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 방학이다.

체력적으로 힘든건 사실이지만 아이들도 나도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싸우는 시간이 덜 하고 같이 재밌게 노는 방법을 터득 해 가는 것 같다.

하루종일 소리 치고 울고 싸우는 날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하루종일 카드놀이 하나로 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경쟁자' 이기만 했던 형제들이 이제는 조금 '동지'가 된 느낌이랄까.

무당벌레 훈련중ㅋㅋㅋㅋㅋ

우리의 아지트

 

 

2.

며칠 전 남편이 벼르고 벼르던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사서 마루에 설치 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 설명 해 주는 것을 인생 최고의 낙 중 하나로 생각하는 남편은 그 행복을 더 극대화 시켜주기 위한 도구로 이 거대 칠판을 구입 한 것이다. 

(오늘 밤에도 자야 하는 아이들을 붙들고 '감옥과 죄수'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30분을 떠드는 바람에 나만 혼자 애먹었다)

남편이 처음 커다란 칠판을 사겠다고 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집에 설치 되어 있는 이 칠판을 보니 너무나 황바람스러운 이 물체에  웃음이 났다. 

 

그래도 요 칠판이 있으니 아이들도 아빠도 신이나서 마루에 앉아 그리고 쓰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커다란 화이트보드와 함께 할 이야기가 더 다양해졌다. 

(방금도 남편은 아까 자기 전에 (엄마가 말리는 바람에)아이들이게 다 설명 해주지 못 한 무언가를 그려 놓았다.........)

 

 

3.

오늘은 어제 아이들이 밭에 만들어 놓은 돌 화덕에 불을 지펴 마쉬멜로를 구워 먹었다.

어제 드디어 아랫밭 만들기에 돌입해서 풀을 베고 있는데 울림이랑 이음이가 옆에 오더니 둘이서 꿍짝꿍짝 뭔가 신나게 만든다.

해가 다 지도록 안들어 오며 만들던 것이 오늘 아침 보니 돌로 만든 작은 화덕이다.

꼼꼼하게 잘도 쌓았다. 둘이 낑낑대며 저렇게 커다란 돌을 옮겨 화덕을 지켜 볼 의자도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울림 이음이의 시그니처 포즈

저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가만히 두기엔 아까워 작은 불에도 구워먹기 좋은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낮엔 볕이 뜨거워 해질 무렵 하기로 하고 밭일을 하는데 아이들이 옆에 와서 "파이어~ 파이어~" 노래를 부른다.

슬슬 시작하기에 앞서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도 초대 하자고 했더니 벌써 초대 했단다ㅎㅎ

 

초대 손님들을 모시고 저 쪼그만 화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젓가락에 마쉬멜로우 하나씩 꽂아 구워 먹는다.

우리도 옆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유기농 곰돌이 젤리를 젓가락에 꽂아 먹는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게 먹었다. 조그만 화덕이지만 나름 화력이 좋다. 

아이들 덕분에 즐거워진 어른들은 다음에 한번 날 잡고 화덕을 더 크게 만들어 생선도 구워먹고 소세지도 구워 먹자고 했다.

곰돌이 젤리 굽는 우리ㅋㅋㅋ

 

그나저나 저기 밭으로 써야 되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옮기지...

 

 

4.

이건 얼마전에 아주 오랜만에 열폭 했던 나의 감정의 쓰나미 기록.

2020. 3. 19
어제 밤 오랜만에 이음이에게 크게 화를 냈다. 어른들이 늘 별거 아닌 일로 싸우듯,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어느날 별거 아닌 일로 화를 내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이를 닦기 전 캬라멜을 먹겠다고 하는 이음이. 안 된다고 하는 엄마. 결국 이음이는 대성통곡을 나는 신경질. 이음이가 캬라멜을 먹겠다고 하기 전 이미 만화 예고편 귀파기 등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고 평소보다 취침 시간이 늘어지니 점점 지쳐갔다. 남편은 바빠서 없었고 저녁도 못 먹은 나는 배도 고프고 신경이 더 예민해 져 있었다. 울고 불고 하는 이음이에게 소리치고 강압적으로 달랜 후 결국 내가 원하던 대로 캬라멜을 먹지 않고 이를 닦이고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너무 못나서 눈물이 핑 돈다. 사실 귀도 내가 파주고 싶어서 파줬고, 평소에는 이 닦기 전에 먹고 싶은거 다 먹게 해 줬는데 갑자기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소리치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 내가 너무 못나고 속상하고 미안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사이 몰래 훌쩍거리고 있는데 이음이가 와서는 미안하다고 한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히려 이음이가 놀라 “엄마 울어?”라며 내 눈을 쳐다본다. “이음아 엄마가 더 미안해. 귀도 엄마가 파주고 싶어서 파주고 평소에는 먹으라고 했었는데 엄마 힘들다고 안된다고 하고 엄마가 어른이라고 무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조용히 방에 있던 울림이가 슬 나오니 이음이가 달려가 “형아~ 엄마 운다~?” 하고 말하니 울림이가 나지막히 말한다. “알아 듣고 있었어” 사실 울림이는 이음이 보다 내가 훌쩍이고 있는걸 먼저 알고 있었다. 내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는걸 보더니 방으로 슬쩍 들어가서 책보는 척 하며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아까 내가 이음이에게 소리치고 방으로 들어와 있을때에도 마루에서 울고 있는 이음이에게 울림이가 열심히 달래줬었다. “이음아- 어떻게 하고 싶어서 그래? 지금 먹고 싶어서? 그냥 내일 먹자. 내일 먹고 지금 빨리 가서 엄마한테 이 닦아 달라고 해~ 응? 이음아~”라며 계속 이음이를 설득했다. 부쩍 커버린 울림이도 기특해서 꼭 안아 주며 고맙다고 했다. “울림아 정말 고마워. 아까 이음이도 달래주고 엄마 우는 것도 모르는 척 해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던 우리도 옆에서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웃는다. 

이 글은 읽을 때 마다 그날 느낀 감정이 생생해서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눈물이 난다. 

나는 아이들 덕분에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5.

 

코로나와 그로 인해 길어진 방학으로 아이들과 부대끼며고 아웅다웅 지내며 지칠때도 있지만,(딱 3시간 정도 만이라도 혼자 카페에 가서 글 쓰고 싶다)

한편으로는 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막상 용기 내지 못했던 '학교도 어린이집도 안 보내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를 실현할 수 있어 즐겁다.

 

아- 언제나 언제나 사랑스러운 나의 꼬박이들.

간만에 꼬박일기에 꼬박이들 이야기를 적었다.

역시, 세상에서 자식 덕질이 제일 재밌다!

 

 

:

2월 20일은 우리 생일, 21일은 이음이의 생일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는 아랫집 할아버지의 생일도(음력 이여서 매해 바뀌는데 올해는) 2월 20일!

생일 파티겸 간만에 아랫집 윗집 식구들 모두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

 

조금씩 준비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진수 성찬이다.

아랫집에서는 파스타(크림-토마토 두가지 맛!)와 챱스테이크, 닭봉, 유부초밥을.

우리집에서는 셀러드와 약밥, 홍합스튜, 그리고 생일 케이크를 구워 갔다.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 못지 않은 메뉴와 맛에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케이크에 초를 불었다.

 

 

생일 파티를 하러 가기 전에 할아버지는 뭘 좋아하실까 같이 고민 하는데

울림이 이음이 모두 "할아버지는 우리들 그림을 제일 좋아하지~!"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는 울림이가 갑자기 하나 더 생각이 났는지

"아! 할아버지 밀크 캬라멜 좋아해!"라고 한다.

"할아버지 집에 밀크 캬라멜이 많은데 이거 삼촌거냐고 물어보니까 삼촌이 할아버지가 좋아신다고 했었어"라며ㅎㅎ

하지만 그건 이미 할아버지네 많이 있다는 아이들 말에 다같이 문구점에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어른들이 이례적으로 주고 받는 선물을 내가 사서 드리는 것 보다

작고 소소하더라도 아이들의 눈으로 직접 고른 선물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구점에 들어가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는데 한참을 둘러보던 울림이가 여기 귀여운 향초 있다며 나를 부른다.

알록달록 귀여운 과일 모양에 향초들이다. 울림-이음-우리가 하나씩 드리면 좋을 거 같아 각자 하나씩 골랐다.

그걸로는 아쉬워 이음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피카추 그림이 그려진 연필 세트를,

울림이는 색연필과 연필을 바꿔 낄 수 있는 알록달록한 연필-색연필 세트를,

우리는 빤짝이가 잔뜩 붙어 있는 작은 수첩을 하나씩 골랐다.

 

선물을 준비하고 나니 아이들이 아니면 줄 수 없는 이 선물들이,

포장해서 드리기 직전까지 자기가 같고 싶다며 마음에 들어 하던 것들을

"그래도 할아버지 생일 이니까"라며 큰맘 먹고 전하는 그 마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리면서 본인들도 기대가 됐는지 주는 사람들이 꺅꺅 거리며 더 난리다.

선물을 뜯고 나서도 이건 어디에 쓰고 어떻게 쓰는거라며 신나게 설명한다.

할아버지도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는지 "이런 선물은 평생 처음이다~"라시며 웃으신다.

 

울림이랑 이음이가 할아버지께 직접 그린 카드도 하나씩 드렸다. 

울림이는 할아버지 사진을 보고 열심히 그리더니 정말 비슷하게 그렸다.

할아버지도 "내 머리카락이 세가닥이냐~!"라며 장난스레 말씀 하시면서도 울림이가 이렇게 자기를 그려 준건 처음이라며 좋아하셨다.

 

선물 전달식을 마무리 하고 오랜만에 윗집 아랫집 식구들 다같이 둘러앉아 술 한잔 하며 도란도란 즐겁게 이야기 나눴다.

특히 삼촌이랑 남편까지 이렇게 다같이 모인게 오랜만이어서 평소와는 조금 색다른 느낌.

 

대화 중에 내가 '삼촌이 워낙 깔끔한 성격이어서 아이들이 자주 놀러와서 힘든일은 없냐고, 혹시 집에서 내가 지도해야 할 일들은 없겠냐'고 물었는데

"그건 아이들과 저의 일이라서요"라는 삼촌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삼촌도 아이들과의 불편함 지점을 나에게 말하신적이 한번도 없었다.

아이들이 불편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기 보다 그 문제를 늘 아이들과 직접 해결하려고 하셨던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올해는 신기하게도 양력인 내생일과 음력인 할머니 생신이 또 하루 차이가 되어

겸사겸사 우리 엄마 아버지가 오셔서 하루, 또 우인이 언니가 와서 하루 함께 만나 저녁을 먹었다.

 

내 생일 날 아침에는 엄마랑 아버지가 아랫집 할머니할아버지네서 아침을 먹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원이 낳고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며 제일 큰 조기를 구워주셔서 너무 큰 감동을 받드셨다고 했다.

이런 대접은 생전 처음 이라며...

매번 드리는 것 보다 받는게 많아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할머니 생신에는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 몰래 선물만 드리려고 했는데(지난번 할아버지 처럼).

준비한 선물을 빨리 알리고 싶던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입이 간질간질 하는 바람에 진즉에 다 들통나고ㅋㅋㅋ

나중엔 오히려 내가 케익이랑 이쁜 꽃다발을 선물 받아 버렸다ㅠㅠ 

 

 

(거의 반 강제로) 나도 아이들과 남편에게 귀여운 선물들을 받았다.

울림이의 편지에는 눈물까지 찔끔 났던.

길었던 생일만큼 오래도록 행복했던 날들 이었다: )

 

:

황우리

2018. 3. 5. 12:07 일기/꼬박일기



1


셋째 꼬박이의 이름은 '우리'로 정했다. 황우리.

아직 가족들 사이에서는 우리 보다 꼬박이가 더 익숙 하지만, 자주 불러주다보면 울림이 이음이 처럼 익숙해 지겠지.


나는 사실 이름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이쁜 우리말 이름이면 된다, 정도 였기 때문에 어떤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막상 우리의 이름을 우리의 이름을 짓고 나니 '우리를 우리답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아이'가 아닐가 하는, 혼자만의 의미를 두었다.


그런 나(얼렁뚱땅 부르기 좋은, 혹은 예쁜 이름을 선호하여 결정하는, 그러고 나서 의미를 부여하는ㅎ)와 달리

남편은 아이들 이름의 뜻이 서로 연결 되었으면 좋겠다며 한명 한명 고민을 많이 했다.

남편이 생각한 울림, 이음, 우리의 뜻은 이렇다고 한다. 


첫째 ’울림'은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떠올렸다. 좋은 생각과 삶으로 많은 이들과 공감을 이루길. 

둘째 ’이음'도 비슷한 의미이다. 말 그대로 연결이 주는 좋은 힘을 세상과 나누면서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 

셋째 ’우리’는 형들 이름과 합을 맞추어 지었다. 소외 없이, 다름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하나가 되어 ‘우리’를 이루기 바란다. 

세 형제 모두 ㅇ으로 시작하는데, 뭔가 동그라미가 주는 묘한 예쁨과 의미가 느껴지기도. 

이름짓기는 생각만큼 어려웠지만 아주 즐겁고 뿌듯한 과정이었다. 매일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경건하게 꼬박이네 가족이 살아갈 미래를 다짐해 본다.


앞으로 잘 지내 보자 우리야!










우리가 태어난지 오늘로 13일째. 이제 거의 2주 남짓 되었는데, 벌써 훌쩍 큰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는 태어나고 바로 다음날 밤, 어디가 안 좋았는지 몇 시간을 울었던 것과

며칠 전 코로 젖이 역류 하고 10분간 숨을 재대로 쉬지 못 하고 울었던 것(그 후로 숨 쉬는걸 자꾸 확인 하게 된다)

빼고는 잘먹고 잘자고 (많이)잘 싸고 순딩순딩 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아직 아기라 밤에는 3-4시간씩 깨서 수유를 해야 하지만ㅠ 그래도 식구들이 자는 시간에 잠드는 것이 어디냐- 하고 감지덕지 하고 있다.

(어쩌면 자기가 잘 수 있는 시간이 이때 밖에 없다는 것을 벌써 깨달은 것 일지도...ㅋ)

그보다 나는 음식 먹는 것 부터 움직이는 것(집안일, 외출 등등...) 씻는 것 까지- 내 몸을 내 맘대로 하지 못 하니 좀 우울하다.

(아마 이제 몸이 좀 움직일만 하니 몸이 근질거려서 그런 것 같기도...)

더욱이 매일 건강한 밥과 반찬만 먹으며 8시만 되면 잠들어버리는 너무나 건강한 삶이 왠지 모를 허탈 하달까...

요즘 윤식당만 보면 맥주가 엄청 땡긴다ㅠ 맥주는 고사하고 시원한 사이다라도 한잔 먹고 싶다...하하




2



울림이 이음이는 각자의 심경 변화를 나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처음 태어나자 마자는 각자 서툰 표현들이 이리뛰고 저리뛰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자리 잡는 기분.

그래도 우리에게 (아직까지는)동생을 배려하고 귀여워 할 줄 아는 따뜻한 형아들이 있어서 다행: )




(엄마 처음 씻은 기념 사진ㅋ)








(요즘 낮잠 자는 풍경)



그래도 이음이 태어났을 때 울림이가 힘들어 하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울림이 이음이는 서로가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하루에도 수십번 소리치고 울고 싸우는 녀석들이지만, 

울림이는 이음이에게 이음이는 울림이에게 외롭지 않게 해주는 좋은 벗이다.

그래서 한편 울림이에게 이음이가, 이음이에게 울림이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 우리도 그 사이에 끼어 뛰노는 날이 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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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릭하면 커져요)


1


(꼬박이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다 '꼬박이'처럼 생겼다)







둘째 꼬박이 이음이의 생일(21일) 하루 전날, 셋째 꼬박이가 나왔다.

주변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당사자인 우리가 걱정했던(혹은 예상 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전개로. 아주 순탄치 않게 말이다.


울림이와 이음이는 둘다 똑같은 진통 전개(평상시와 1도 다를게 없음->빠르게 지속되는 배뭉침(아프지는 않음)->몇시간 뒤 진짜 진통->3시간 반, 1시간 반 만에 출산)로 낳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겠거니- 아니, 나오는 길이 두 번이나 열렸었으니 더 빨리 나올 것이라 확신하며 예정일 2주 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꼬박이가 조산사 선생님이 도착 하시기 전에 나와 버리는 것만 걱정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는 무색하게 명절 연휴가 시작 되기 전날 부터의 가진통으로 조산사 선생님을 헛걸음 하게 하고,

진짜 진통이 시작되고서도 22시간 만에야 이 녀석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원래는 2박 3일 코스인데 그나마 셋째라서 반나절 줄인거라 하심...).

꼬박이가 나오는 위치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진통을 오래 겪은 거라 나오는 순간도 셋 중 가장 아팠던 것 같다.

세 번째 출산 임에도 이렇게나 다른 경험을 하면서, 임신에서 시작되는 모든 육아에 우리가 장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명절 하루 전, 조산사 선생님 헛걸음 하게 만든 날들. 14-16일)


(그래도 혹시 나오길 기대하며 열심히 운동!)





2


막내 꼬박이를 집에서 낳으면서 무엇보다 대견했던건 형아 꼬박이들.

가정 출산을 결심했던 가장 큰 계기가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은 후 큰 아이들이 함께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생 이별을 하거나, 

낳자마자 집으로 함께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명의 아이들과 낯선 공간에서 맞이하는 출산 과정이 우리 가족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그럼에도 내가 힘들어 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꼬박이가 나오기 전에 울림이 이음이에게 늘 일러 주었다.


"엄마가 꼬박이를 낳을 때 많이많이 아파 할건데,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울림이 이음이도 그렇게 낳았고, 꼬박이가 나오면 엄마가 그렇게 힘들어 했던 것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생길거야. 울림이 이음이가 그랬던 것처럼. 알겠지?" 하고.


그러면 울림이 이음이도 씩씩하게 알았다고 하면서 셋이서 꼬박이가 나오는 순간을 즐겁게 상상하곤 했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긴 시간 진통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평소처럼(어린이 집에도 가지 않고) 싸우기도 하고 밥도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놀다가

엄마가 힘들어 할 때면 와서 손 한번 잡아주고, 그러다 또 가서 놀았다.

더 놀랐던 것은 꼬박이가 나오기 직전에 극심한 진통을 겪을 때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방 한 구석에 앉아 함께 긴장하고 같이 힘을 주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울림이는 자기도 같이 힘 주고 기도 하느라 땀이 많이 났다고.








무엇보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진통이 시작 된 순간부터 꼬박이가 나오기 까지의 긴 시간동안 조산사 선생님과 남편이 계속 옆에 있어 주었던 것이다.

조산사 선생님은 내가 그 긴 시간 진통을 하는 동안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계속 옆에 있으시면서 내 상태를 지켜봐 주셨다.

선생님이 만나셨던 산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뢰가 생기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서 선생님이 더 편해졌다.

더욱이 꼬박이가 나오기 직전 선생님의 연륜에서 뭍어 나오는 손길에 나도 남편도 정말 감탄했다.

꼬박이가 나오고 난 뒤에도 선생님은 나에게 "꼬박이 엄마, 나는 내 힘 될 때까지 이 일을 할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하며 

내가 이 선생님과 연이 닿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더욱이 가진통이 오기 시작했던 그날 밤 부터 꼬박이가 나오는 2박 3일 동안 아이들과 내 곁을 지켜주었던 남편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다.

새삼, 나에게 저런 남편이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던 시간들.

나는 사실 이렇게 내가 아무 것도 못 하게 되는 순간에 남편이 집안일이나 아이들 케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ㅋㅋ), 

이번 일을 겪으며 신뢰도 급 상승! 뒷심이 좀 부족 하긴 하지만 

조산사 선생님도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 사람' 인 것 같다시며 남편의 모습에 감탄 하셨다.




3


그래도 다행히 출산 중 출혈이 거의 없었고, 회음부도 찢어지지 않아서(울림이때 찢어진 경험 이후로 출산 할 때 어떻게든 정신 붙들고 신경 쓰는 부분. 그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기 때문에-) 회복은 빠르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집이라 참지 못하고 방심 하며 집안을 좀 돌아 다녔더니 벌써 무릎이 쑤시려고 한다. 눈 감고 다녀야지 다시 다짐. 

그래도 어제 부터는 산후 도우미 선생님이 오셔서 쾌적한 집에서 큰 꼬박이들이랑 남편도 나가고 방에서 꼬박이랑 둘이 누워 있으니 조리원에 와 있는 기분이다(가 본적은 없지만).

꼬박이도 형님들이 없으니 너무나 잘 잔다. 그런 꼬박이를 보면 시작부터 험난한 막내 생활에 자기 살길을 찾아 가는 것 같아 우습다.





(왜인지 벌써 피곤한 엄마ㅋ;)






(벌써부터...)


(막내의...)


(피곤함이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조금 고생했지만 막내 꼬박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고, 

뱃속에 있을 때는 걱정만 했던 내가 그 걱정들이 무색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작은 생명체에 감탄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이렇게 독수리 오형제가 된 우리 가족은 변화한 이 상황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고난과 역경이, 더불어 그것을 뛰어 넘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우리 앞에 생겨날지 기대하면서: )







<< 추 가 >>


둘째 꼬박(황이음) 낳던 이야기 링크 : 바로가기

첫째 꼬박(황울림) 낳던 이야기 : 바로가기 (하단에 출산기록 있다)



:

대화

2017. 4. 24. 13:46 일기/꼬박일기



1


집에선 언제나 (누굴 닮아서)수다 떠는걸 좋아하고 대화 하는 것을 좋아하는 울림이. 

말이라는게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쉴틈 없이 하는 것이라 느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울림이랑 대화 하는게 점점 더 재밌어 진다.

그럴때 마다 울림이의 언어 세계, 울림이의 세상이 더 넓어 졌구나 느낀다.










(차 타고 가다 돌이 많은 곳에서 우당탕탕 한 뒤)

울림 ; 아빠! 차 바닥 안 깨졌어?

아빠 ; 응 이정도로는 안 깨져

울림 ; 아빠 차에 대해서 잘 알아?


-

울림 ; 엄마~! 걱정하면 더 무서워져~ 걱정 안 하면 안 무서워~!

-


울림 ; 입이 두개였으면 좋겠다. 아니, 네개!

나 ; 왜?

울림 ; 아빠랑 말하고, 엄마랑 말하고, 이음이랑 말하고. 아, 그럼 세개면 되겠네. 그치 엄마.


-


울림 ; 아빠, 아빠는 왜 회사 갔다 오면 얼굴이 달라져?

아빠 ; 그래? 아빠 얼굴이 달라져?

울림 ; 응. 집에 서 나갈 때랑 회사 갔다 왔을 때랑 얼굴이 달라

아빠 ; 어떻게 달라?

울림 ; 음... 그냥 얼굴이 차가워 보여


-


(자기전 진수 아줌마가 선물해 주신 티베트 어린이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로 가는 이야기 책을 읽고난 뒤)

나 ; 슬픈 이야기다 울림아... 그치

울림 ; 그 형이 죽는 것만 아니면... 재밌는 이야기 였는데...

나 ; 그러게... 그런데 울림아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딘가 에선 나쁜 어른들 때문에 저렇게 죽는 어린이 들이 많대. 우리 오늘 자기 전에 기도 해 주고 잘까? 

울림 ; 울림이가 자기 전에 많이많이 생각해서 꿈에서 그 나쁜 사람들을 총이랑 칼로 무찔러 줄거야.

나 ; 총이랑 칼은 안돼 울림아.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만들거든. 울림이가 총과 칼을 가지고 가면 또 다른 사람이 울림이를 무찌르려고 총과 칼을 가져오고 그렇게 계속계속 싸우면 끝이 날 수 없잖아. 총과 칼 없이 나쁜 어른들의 싸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울림 ; 음......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울림이가 로봇을 하나 만드는 거야. 근데 그 로봇은 보기만 해도 깔깔깔 웃음이 나오는 로봇인거야. 그래서 그 나쁜 어른들이 싸움을 하러 왔다가 그 로봇을 보고 깔깔깔 웃느라고 싸우지 못하는 거지!

나 ; 와~!! 울림아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그럼 우리 내일 그 로봇 한번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자기 전에 기도도 해주고, 또... 우리가 전에 대통령은 물러가라 하러 갔었잖아. 그걸 시위라고 하는데 나중에 나쁜 어른들 싸우지 마세요! 하는 시위 할때도 같이 가자. 어때?

울림 ; 좋아!


-


울림 ; 엄마~ 소금쟁이 다리 하나 없는 애는 잡지 말자.

나 ; 그래그래, 근데 다리 하나 없는 애도 있어? 불쌍해라...

울림 ; 응, 불쌍해... 병원도 없구...


-


(자기전 책을 읽다가 주인공인 곰돌이가 책을 읽는 이에게 질문을 건내는 부분을 보고)

울림 ; 엄마, (곰돌이가)누구 한테 말하는 거지?

나 ; 울림이? 

울림 ; 이 책 울림이가 썼나?

나 ; 잉?ㅎㅎ

울림 ; 엄마, 이 책 울림이가 썼나봐. 울림이가 이야기를 생각하고 잠들었을 때 바람이나 해님이나 친구들이 와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갔나봐!





2


지금은 딱히 기록 해 둔 것도 없고 기록 할 만큼 기억이 남는 말들은 아니지만,

스스로 말하기를 열심히 터득해 가고 있는 이음이의 말들.

이음이 특유의 발음과 억양들이 너무 귀여워서 무슨 말을 해도 사랑스럽다.










오늘 울림이랑 이음이랑 나랑 셋이 소풍 갔다가 빵터진 이음이 말.


항아! 또띤해! 짜끼리야! 

(형아! 조심해! 찻길이야!)


이젠 나름 문장을 구사 하는게 신기하고, 신비롭고, 기특한. 세쨜 임미...더럽<3

(이음아 미안해 몇 마디 안 되더라도 많이 적어 둘게ㅠㅠ)






:

2017. 3. 18. 02:23 일기/꼬박일기



1


많은 날들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들은 또 훌쩍 컸고,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으뜸 변화는 운전이다.


면허를 아주 극적으로, 감격 스럽게 따낸지는 한 달이 넘었지만

작년과 올해를 넘나들며 허술하게 변화한 면허제도를 이용하여 가라로 땄기 때문에ㅋㅋㅋ

남편과 한 달 동안 매주 주말마다 특훈을 거쳐 이번주 드디어 혼자서도 운전을 할 수있게 되었다!


아직 초짜 운전에 쫄보 운전자 이지만 그래도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거리는 별로 멀지 않더라도 나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가깝지만 버스를 두번 갈아 타야 한다던지, 그 곳 까지 도달하기 위해 체력과 결단이 필요한) 먼- 곳에 살던 이웃이 가깝게 느껴 지기 시작 했다는 것.

이제 아파트 읍 민으로서 외로움이 좀 덜해 졌달까.


암튼이번 주는 운전하며 다닌 일이 많았어서- 행복했다는 후기:-)





2

꼬박이들 데리고 나 홀로 첫 운전 외출로 지난 주말, 대충 도시락 간식 싸들고 이응로 생가에 다녀왔다.


운전 할 수 있게 되서 좋은 점 또 하나는

오전을 타이트 하게 보내고 오후를 여유롭게 보내는 아이들과 나의 리듬과 달리,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고 오후을 타이트하게 보내는 남편과의 마찰을 해소 할 수 있다는 것. 


뭔가 더 자립, 자조 적인 녀성이 된 느낌이 들기도. 크크














꼬박이들이 말이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


이음이는

사용하는 단어 수가 많아 짐은 물론이고,


"걸뜌 이뗘(걸을 수 있어)"

"하쭈 이따!"(할 수 있다)

"엄마, 인넌나(일어나)~"


등- 두개 이상의 단어를 연결해서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원하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요구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명확한 요구로 인한 잦은 떼쓰기는 덤...^^;)










처음 혼자 바지 입은 날. (요즘은 뭐든 혼자 하려고 한다)








울림이는 워낙 말을 잘 하는 편이어서 이음이에 비해 특별히 말이 늘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확실히 최근에 어휘력과 논리력이 많이 늘었다.

(논리로는 이미 엄마를 넘어 선듯...^^;)


울림    엄마 이 노래 들어봤어?

나       응! 예전에~

울림    그래? 울림이는 처음 들어봐. 아직 세상을 많이 못 봐서 그런가봐


울림    엄마 이거 주머니에 좀 넣어줘

나       니 주머니?

울림    응. 근데 니가 아니구 울림이


나       와~ 울림이 정말 많은 걸 알고 있네!

울림    응! 엄마 울림이는 똑똑 박사야!


울림    나중엔 그걸 잊어버릴껄? 나중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서 지금 이야기를 잊어 버리는 것 처럼


울림    (우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엄마! 우주는 보통의 것 인줄 알았는데 무서운 것 이었어!






너무 뛰어 다녀서 사진찍기 어려운 큰 꼬박이






이건 작년 적어 놓은 대화 찾다가 발견한 건데 썩히기 아까워서 기록.


울림    엄마! 우주 안에 많은 야광 별들이 있는데, 그 야광별 중 하나가 지구고 우리가 거기 살고 있어!


이음    (소방차를 가르키며) 찌찌뽀!
울림    찌찌뽀가 아니고 소방차란 말이야 이음아. 이음이는 커서 알게 될 거야.


가인    울림아 넌 꼭 성공해야해

울림    성공이 뭐야?

가인    글쎄... 뭐라고 설명 해야 되지?

나       울림이가 행복한게 성공한거야

가인    울림이 행복한거는 뭔지 알아?

울림    응! 너무너무 좋은 거!



그런데 적어 놓고 보니 기록 해두는 대화의 대부분은 아름답고 이쁜 것들 뿐이라

자칫하면 우리의 대화는 늘 이렇게 아름다울 것만 같지만

사실 일상에서 저런 대화는 극히 일부분 일 뿐이고...

요즘 울림이는 사람들이 왜 미운 네살(지금 울림=만4살) 미운 네살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일 뿐이고...













쉴 새 없이 싸우고, 싸우고, 싸우다 가끔 사이좋은 꼬박이 형제 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





3


봄이다!






오늘도 오전에 녀석들을 태우고 간단히 도시락 싸들고 보리 밟기 축구 대회에 다녀왔다.

(올해 농사 지을 논에 보리가 심겨져 있는데, 그 보리를 많이 밟아 주어야 잘 자란다고 함)

아침엔 날씨가 좀 흐리길래 옷 단단히 입고 가야겠다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겉옷은 훌러덩훌러덩 다 벗어도 땀이 날 정도의 따뜻한 봄이었다:-)



누나한테 사탕 얻어 먹고 신난 꼬박이들ㅋㅋㅋ










올해는 차도 몰 수 있고 야심차게 농사 모임을 두가지 하게 되었다.

하나는 오늘 다녀왔던 자연농 논농사 모임.

또 하나는 목화를 심고 키워 누빔 옷을 만들 계획인 목화 모임.


농사는 나에게 뭐랄까... 사명감을 갖게 해 준달까.

그래서 매년 작게작게 농사 모임 하는 곳을 기웃 거리곤 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 해도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동이 어려운 나에게

포기하게 되고 마는 모임 중 하나였다.


그래도 올해는 운전 능력을 장착 하였으니

다시 사명감을 가지고 야심차게 시작! 끝까지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 

어쨌든 올해는 잘 짓고 못 짓고를 떠나 끝까지 하는 것이 목표.


무엇보다 농사 모임은 나와 아이들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즐거운 일 이 될거라는 안심에서 시작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진짜- 봄이 왔다.

오늘 나가서 날씨가 이렇게나 따땃해 진 걸 보면서

또 금방 여름이 오고 또 한해가 금방 지나 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봄이 오니까 오히려 한 해가 진짜로 시작 되는 느낌. 으랏차!



(엄마 생일 간만에 외식으로 신이난-)








:



1


벌써 2월이다.

언제나 처럼 새해엔 목표가 많은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공부와 기록.

(그래 놓고 2월이 다 되어 꼬박일기를 들여다 보다니...ㅠ_ㅠ)


이제 다시, '짧게라도 기록'에 도전! 꼬박일기를 쓸 때 반성으로 시작 하지 않도록...

(언젠가 부터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


새해 첫 글이니 쌈빡하게 올해의 일을 적어 두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껴둔 꼬박이들 겨울 사진이 아까워 꺼내 본다:-)






올 겨울은... 홍성으로 이사와 가장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사실 홍성으로 이사와 약 1년 동안은 외롭고 지치고 힘든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남편은 바쁘고, 애들은 어리고, 동네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없고...

지금도 여전히 남편은 바쁘고 동네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없지만... (ㅠ_ㅠ) 

요즘은 울림이랑 이음이랑 셋이 집에만 있어도 편하다. 

아이들이 크고 나도 큰 건지, 그냥 늘 그 자리에 있는 서로의 존재가 힘이 되는 것 같다.

















2


무엇보다 녀석들이 크면서 둘이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전히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녀석들끼리도, 나와 녀석들도), 

예전엔 둘이라 버거웠던 육아가, 지금은 둘이라 충만해 진 기분.

이젠 울림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이 오히려 더 편할 때가 많다.


싸울 땐 사정 없이 싸우고(곧 치고 받을 듯)

신날 때는 또 얼마나 신나는지 별 거 아닌 걸로 깔깔 대며 논다.


여전히 형아 바라기인 이음이는 형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려 있는 힘을 다하고, 형과 함께 노는 것을 그 무엇 보다 좋아 한다.

울림이도 그런 이음이와 함께여서 두 배로 신나게 논다.

이제 엄마인 나는 옆에서 그저 즐겁게 지켜 보는 일이 가능해 졌다.


이래서 형제가 있으면 좋구나, 너희가 함께여서 참 다행이다, 생각하는 요즘.





언젠가 울림이형 데리러 어린이집 갔다가 슈퍼스타가 되었던 이음이ㅋㅋㅋ


순식간에 이음이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


이 곳이 마냥 신기한 이음이


거기에 자극 받고 갑자기 동생을 챙기기 시작하는 울림이ㅋㅋㅋ



심지어 이음이 쟁탈전이 벌어짐ㅋㅋㅋㅋ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신나게 놀 때는 자기들만의 장난감으로 자기들이 만든 놀이를 할 때다.

이불, 빨래 바구니, 상자 뚜껑, 반찬통, 냄비, 의자 등등-

모든 것이 즐거운 놀이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 하는 것 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그런 아이들 옆에서 그저 바라보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이불로 으히히- 귀신 놀이




빨래 바구니 위에서 날아라 점프!



흠 이걸로 뭐 하고 놀아 볼까... 속닥 속닥(작전 회의 중)


일단 타자!



그래도 역시 들고 뛰는게 젤 재밌지!





이번엔 반찬통 쓰고 놀기 





엄마 보조 식탁은 꼬박이 들의 전용 자동차가 된지 오래ㅋㅋ



언젠가 식당에서 만든 의자 집




그래도 녀석들에게 가장 신나는 놀이는 아빠랑 놀기다.

자주 못 놀아주는 미안함과 안타까움 때문인지 어쩌다 한 번 놀 기회가 생기면 온 힘을 다해 놀아주는 아빠. 

그래서 인지 만나는 시간은 예전 보다 더 적은데 인기는 더 좋아지고 있는 아빠.








그 중 가장 신나는건 싸움 놀이!

(어느날 밤 늦게 등장한 아빠와 만난 꼬박이들과 아빠의 혼신의 힘을 다한 싸움 놀이. 이 싸움 놀이 후 꼬박이들은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고 한다. 물론 아빠도ㅋㅋㅋ)






합체!



격렬한 놀이 뒤 심호흡도 빼먹지 않음ㅋㅋㅋ





3


올해로 울림이는 벌써 6살, 이음이는 3살이다.

책을 좋아하는 울림이와 노래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음이.

두 녀석이 펼쳐갈 세상은 어떤 세상 일지, 우리가 함께 할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올해도 잘 지내보자 꼬박이 형제!















:



1


울림이가 다니는 갓골 어린이집의 년 중 행사는 대부분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한다.

1년을 다니고 나니 갓골에서 하는 가장 큰 행사는 단오(5.5)-동지(11) 인 것 같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홍동 거리 문화 축제도)


무튼 그러한 이유로 지난주 수요일 울림이 어린이집에서는 동지 행사가 열렸다.


거기서 울림이는 지난번 홍동 거리 문화 축제 소심소심 율동 이후 두 번째! 율동을 선보이고

그런 울림이에게 힘을 주기 위해 나도 '팥죽 할멈과 호랑이'라는 부모 연극에 송곳역으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제일 먼저 부모들이 준비한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하고,

그 다음 아이들이 준비한 율동,

그리고 아이들 교실로 돌아가 어린이집에서 준비해준 떡국과 팥죽을 먹는 것이 이번 행사의 중요 일정.


따로 강당이랄 것이 없어 가장 큰 교실에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을 자리도 없이 꽉꽉 찼다.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마음이 그 공간을 따뜻하다 못해 후끈후끈하게 만들었던,


어른들의 연극도, 아이들의 율동도 실수도 많고 어설픈 것도 많았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고 억지 스럽지 않은 무대들이었다.


따로 학예 발표회를 열지 않고, 이렇게 동지를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준비한 작은 무대를 꾸미고

달콤한 팥죽과 맛난 떡굮을 나누어 먹으며 한해 서로의 안녕을 물을 수 있어 더 좋았다. 




2


아래는, 공개 하고 싶지 않았지만....ㅠㅠㅋㅋㅋ 

그래도 기록 해 두어야 할 것 같아 올리는 나의 화려한 영극 대뷔와........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운 황울림의 씬나는 위풍당당 율동!<3


사실 나는 이런거 너무 오글 거려서 잘 안 하는데...

(울림이 아기 시절 책 놀이 갔다 다같이 하는 노래가 너무 오글거려서 안 갔던 적도 있다)

그동안 울림이가 누군가 앞에서 춤을 춘다거나 뭔가를 하는걸 너무 쑥쓰러워 했었다.

(동지 행사 떄는 아예 추질 않았고, 거리축제 때는 손끝 발끝으로만 췄음ㅋㅋㅋ)

그런 울림이에게 이번에 내가 이렇게 연극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울림이에게도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여 자진(!) 신청하여 참여했다. 


다행히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역이었고, 연습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ㅋㅋㅋ 

또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연극을 한 후에도 울림이, 그리고 이음이(+바람)까지 너무 좋아해 주기도 했고,

등장할 때 울림이 반 아이들이 "울림이 엄마다! 울림이 엄마에요!" 하고 아는척 해주는 것도 좋았다. 크크 


그 덕이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번 울림이의 율동도 아주 성공적! 

여러모로 뿌듯했던 경험:-)








마지막엔 그날 유일하게 무대 난입한 황울림 어린이의 모습ㅋㅋㅋㅋ


-


다음은 너무나 울림이 중심으로 찍은ㅋㅋㅋ 고슴도치 엄마의 아들 영상




잘 했어 울림아!

근데 울림아... 마지막 기절 연기는 대체 뭐니...?

ㅋㅋㅋㅋㅋ









:

꼬박이들

2016. 11. 30. 02:03 일기/꼬박일기


1


내일 내일 미루다 보니 벌써 몇 주가 흘러가 버렸다.

우리에겐 늘 내일이 있었기에 시간이 많다 느껴졌는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너무 빨리 가버린 시간이 야속하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마음을 먹고 지나간 시간을 잡으려 일기를...!





다시 카메라를 꺼내 찍고 있다.

요 이쁜 꼬박이들을 단지 기록을 위해 영혼없이 마구 찍고마는 핸드폰 사진들이 아쉬워 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드디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조금은 생긴 걸지도.

여튼 다시 카메라로 찍으니 나도, 사진도 조으다 조으다*_*







2


수동적 인간에서 점점 더 능동적 인간으로 진화해 가는 이음이.

그로 인해 점점 자신의 욕구와 요구가 반영된 떼쓰기가 늘고 있는, 그럼에도 아직은 귀여운 정도인 우리집 막내<3

더불어 이제는 재법 형의 말도 알아듣고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18개월 아기 황이음:-)




요즘 제일 자주 하는 말. "찌여(싫어)" (단어들이 많이 정확해 지고 있다)







요즘 이음이가 가장 사랑하는건 카메라와 엄마가 이음이 뱃속에 있을 때 만들었던 발도르프 인형(이음이 말로 "애기"인형).

한동안 카메라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더니,

며칠 전 부터는 저 인형과 사랑에 빠져 잠들 때 까지 이음이와 함께하는 애착 인형 같은 것이 되었다.

(저 인형으로 말할것 같으면... 이음이가 뱃속에 있을 때 만들었는데 목화 솜으로 만든 것을 깜빡하고 빨래통에 돌렸다가 쪼그라 들어 오뚜기 인형이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인형이다ㅠㅠ)


아직 꼬꼬마 애기지만 울림이에 비해 이음이는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아이 같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무한 반복(똑같은 책을 수십번씩 보고 좋아하는 아이탬은 하루종일 들고 다닌다),

그때그때 자기가 원하는 옷과 신발이 있다ㅋㅋㅋㅋ







한동안은 저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며 우리에게 포즈까지 요구하며 열심히 찍어주(는척)더니만

요즘은 손가락 두개로 김치 하며 찍으라고 한다.

이음이 말로 사진기는 "찍꺼". 사진을 찍을 때는 "요-요- 찍꺼"라고 하면서ㅎㅎ







3


이제는 뽀로로 따위 지루하고 카봇 또봇 터닝메카드 등의 만화를 애청하는 어린이 황울림.

동생을 어르고 달랠 줄 아는 의젓한 우리집 큰 형님.


(울고 있는 이음이 달래려는 울림)



얼마 전 마트에서 울림이가 고르는 것을 자꾸 막고 다른 걸 사자고 했더니(가격, 양 등의 이유로)

"엄마... 울림이 마음대로 하게 좀 해줘. 왜 자꾸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해.,,"

라는 말을 했다ㅋㅋㅋㅋ


그 외에도

(이음이가 소방차 보고 찌뽀찌뽀!라고 하니까)

"이음이 저건 찌뽀 아니고 소방차란 말이야. 이음이는 커서 알게 될거야"


"엄마!" 

(이음이랑 이야기 하느라 조금 늦게) "응?"

"아! 아니야, 울림이가 뭐 물어보려 했는데 알아차렸어"


이런 말을 할 때면 정말 뭔가 형님포스 좔좔ㅋㅋㅋㅋ

실제로 이음이가 뭔가를 요구하는데 못 알아 들을 때 울림이가 먼저 알아차리고 해결해 줄 때가 있다.

 







(새벽에 일어나 아빠한테 자기가 만든 블럭 설명중ㅋ)



그리고 우리 큰형님 요즘 잘생김 뽐뿌 왤케 심한지...

앞머리 옆으로 휙 넘길때 진심 심쿵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 요즘 둘이 안 싸우고 사이 좋음)








그래도 아직,

"엄마, 우주 안에 많은 야광별들이 있는데 그 야광별 중 하나가 지구고 우리가 거기 살고 있어!"

라는 말을 하는 아직은 귀여운 어린이ㅋㅋㅋ 든든한 내친구, 황울림:-)






:



1


어제는 울림이 생일이었다.

울림이는 지난주 목요일에 매달 정기적으로 있는 생일파티 한번,

생일 전 완주에서 베프 연두랑 함께 작은 생일파티 한번,

동네 친구 들이랑 한번. 총 세번의 생일 파티를 했다!


어린이집 생일 파티는 친구들 앞에 앉아 왕관 쓰고 있는게 부끄럽다고 안 간다는거 겨우 꼬셔서 보냈다. (참내)

그래도 다녀와서는 친구들이 하나씩 그려준 사랑스러운 그림 수첩을 선물로 받아와 하루종일 목에 걸고 있었다:)


(사진은 없고 요것만 있네)




2


그리고 주말에는 완주로!

주말에 바람쓰 사무실에서 완주 나는 난로다 행사 답사 일정이 있어서 따라가는 길에

우리는(꼬박이 형제와 나) 하루 일찍 가서 연두네 하루 자고 다음날 만나기로.

그길에 연두네가서 같이 소박한 생일 파티도 하고 이쁜 집에서 씬나게 놀았다!

완전 애기애기 했을 때 부터 함께 해서 그런지 첫 만남에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리던 사랑스러운 아이들:)




사랑스러운 연두네.

연두 정은 명식! 모두모두 고마워요 알라뷰<3 



3


완주에서 2박 3일을 빡쌔게 놀고 돌아와 다음날 바로 울림쓰 리얼 생일 파티!

이번엔 뭔가 반짝 깜짝 북적한 생일 파티의 뽐뿌를 받고(사실 난다 트윗에 자극받고 카피함ㅋ)

이런걸 준비 했다능.

따란~



선물은 할머니 할아버지 찬~스>_<

울림이가 갖고 싶어하던 터닝메카드를 중고로! 저렴히 대량 구매 했다. 크크크


울림이 이음이 다 새벽에 일어나고 요즘 해도 늦게 뜨니 빤짝반짝하니 꽤나 이쁜 장면이 연출 될 것을 기대하며

늦게까지 만들고 겁나리 뿌듯해 하며 잤는데 다음날 울림이 일어나자 마자 저거 보고 하는말.

"뭐야, 마트야? 와 마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래도 니가 좋아하니 됐다ㅋㅋㅋㅋ


새벽이라 셋다 눈이 퉁퉁ㅋㅋㅋㅋ


근데 이제 보니 배경에 비해 우리의 옷과 주변이 너무 프리스탈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전 내내 치우고 오후엔 음식하고 4시에 본격 생일 파티 시작!

그러나 마침 그날 아침부터 열이나던 이음이가 오후 낮잠을 자고 계속 울기 시작 하고...

열도 펄펄나고 이렇게 울림이가 손꼽아 기다리던 생일파티가 무산 되는 것인가... 하고 절망하였는데

(이 파티를 위해 어린이집도 안 가고, 캐잌 먹고 싶던 것도 꾹꾹 참고, 30분에 한번씩 친구들 언제 오냐고 물어보고, 그렇게 싫어하는 낮잠도 자고 한 것으로 보아 이 생일 파티를 취소를 했으면 울림이가 하루종일 울었을 것으로 예상)

다행히 남편 찬스 1시간 얻어 후다닥 음식을 만들었다. (장함!)



사랑스러운 단체사진:)


그리고 리얼한 뒷 모습ㅋㅋㅋㅋ



부른 집은 세 집인데 동생들 까지 하니 꽤나 북적북적.

여럿이 함께 하여 더 즐거웠던 생일 파티였다:)

아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큰 싸움 한번 일어나지 않고 잘 있다 가준 동내 친구들에게 감사!


울림이의 생일을 빌미로 내가 더 즐겁고 만족한 생일이 아니었나 했던,

풍만했던 울림이의 생일을 이렇게 보냈다.



우리 가족이 되주어 고마워. 사랑해 황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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