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그리고 두 번의 결혼식.
긴 행사 주간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까지 연달아 5일째 쉬고 있는 울림이는 이렇게 쉬는 날이 계속되니 방학인 것 같다고 좋아하고, 이음이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조금 아쉬워했다. 생긴 것만큼이나 참 다른 형제들. 내 눈에 울림이랑 이음이는 앞머리 없는 장발 이라는 것 빼고는 같은 것이 하나 없어 보이는데, 얼마 전 상담했던 울림이 담임 선생님은 이음이를 멀리서 봐도 '울림이 동생'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했다.




2
어제와 오늘은 두 차례의 결혼식이 있었다.
동네친구 지인-하영과 남편의 동생 해뜨리-나라의 결혼식.

지인-하영의 결혼식(사진 노지원)



해뜨리-나라의 결혼식(사진 황바람)



분위기도 방식도 다른 결혼식이었지만 각자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지향을 그대로 녹여냈다는 것이 닮았던 결혼식들이었다. 사랑의 모양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사랑이 향하는 방향은 모두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결혼식에 가면 자식의 마음보다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에 더 이입이 된다. 자식과 함께 걸어온 길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길을 응원하며 여전히 아끼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것. 이제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짐작이 되어서 부모가 자식에게 전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마음이 함께 울렁울렁한다.



3
어제는 아이들이 어버이날이라고 나름 이것저것 챙겨줬다.
뭐 받고 싶냐고 해서 각자 그림 하나씩이랑 밥 한 끼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한다. 원래는 주먹밥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마침 집에 유부초밥 재료가 있어 유부초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름 둘이 쌀도 씻고 얼추 밥을 안쳤다.
비록 만들면서 자기들이 거의 다 먹고 나는 세 개밖에 못 먹었지만 그래도 나름 시도라도 해 준 어린이들이 기특했다.



그림은 언제 주냐 하루 종일 보챘는데, 모르는 채 하더니 자기 전에 놀이방에 가보라고 손짓한다. 가봤더니 이런 귀엽고 감동적인 짓을...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편지를 놓아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다.



아름다운 순간들로 마음이 일렁이는 날들이다.




:

1.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아이들은 학교 재량 휴일로 집에 있고, 남편은 여느 평일 아침처럼 출근을 했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고기를 구워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는지, 아니면 선물 받은 책들을 보느라 엄마 깨우는 것을 까먹었는지, 아니면 자기들끼리만 있는 아침 시간이 좋아서 였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푹 자는 엄마를 재우고 싶었는지(가능성은 가장 희박하지만 사심 가득 엄마 마음 1순위) 어쨌든 10시가 되도록 아이들이 나를 깨우지 않았다. 간혹 우리가 내가 덮고 있는 이불속으로 들락날락하고, 뜨문뜨문 아이들이 묻는 소리에 답을 한 것 같긴 한데 비몽사몽 꿈을 꾸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오후에는 여지없이 졸음이 왔고 또 꾸벅꾸벅 졸았다. 잠은 많이 잘 수록 졸려 지는 경향이 있다. 나도 졸고 어린이들도 옆에서 같이 졸다가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밖으로 나갔다.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남편이 머리 자르러 간다길래 백년만에 외식하고 들어왔다.

 

 

 

 

2.

생각해 보니 어제도 조금 늦게 일어났다. 오늘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는 늦게 일어났었지, 이 글을 쓰며 문득 생각했다.

언제나처럼 먼저 일어나 있던 아이들은 강화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신나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 아침도 먹기 전에 잠옷 바람으로 방방을 뛰었다.

 

 

 

아침을 거의 다 먹었을때 쯤 강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모가 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랫집 할아버지 할머니랑도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은 들뜨고 신났다가 싸우고 울다가 이내 다시 깔깔댔다.

 

어린이날 선물로는 더이상 장난감을 들이기 싫어 만화책을 잔뜩 사서 줬다.

엉아들 용 마블 만화책들과 동생들 용으로 '에밀과 마고', 그리고 '꼬마 마녀 주크'라는 책들을 샀다.

울림이는 워낙 만화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이제 좀 컸는지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우리'는 어린이 날 선물은 원래 이런 건가 하며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린이 날에 선물 꽤나 받아 본 이음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이모가 자기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 했다고 같이 문구점 가서 선물을 골라오자는 말에 안심하며 웃었다. 

 

 

 

식구들끼리만 있어도 북적이고 즐거웠던 어린이날, 그리고 어쩐지 어린이날의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 보이던 어린이날이었다.

 

 

 

 

:

1

저절로 떨어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다.

언제나 자연농을 흉내 내다 결국은 방치농이 되어 버리는 나의 밭에는 몇 년째 저절로 씨가 떨어져 자가 수명을 이어 오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도 카모마일, 켈리포니아 포비, 수레국화, 들깨, 딜, 봉숭아, 댑싸리 등의 싹들이 머리를 쏙쏙 내밀고 있다.

 

카모마일
켈리포니아 포비-울림이가 구석에서 나왔다고 '구탱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봉숭아
분꽃
댑싸리

 

 

겨울을 버티고 스스로 싹을 틔운 이 새싹들을 발견하면 고맙고 귀해서 어디 옮기지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두게 된다.

그래서 내 정원과 밭은 무질서 하지만 나는 그런 내 밭과 정원이 맘에 든다.

 

카렌듈라는 벌써 훌쩍 자라 꽃대가 올라왔다.

 

 

 

2

어제와 오늘은 해야할 일과 새로 일어날 일,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 등으로 분주했다.

다행히 억지로 하는 일보다는 기대되고 즐거운 일들이 더 많아 몸은 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아주 맑은 상태다.

 

어제 이음이의 허락을 받고 울림이 운동회도 다녀왔다.

 

전날 있었던 저학년 경기들과는 사뭇 다른 고학년들의 열정적인 운동회

 

 

울림이 운동회 가기 직전에는 동화작가 조혜란 선생님 댁에도 다녀왔다.

최근에 울림이 학교 앞에 집을 짓고 살게 되셨는데 이사 오시면서 동화책 들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홍동초 책아마(책 읽어 주는 엄마 아빠)에게 먼저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것이다. 발만 걸치고 있던 나도 운 좋게 소식을 듣게 되어 다녀오게 되었다. 아이들 등 하교할 때마다 저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늘 궁금했는데 이렇게 가게 되다니...! 우리랑 손잡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무지 설레었다.

 

조혜란 선생님 집

 

 

마루를 중심으로 좌 우에 생활공간과 작업 공간을 분리하여 배치하고 2층에는 갤러리 겸 작업실로 꾸며놓은 아주 멋진 공간이었다. 특히 선생님의 작업 공간과 집안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선생님의 작업 물들을 이렇게 편안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1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2
조혜란 선생님 작품_1
조혜란 선생님 작품_2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3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4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5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6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7
조혜란 선생님 작품_3
조혜란 선생님 작품_4
조혜란 선생님 작업실_8

 

 

 

3.

남편에게 아직은 괜찮은데 앞으로의 일정에 과부하가 걸릴 것 같다고 걱정 했더니 과부화가 걸렸을 때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나를 독려하는 것인지, 채찍질하는 것인지,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을 해주었다.

어제는 갑자기 아랫집 할아버지 일기를 한 번에 정리하겠다 마음먹는 바람에 밤늦게 까지 작업하다가 졸리다, 힘들어서 못하겠다 징징대는 나에게 자기는 마감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샌다는 또 위로인지 질타인지 알다가도 모를 소리를 해줬었다.

그러면서도 매일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아이맥 링크를 보내주 츤데레 남편.

 

 

 

그런 남편의 응원을 받으며 오늘도 마감 완료!

(그런 의미 에서 내일도 사진일기 잘 부탁 합니다😚)

:

 

1.

날이 금방 더워진다 싶더니 어째서인지 다시 쌀쌀해지고 있다.

반팔을 꺼내 입으려 했는데 다시 잠바를 꺼내 입는다. 바람이 아직 서늘하다.

 

오전엔 어린이날 선물 고르고 집안일 하다 점심 먹고 책상에 앉아 우리랑 꾸벅꾸벅 졸다 보니 하교시간.

어린이들 데리러 학교 갔다 오고 간식 좀 먹었더니 벌써 저녁 시간이다.

하루가 너무 금방이다. 언제부턴가 일기장에 '어느새 하루가 다 갔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형들이 없는 틈을 타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엄마랑 있으면 따뜻해서 좋다는 우리
우리랑 있으면 따뜻해서 잠이 오는 나...

 

 

 

2.

주말에는 아이들이 아랫집 삼촌이랑 꿍짝꿍짝 하더니 넷이서(꼬박이들+삼촌) 갑자기 장을 보러 다녀왔다.

돌아와서 또 한참 시끌 벅적 하더니 화로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제는 네 사람이 하나의 마치 팀이 된 것처럼 작전을 짜고 그것을 수행하는 모습이 귀엽고 웃기다.

 

 

 

 

3.

오늘은 이음이 내일은 울림이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저학년-고학년 둘로 나눠 진행 하지만 최근 규제가 많이 완화가 돼서 부모들도 구경하러 와도 된다고 한다.

울림이 이음이는 왔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우리 집은 왔다 갔다 거리도 멀고 오늘 가면 내일도 가야 해서 깔끔히 둘 다 포기했다. 그래도 다녀온 이음이 친구 엄마들이 사진과 영상을 잔뜩 보내주어 재밌게 구경했다.

 

저학년(유치원-3학년) 친구들 이다보니 움직임이 아기자기한데, 그 아기자기 한 몸으로 애쓰는 모습들이 너무 귀엽다.

특히 계주영상을 보는데, 다들 속도는 빠른데 다리가 짧아 반 바퀴 도는 것도 한참 걸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음이는 집에 돌아와 운동회 이야기를 한참 들려주고 자기 전까지 다리가 아프다며 눈 감고 3초 만에 잠들었다.

내일 운동회가 있는 울림이도 고학년들은 더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한다며 이런저런 자기만의 훈련을 막무가내로 하려는 걸 원래 경기 전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 관리하는 거라며 겨우 말렸다. 

 

모쪼록 내일도 힘내라 꼬박이들!

 

 

:

봄의 날들

2022. 4. 29. 23:01 일기/꼬박일기

 

1.

어제는 오전 내 밭일을 하고, 오늘은 해가 지기 전 축구 연습을 했다.

몸을 쓰는 일을 하면 나중에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되는데 막상 몸을 쓰는 일들을 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밤에는 여지없이 뻗어버림)

 

엄마 쫓아 다니느라 힘든 황꼬맹쯔...
엄마 축구연습 하는 동안 이모네서 만화 시청 중인 어린이들(신남)

 

 

어제는 밤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뤄 뒀던 아래 밭 정리와 마당 텃밭에 씨를 뿌렸다.

몇 해 전부터 직파 하고 땅을 들여다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어 자주 도전 중이다.

직파는 처음 풀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들여다보며 조그만 새싹들을 잘 살려 봐야지.

 

이제 오후엔 덥고, 조금씩 미루게 되면 결국 못하게 되어 어제는 맘 먹고 어린이들 학교 가자마자 바로 밭으로 갔다.

들어오는 길에 농자제 마트에서 호미랑 낫 등 몇 자루 사 와서는(어째서 매년 하나씩 사게 되는 것 같은지...) 곧바로 풀을 뽑기 시작했다. 

마당 풀 뽑고 조그만 허브 밭 정리 좀 했더니 정작 하려고 했던 아래 밭 정리는 많이 못 했네. 

그래도 아래 밭은 급속도로 자라는 풀을 보며 금새 마음을 접는 곳이었는데 올해는 나름 크게 한발 떼었다. 작년 이맘쯤 열심히 구해 놓고는 방치해 두었던 신문지들을 깔고 그 위에 건초를 덮는 것까지 했다!

땅 좀 마르고 나면 못 한 부분까지 무사히 정리 하여 옥수수 귀신 황울림 황우리를 위한 옥수수 밭을 만드리...!

 

 

 

 

2.

매일 글을 쓰겠다 선언하고 잘 한 건지, 잘 하고 있는지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 오락가락 하지만 무사히 일주일을 버텼다.

매번 우여곡절은 있지만 그래도 지키고 버티다 보니 나름의 즐거움들이 생겨 난다.

 

 

 

어제는 난생 처음 팬레터도 보내봤다.

중학교 때 친구랑 넬 쫓아다니면서 선물상자에 넣었던 편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팬레터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우표 붙여서 보낸 편지는 또 처음이라 스스로도 신기한 경험.

 

머뭇 거리던 것들을 과감히 도전해 보고 있다.

 

 

 

 

:

일상 회복

2022. 4. 26. 00:12 일기/꼬박일기

1.

길었던 코로나 주간이 끝나고(3주라니... 어째서 유일하게 안 걸린 내가 제일 긴 시간 격리를 한 기분이 드는지?) 드디어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오늘 이음이까지 학교에 가고, 오랜만에 우리랑 둘이 있으면서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나는 오전내내 청소를 하고, 우리는 오랜만에 혼자 남아 장난감 재료를 마음껏 쓰고 어김없이 아랫집 할아버지네 달려가 얼굴이 벌게 지도록 신나게 놀다 왔다.

 

 

 

 

2.

오후에는 울림이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왔다.

울림이는 여전히 학교에서 조용한 관찰자에 작고 귀여운 친구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집 밖에선 저렇게 다른 모습으로 지낸다는 울림이의 얘기를 매번 똑같이 듣고 있는데도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집에선 가장 시끄럽고 자기주장에 강한 녀석인데.

 

 

 

 

 

 

여전히 평민(+일반사람) 이라는 울림이의 꿈도 이상 무.

평민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데부분 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하지만 엄마는 울림이가 울림이네 반 남자아이들 중 머리가 가장 길다는 것에서 벌써 꿈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드네... (그러니 제발 머리 좀 묶거나 잘라줘...)

 

어찌 됐든 입학할 때 2학년 때까지만 다닌다던 울림이가 벌써 4년째 무탈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근데 최근엔 벌써 중학교는 가지 않겠다고 선포 중)

 
하트 콧구멍도 이상무❤️

 

 

여전히 우리 집에서 개구쟁이 원탑 황울림 이지만, 나의 철없음도 여전하여서 그런진 몰라도 부쩍 큰 울림이가 이제는 약간의 조력자 느낌이 든다.

얼마전 축구 시합이 있기 전날 몇 주간의 결장(코로나로 인해)으로 불안해하는 엄마를 위해

아직 덜 회복 된 몸으로 엄마와 연습도 함께 해주고 당일에 조깅도 함께 해주어 얼마나 고맙던지...

 

 

 

2.

오늘은 갑작스레 울림 이음이가 이모네서 자게 되었다.

우리는 얼떨결에 외동아들이 되어 혼자 하고 싶은 말 다하고(평소에는 손들고 한 사람씩 얘기해야 함) 책도 자기가 보고 싶은 걸로만 세권이나 읽고 엄마 아빠 사이에서 신나게 잠들었다.(엄마 옆에서만 자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억지로 끼어듦)

 

 

 

지원이가 홍동에 와서 산지도 2년이 되어간다.

종종 싸우고 서운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같이 웃고 울며 힘이 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가까이 살아서 서로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것도 물론 든든하지만

그보다는 기쁘고 힘든 순간순간에, 크고 작은 일상 속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

 
올해는 꾸준히 글을 쓰고 완결 짓는 것에 힘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런데 잘 하고 싶다는 생각만 앞서 되려 시작을 못하고 시작을 못한 채 시간만 가다보니 생각만 많아진다. 마치 톨스토이가 된 마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까지 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나의 전문 멘탈 케어 담당인 남편과 마주 앉았다. 남편은 나에게 10년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몇 주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엇이든 어떻게든 써서 쌓아두어야 한다'는 말과 '미루지 말고 오늘 부터 해야 한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주장 한다. 그리하여 어쩌다보니 얼렁뚱땅 오늘부터 시작하는 꼬박일기 복원 프로젝트. 오늘부터 매일(주말 제외) 몇 가지 카테고리의 이야기들을 올려보려 한다. (일단은)한달 동안 열심히 써서 남편에게 당당히 아이맥을 요구 할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생각보다 이렇게 얼렁뚱땅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꽤 많다.
 
 
:

1.

바야흐로 금당리 산골짜기에도 코로나 시대가 찾아왔다.

 

 

 

 

언젠가는 있을 일이다 생각 했어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우리집에서 접촉자가 가장 없는 우리가 제일 먼저 걸리고, 바로 다음 날 우리를 보살피던 내가 아닌 난데없이 바람씨가 걸린 것이 미스테리.

다행히 나와 두 어린이들은 전염 되지 않아 나름의 일상을 유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울림이까지 확진.

결국 이음이를 지원이네 보내고 격리가 끝나가는 '우리'는 나와 1층, 울림이와 아빠는 2층을 쓰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서도 뿔뿔이 흩어 져 있는 가족들이 짠 하면서도 우습다. 

 

 

 

어제는 이모네 간 이음이가 돌아오고, 약 일주일 동안 수염을 기르며 박열 코스프레를 하던 남편도 멀끔히 정돈하여 일터로 나갔다. 

다시 만나서 반가운 마음도 잠시. 곧바로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 모습도 마냥 귀엽고 웃기다. (이음이는 집에 들어온 지 30분 만에 이모가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딱 이틀 열나고 아픈 것도 거의 없었는데 바람이와 울림이는 꽤나 앓았다. 병명은 같아도 다들 아픈 것 마저 제각각이다. 아팠던 울림이와 '우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이음이도 지난 몇 주간 훌쩍 큰 것 같다.

 

 

 

 

 

2.

나는 겁쟁이 쫄보 엄마여서 나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분리 되는 날이 오면 생각만으로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어쩔수 없이 들이닥친 이 분리의 시간이 생각만큼 서운하진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이 시간들이 더 궁금해 지고 흥미로워 지는걸 느낀다. 각자의 세계에 충분히 집중하고 그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것에도 즐거움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3월에 어린이들 방학이 끝나고 부랴부랴 2층에 작은 작업실을 만들었다.

 

 
 

작업실이라고 하기엔 작은 책상 하나 있게 다 인 공간이지만 요즘 나에게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은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에게 빼앗겨 있지만... 올해는 여기서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려 계획중이다. 어떤 것은 시작 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준비중 이기도 한데 올해는 '어떻게든 만들어 낸다!'가 목표이기 때문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려 한다.

 

바로 뒷자리에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있는 '우리'의 작업실도 조그맣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여기를 '공부실'이라고 하면서 잘 따라 온다. 나름의 자기 공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물론 요구 20개 질문 10개를 하고 겨우 10분 앉아 있는  정도지만)

 

 

 

우리집 코로나의 마지막 타자(이길 바라는) 울림이 격리가 끝나면 배송중 코로나가 터져 아직 포장을 뜯지도 못한 울림,이음 책상도 설치 하려고 한다. 이제 각자가 갖게 되는 이 책상 위에서 생겨날 서로의 무수한 세계들이 기대 된다.

 

 

 

:

허우적 대고 있다.

 

쓰기 시작 한 이래로 3일 이상 밀리지 않았던 5년 다이어리도 어느새 일주일이 밀렸다.

고작 일주일 인데도 3일 이상 지난 일은 기억나지 않아 결국엔 공백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뭐가 문제인지, 자꾸만 문제를 파악 하려는게 문제인지...

무언가 할 의욕이나 목적 의식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냥 체력이 없는거 같기도 하고... 에너지가 자꾸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답답한 마음에 이음이를 씻겨주다 물었다.

자꾸 마음이 좁아져서 속상하고 우울한데 이럴땐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하고.

이음이는 "좋은 소식을 만들어봐"라고 말했다.

"이음이는 최근에 들은 좋은 소식이 뭐야?"

"엄마가 방금 말해준거! 방탄 콘서트~!"

ㅎㅎㅎ 그렇구나. 좋은 소식은 멀리 있는게 아니었네. 

단순 명쾌한 이음이의 대답에 마음이 조금 편해 졌다.

 

오랜만에 우리가 낮잠을 좀 자더니 밤에 바로 잠들지 않고 쫑알쫑알 한참 이야기 하다 잠들었다.

엄마 아빠도 아기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에 놀란 우리는 그럼 엄마 아빠가 아기 때 우리는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우리에게 "우리는 반짝반짝 별이지 않았을까?" 했더니 맞다며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늦은 시간까지 떠들던 우리가 잠들고 일찍이 잠든 울림이가 옆에 보인다.

울림이도 우리만할 때 내가 '울림이가 하늘을 날아 다니다(반짝반짝 별이었는데 였나) 울림이가 엄마 아빠를 선택 한 거라고, 엄마 아빠를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던 것이 생각났다.

자기가 엄마 아빠를 선택 했다는 것에 몹시도 뿌듯해 하며 몇 날 며칠을 말하던 아기 울림이가 이렇게 컸네, 하며 훌쩍큰 울림이의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 덕에 다시 뭍으로 나올 용기가 생겨난다.

 

:

개학

2021. 3. 7. 23:09 일기/꼬박일기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개학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늘어지게 쉬고 싶을 줄 알았는데 왜인지 아이들 만큼이나 나도 들떠서 하루 종일 묵혀둔 청소들을 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팔다리가 후들후들 한걸 보고는 힘이 너무 들어갔나, 했다.

 

언제부턴가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날 아침이면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하러 나와 계신다.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는 곧장 달려가 인사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이제 못 놀아서 어떻게 하지?"라고 하시니 

이음이는 "괜찮아, 전에도 갔다 와서 많이 놀고 그랬잖아. 그치?"라며 되려 할아버지를 달래듯 말한다.

부엌일을 하다 뒤늦게 보시고는 할머니도 달려 나와 잘 다녀오라 환하게 인사해 주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는 (학교를)2학년 때까지만 다닐 거야"라고 했던 울림이도,

오늘 어린이집 앞에서 '쑥스러울 것 같은데...' 하며 망설이던 이음이도, 다행히 씩씩하게 잘 갔다.

오히려 나만 괜히 삐쭉 나온 이음이의 난닝구에 찡해져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몇 번이고 뒤돌아 보다 나왔다.

 

 

나오는 길에 선생님들이 함께 온 우리를 보고 혹시 모르니 우리 교실(이 될 뻔한 곳)도 같이 한번 둘러보고 가라고 하셔서 슬쩍 들어갔는데

조금 흥미로워하는 듯하다가는 나가고 싶다며 곧장 놀이터(큰 자동차들이 많은 곳)로 간다.

놀이터에 있는 큰 자동차 들을 보며 우리는 "안에는 실코 바께가 조아"라고 말한다.

나는 곧장 "우리야~ 어린이집 다니면 밖에서도 많이 놀 수 있어~"라고 했지만 엄마가 없어서 싫다는 우리.

자기 의견에 있어서는 야무진 녀석이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작년 가을에 심어 둔 튤립이랑 마늘 싹이 쑥쑥 올라와 있다.

두꺼운 볏짚 이불도 덮어 주지 못했는데 잘도 자라 주었구나.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자기 몫을 다 하는 모습이 꼬박이들을 보는 것 같아 튤립과 마늘에게도,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도 참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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