 댑니다. 이음이는 아빠한테 들었다며, 얼굴에 열이 올라 불이 올라 머리가 반짝반짝 빛난다며, 재미나는 이야기라고 들려줍니다. 나중에 울림이가 ‘불이 올라.’를 ‘화가 올라.’로 고쳐줍니다. 누가 화가 치밀어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는 이야기인지, 무슨 사연인지도 모른 채 나는 그냥 재미있게 듣습니다.
오늘도 우리를 외발 손수레에 태워 숲길 한 바퀴를 돌고, 울림이와 이음이와 아내와 함께 마룻바닥에 퍼질러앉아 딱지치기를 했습니다.
 
 
2019. 9. 9
 
울림이 딱지상자 속에 들어있는 딱지는 백 장이 더 되는 듯합니다. 색종이로 접은 것, 우유갑으로 접은 것, 딱지 두 장을 겹쳐 놓아 앞뒤 얼굴이 똑같은 것, 별 모양을 한 것도 있고, 어떤 딱지는 신문지를 뭉쳐 유리테이프로 둘둘 감아 놓았습니다. 울림이가 하는 말로 ‘방어력이 좋은’ 얇은 딱지도 있고, ‘공격력이 센’ 배가 부른 딱지도 있습니다.
나도 어릴적 보물상자가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딱지와 구슬, 사금파리와 갑오징어뼈 들이 있었습니다. 울림이와 어릴적 내가 다른 점은, 나는 집에 들어갈 때 그 보물상자를 마루 밑 깊숙이 숨겨 두었고, 울림이는 엄마가 딱지상자를 잘 모셔 두었다가 꺼내준다는 점입니다. 하기사 엄마는 울림이가 쓱쓱 그린 낙서까지 정성스레 챙겨 두니까요.
 
 
 
2019. 9. 10
 
아내 보고는 장난스레 ‘할멈’ 이라 부르고 나한테는 ‘늙은이’ 라고 하더니, 내 이름을 알고부터는 ‘김종도’ 하고 소리칩니다. 나는 ‘왜 !’ 라고 대답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아이들은 나를 ‘종도쌤’이라고 불렀습니다. 곁에 선생님들이 버릇 없다고 넌지시 아이들을 꾸짖기도 했지만, 교감 일을 맡게 되었을 때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느 신부님이, 내가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섞여 공을 차고 엉켜 뒹굴며 뛰어노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내게 와서 자연스레 어깨동무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울림이가 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른들은 걱정하지만, 나는 그 때 울림이를 어떻게 골탕 먹일까 하는 궁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울림이가 내 이름을 알고 불러 줘서 참 좋습니다.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가는, 울림이와 이음이를 태운 차가 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갑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곁으로 세월이란 강물도 스르르 흘러갑니다.
 
 
2019. 9. 13
 
그냥 ‘할아버지가 미안해.’ 라고 말할 걸 그랬습니다. 이음이가 ‘할아버지, 나빠.’ 라고 했을 때, ‘생각해 봐, 할아버지가 무얼 잘못했어.’ 라며 일의 앞뒤를 이야기하려고 하자, 갑자기 이음이 두 눈이 부풀어 오르더니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딱지치기를 하다 벌어진 일입니다. 이음이와 울림이는 같은 편을 먹었는데, 몇차례 돌아 이음이가 칠 차례인데 울림이가 딱지를 치려고 우기다가, 서로 발로 차고 딱지 쥔 손으로 얼굴을 때리며 다투었습니다. 나는 얼른 이음이를 품으로 감싸고 울림이를 꼼짝 못하게 두 손으로 내려눌렀습니다. 그러자 울림이는 ‘이음아, 나 살려 줘.’ 라고 소리치고, 도리어 이음이는 나를 발로 차고 꽉 쥔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내가 손으로 뻗어 막자, 딱지를 던지고 벗어 놓은 신발을 던졌습니다. 나도 같이 이음이가 던진 신발을 주워 던지고, 딱지는 멀리 길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울림이는 벌써 항복하고 뒤로 물러섰는데, 이음이가 끝까지 버티다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이음이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음이를 생각하면 내내 누르는 듯 가슴이 뻐근했는데,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까맣게 잊은 듯 ‘할머니, 할아버지!’ 라고 소리칩니다. 어제는 엄마가 배가 아프다며 맨밥을 얻으러 왔습니다. 엄마가 아파서인지 이음이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나는 장난말로 ‘너, 할아버지한테 하듯 엄마 배에 올라가 쿵쿵 뛰었지.’ 라고 하니까,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 새벽, ‘우리 구들방 옆 방에 웬 아이 둘이 들어와 자더라.’는 꿈 얘기를 하니, 아내와 우인이가 ‘이음이와 울림이가 보고 싶어 그런거야.’ 라고 합니다.
 
 
2019. 9. 14
 
바람이네 식구들이 추석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울림이, 이음이, 우리, 엄마, 아빠 온식구가 함께 우리 집에 모인 일은 처음 입니다. 이음이는 서천 할아버지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신동엽 시전집’입니다. ‘그 거 할아버지가 엄청 좋아하는 책인데 어떻게 하지’ 라며 호들갑스레 떠드니까, ‘그냥 받어.’ 라며 쿡 찔러 줍니다. ‘산에 언덕에’라는 시노래를 황금성 선생님의 웅숭깊은 목소리로 듣고 싶습니다.
오늘은 울림이 이음이 우리를 외발 손수레에 태워 마을회관까지 갔다 왔습니다. 빈 집 울타리에서 탱자도 따고 꽃사과도 따고, 도랑 가에서 아이들이 바닷속 해마 같이 생겼다는 물봉선화도 몇 송이 꺾어 왔습니다. 외발 손수레의 연료는 풀잎과 나뭇잎입니다. 아이들이 풀잎이나 나뭇잎을 바퀴와손잡이가 이어진 곳에 꽂아 두면, 손수레는 이 세상 어디로든지 갈 수 있습니다. 바다로 헤엄쳐 가고 하늘로도 날아갈 수 있습니다.
 

 

3.

2019년의 황꼬맹쓰들: )

 

 

:

일상 회복

2022. 4. 26. 00:12 일기/꼬박일기

1.

길었던 코로나 주간이 끝나고(3주라니... 어째서 유일하게 안 걸린 내가 제일 긴 시간 격리를 한 기분이 드는지?) 드디어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오늘 이음이까지 학교에 가고, 오랜만에 우리랑 둘이 있으면서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나는 오전내내 청소를 하고, 우리는 오랜만에 혼자 남아 장난감 재료를 마음껏 쓰고 어김없이 아랫집 할아버지네 달려가 얼굴이 벌게 지도록 신나게 놀다 왔다.

 

 

 

 

2.

오후에는 울림이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왔다.

울림이는 여전히 학교에서 조용한 관찰자에 작고 귀여운 친구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집 밖에선 저렇게 다른 모습으로 지낸다는 울림이의 얘기를 매번 똑같이 듣고 있는데도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집에선 가장 시끄럽고 자기주장에 강한 녀석인데.

 

 

 

 

 

 

여전히 평민(+일반사람) 이라는 울림이의 꿈도 이상 무.

평민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데부분 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하지만 엄마는 울림이가 울림이네 반 남자아이들 중 머리가 가장 길다는 것에서 벌써 꿈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드네... (그러니 제발 머리 좀 묶거나 잘라줘...)

 

어찌 됐든 입학할 때 2학년 때까지만 다닌다던 울림이가 벌써 4년째 무탈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근데 최근엔 벌써 중학교는 가지 않겠다고 선포 중)

 
하트 콧구멍도 이상무❤️

 

 

여전히 우리 집에서 개구쟁이 원탑 황울림 이지만, 나의 철없음도 여전하여서 그런진 몰라도 부쩍 큰 울림이가 이제는 약간의 조력자 느낌이 든다.

얼마전 축구 시합이 있기 전날 몇 주간의 결장(코로나로 인해)으로 불안해하는 엄마를 위해

아직 덜 회복 된 몸으로 엄마와 연습도 함께 해주고 당일에 조깅도 함께 해주어 얼마나 고맙던지...

 

 

 

2.

오늘은 갑작스레 울림 이음이가 이모네서 자게 되었다.

우리는 얼떨결에 외동아들이 되어 혼자 하고 싶은 말 다하고(평소에는 손들고 한 사람씩 얘기해야 함) 책도 자기가 보고 싶은 걸로만 세권이나 읽고 엄마 아빠 사이에서 신나게 잠들었다.(엄마 옆에서만 자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억지로 끼어듦)

 

 

 

지원이가 홍동에 와서 산지도 2년이 되어간다.

종종 싸우고 서운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같이 웃고 울며 힘이 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가까이 살아서 서로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것도 물론 든든하지만

그보다는 기쁘고 힘든 순간순간에, 크고 작은 일상 속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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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꾸준히 글을 쓰고 완결 짓는 것에 힘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런데 잘 하고 싶다는 생각만 앞서 되려 시작을 못하고 시작을 못한 채 시간만 가다보니 생각만 많아진다. 마치 톨스토이가 된 마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까지 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나의 전문 멘탈 케어 담당인 남편과 마주 앉았다. 남편은 나에게 10년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몇 주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엇이든 어떻게든 써서 쌓아두어야 한다'는 말과 '미루지 말고 오늘 부터 해야 한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주장 한다. 그리하여 어쩌다보니 얼렁뚱땅 오늘부터 시작하는 꼬박일기 복원 프로젝트. 오늘부터 매일(주말 제외) 몇 가지 카테고리의 이야기들을 올려보려 한다. (일단은)한달 동안 열심히 써서 남편에게 당당히 아이맥을 요구 할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생각보다 이렇게 얼렁뚱땅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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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야흐로 금당리 산골짜기에도 코로나 시대가 찾아왔다.

 

 

 

 

언젠가는 있을 일이다 생각 했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우리집에서 접촉자가 가장 없는 우리가 제일 먼저 걸리고, 바로 다음 날 우리를 보살피던 내가 아닌 난데없이 바람씨가 걸린 것이 미스테리.

다행히 나와 두 어린이들은 전염 되지 않아 나름의 일상을 유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울림이까지 확진.

결국 이음이를 지원이네 보내고 격리가 끝나가는 '우리'는 나와 1층, 울림이와 아빠는 2층을 쓰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서도 뿔뿔이 흩어 져 있는 가족들이 짠 하면서도 우습다. 

 

 

 

어제는 이모네 간 이음이가 돌아오고, 약 일주일 동안 수염을 기르며 박열 코스프레를 하던 남편도 멀끔히 정돈하여 일터로 나갔다. 

다시 만나서 반가운 마음도 잠시. 곧바로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모습도 마냥 귀엽고 웃기다. (이음이는 집에 들어온 지 30분 만에 이모가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딱 이틀 열나고 아픈 것도 거의 없었는데 바람이와 울림이는 꽤나 앓았다. 병명은 같아도 다들 아픈 것 마저 제각각이다. 아팠던 울림이와 '우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이음이도 지난 몇 주간 훌쩍 큰 것 같다.

 

 

 

 

 

2.

나는 겁쟁이 쫄보 엄마여서 나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분리 되는 날이 오면 생각만으로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어쩔수 없이 들이닥친 이 분리의 시간이 생각만큼 서운하진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이 시간들이 더 궁금해 지고 흥미로워 지는걸 느낀다. 각자의 세계에 충분히 집중하고 그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것에도 즐거움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3월에 어린이들 방학이 끝나고 부랴부랴 2층에 작은 작업실을 만들었다.

 

 
 

작업실이라고 하기엔 작은 책상 하나 있게 다 인 공간이지만 요즘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은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에게 빼앗겨 있지만... 올해는 여기서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려 계획중이다. 어떤 것은 시작 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준비중 이기도 한데 올해는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가 목표이기 때문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려 한다.

 

바로 뒷자리에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있는 '우리'의 작업실도 조그맣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여기를 '공부실'이라고 하면서 잘 따라 온다. 나름의 자기 공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물론 요구 20개 질문 10개를 하고 겨우 10분 앉아 있는  정도지만)

 

 

 

우리집 코로나의 마지막 타자(이길 바라는) 울림이 격리가 끝나면 배송중 코로나가 터져 아직 포장을 뜯지도 못한 울림,이음 책상도 설치 하려고 한다. 이제 각자가 갖게 되는 이 책상 위에서 생겨날 서로의 무수한 세계들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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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 아버지 환갑 잔치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 끼리만 옹기종기 모여 했다.

 

 

 

 

이것저것 계획 했던 것에 비해 못 한 것도 많았지만 그저 우리 식대로 즐겁게 마무리 한 것 같다.
없으면 없는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돌아보니 이 마음가짐이 그동안 아버지가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태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축하영상_열악한 편집 환경으로 재생 후 검은 화면이 10초가 지난 후 시작 됩니다ㅠ)

 

가장 기억에 남는 뭉클한 순간은, 사위 바람과 아내 정남이 힘을 합쳐 아버지께 노래를 선물 해 주었던 순간이었다.

바람의 연주와 정남의 목소리로 선물한 노래는 김민기의 강변에서.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늘어진 어깨로, 퀭한 두 눈으로' 공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순이를 기다리는 애달픈 노래다. 엄마는 공장일 마치고 아버지가 공장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이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미 연습 할 때부터 엄마는 물론 옆에서 준비하던 딸들까지 다 눈물 바다였는데, 본 공연에서는 아버지까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온 가족이 눈물 바다가 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불러 주고 싶다는 엄마는 몇 번의 울컥임을 뒤로 삼키고 씩씩하고 멋지게 불러 주었다. 여러 곡절을 건너 무심히 흘러 온 세월,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한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긴 눈물들 이었다. 

 

 

(감동적인 정남씨와 바람씨의 공연)

 

으리으리 하진 않아도 무척이나 따뜻했던 노광훈의 멋진 인생 60! 
엄마도 아부지도 칠순 팔순 구순 백순, 혹은 그 이상까지 오래오래 함께 따뜻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들의 뒷 모습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자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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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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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 대고 있다.

 

쓰기 시작 한 이래로 3일 이상 밀리지 않았던 5년 다이어리도 어느새 일주일이 밀렸다.

고작 일주일 인데도 3일 이상 지난 일은 기억나지 않아 결국엔 공백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뭐가 문제인지, 자꾸만 문제를 파악 하려는게 문제인지...

무언가 할 의욕이나 목적 의식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냥 체력이 없는거 같기도 하고... 에너지가 자꾸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답답한 마음에 이음이를 씻겨주다 물었다.

자꾸 마음이 좁아져서 속상하고 우울한데 이럴땐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하고.

이음이는 "좋은 소식을 만들어봐"라고 말했다.

"이음이는 최근에 들은 좋은 소식이 뭐야?"

"엄마가 방금 말해준거! 방탄 콘서트~!"

ㅎㅎㅎ 그렇구나. 좋은 소식은 멀리 있는게 아니었네. 

단순 명쾌한 이음이의 대답에 마음이 조금 편해 졌다.

 

오랜만에 우리가 낮잠을 좀 자더니 밤에 바로 잠들지 않고 쫑알쫑알 한참 이야기 하다 잠들었다.

엄마 아빠도 아기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에 놀란 우리는 그럼 엄마 아빠가 아기 때 우리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우리에게 "우리는 반짝반짝 별이지 않았을까?" 했더니 맞다며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늦은 시간까지 떠들던 우리가 잠들고 일찍이 잠든 울림이가 옆에 보인다.

울림이도 우리만할 때 내가 '울림이가 하늘을 날아 다니다(반짝반짝 별이었는데 였나) 울림이가 엄마 아빠를 선택 한 거라고, 엄마 아빠를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던 것이 생각났다.

자기가 엄마 아빠를 선택 했다는 것에 몹시도 뿌듯해 하며 몇 날 며칠을 말하던 아기 울림이가 이렇게 컸네, 하며 훌쩍큰 울림이의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 덕에 다시 뭍으로 나올 용기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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