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적으로 힘든건 사실이지만 아이들도 나도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싸우는 시간이 덜 하고 같이 재밌게 노는 방법을 터득 해 가는 것 같다.
하루종일 소리 치고 울고 싸우는 날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하루종일 카드놀이 하나로 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경쟁자' 이기만 했던 형제들이 이제는 조금 '동지'가 된 느낌이랄까.
무당벌레 훈련중ㅋㅋㅋㅋㅋ
우리의 아지트
2.
며칠 전 남편이 벼르고 벼르던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사서 마루에 설치 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 설명 해 주는 것을 인생 최고의 낙 중 하나로 생각하는 남편은 그 행복을 더 극대화 시켜주기 위한 도구로 이 거대 칠판을 구입 한 것이다.
(오늘 밤에도 자야 하는 아이들을 붙들고 '감옥과 죄수'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30분을 떠드는 바람에 나만 혼자 애먹었다)
남편이 처음 커다란 칠판을 사겠다고 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집에 설치 되어 있는 이 칠판을 보니 너무나 황바람스러운 이 물체에 웃음이 났다.
그래도 요 칠판이 있으니 아이들도 아빠도 신이나서 마루에 앉아 그리고 쓰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커다란 화이트보드와 함께 할 이야기가 더 다양해졌다.
(방금도 남편은 아까 자기 전에 (엄마가 말리는 바람에)아이들이게 다 설명 해주지 못 한 무언가를 그려 놓았다.........)
3.
오늘은 어제 아이들이 밭에 만들어 놓은 돌 화덕에 불을 지펴 마쉬멜로를 구워 먹었다.
어제 드디어 아랫밭 만들기에 돌입해서 풀을 베고 있는데 울림이랑 이음이가 옆에 오더니 둘이서 꿍짝꿍짝 뭔가 신나게 만든다.
해가 다 지도록 안들어 오며 만들던 것이 오늘 아침 보니 돌로 만든 작은 화덕이다.
꼼꼼하게 잘도 쌓았다. 둘이 낑낑대며 저렇게 커다란 돌을 옮겨 화덕을 지켜 볼 의자도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울림 이음이의 시그니처 포즈
저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가만히 두기엔 아까워 작은 불에도 구워먹기 좋은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낮엔 볕이 뜨거워 해질 무렵 하기로 하고 밭일을 하는데 아이들이 옆에 와서 "파이어~ 파이어~" 노래를 부른다.
슬슬 시작하기에 앞서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도 초대 하자고 했더니 벌써 초대 했단다ㅎㅎ
초대 손님들을 모시고 저 쪼그만 화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젓가락에 마쉬멜로우 하나씩 꽂아 구워 먹는다.
우리도 옆에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유기농 곰돌이 젤리를 젓가락에 꽂아 먹는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게 먹었다. 조그만 화덕이지만 나름 화력이 좋다.
아이들 덕분에 즐거워진 어른들은 다음에 한번 날 잡고 화덕을 더 크게 만들어 생선도 구워먹고 소세지도 구워 먹자고 했다.
곰돌이 젤리 굽는 우리ㅋㅋㅋ
그나저나 저기 밭으로 써야 되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옮기지...
4.
이건 얼마전에 아주 오랜만에 열폭 했던 나의 감정의 쓰나미 기록.
2020. 3. 19 어제 밤 오랜만에 이음이에게 크게 화를 냈다. 어른들이 늘 별거 아닌 일로 싸우듯,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어느날 별거 아닌 일로 화를 내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이를 닦기 전 캬라멜을 먹겠다고 하는 이음이. 안 된다고 하는 엄마. 결국 이음이는 대성통곡을 나는 신경질. 이음이가 캬라멜을 먹겠다고 하기 전 이미 만화 예고편 귀파기 등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고 평소보다 취침 시간이 늘어지니 점점 지쳐갔다. 남편은 바빠서 없었고 저녁도 못 먹은 나는 배도 고프고 신경이 더 예민해 져 있었다. 울고 불고 하는 이음이에게 소리치고 강압적으로 달랜 후 결국 내가 원하던 대로 캬라멜을 먹지 않고 이를 닦이고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너무 못나서 눈물이 핑 돈다. 사실 귀도 내가 파주고 싶어서 파줬고, 평소에는 이 닦기 전에 먹고 싶은거 다 먹게 해 줬는데 갑자기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소리치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 내가 너무 못나고 속상하고 미안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사이 몰래 훌쩍거리고 있는데 이음이가 와서는 미안하다고 한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히려 이음이가 놀라 “엄마 울어?”라며 내 눈을 쳐다본다. “이음아 엄마가 더 미안해. 귀도 엄마가 파주고 싶어서 파주고 평소에는 먹으라고 했었는데 엄마 힘들다고 안된다고 하고 엄마가 어른이라고 무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조용히 방에 있던 울림이가 슬 나오니 이음이가 달려가 “형아~ 엄마 운다~?” 하고 말하니 울림이가 나지막히 말한다. “알아 듣고 있었어” 사실 울림이는 이음이 보다 내가 훌쩍이고 있는걸 먼저 알고 있었다. 내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는걸 보더니 방으로 슬쩍 들어가서 책보는 척 하며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아까 내가 이음이에게 소리치고 방으로 들어와 있을때에도 마루에서 울고 있는 이음이에게 울림이가 열심히 달래줬었다. “이음아- 어떻게 하고 싶어서 그래? 지금 먹고 싶어서? 그냥 내일 먹자. 내일 먹고 지금 빨리 가서 엄마한테 이 닦아 달라고 해~ 응? 이음아~”라며 계속 이음이를 설득했다. 부쩍 커버린 울림이도 기특해서 꼭 안아 주며 고맙다고 했다. “울림아 정말 고마워. 아까 이음이도 달래주고 엄마 우는 것도 모르는 척 해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던 우리도 옆에서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웃는다.
이 글은 읽을 때 마다 그날 느낀 감정이 생생해서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눈물이 난다.
나는 아이들 덕분에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5.
코로나와 그로 인해 길어진 방학으로 아이들과 부대끼며고 아웅다웅 지내며 지칠때도 있지만,(딱 3시간 정도 만이라도 혼자 카페에 가서 글 쓰고 싶다)
한편으로는 늘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막상 용기 내지 못했던 '학교도 어린이집도 안 보내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를 실현할 수 있어 즐겁다.
주변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당사자인 우리가 걱정했던(혹은 예상 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전개로. 아주 순탄치 않게 말이다.
울림이와 이음이는 둘다 똑같은 진통 전개(평상시와 1도 다를게 없음->빠르게 지속되는 배뭉침(아프지는 않음)->몇시간 뒤 진짜 진통->3시간 반, 1시간 반 만에 출산)로 낳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겠거니- 아니, 나오는 길이 두 번이나 열렸었으니 더 빨리 나올 것이라 확신하며 예정일 2주 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꼬박이가 조산사 선생님이 도착 하시기 전에 나와 버리는 것만 걱정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는 무색하게 명절 연휴가 시작 되기 전날 부터의 가진통으로 조산사 선생님을 헛걸음 하게 하고,
진짜 진통이 시작되고서도 22시간 만에야 이 녀석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원래는 2박 3일 코스인데 그나마 셋째라서 반나절 줄인거라 하심...).
꼬박이가 나오는 위치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진통을 오래 겪은 거라 나오는 순간도 셋 중 가장 아팠던 것 같다.
세 번째 출산 임에도 이렇게나 다른 경험을 하면서, 임신에서 시작되는 모든 육아에 우리가 장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명절 하루 전, 조산사 선생님 헛걸음 하게 만든 날들. 14-16일)
(그래도 혹시 나오길 기대하며 열심히 운동!)
2
막내 꼬박이를 집에서 낳으면서 무엇보다 대견했던건 형아 꼬박이들.
가정 출산을 결심했던 가장 큰 계기가 조산원에서 꼬박이를 낳은 후 큰 아이들이 함께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생 이별을 하거나,
낳자마자 집으로 함께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명의 아이들과 낯선 공간에서 맞이하는 출산 과정이 우리 가족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그럼에도 내가 힘들어 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꼬박이가 나오기 전에 울림이 이음이에게 늘 일러 주었다.
"엄마가 꼬박이를 낳을 때 많이많이 아파 할건데,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울림이 이음이도 그렇게 낳았고, 꼬박이가 나오면 엄마가 그렇게 힘들어 했던 것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생길거야. 울림이 이음이가 그랬던 것처럼. 알겠지?" 하고.
그러면 울림이 이음이도 씩씩하게 알았다고 하면서 셋이서 꼬박이가 나오는 순간을 즐겁게 상상하곤 했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긴 시간 진통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평소처럼(어린이 집에도 가지 않고) 싸우기도 하고 밥도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놀다가
엄마가 힘들어 할 때면 와서 손 한번 잡아주고, 그러다 또 가서 놀았다.
더 놀랐던 것은 꼬박이가 나오기 직전에 극심한 진통을 겪을 때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방 한 구석에 앉아 함께 긴장하고 같이 힘을 주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울림이는 자기도 같이 힘 주고 기도 하느라 땀이 많이 났다고.
무엇보다 가장 고마웠던 것은 진통이 시작 된 순간부터 꼬박이가 나오기 까지의 긴 시간동안 조산사 선생님과 남편이 계속 옆에 있어 주었던 것이다.
조산사 선생님은 내가 그 긴 시간 진통을 하는 동안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계속 옆에 있으시면서 내 상태를 지켜봐 주셨다.
선생님이 만나셨던 산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뢰가 생기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서 선생님이 더 편해졌다.
더욱이 꼬박이가 나오기 직전 선생님의 연륜에서 뭍어 나오는 손길에 나도 남편도 정말 감탄했다.
꼬박이가 나오고 난 뒤에도 선생님은 나에게 "꼬박이 엄마, 나는 내 힘 될 때까지 이 일을 할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하며
내가 이 선생님과 연이 닿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더욱이 가진통이 오기 시작했던 그날 밤 부터 꼬박이가 나오는 2박 3일 동안 아이들과 내 곁을 지켜주었던 남편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다.
새삼, 나에게 저런 남편이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던 시간들.
나는 사실 이렇게 내가 아무 것도 못 하게 되는 순간에 남편이 집안일이나 아이들 케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ㅋㅋ),
이번 일을 겪으며 신뢰도 급 상승! 뒷심이 좀 부족 하긴 하지만
조산사 선생님도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 사람' 인 것 같다시며 남편의 모습에 감탄 하셨다.
3
그래도 다행히 출산 중 출혈이 거의 없었고, 회음부도 찢어지지 않아서(울림이때 찢어진 경험 이후로 출산 할 때 어떻게든 정신 붙들고 신경 쓰는 부분. 그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기 때문에-) 회복은 빠르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집이라 참지 못하고 방심 하며 집안을 좀 돌아 다녔더니 벌써 무릎이 쑤시려고 한다. 눈 감고 다녀야지 다시 다짐.
그래도 어제 부터는 산후 도우미 선생님이 오셔서 쾌적한 집에서 큰 꼬박이들이랑 남편도 나가고 방에서 꼬박이랑 둘이 누워 있으니 조리원에 와 있는 기분이다(가 본적은 없지만).
꼬박이도 형님들이 없으니 너무나 잘 잔다. 그런 꼬박이를 보면 시작부터 험난한 막내 생활에 자기 살길을 찾아 가는 것 같아 우습다.
(왜인지 벌써 피곤한 엄마ㅋ;)
(벌써부터...)
(막내의...)
(피곤함이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조금 고생했지만 막내 꼬박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고,
뱃속에 있을 때는 걱정만 했던 내가 그 걱정들이 무색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작은 생명체에 감탄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이렇게 독수리 오형제가 된 우리 가족은 변화한 이 상황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고난과 역경이, 더불어 그것을 뛰어 넘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우리 앞에 생겨날지 기대하면서: )
셋째 출산 노트
(가진통) 2018년 2월 14일~16일
14일
19:00
배뭉침이 주기적으로 지속된다고 함. 한번도 이런 적이 없고, 첫째 둘째 모두 같은 증상으로 시작해 출산했음. 묘한 분위기. 해원이는 핸드폰으로 주기를 체크중
19:15
뭔가 다르단 기분을 명확히 느낌. 바로 조산사 선생님께 전화. 안받음. 너무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스러움
19:30
선생님과 통화 성공. 몇가지 증상을 들으시곤 아이가 많이 내려온 것 같진 않다 하심. 식사중이었는데 끝나는대로 바로 출발하신다 함.
19:45
해원이 만삭 사진을 찍지 않았음을 감지. 해뜨리 그림 걸린 벽면에서 대충 찍음. 해원이는 오늘 마무리 하지 못한 꼬박일기를 부리나케 쓰고 있음.
20:00
완전히 출산모드. 나는 부리나케 자는방 청소 시작. 모든 물건을 빼낸 후 물걸레질. 엄청난 먼지들... 머리가 약간 어지럽고 피곤이 느껴지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음. 조산사 선생님 출발하셨고 밤11:40? 도착예정시간 뜬다고 함. 내일부터 구정 연휴 시작이라 이제 귀성길 정체가 시작일텐데 걱정됨. 제발 막히지 말길...
21:00
자는방 청소 후 아이들 바로 취침모드. 자신들도 분위기가 남다른지 말을 잘 따름(내가 주위를 계속 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 하는 소리인 듯. (꼬박이 맞이할 준비를 얼른 해야해, 우리가 엄마랑 꼬박이 잘 도와주자 등등)
21:38
노는방, 거실 청소를 이어 하다가 약간 긴장이 풀림. 벌써 지치면 안되는데...
22:00
엄청난 피로가 몰려옴. 첫째 둘째 출산 메모를 읽었은데 시간대 진행이 이음과 유사. 이음이 출생시간은 다음날 새벽 5:34 갑자기 걱정되네. 조산사 선생님 오셨는데 진행이 너무 더디면 어쩌지? 나와도 걱정이다. 이제 연휴 시작이라 산모도우미도 부를 수 없고;;;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아직 해원이는 진통까지 느끼진 않는듯. 울림인 금새 잠들어는데 이음이가 안잔다고 투덜댐) 나는 지금 너무 피곤해 잠깐 누움. 내포에 가서 캠코더와 카메라를 빌려올까 고민중. 내 노트북도 챙겨오고. 지금 빨리 다녀오는 게 좋을까?
22:15
내포 출발. 해원이 나와서 샤워. 치킨 먹고 싶다는데 차마 시키지는 못 했다
23:00
집에 돌아와 너무 배고파서 오리고기 먹음. 해원인 좀 멀쩡. 선생님 오시는데 조금 불안... 나오겠지? (아프긴 아프다고 함) 선생님 도착 20분전.
23:37
선생님 오심. 오자마자 내진. 심장소리 듣고 손 넣어보며 진단중
24:00
내진 결과, 좀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아이가 하늘을 보고 있어서 돌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신다. 오늘은 안나올 듯 싶다고. 운동 두어가지 알려주고 가셨다. 남편분과 숙소가서 주무신다고 하심. 너무 죄송해서 어쩔줄 몰라하니 괜찮단다. 여유 있게 낳는 게 좋으시다며. (선생님 어제 오늘 3명을 받으셨단다. 헐!!!) 선생님 보내고 이것저것 정리중... 그 와중에 해원이 꼬박일기 올림.
긴장이 풀린다. 일단 자자.
15일
9:30
선생님 오심. 자다가 갑자기 정신없이 뵘. 자는방에서 내진하고 아이들과 난 밖에서. 애들이 안에 들어가고 싶어해서 이음이 삐지고.. 달래느라고 힘들었다.
자세한 이야긴 못들었는데, 자궁문이 부드러워지긴 했다고. 자궁을 2~3cm 열어두었다 하심. 이제 열심히 걷고 운동해서 진통이 오게 해야한단다. 다행히 날씨가 좋으니 이따 밖에 나가기로 함 (선생님도 남당항 놀러가신다고ㅋㅋㅋ 갑자기 여행온 기분. 따님이 김천이 시댁이라 와 있는데, 내일까지 아기 기다리면 여기서 만나시기로 하셨단다)
12:00
점심 사먹고(뼈해장국,만두국. 원래 갈비탕 먹으려다 다 닫아서 감), 청운대 운동장가서 운동 실컷. 울림이 이음이랑 오랜 만에 자전거타고 달리기 실컷함
17:30
선생님 내진. 낮잠 자다가 갑자기 정신도 못차리고 얼떨결에 애들방으로 피신. 자궁문을 3-4cm 정도 더 열었다고 하심. 내일 아침에 다시 오시기로.
19:00
저녁 먹는데 진통 비슷하게 좀 자주 아파옴. 해원이 운동 시작(책 쌓고 오르락내리락)
2/16
9:00
선생님 전화 오셔서 아무래도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오전에 하기로 했던 내진은 안 해봐도 될 것 같다고 하심.
12:00
선생님 오셔서 점심 드시고 가셨다. 명절이라 연 식당이 없다 하셔서 먹을건 별로 없지만 우리집에 와서 드시라고 했음. 나에게 맑은 청년 같다고 하셨다.
(진짜 진통) 2018년19일~20일
19일
20:00 일찍 취침(전날 만취ㅋ 토토가 HOT보며 맥주캔2+소주1병). 종일 헤롱거리다 일찍 뻗음. 그러나...
22:00
해원 아프다하여 깸. 오늘 간헐적으로 아픈 증상 있었고, 자다가 아파서 일어나니 10분 간격으로 통증. 1시간 후 5분 간격. 저번과 같은 배뭉침 수준이 아니라 가진통 느낌.
23:30
선생님 연락 후 출발 결정. 안그래도 저번에 보신 후에 오늘 즈음 슬슬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생각되어 연락 나눴다고. 신기하네.
24:00
부랴부랴 준비 시작. 그러나 저번에 한번 해봐서인지 매우 차분. 나는 왔다갔다하며 청소, 카메라 설치 등 하고 해원이는 빨래 개고 고구마 찔 준비ㅋㅋㅋ 이래도 되나 싶음
01:50
선생님 오심. 엄청 밟으신듯. 예상 도착 시간보다 거의 1시간 빨리 오심. 이음이 오줌 마렵다고 일어나 버림.
02:15
저번과 열어 둔 3-4cm가 그대로 열려있는 상태. 머리는 아래로 내려왔고 자궁문도 지난에해 많이 부드러워 졌다고. 또 안나오면 안되는데 불안불안… 선생님 놀이방에 누우심.
02:28
이음이 완전 깨서 칭얼거림. 옷 갈아입겠다고 웃통 벗고... 카메라 찍겠다고 울고ㅠ 아놔ㅠ
2:37
이음이 서럽게 울면서도 엄마 아파하니 긴장탐. 결국 울면서 옷 다시 입고 누움
해원인 진통와서 아플 땐 꽤 아파해 함. 내가 넘 졸리다
20일
7:36
울림이 일어나 놀이방에서 책, 장난감 가져옴. 해원이 밤새 10분 간격 진통. 꽤 아파함.
손잡고 누워서 나도 거의 잠 못잠ㅜ
8:00
다 일어나 고구마, 사과 먹음. 선생님께 껍질 깎아먹는다고 혼남ㅋㅋ 해원이는 계속 아파함ㅠ
오전
내가 애들 데리고 다이소, 도서관 다녀옴
16:00
해원 거실에 누워 많이 아파 하기 시작. 선생님이랑 나랑 쓰다듬고 주고 있음. 계속 진통 중…아이들 낮잠 자고 분위기는 좋은 시간. 선생님 말씀에는 끝이 없다ㅎ (울림이 방금 깨서 나옴)
16:38
해원 일어남. 누우면 좀 느슨해져서 힘이 나면 운동하는 게 좋겠다고. 애들은 망고 한개씩 먹음
16:54
아이들이 지루해 하는거 같아 영화 틀어줌(드레곤길들이기). 선생님 방에서 좀 쉬심. 해원인점점 더 아픔
19:10
내가 설거지, 밥상차리기, 밥먹이기를 혼자했다 무진장 힘들구나. 해원아 고맙다. 해원인 계속 진통중. 좀 걸릴듯 싶으시단다. 고생이 많다ㅠ 얼른 건강히 나오렴~
19:30
해원이 힘들다해서 방에 와 손 잡아줌. 울림 이음이 서로 잘 놀아서 뿌듯. 지원이가 아직 안나왔냐고 카톡 옴.ㅎ
19:45
아이들이 놀아달래서 벽돌놀이 시작. 약간 몸살끼가 느껴짐ㅠ
20:04
아파서 나 소환. 많이 아파함. 아이들과 함께 모두 엄마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응원
20:37 탄생!
머리둘레 35cm 신장 51cm 체중 3.4kg
나오자마자 엄마 배 위에 올려주심. 한 2-30분 있다 갑자기 아빠도 윗통 벗고 아기 올릴 준비 하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윗통 벗고 처음으로 신생아를 배 위에 올렸다. 내 손이 차가워서 괜찮을까, 씻지도 않았는데, 내 심장 빨리 뛰어서 놀라진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음. 아기는 끈적끈적하고 따뜻했다. 이제야 비로서 나도 같이 아이를 낳은 느낌.
중간에 꼬박이 탯줄 나, 울림, 이음 남자 셋이 함께 자름. 생각보다 질기다ㅠ 태반은 냉동실로. 목욕 함께 시켜줌. 물속에 들어간 꼬박이. 숱이 많다. 울림이 어릴 적 닮음.
23:30
중간에 계속 선생님 보조하랴 애들 돌보랴 기진맥진. 마지막 양치와 책읽기, 누워서 이야기까지 풀코스. 선생님 쉬시게하고 놀이방 청소와 잠자리까지 엄청 신경 씀. 그래도 온가족 출산을 위해 짜증 하나 없이 정말 최고로 잘한 거 같음! 뿌듯하다. 내일 동트면 사람들한테 연락 시작해야지.
00:00
영상이랑 사진 옮기면서 감동 받는 중. 선생님 진짜 대단하신 거 같다!!
00:25
똥 엄청 쌈. 건티슈로 어떻게 수습해보려 했으나, 거의 젤리 수준에 엄청난 똥은 닦아낼 수준이 아님ㅠ 선생님 다시 깨워봤으나 힘드셨는지 못 일어나심ㅠ 결국 목욕시킴. 생각보다 내가 잘해서 감동. 막 울다가 평온해진 꼬박이 보면서 또 감동. 대충 봐도 꽤 잘생긴 것 같은 느낌에 또 감동ㅠ 막 감동...
01:15
해원이 배고프다해서 미역국에 밥 말아 드림. 근데 지갑도 달라고... 인터넷 쇼핑할 게 있나보다. ;;;;
01:45
동영상 파일 넘어가는 게 이상하다. 괜찮겠지ㅠ 일단 걸어두고 취침ㅠ 내 생애 최고의 24시긴이었다!
01:55
자려고 누웠다가 애들 쉬할까봐 들고 가 뉘었다. 이음인 했고 울림인 안했다. 허리가 몹시 아프다. 귀 염증, 입안은 헐었음ㅠㅋㅋㅋ
05:10
해원 소변. 빈혈로 쓰러질 위험이 있다지만 다행스럽게 잘 다녀옴. 배앓이가 좀 심한듯. 진통하듯 아프단다.
05:57
아기가 숨쉬는데 코고는 듯한 소리가 심하다. 호흡을 잘 못하는 듯. 괜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뭐가 걸렸나, 빨리 빼줘야하는 것 아닌지... 열시간 잔다 하셨는데 거의 못자는 거 같기도. ㅠ 내일 일어나자마자 여쭤 봐야지. (지금도 해원인 뻗었는데 꼬박이가 계속 칭얼댄다ㅠ 걱정되어 잠을 잘 못자겠다ㅠ)
(자기전 진수 아줌마가 선물해 주신 티베트 어린이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로 가는 이야기 책을 읽고난 뒤)
나 ; 슬픈 이야기다 울림아... 그치
울림 ; 그 형이 죽는 것만 아니면... 재밌는 이야기 였는데...
나 ; 그러게... 그런데 울림아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딘가 에선 나쁜 어른들 때문에 저렇게 죽는 어린이 들이 많대. 우리 오늘 자기 전에 기도 해 주고 잘까?
울림 ; 울림이가 자기 전에 많이많이 생각해서 꿈에서 그 나쁜 사람들을 총이랑 칼로 무찔러 줄거야.
나 ; 총이랑 칼은 안돼 울림아.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만들거든. 울림이가 총과 칼을 가지고 가면 또 다른 사람이 울림이를 무찌르려고 총과 칼을 가져오고 그렇게 계속계속 싸우면 끝이 날 수 없잖아. 총과 칼 없이 나쁜 어른들의 싸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울림 ; 음......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울림이가 로봇을 하나 만드는 거야. 근데 그 로봇은 보기만 해도 깔깔깔 웃음이 나오는 로봇인거야. 그래서 그 나쁜 어른들이 싸움을 하러 왔다가 그 로봇을 보고 깔깔깔 웃느라고 싸우지 못하는 거지!
나 ; 와~!! 울림아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그럼 우리 내일 그 로봇 한번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자기 전에 기도도 해주고, 또... 우리가 전에 대통령은 물러가라 하러 갔었잖아. 그걸 시위라고 하는데 나중에 나쁜 어른들 싸우지 마세요! 하는 시위 할때도 같이 가자. 어때?
울림 ;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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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엄마~ 소금쟁이 다리 하나 없는 애는 잡지 말자.
나 ; 그래그래, 근데 다리 하나 없는 애도 있어? 불쌍해라...
울림 ; 응, 불쌍해... 병원도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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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전 책을 읽다가 주인공인 곰돌이가 책을 읽는 이에게 질문을 건내는 부분을 보고)
울림 ; 엄마, (곰돌이가)누구 한테 말하는 거지?
나 ; 울림이?
울림 ; 이 책 울림이가 썼나?
나 ; 잉?ㅎㅎ
울림 ; 엄마, 이 책 울림이가 썼나봐. 울림이가 이야기를 생각하고 잠들었을 때 바람이나 해님이나 친구들이 와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갔나봐!